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5월 29일 (목요일) 오피니언 A8 퍼거슨의 법칙 만파식적 김현수 서울경제논설위원 우리 머릿속에 플라스틱 스푼 이하나씩들어있다고한다.최근 뉴멕시코대학의 연구진이 밝힌 충격적인내용이다.이연구에따 르면인간뇌조직내의나노플라 스틱 농도가 뇌 무게의 0.5%에 달하는데, 이는플라스틱티스푼 한개에해당하는양이라는것이 다. 그리고 이 수치는 2016년과 비교해약50%증가한것이며,치 매환자의 뇌에서는 3~5배 많은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사 실도밝혀졌다. 그러니까 우리 몸 안에 축적되 는플라스틱의양이갈수록늘어 나고있으며, 이것이치매와각종 질병의원인이될수있다는강력 한신호인것이다. 또다른최근의한연구는다양 한플라스틱제품에사용되는프 탈레이트(DEHP)가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쳐 해마다 35만6,000 건이상의심장병사망을일으킨 다고보고했다. DEHP는플라스틱을부드럽고 유연하게만드는성분으로, 우리 가일상적으로사용하는식품용 기, 화장품, 샴푸, 세제, 의료장비 등수많은제품에들어있다. 이뿐아니라작년에는1리터생 수병에서 극도로 작은 미세플라 스틱이 무려 24만개나 검출되었 다는연구결과가발표돼사람들 을깜짝놀라게했다. 현생인류가 플라스틱 없이는 살수없는‘호모플라스티쿠스’ 로진화함에따라인체에쌓여가 는플라스틱과그위해성에관한 우려가갈수록커지고있다.인체 에 축적되는 플라스틱은 정확히 말하면 미세플라스틱(micro- plastic)이 아니라 나노플라스틱 (nanoplastic)이다. 미세플라스 틱은 크기가 5㎜ 정도여서 체내 로들어오기전에걸러지거나몸 밖으로배출될가능성이있지만, 머리카락두께의 5만분의 1크기 인 나노플라스틱은 너무 작아서 물과음식을섭취할때우리몸속 어디든지 쉽게 침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이 인간의 고환과태반에도존재하며혈액, 정액,모유,심지어아기의첫대변 에서도 검출된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 특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이런 플라스틱이 뇌에 가장 많이 축 적된다는 사실이다. 나노플라스 틱은주로소화기와호흡기를통 해침투하는데다른장기보다뇌 에 무려30배 더 많이 쌓이는 것 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나노 플라스틱이지방친화적이고, 뇌 역시 지질을 좋아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란다. 플라스틱은 음식물 의지방과결합해혈류를통해체 내로유입된후지방함량이높은 뇌 조직에 더 많이 축적되고 있 다. 플라스틱 문제는 현대사회가 직면한가장심각한환경보건위 협중하나다.세계플라스틱생산 량은연간4억톤이넘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플라스틱 생 산량은2040년까지계속증가할 것이며이에따라인체내플라스 틱축적문제는더욱심화될것이 다. 일부에서는미세플라스틱의인 체유해성이아직과학적으로충 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다. 여러 연구를 통해 플라스틱 노 출과 암, 호흡기질환, 대사기능, 내분비계장애, 심장질환과의연 관성을발견하고있지만아직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다. 또는미세플라스틱에들어있는 환경호르몬의 독성은 극소량이 어서 오랫동안 많이, 반복적, 지 속적으로 섭취해야만 문제가 생 길것이라는주장도있다. 그러나 이런 말에 안심하고 플 라스틱을 마구 사용할 수 있을 까? 이제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생 활의일부가돼버렸고피할수가 없다. 우리가숨쉬는공기, 마시는물, 딛고 사는 흙,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비가모두플라스틱범벅이 다. 의류와 가구는 물론 주방에 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품이 너무많아서피할방법을찾는일 자체가큰도전이되고있다.어떻 게하면이를줄일수있을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병물을 마시지않는것이다. 우리집에서 는생수병미세플라스틱보도가 나온후부터병물을사지도마시 지도 않고 있다. 병물 사용은 사 실 습관적인데, 끊고 보니 정수 물도 맛이 크게 다르지 않고, 마 켓 갈 때마다 그 무거운 물 짐을 이고지고나르지않게되어얼마 나좋은지모른다. 계면활성제와 프탈레이트가많이들어가는샴 푸를 도브(Dove) 비누로 대체한 지도꽤됐다. 가장어려운것은주방의탈플 라스틱노력이다. 부엌에플라스 틱용기가얼마나많은지,고무장 갑과 플라스틱 랩, 지퍼 백을 얼 마나 많이 쓰는지, 스스로도 깜 짝놀랄지경이다. 그래도서서히 플라스틱컨테이너를유리, 스테 인리스,세라믹용기로바꾸려노 력하고있다. 가능하면 플라스틱에는 뜨거 운음식은담지않고,전자레인지 에서덥히는일은절대하지않는 다. 햇반도 좋을 것이 없고 컵라 면도마찬가지다. 식당에서투고 해온뜨거운음식은가능하면빨 리 다른 그릇에 옮기고, 일회용 그릇은아무리멀쩡해보여도절 대재사용하지않는다. 여름에 운동하러 갈 때 생수병 을얼려서가져가는것또한마찬 가지, 얼면내부가팽창하면서미 세균열이생기는데그틈으로플 라스틱성분이녹아나오기때문 이다. 플라스틱 아기 젖병을 사용할 때는젖병에직접우유나분유를 넣고데우지않는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하나 들 어앉은 것만도 괴로운데 플라스 틱스푼까지장착하고있다니정 말걱정이다. 