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6월 4일 (수요일) 오피니언 A8 냉면 위에 얹힌 삶은 달걀을 입 에쏙집어넣은순간, 전화벨이울 렸다. 낯선번호였다. 얼떨결에받 은전화속목소리를듣자마자‘아 차! 방심했구나.’반갑지 않은 사 람이었다. 맛나게 먹으려던 달걀 이목에서딱걸렸다. 그의 전화는 늘 일방적이었 다. 내가그를언제부터알게되었 는지확실하지는않다. 맨처음전 화를받았을때, 당시신문에연재 했던내칼럼을읽고전화하는거 라 했으니 아마 7-8년 전 즈음이 지싶다. 도무지갈피를잡을수없 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풀어 놓고 는 다짜고짜 해결책을 대라는 거 였다.글쓰는분이니책도많이읽 었을 테고, 그런즉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보라면서 저돌적이었다. 도와달라는 건지 싸우자는 건지, 자초지종도알수없는남의인생 에무슨해답을내놓으라는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그가 먼저 전 화를탁끊어버렸다. 그 후 잊을 만하면 전화가 왔었 다. 번번이제할말만퍼붓고는끊 었다. 어떤때는내속이 뒤집어져 확전화를끊고싶었지만, 오죽답 답하면생면부지인사람에게전화 해서한바탕쏟아낼까. 그래, 어쩌 면생판모르는사람에게속을푸 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지. 꾹 참 었다. 인생길에딱맞는해답이어 디있나. 쭉쭉뻗은고속도로를만 나면속도도올려보고,풍광좋은 산길에서는 쉬어가기도 하면서, 앞에보이는작은빛하나바라보 며터널속을달리듯사는게인생 지사아니던가? 이번에도 그의 넋두리는 변함없 었다.“ 세상에 기댈 곳이 없어서 너무 외로워요. 자식도 친구도 다 만나기 싫고, 그냥 누워서 천정만 바라보면 움직이기도 싫어요. 나 는너무힘든데세상은나와상관 없이잘돌아가는같아서너무우 울해요.”그의머릿속에서 나는가 진자이고, 누리는자이고행복한 사람이다. 그는왜제인생길만가 시밭길이라는생각을할까. 사실, 돌아보면 내 인생길도 삶은 달걀 에 막힌 목구멍처럼 퍽퍽할 때가 얼마나 많았는데. 되레 평생 돈벌 이없어도살아가는그의삶이부 럽다고소리칠판국이다.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 이다. 그럭저럭 일상을 해내려는 의지만있다면우울감은질병이라 기보다는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기분의 변화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속을풀어내고위로의말 이라도 한 마디 들으면 기분이 바 뀔수도있다. 하지만그전에자신 의 속마음을 정직하게 들여다보 고, 기분이 우울한 원인이 무엇인 지알아야한다.행여 자신도모르 는사이습관처럼우울감으로마 음을기울이는것은아닌지도살 펴야한다. 사십대후반에심한우울감에빠 졌던 적이 있다. 인간관계에 회의 가 일기 시작하더니, 마음이 너무 공허해졌다. 모임에 참석하면 우 울감을 감추느라 짐짓 명랑한 척 을해야했다. 친구가부르면한밤 중이래도달려나갔던내가왜이 럴까? 갱년기증상일까, 자괴감일 까,많은생각을했었다.어느날책 을 읽다가 무릎을 딱 쳤다.“사람 은스스로선택하지못할때절망 을느낀다. 그러나가장깊은절망 은나자신이아닌다른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철학자 키에르 케고르의명언이었다. 맞다. 그 당시 나를 우울하게 했 던 것은 모임이나 잘난 사람들이 아니었다.마지못해모임에참석하 고, 나보다훨씬잘나보이는사람 들 앞에서 꾸며낸 나의 위선 때문 이었다. 무엇을하고살았든지, 무 엇을 더 배웠든 가진 것이 얼마이 든지간에그건남의것일뿐이다. 남의 시선에 나를 맞추느라 지금 의즐거움을놓치고산다면, 이순 간의 작은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면, 그것이야말로가장억울한인 생이아닐까. 지금내눈앞에있는 사람도외롭지않은척, 행복한척 하느라진땀을흘리고 있는 지 누 가 알랴. 인간지사는 모두 도긴개 긴이다. 삶은달걀은껍질째먹을수는없 다. 퍽퍽해서목에걸릴지언정삶 은 달걀은 껍질을 깨야만 맛나게 먹을 수 있다. 자, 껍질을 벗기자. ‘삶’은달걀이다. 김혜경 사랑의 어머니회 회장 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수필 ‘삶’은달걀이다 아파트게이트를지나자녹지대 의화단에새롭게깔아놓은분쇄 된소나무껍질의짙은향기가물 씬풍겨오고있다. 오늘 하루가 내면의 세계에 솔 향기를품어내내그윽함이유지 되길원한다. 삶의 정화로 건강한 리듬의 향 기를뿜어내며새로운질서를열 어가는평온함에이르게된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고통의 향기가영혼과내면을정결케한 다.