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D9 기획 지난달 21일 � 현지시간 � 백악관을찾 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앞에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 통령의‘TV쇼진행자본능’이가감없이 발휘되는일이벌어졌습니다. 기자 질 문에서‘남아공의백인학살’이라는단 어가 나오자 트럼프대통령은대뜸영 상하나를재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흰색십자가와 흙 더미여러개가 모인 광경을 내보이며 “1,000명이넘는 백인 농부가 살해당 했다”고주장했습니다.영상만본다면 남아공에서는엄청난비극이일어나고 있는듯합니다.영상속흙더미가 2017 년 시위용으로 만들어진 가짜 무덤이 라는 사실이언론에의해밝혀지지않 았다면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직후부터“남 아공백인농부학살”이진짜라고믿어 왔습니다. 올해11월남아공에서열릴 G20에는 보이콧을 선언했고, 지난달 11일에는남아공의회가토지수용법을 제정해백인 농부들의땅을 빼앗으려 한다며‘백인난민’ 49명을받아들이기 도했죠.실제로남아공에서는 ‘백인박 해’가일어나고있는것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의주장 뒤에 숨겨진이야기는 없을지살펴봅니다. 20세기후반 ‘국제사회외톨이’남아공 1992년까지만 하더라도 남아공은 ‘국제사회의외톨이’였습니다. 극단적 인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 아 프리칸스어로 ‘분리’라는의미 � 때문입 니다. 트럼프대통령이주장하는 ‘백인 차별’과는 정반대로이시기에는 흑인 이차별의대상이됐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나기 10년 전 태어난 남아공 출신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자서전 제목을 ‘태어난 게 범 죄’ � Born a Crime � 로지었습니다. 그 는 아버지가 스위스인, 어머니가 흑인 코사족인흑백혼혈이고, 당시남아공 에서백인과다른인종간의성관계는 5 년이하의징역에처해지는 중범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방송에나와 가 벼운목소리로이렇게말합니다.“어릴 적길을가다가도경찰이나타나면,어 머니는제손을놓아버리곤했죠.‘걸어 다니는대마초’를본것마냥요!” 노아는 자신의출생을 웃음의소재 로 삼는 대범함을 보였지만, 실제 차 별은매우심각했습니다.이시기남아 공에서는 화장실과 공원벤치부터건 물 출입구에이르기까지모든것에‘백 인 전용’이 따로 있었습니다. 흑인들 은참정권, 거주·직업선택의자유와 같 은 기본적인공민권을 제한받았고 낙 후된전용게토에수용됐습니다. 도시 에들어가기위해서는특별허가증이필 요했고, 허가없이들어갔다면체포됐 습니다. 1970년대남아공정부는흑인들이밀 집거주하는곳을골라 ‘반투스탄’이라 는독립국가로만듭니다.이들반투스 탄은황무지가대부분이라경제를남아 공에의존할 수밖에없었습니다. 반투 스탄에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남아공 에서일하고 남아공에서돈을 받지만, 남아공국민으로인정받지못했습니다. 이시기350만명의흑인이생활기반을 잃어버린채고향에서내쫓겼고, 그중 다수는빈곤층으로전락했습니다. 남아공인종별소득격차는여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은 1994년 공 식폐지됐지만 30년이지난 지금도인 종 간 빈부격차는여전합니다. 지난 1 월남아공통계청이발표한 자료에따 르면 2023년남아공흑인의연평균소 득 � 14만3,632랜드·약 1,099만 원 � 은 백인 � 67만6,375랜드·약 5,176만원 � 의 5분의1 수준에불과합니다.남아공전 체사유지의73%는전체인구의7%를 차지하는 백인의소유입니다. 남아공 정부가 극심한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서라는이유로토지수용법을마련하게 된이유입니다. 토지수용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국에서볼수있는제도지만, 남아공의 토지수용법엔 ‘무상몰수’도규정돼있 다는점이문제를 불러왔습니다. 토지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는 백인들은 ‘역 차별조치’라며크게반발했고, 백인과 기업가의지지를받는연립여당인민주 동맹도 토지수용법에반대입장을 표 명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주장대로 남 아공정부가백인들의농장을무상몰 수해흑인들에게분배할 수는없습니 다. 