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5월 17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지 못한지지가 어느덧 서른해 가가까워진다.어지간히무던해질 만도한데자책감이추억의걸음을 내딛을적마다기회를얻은듯내재 해있었던북받쳐오르는상실감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렇듯 망연 스 러운 절망감 속에서 바닥 모를 걷 잡을 수 없는 애타는 동경과 사모 에 휩싸이기도 하는 것을 보면 세 월이흐른다고그리움회환은회복 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켜켜이 쌓 인 회오를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내생애의유일한언덕이었던내어 머님께 그리움이 농익어버린 사모 곡을 풀어보려 한다. 언제 떠올려 도보드랍고따뜻하고포근해지는 말,나직하게‘엄마’하고불러보면 아련한유년이떠오르면서가슴저 변이 촉촉해 지는 말. 엄마라는 말 에서제일먼저떠오르는것은희생 적사랑, 끝없는모정이다. 내기억 속의 엄마는 늘 분주하셨다. 자신 을 챙기는 모습이 아닌 주변을 돌 보고 베푸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신모습이셨다. 셋째며느리 자리에서 아버지의 5남매 가솔을 맏이처럼숨가쁠정도의힘겨움을 혼자감당하시며, 간호사로지내오 신경력탓에이웃분들의크고작 은 의료 문제를 해결해 오셨다. 타 박상 상비약에서부터 소화제까지 정비된방에서는늘병원냄새가났 었다. 이웃 아줌마들에게 다도를 가르치고궁중요리까지다양한식 재료들이즐비해있었던부엌은시 대적신여성인어머니모습의일부 처럼기억에남아있다. 이렇듯 동분서주 분주하셨던 엄 마에게 실컷 어리광을 부려보고 싶었던 어린 여자 아이는 동생들 과 놀아 주고 돌보기도 하면서 마 음구석에자리해버린작은구멍은 머리에서리를앉고도메워지지않 고있다. 유년기에받아야할사랑, 사춘기에 받아야 할 사랑, 청년기 에 받아야 할 위로의 장은 추억의 걸음에묻혀버린것같지만폭우가 쏟아지는 밤, 유난히 햇살이 눈부 신날이면아련한영상처럼떠오르 곤 한다. 하지만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들이 생의 뒤안길로 사 라져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면서 엄마를향한사모곡에오점이라도 남기는건아닌지초조함이엿보인 다. 은발이 되고서야 돌보지 못해 서 사랑이 없었던 게 아니라는 것 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내게도 사랑하는 네 딸이 있고, 딸들에게 제대로돌보지못했던시간들이떠 오를 때면‘사랑이 부족해서가 아 닌데’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마음 아파했던적이수없이많았다는고 백이 마음 저변에 숨겨져 있다. 결 혼한딸들의어려움을안아주고함 께울어주지는못했어도늘딸들을 바라보며 기도의 줄을 잡고 있었 음을. 내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 이 나를 지켜 주셨기에 자식을 돌 볼수있었음을.‘일일이다해줄수 없었기에그저가슴저민울음으로 기도의 무릎을 꿇어왔던 것을. 해 서내어머니의사랑이내삶을지 탱해주는든든한기둥이되어주셨 음을 자각하게 되는 눈 뜨임이 노 구의아낙에게새로운가치로다가 온다. 가슴속에숨겨진사랑까지한없 이퍼부어주는애달픈사랑의귀하 고 귀한 모습들을, 예전에 미쳐 발 견하지못했던딸들의깊은마음을 볼수있게되었다. 결혼을하고엄 마가되고두려움과불안으로시작 된어설픈엄마의길이실수와후회 와안타까움만쌓여있는부끄러운 흔적만보이는데사랑하는딸들은 일찌감치어른이된모습을보여주 었고미지의세계로모험을떠나듯 든든한모습으로가정을이루고생 애의길을지혜와통찰력으로불투 명한 미래까지도 현명하게 다스릴 줄 아는 소중한 인생 비결을 이미 깨우친듯언제나믿음직하게현모 양처의자리를지켜내왔음에절로 머리가숙여진다. 부모의울타리를 넘어자신만의세계구축에도게으 르지않으며아내의자리까지훌륭 하게 바람직하게 잘 지켜내 왔다. 아낌없는 사랑으로 빈틈없는 수 고로 엄마의 마음을 잘 심어온 딸 들에게‘Happy Mother’s Day’ 카드를 띄워 보냈다. 사랑의 울타 리를 다듬어온 딸내 가족들에게 ‘BRAVO’환호를힘껏외쳐본다. ‘MOMMY’라는 호칭이 품은 어 원은늘그리움을자아내고따스하 기 그지없는 말이다. 엄마라는 어 의는 자식과 함께 여야만 더 빛나 는 말이다. 언뜻 지나버린 겨를 사 이에 은발이 되어버린 할머니에게 도 자식들을 키워낼 수 있었던 것 은내어머니께서계셨기에가능했 다는 것 까지도 소소한 일상의 조 각들이 하나씩 맞추어져 가고 있 다. 비단처럼 보드라운 사랑을 주 셨던어머니께다하지못한회한의 여한이 5월바람결을타고노구곁 을휘돌아가고있다. 어머니의 따뜻함과 긍정적인 삶 의 자세를 익혀가며 남은 날들을 채워가고싶다. 찬란한 5월의햇살 처럼, 환한 보름달처럼 나를 지켜 주시고붙들어주셨던온기의근원 이내어머님이셨기에힘겨움이슬 픔으로차올라당황스러웠을때도 아무렇지도않은척밝음을유지할 수 있었다. 한겨울을 지나 듯 혹독 한시련의날이많았지만이젠 5월 의 따스함 곁으로 다가서려 한다. 세월이흐를수록어머니를그리는 사모곡은 더욱이 선명하게 새겨진 다.어머니는저에게최상의최고의 어머니이셨음을고백드리고싶은 데…. 