사람은나이가들수록편견과 독선에 의해 완고해지는 경향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절대성 을부여하는고정관념때문이다. 영혼과내면의순수성을지키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성과 부정적 인감정에서자유로운존재가되 어야하리라.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아름 답게가꾸는열정은사랑과온유 의 고결한 성품(격)을 낳는다. 극 한적상황에서삶의고통을겪은 신실한사람이성취할수있는인 내와 헌신의 열매이다. 나이 든 자신의자리에서삶의향기를발 산하는끊임없는자기혁신이있 어야한다. 삶의 새로운 변화의 원칙은 고 통과아픔의시련을통해서세상 을바라보는자신의역량을키우 는것이다. 새로운관점의유연성 을기르는기회를말이다. 이어 자신의 내면의 신선하고 자유로운 의식의 삶이 풍요롭게 전개된다. 타인에게 친절함과 너 그러움, 관대함으로이어지는깊 은인간이해와사랑의감정으로 승화된내면의향기이다. 타인과 자신의관계를어떤모습으로건 전하게쌓아갈것인가? 타자지향적인삶이대인관계에 서서로의마음을열어가는배려 와경청이우선이되어야할것이 다. 건전한사고체계의균형과조 화를이루는객관적인관점의변 화와삶의다양성을받아들여야 할터이니말이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귀 기울여 듣는진지한모습이서로공감하 는분위기를극대화하리라. 인간관계를 헤치는 타인과 불 화는 따뜻한 마음을 잃게 하고 경직된의식을갖게한다. 인간 신뢰 회복은 상대의 생각 과입장에서깊이헤아리는마음 이공감의첫걸음이될것이다. 인간 이해의 달라지는 시선을 느끼게됨은자기인식의심오한 삶의본질을캐는통찰력에의해 서이다. 인간내면의깊은성찰이 삶의존재가치와진실을직시할 수있는예지에이르게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강조했던명 언인“영혼의활동과덕의실천” 은삶을움직이는원동력이다. 인간 이해와 사랑의 능력이 공 존하는 세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귀하게 여기며 말없이 함께하는 사이다. 오래전믿음의공동체인 교회에서만난형님같은분이있 어감사하고있다.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만남 이이루어져어느덧서로정담을 나누며 함께 하는 평온함에 자 연스럽게 익숙해졌다. 평일에 안 부전화를할때‘그래!어떻게지 내? 정감이 넘치는 다정다감한 목소리가들려온다. 진지하고따 뜻한인간미넘치는한마디에가 슴이뭉클해지며고통의삶을견 딜힘이된다. 지금까지 오랜 신뢰의 세월이 선한 인간관계의 향기로움을 더 해주고있는사랑의힘이다. 건전한인간관계는참되고선한 모습과아름다움을함께추구하 는향기로움을피어나게한다. 링컨 대통령의 모범적인 청년 변호사시절에조수아스피드친 구와함께했던우정은참으로따 뜻한관계의모습이었다. 스피드 의 가구점에서 침대와 2층 방을 임대받는 인연으로 시작했던 돈 독한우정의세계가열렸으며서 로존경했다. 링컨은대통령이되어서도스피 드가보고싶을때면이따금백악 관에초청해변함없이옛시절의 추억과정담을나누었다. 편안한 관계의 친구와 만남의 향기로운 대화는 과중한 직무의 피로감을잊게하는삶의활력소 가되었다. 미국의 시인 에머슨과 영국의 사상가칼라일의멋진우애의관 계를유지했던숱한일화가있다. 에머슨의 시 세계에 매료되어 칼라일은“이 세상에서 오직 인 간의목소리를나에게전해주는 것은당신뿐이오”라고찬사를보 낸다.칼라일은에머슨의첫수필 집의서문을쓰기도하였고영국 으로초청했었다. 링컨 대통령 변호사 시절 어느 날저녁에하버드대학법학도인 에머슨은링컨과산책을했다. 훗 날에머슨은그날의산책이자신 의진로를바꾸어놓았다고술회 했다. 정직하고순수한링컨과만 남에서삶의신실함에감화된향 기로운순간이었지싶다. 1865년 4월 19일 시인 에머슨 은링컨대통령의장례식에서애 도사를낭독했다. 에머슨은인류의거대한위인의 삶이 남긴 선정(善政)의 업적과 인품의향취에오열했다. 나의 인간관계의 신뢰와 사랑 의마음이더욱풍요로워지는소 중한만남의축복을감사한다. 인간관계에서향기로움을뿜어 내는광휘에찬삶의여정이되길 바란다. 마음의 풍경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교실 솔향기그윽한날에 시사만평 존콜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차라리 떠날래 ‘ICE 항공’ 자유의 여신 대량 추방 적법 절차 없음 자리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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