그스푼이몇년후 밥그릇만큼 커지지 않을지 누가 알겠는가? 내 몸 안의 미세플라스틱 정숙희 논설위원 정숙희의시선 영어의탐욕을뜻하는‘그리드 (greed)’와물가상승을의미하는 ‘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다. 기업들이별다른상승 요인이 없는데도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취하면서물가상승을부 추긴다는의미를담고있다. 최근 온라인에서 그리드플레 이션이라는말이자주등장한다. 일부 기업들이 그리드플레이션 으로소비자들의부담을가중시 키고 있다. 특히 식품 업계가 그 리드플레이션의대표적 사례라 고지목되고있다.원재료가격이 오르면즉시제품가격을인상하 면서도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좀처럼제품값은내리지않아소 비자들사이에서는불만의목소 리가높다. 이 때문에 그리드플레이션을 막을근본적인대책이필요하다 는지적이잇따르고있다. ■신조어사전-그리드플레이션 1639년합스부르크왕조의펠리 페4세는“장기채권도입이파멸을 야기했다”고인정했다. 1차세계대 전까지 약 700년 동안 유럽의 중 심에군림했던합스부르크왕조는 과도한 국가채무로 균열을 맞기 시작했다. 통치자금을빚으로조달하던스 페인 왕실은 1607년부터 1662년 사이 다섯 차례나 부채를 상환하 지 못했고 이로 인해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등이합스부르크왕조에 서독립을선언했다. 약100년후인1767년영국의정 치사상가 애덤 퍼거슨은‘시민사 회의역사에관한에세이’에서과 도한공공부채가시민사회를위태 롭게한다고경고했다. ■2월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 구소의 선임연구원 니얼 퍼거슨 은 이 경고를‘퍼거슨의 법칙’으 로 재조명했다. 그는“국가부채상 환 비용이 군사력 유지 비용을초 과할 경우 패권을 상실하게 된다” 고주장하며이법칙을미국에적 용했다. 후버연구소의 보고서는 미국의 과도한 부채 부담이 지정학적 영 향력을 약화시켜 군사적 도전에 취약해질수있다고분석했다. 실제로2024회계연도미국의국 가부채 이자 지급액은 국방비 지 출액을 처음으로 초과했다. 미국 상무부에따르면이자지급액은1 조 1240억달러, 국방비지출은 1 조1070억달러였다. 니얼퍼거슨은미국이이러한위 기를 타개하려면 방만한 복지 프 로그램을 개혁하거나 인공지능 (AI)을통한생산성혁신이필요하 다고주장했다. ■퍼거슨의 법칙과 유사하게 미 국의 재정위기가 패권 위기로 이 어지면서도널드트럼프대통령은 어떤전략을마련했을까. ‘덜쓰고,더걷고,남에게떠넘기 기’다. 그는 정부효율부(DOGE) 를 통해 1조 달러의 지출을 삭감 하고 관세로 재정을 보전하며 동 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현실화 하 겠다고나섰다. 이런상황에서우리나라대선후 보들은 관세 협상 전략과 함께 미 국의 방위비증액 요구 대응책을 촘촘히마련해야할것이다. 또무 분별한 선심 공약을 멈추고 재정 건전성을지키는방안을제시해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의 자격 지평선 양홍주 한국일보논설위원 독일총리앙겔라메르켈이퇴임 을 앞둔 2021년 11월. 남편 요아 힘 자우어 훔볼트대 교수가 갑자 기 언론 인터뷰에 나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당시는 독일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낮아 메르켈의 고 민이 깊어가던 때. 분자화학 권위 자인 남편 자우어가 이탈리아 언 론에등장해“특유의게으름과현 실 안주 성향 때문에 독일인 3분 의1이과학적인결과를따르지않 으며 백신을 피한다”라고 밝혔다. ‘백신 기피’의 신념을 버리라 주 장하며 우회적으로 아내를 돕고 자한시도였다. ■ 독일인들은 자우어의 느닷없 는 인터뷰에 놀랐다. 그가‘독일 인의성향’을낮춰보는말을해서 가아니었다. 1년에딱한번바이 로이트 오페라 축제에만 모습을 드러내‘오페라의유령’이라불릴 정도로16년동안‘퍼스트허스밴 드’역할을피해왔던인물이전례 없이 입을 열어서였다. 메르켈은 자서전에서 남편에 대해‘각자 자 신의일을한다’는말로설명했을 뿐이다.“그저시간이허락할때만 곁에있다”는조용한배우자의대 표적사례이다. ■정상의배우자들가운데자우 어와 상반되는 캐릭터도 적지 않 다. 로널드레이건미대통령의아 내 낸시 레이건은 자신의 사람을 대놓고 요직에 앉히기로 유명했 다. 1987년 남편에게 비서실장을 해임하도록압박했던그를폭로한 뉴욕타임스칼럼제목은‘퍼스트 레이디의 쿠데타’였다. 그의 국정 개입이 비난만 받은 것도 아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남편에게 군 축 협상을 촉구해 미소긴장을 완 화한사례를들며“레이건의성공 에가장기여한인물”이라그를평 했다. ■대선이다가오면서후보배우 자들에대한관심도가높다. 김건 희여사의혹으로확인된‘배우자 리스크’를다시겪고싶지않은국 민적바람탓일것이다. 하지만그 렇다고공인도, 공무원도아닌대 통령 후보 배우자의 자질을 평가 해대선투표에임할수는없다. 자 우어의‘그림자외조’도낸시레이 건의‘국정개입내조’도유권자선 택의결과는아니었다. 정작후보자격을돋보이는데집 중하지 않으면서, 배우자의 자격 을토론으로검증하자는국민의힘 의 제안은 유권자 관점에서도 생 뚱맞지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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