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탁구 일과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LA 한인타운 시니 어&커뮤니티센터(이하 시니어 센터)에 연극반이 생겼는데 한 번 해보자고 아내가 제안했다. 생뚱맞은 제안에 얼떨떨한 채 등록하는 것으로 시니어센터와 의 인연이 시작이었다. 센터의 클래스 강사와 행정 및 시설관 리 업무는 거의 모두 재능기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진행하 고있는것에놀랐다. 수업은 대체로 3가지로 분류된 다. 첫째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 두가진스마트폰이나컴퓨터기 초반과 영어, 법률상담 등의 생 활밀착형 수업, 두 번째는 건강 에 필수인 운동을 위한 스트레 칭, 태극권, 각종댄스반, 그리고 세 번째는 미술, 공예, 서예, 음 악, 악기연주, 연극 등 취미생활 을 위한 클래스들이다. 시니어 센터 이사들과 타운 내 뜻있는 기관 및 단체의 후원을 받아 운 영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없다 는게안따까울뿐이다. 지난어머니날에도예년처럼센 터에서 학생들의 공연이 있었 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연극반 역시 ‘거울’이라는 작품을 무 대에올렸다. 최초로이땅에거 울이 소개될 무렵, 거울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묘사한 시중의 짧은 농담을 우리반 담 당 교수이자 극단LA 대표인 김 유연 감독이 이번에도 그의 천 재적인 창작력을 발휘하여 뛰 어난 대본을 만들어 낸 것이다. 300명관중의시선을받는일은 짜릿할 만큼 자극적이고 성취 감 또한 남달라서 중독성이 강 하다. 그야말로 색다른 인생 경 험이다. 출근하듯 매일 찾는 탁구장과 주말마다 나가는 사진 출사가 아니라면 시니어센터엔 참석하 고 싶은 클래스가 너무도 많다. 눈여겨 보면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출석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마터면무료하기만한노년을 보냈을수많은한인연장자들이 센터덕에활기찬노년을재미있 고즐겁게누리고있다. 나역시 탁구가힘들어버거워지는때가 되면센터의댄스반으로운동을 대신할계획이다. 여성의수명이 더 긴 탓인지 센터에는 여성 회 원이압도적으로많은데남성은 그 희소성으로 인해 존재 만으 로도본질보다더큰대우를받 는느낌이다. 시니어센터에갈때면깨끗한옷 차림으로 가려고 노력한다. 다 른 반에 출석하는 남성 중에는 집에서낮잠자다온것같은차 림이 종종 보이는데 그럴 때면 보는 내가 민망하다. 모르는 사 람들을 만나 어울리는데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라는 생각이다. 또한센터에들어설때면1층로 비에서봉사하는자원봉사자들 에게 ‘안녕하세요’하고 큰 소 리로 인사한다. 바라는 것 없이 봉사하는그들이진정으로고맙 기에 하는 감사의 표현이다. 올 해어머니날행사에서는특기할 만한일이한가지있었다. 로스 앤젤레스가홈인 LA 킹스아이 스하키팀이센터에프로그램발 전기금 1만5,200달러를 쾌척한 것이다. 그사연은이렇다. LA에 서 하키 시합이 있던 지난 3월 23일, 우연한 인연으로 센터의 하모니카 앙상블이 시합장에서 미국국가를연주하게되었는데 그날LA킹스팀이벅찬상대를 이겼다. 그 후 LA 킹스 팀은 혹 시나 하는 마음으로 4월21일에 열린플레이오프 1 차전에하모 니카 앙상블을 다시 불렀더니 또 승리를 거두자 이제는 확신 을하게된것이다. 하모니카앙 상블도 신이 났지만 센터의 다 른 반들도 잘만하면 외부공연 에 초대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LA킹스팀은돈만기부 한 게 아니라 한인 시니어들에 게 꿈도 심어준 셈이다. 사람이 목숨이 붙어 있다고 모두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견디 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삶이어 야 마땅하다. 사는 재미가 있어 야 한다. 아내의 아이디어로 시 작한 연극이지만 긴장과 희열 이 팽팽한 무대에 서는 일은 아 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래서나는요즘시니어센터에 가는 일이 신난다. 나는 음식을 가리는 손주들에게 우선 맛부 터 보라고 다독인다. 그렇지 않 으면 맛있는 음식을 평생 놓치 게될수도있다고설득한다. 자, 이제 당신 앞에 진수성찬의 잔 칫상이 놓여있다. 맛을 보고 고 르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누리 는 삶을 위해서는 지금 행동하 는일만남았다. 오피니언 A8 마침내 오아시스 문봉기 LA시니어센터연극반 특별기고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사람은 저마다 자신을 무엇 에든 몰입 시키고자 하는 본성이 잠재하 고있다. 그몰입의대상이나, 과녁이 나목표가목적에따라몰입도가달 라지겠지만 그 결과는 잠깐의 직업 이 되기도 하고 영구한 생업이 되기 도하지만취미생활로도한몫을하 기도한다. 