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5월 31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진실한가? 공정한가? 정직한가? 그래서 믿고 함께 할 수 있는가? 한국일보는 냉철한 지성과 깊은 이해로 바른 해답이 되기 위해 끊이없이 묻고 또 묻겠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 한국일보 6.3 대선, 패자에게 박수를 [살며, 느끼며] 민병임 뉴욕지사논설위원 제21대대통령선거가불과며칠 후로다가왔다. 6.3대선이끝나면 대한민국에는새대통령이탄생할 것이다. 누가되든지큰기대를하 지말자. 그래야 마음이 평화로울 수있다. 그동안대선후보자토론 회는상대비난과과거들추기, 헐 뜯고폭로하고맞고발하느라정작 어떻게 국민을 이롭게 할 것인가 하는 공약의 검증은 실종되고 말 았다. 민간정책연구기관인정책평가연 구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 민의 힘 김문수 대선후보 공약이 나라 빚과 청년세대 부담 통증을 안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다. 어차피 선거 때면 으레나오는공약(公約)이선거후 에는 공약(空約)이 되어버리는 것 을우리모두알고있다. 이재명이 나 김문수 모두 금수저 출신이 아 닌 가난한 집안에서 온갖 역경을 극복한 사람이니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어려운 국민들의 처지를 알아주겠지하고낙관하지말자. 이번대선이보통대선인가, 대통 령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이다. 대 선의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다. 승자보다는 패자에게 주목해야 한다. 패자는대선을위해잠못자고쏟 아부었던 열정과 시간, 자신과의 싸움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패배를 인정 해야 한다. 경선 과정이 목불인견 (目不忍見: 하도어이가없어참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나 꼴불견)이었듯이 결과 를 놓고도 부정선거론이나 부정 개표라고물고늘어지지말자. 승자가 정해지면 분하고 아쉽지 만 내려놓아야 한다. 부러움과 시 기를버리고그렇다고자책하지도 말고국민들에게패자의너그러움 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사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노 력했지만 결과가 참담할 수 있다. 그동안치열하게살아온자신에게 앞으로의 삶도 그렇게 살 것이라 고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해야 한 다.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은 선 거에서 지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2023년 대선에서 패배한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를 공식 인정하면서 미국 대선이 깔 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이번 6.3대 선에서도 미국처럼 패자의 멋진 승복연설이 화제가 되기를 바란 다. 또한승자는패자의그동안의노 력에 경의를 표하고 존중의 태도 를 보여주어야 한다. 승자의 영광 에만 취하지 말고 패자의 노력이 부끄럽거나가볍게여겨지지않도 록배려와격려가필요하다. 12월초 계엄이후 파란만장하게 펼쳐진, 대국민이 참여한 진보와 보수의 집회에 각각 참여하여 목 소리 높혔던 국민들은 누가 됐든 승자를받아들여한다. 비록내가원했던자가아니더라 도 나타난 결과에 분노나 좌절하 지말아야한다. 죄송하다는패자 에게“괜찮다”,“그럴수있다”, 격려의 박수를 쳐주어야 성숙된 국민이랄 수 있다. 승자는 패자에 게, 패자는 승자에게 박수를 쳐주 자. 우리나라의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그리고 탄핵당한 두 사람의 대통령. 그때의 지도자들 을 살펴보자.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성군보다 폭군이 많았고 태 평성대보다도백성들이힘들고고 통스러웠던 시기가 많았다. 다시 말하지만 새로운 지도자에 큰 희 망을갖지는말자. 역사적으로 실패한 지도자들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오만했다. 독 단적이고폐쇄적이다가결국붕괴 되고 말았다. 가장 바람직한 지도 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국민을 살기 편하게 만들어주어 야 한다. 지도자가 유능해야 국민 이고생하지않는다. 국민이근심걱정없이편한마음 으로, 좀더바라면지조와신념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게만 해주면, 추운 겨울 길거리로 나가 집회를 하지않아도 된다면 더 이상 바랄 바가없겠다. 맹자는“백성이 가장 귀하다. 그 다음이 사직이다. 가장 낮은 것은 군주다”고했다.군주는백성을위 해 존재하며 통치의 근본은 백성 을존중하고위하는것이다. 