어머니 발자국에 비해 너무 작고초라한발이라서아무리뛰어 도닿지못하고, 내딸들과의추억 의발걸음에도그젊음에까마득하 니 닿지 못하는 노년의 아낙이 되 고 말았다. 내 어머니처럼 따뜻하 고자랑스럽고아름다운엄마의길 을걷고있는딸내들에게 5월훈풍 처럼 포근하게 안아주고 싶는 5월 이다.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추억의 걸음 시사만평 R.J. 맷슨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감세 정책 희생양 예산 조정안 메디케이드 감세 미국 미래의 서울에 사는 로봇 이 야기‘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6월8일뉴 욕 래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 리는제78회토니상10개부문 에올랐다. 작품상, 남우주연상 (올리브역 대런 크리스), 연출 상, 각본상, 음악상, 편곡상, 무 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 조 명디자인상, 음향디자인상 총 10개 부문이라니, 어찌 그럴 수 있는가, 경이롭고도 궁금했 다. 그래서지난 6일맨하탄브로 드웨이로 나갔다. 벨라스코 극 장에들어서니무대막중간에 ‘MAYBE HAPPY ENDING’ 옆에한글로‘어쩌면해피엔딩 ’이 쓰여있다.“와우!”하면서 기념사진부터찍었다. 서울 외곽지대에쓸모를 다한 로봇 전용아파트가 있다. 이곳 에서단조로운생활을 하던 올 리버는 충전기가 필요해 문을 두드린 클레어를 만난다. 헬퍼 봇5인 올리버는 다소 뻣뻣한 연기를 로봇처럼 하고 진보된 헬퍼봇6인 클레어는 인간처럼 보인다. 버전이 다르지만 올리 버는 충전기 코드를 개조하여 도와주면서 둘은 왕래하게 된 다. 부품이더이상생산되지않 아이들의생명력은유한하다. 올리버와클레어는서로사랑 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자신 도모르게사랑에빠지는공연 내내 한글이 계속 나왔다. 날 자와 연도, 제주도행 페리, 인 간의이름이모두한글로나오 면서이무대가 2016년대학로 창작 뮤지컬로 초연되면서 지 난해 11월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구나를실감했다. 보통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배경과 춤과 노래 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수많은 출연진들, 어마무시할 정도로 자본을 투자한 공연이 대부분 이다. 이무대출연진은로봇올리버 와클레어,그외제임스와우편 배달부정도다. 옷도안갈아입 는다. 올리버와 클레어(헬렌 J. 션) 의상은처음부터끝까지단 한벌(제주도갈때그위에재킷 만걸친다), 무대배경은올리버 와클레어각자의방, 제주도행 페리,제주풍경정도다. 다소 지루할 수 있고 돈도 거 의안들인이무대를보며왜관 객들은 우는가? 같이 간 딸도 여러번볼때마다눈물이난다 고했다. 바로감성이다. 인간에 게 메말라버린 감성을 되찾아 주기때문이었다. “끝까지 끝은 아니다, 걱정마 걱정마.괜한걱정따윈말아,어 차피 똑같겠지만 그저 지금에 집중해, 끝까지끝은아니야, 일 분일초매순간나답게살아가.” 옛주인 제임스를 따라 LP 레 코드와 재즈잡지를 좋아하는 올리버는 낡아가지만 자신의 끝을 생각 않는 씩씩한 로봇이 다, 사랑과동시에이별의슬픔 을알게되는클레어, 이들은인 간세상이야기를하고있었다. 최근,천선란의장편SF‘천개 의 파랑’이 최근 할리웃 워너 브라더스 픽서스에서 영화로 제작된다고한다. 1935년이배 경으로,경주용로봇기수콜리 와연골이닿아안락사를앞둔 경주마 투데이의 이야기이다. 둘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마지 막부분에선눈물이핑돌았었 다.‘어쩌면 해피엔딩’도 로봇 의 이야기지만 유한한 인간의 삶과 겹쳐지면서 입소문이 났 고관객의눈물을자아낸것이 다. 토니상은연극뮤지컬계의최 고권위의 상이다. 지난해 4월 26일부터 4월27일까지 공연 한 브로드웨이 연극과 뮤지컬 이 심사대상이다. 이번에 한국 산‘어쩌면 해피엔딩’이 주요 토니상을섭렵하기바란다. 한편, 5월15일은 제628돌 세 종대왕 탄신일이었다. 2024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어 세종시 에서는 기념식과 업적 및 일대 기전시를하고있다. 정작세종 대왕나신곳은어떠한가. 지하 철 3호선경복궁역 2번출구로 나가면자하문로, 이길로가면 통인시장 못미처 수많은 차량 이 지나는 도로변에 표석 하나 가 있다.‘서울 북부 준수방(이 근처)에서 겨레의 성군이신 세 종대왕이 태조 6년(1397) 태종 의 셋째 아드님으로 태어나셨 다’딱그문장뿐이다. 한국 작가가 한국어로 글을 써 한국에서 시작된 창작뮤지 컬이 토니상 후보라니,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은 자신이 만든 한글이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 내내 등장할 것은 상상도 못했 을 것이다. 내세가 있다면 무대 사진을 카톡으로 세종대왕께 보내고싶은심정이다. ‘어쩌면 해피엔딩!’ 민병임 뉴욕지사논설위원 살며,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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