강한의식의주체들이태 양계의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처럼 지향적인 삶 을구축해나가고있다. 각자가꾸려 가는 카테고리 안에서 보람과 행복 을추구하며삶의만족감, 또는자랑 스러움, 자부심을갖게해주는가치 와긍지를찾아긴생의여정을보내 게된다. 내게있어서문학의범주는 언어를 통해 구축된 살아 움직이는 삶의실상이되어주고있다. 일찍이 글을깨우치게해주셨던내어머님 의열정이글을가까이하게해주셨 다. 어설픈글을직접손으로제본하 셔서어린딸에게자긍심을심어주 셨기에지금껏부족한글인데도용 감하게 송고하는 노년의 아낙으로 살아가고있다. 아버지에대한회고는뿌리에대한 근원적 추구라 할 수 있겠다. 가족 공동체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희 구는 무엇인가에 의지하려는 갈망 에기저를두고있기때문이다. 가슴 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안온한 평안 이깃든글이숨쉬면살아갈, 그글 이 태어날 산실이자 산고를 겪어 내 야할다사로운둥지를찾아나서곤 한다. 글이숨쉬며안식을누릴보금 자리실체는사람일수도있을것이 고또다른존재성을향한목마름일 수도있겠다. 무언가에 매달리거나 집중적으로 몰두하는것또한튼실한실존인식 을만들기위한애착일것이다. 부모 님께서 생전에 남기신 삶의 흔적과 지금껏느껴지는체온이내글을더 욱 윤기 있는 터치로 덧입혀 주시고 이끌어주신다. 어느새은발이되어 버린 여식의 삶 깊숙이 에서도 긍정 과동의를이끌어내시며수긍과인 정을받아오셨다. 하루들의일상가 운데에서도 그날그날 들의 빛깔과 체취는 새로운 잉태요 윤색이요 자 아를 만나기 위한 도모의 실마리가 되어주면서 글쓰기와 밀접한 연관 자료역할을해주시고계신다. 갈망이나갈구없는식어버린열정 으로 문학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나 진배없는 소행은 목적 없는 방황으 로이어질수밖에없음이다. 목적을 이룰 때까지 달려가는 삶의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 수필 경지에서도 같 은 추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 함이없다. 어머니의 유난하신 교육열에 힘입 어 여학교 시절엔 합창단으로 음악 시간을좋아했었고,작문시간을좋 아했고, 책읽기를 좋아했다. 부족했 던글솜씨임에도마음이흔들린지 금의우리집할배와예순해를살아 왔다. 아이들 학부모 글짓기 대회에 서 여러차례 수상을 하면서 아이들 도덩달아글쓰기를좋아했었다. 어 머니께서 유년에 베풀어 주신대로 아이들의 글이나 그림을 수제 제본 책으로엮어주기도하고우리가족 만이즐길수있는상설전람회장을 꾸며 주기도 했던 일들로 네 딸과의 소중한추억을만들어왔다. 부산여 류문화회회원으로젊은초보문인 의 자리를 답습하다 이방인의 삶으 로 접어들게 되었다. 애틀랜타에 정 착하게 되면서 한국 크리스챤 작가 협회미주지부추천으로문단에등 단하게되었다.시부문신인상수상 을계기로이태후에수필부문에서 도추천을받게되었다. 애틀랜타에서마흔해를보내는동 안 한국일보 애틀랜타 지면에서 독 자와의만남이열리면서‘행복한아 침’이어언열여섯해로접어들었다. 800여편에가까운칼럼이게재되면 서수많은초고와퇴고의과정을거 치는동안직조된삶의무늬는씨줄 과 날줄로 엮어지는 과정에서 때로 는 절뚝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쓸쓸 한문채와문양을만들어오면서내 호흡과 삶의 구심점이 되어 사념의 무늬를 만들며 살아있음의 흔적을 남겨왔다. 무엇인가에 열렬히 몰입하거나 집 착하는것은안전하게깃들수있는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도모요 미봉 책일환이요거창한무엇이아닌소 박한 본연의 자세를 다지는 방편이 라할수있겠다. 제한된환경에적절 한변주와다양한전개를담보로한 계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내 며생이다하는날까지글쓰기를사 랑하려한다. 무언가를가슴에품고 사는 사람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해답을 알고있다. 생명의 꽃을 피워 내는삶이라서외나무다리에서마 주쳐도길을터주는삶을택한다. 그 길은 연민도 그리움도 연줄을 놓아 버리듯자유를안겨준다. 이렇듯직 조된 삶의 무늬는 영원으로 이어지 게된다. 글 쓰기는 삶을 배경으로 한 인생 의기록이다. 어떤형태삶이든바로 세우려는의지와 쓰는 이의삶의모 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어있 다. 의식이깨어있어야한다. 사물에 대해 인식은 물론이요, 개인적으로 나집단적감정과견해와사상이대 상을 인식하고 추상하는 마음 작용 이감각적넋을포함한개념에촉각 을잃지않아야한다. 글 쓰는 이의 의식이 곧 문학의 힘 이요문학을있게해준강력한에너 지가아닐까한다. 삶의무늬가어떠 한 문양을 완성하는가에 집중하며 하루하루 일상들을 하늘가에 흐르 는구름이며별자리를세어가듯소 중하게 진중하게 삶의 무늬를 만들 어가려한다.꾸밈없이,맑고곧게정 직한글쓰는사람으로남고싶다.아 직은먼길이겠지만. 삶의 무늬 시사만평 R.J. 맷슨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메모리얼데이… 희생을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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