이제새대통령과새정권은출범 하자마자 국민 통합과 경제위기 극복, 한미협상등등할일이태산 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이 할 일은 지지와 격려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더욱발전한다. 시사만평 R.J. 맷슨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미션 임파서블 - 최후의 심판 하버드의 미션 임파서블 이번에는 탐 크루즈가 하버드대를 구하려고 해. 며칠을오락가락비가내렸다.안개 비같기도하고때로는가랑비로, 보 슬비에 이슬비로 내리던 비가 한 밤 이면천둥뇌우를동반한폭우로돌 변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비의 모습 으로 여름을 초대하는 계절의 전령 처럼찾아준비에친근감이머문다. 가녀리게 곱게 내리는 비처럼 나직 한마음이되어남은날들과동행을 이어가고싶어진다. 비가내리는풍경속에서며칠을보 내는동안,창밖의궂은날씨에버금 가는 먹거리로 찌부등한 마음을 다 스려보았다. 파전에김치전도부쳐 먹고 고구마를 쪄서 겉절이에 둘둘 말아서먹어보기도하면서천상이 국만리에와서까지도한국인의먹 거리정서는어쩔수없나보다하면 서한국인의밥상풍경을떠올려보 게되었다. 밥을 중심으로 한 한국인의 식문 화는단순히먹는행위에그치지않 고 오랜 세월을 건너오면서 가족을 이어주는 이음줄이자 삶의 철학과 건강까지 어우러져 있다. 또한 어르 신이 젊은이들에게, 손주들이 이웃 어른들에게 안부를 여쭙는 인사말 속에도은은하게스며들어있다.‘식 사하셨어요’ ‘밥은먹었냐’하는인 사는 단지 허기를 채웠냐는 질문이 아닌, 포근하고따숩은마음을전하 는방편이기도했다. 우리네한국인밥상문화의주식은 밥이요 부식은 김치다. 먹거리가 풍 부해진 현대에는 주식과 부식의 자 리가 뒤바뀌기도 하면서 밥의 종류 가많아진것같다. 밥을지을때넣어야할것이다양 해졌다. 보리, 현미는기본이요귀리, 병아리콩, Lentils, Quinoa, 율무등 으로집집마다밥색깔이여러작품 처럼 색색이다. 세상에 맛있는 것이 얼마나 다종다양한데 밥 타령이냐 고 하겠지만 아직은 가족 모임에서 나지인들과의만남등에서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와도 냉장고를 열어김치한점에밥한숟갈을덤으 로입맛을돌려놓아야깔끔한마무 리가 되는 식사 코스를 유지하고 있 다.어쩔수없이밥심으로살아가는 마지막 세대의 신토불이 한국인으 로살아가고있다. 40여년 전 이민 초기엔 된장찌개 뚝배기 하나를 놓고도 이웃을 불러 대며, 찬밥한덩이에겉절이김치한 조각을척척걸쳐콧등에송골송골 땀이 베이도록 거리낌 없이 나눠먹 던풍경이떠오른다. 정답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던 그 날들이 얼마나 평화롭고 다사로운, 설렘이 깃든 아름다운 시간이었던 지.밥을같이먹는다는것은삶을함 께한다는숭고한가치가고여있는 값지고 보람이 되었던 세월이었다. 그립다. 함께 했던 지인들이 묵묵히 제갈길로흩어져살고있지만밥한 번같이먹자는안부를나누는것만 으로도행복해한다. 이렇듯 나누었던 정들은 잊혀지지 않는영상처럼남겨져있다. 이민초 기에 나누었던 정이 그립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40년지기 지인들과 속절없이나누곤한다. 모두가가족 이었고 크고 작은 일상의 대소사를 함께 짊어지고 살아왔다. 격의 없이 함께나눈밥심이낯선이국의삶을 견딜수있게해주었다.마주한밥상 은삶을같이하는것으로 관계맺음 의 시작이자 진정한 사귐의 출발점 이다. 밥상을 마주한 사람들은 그릇 에 담긴 사랑 나눔이 마련되는 소 중한 자리요 사랑과 믿음을 나누 는 값지고 귀중한 삶의 자리이다. 다시는만나뵐수없는부모님과함 께했던식탁이떠오른다. 언제쯤함 께 다 모여질지 기약은 없지만 대가 족이 함께했던 식탁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간절하다. 모두다함께모이 기에는 너무 방대한 가족이 되어버 렸기에, 출가한딸내가족들과손주 들이함께어우러지며소란스러웠던 밥상풍경을 떠올릴 때마다 아쉽고 연연한 그리움이 노구를 흔들어 놓 는다. 이방인이 되기 전, 아이들이 어렸 을때둥그런밥상에옹기종이마주 했던시간들이며칠전인것마냥아 련한그리움에젖어들게만든다. 딸들이둥지를떠나기시작하면서 손주들이 밥상 식구로 등장하게 되 었고 함께 밥상 풍경에 어우러지다 보면더이상의행복도기쁨도가늠 할수없을만큼원숙한극묘한달관 의경지를새롭듯맛보게해주었다. 다 모였던 밥상은 소란하고 법석대 긴 했지만 묵직한 그리움이 명치를 누른다. 밥상내음은본능적그리움 을 불러들이고 있었나 보다. 아련한 그리움이향수를불러들인다. 노부부가 함께한 밥상은 평화롭기 는 하지만 언제나 조용하고 한가롭 다. 오늘도삼식이할배와삼순이할 매가마주앉아밥을먹는다. 하루 세 번, 한끼도 건너지 않으며 빈 둥지에서 열 두 해를 둘이서 함 께나란히지켜왔다. 하루세끼따뜻 한밥에5반6반을곁들이던밥상이 었는데언제부터인가 2반, 3반으로 줄이라는 할배 부탁에 준하면서 외 식이라고는모르던노부부가가끔 씩 외식의 경지도 맛보는 와중에까 지 돌입했다. 마켓 음식을 사먹으면 어떠냐는할배제의까지들어왔지만 아직은아니라고단호히거절하면서 도언젠가는그런날이도래할것같 은예감이밀려든다. 한국인은 역시 밥 심을 누리는 민 족이라서 밥 심 내력을 지켜내고 싶 은바램이아직은시들지않은체이 방인이 되어서도 굳이 지켜내려는 노심이대견해보인다. 마치뿌리사 랑이라는대단한일을염두에둔것 처럼.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밥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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