토지무상 몰수가 가능한 경우는 △투기목적보유나 △실제로 사용되 지않는경우△공공안전에위협이되 는경우등으로한정돼있습니다. 백인 들에의해활발히운영되고있는 농장 은토지무상수용의대상으로보기어 렵습니다. 남아공정부는이러한 토지 에대해서는 기존과 같이협의에의한 매수를이어나간다는입장입니다. ‘학살’과관련해서는어떨까요? 남아 공 경찰청통계에따르면지난해벌어 진 2만7,621건의살인사건중 농장과 관련이있는경우는 55건,전체의0.2% 에불과합니다.센조음추누남아공경 찰장관은지난달 21일“지난해10월부 터지난 3월까지벌어진농장살인사건 18건가운데백인이피해자인경우는 2 건에불과했다”고밝히기도했습니다. 백인농부를상대로한 ‘대량학살’이이 뤄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주장을 뒷 받침하는데이터는찾기어렵습니다. 음모론들고나온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핍 박받는백인’ 서사를통해인기를모아 왔습니다. 미국이인종차별을 반성하 고백인이아닌다른인종을 보호하면 서백인들은 소외되고, 심지어는 역차 별까지당했다는 것이트럼프 대통령 주장입니다. 그는집권후인종차별을 시정하기위해도입됐던다양성·형평성· 포용성 � DEI � 정책을폐지했습니다.이 민자 단속에도 고삐를 쥐었습니다. 해 외에서날아온 ‘백인농부살해’라는자 극적인 서사는 트럼프 대통령자신의 정책을정당화하는도구가될수있었 을겁니다. 자신의이익을위해어떤것이든이용 하는트럼프대통령의성향도그가음 모론을유포하는원인중하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위여부와 상관없 이바이든 로봇설이나 부정선거설 등 각종 음모론을 자신의인기에활용해 왔습니다. 무엇이든 협상에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남아공을 상대로 ‘건 수’를잡아관세협상등에서유리한고 지를 점하겠다는 속셈을 숨기고있을 가능성도높습니다. 제멋대로인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다음에는 우리나라를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습니다. 지난 3일 대통령 선거이후 한국도정상외교 복원에나 서고있기때문이죠.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대통령간의첫만남은오는 15 일캐나다에서이뤄질것으로예상됩니 다. 트럼프대통령이준비한각종가짜 뉴스와겁박에넘어가지않고현명하게 대처한 라마포사 대통령처럼철저한 준비와침착한대응이필요합니다. 이정혁기자 도널드트럼프미국대통령은2016년 당선직전까지미국NBC방송의리얼리 티쇼‘어프렌티스’의진행자로명성을쌓 았다.그래서인지트럼프대통령의정상 회담은TV쇼같다.방송을준비할때처 럼상대방을당황시킬시나리오를준비 해유리한고지를선점해두는것이다. 이전술에휘말린대표적인물은 볼 로디미르젤렌스키우크라이나대통령 이다. 젤렌스키대통령은 지난 2월 28 일미국백악관을찾았다.그러나그는 기자회견내내“왜양복을입지않았느 냐”“예의가없다”등무례한발언을들 어야 했고, JD 밴스 미부통령과의언 쟁끝에당초예정된광물협정서명조 차마치지못한채자리를박차고나왔 다.이후젤렌스키대통령은관계회복 을위해갖은노력을기울여야했고,두 달 뒤더불리해진조건의광물협정에 서명해야했다. 반면시릴라마포사 남아프리카 공 화국 대통령은비교적잘 대처한 사례 로꼽힌다. 트럼프대통령이사실에부 합하지않는가짜영상과 사진을들이 대며‘백인학살’ 주장을했지만언성을 높이지않고상황을설명하는데주력 했다.‘1,000명이넘는백인이살해당했 다’는황당한주장에도“어디서저런일 이벌어졌는지알려달라”고 되물으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파르트헤이트 당시백인정권과의협상을 주도했던 경험덕에트럼프 대통령의‘흔들기’에 도버틸수있었다는평이나온다. 마크 카니 � 사진 � 캐나다 총리는 TV 에중계되는 백악관 회견을 역이용했 다.그는총선을치른일주일뒤인지난 달 6일미국 워싱턴을찾았다. 직전총 선내내트럼프 대통령에게각을 세운 것과는 달리회담 시작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띄우기에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미국의노동자,안보,국경의 재앙을 종식하고 세계안보와 경제에 집중하는 혁신적인대통령”이라고 추 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기분이좋아진 틈을 타그는“부동산에대해아시다시피,매 물이아닌 곳도 있다”며 “ � 캐나다는 � 판매용이아니다.절대로팔지않을것” 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라고는 하지말아 달라”고 말했 지만더이상따지고들지않았다.기분 파인 트럼프 대통령성향을 역이용해 ‘백악관 무대’에서캐나다의입장을 확 실히보여준셈이다. 이정혁기자 극단적흑인차별남아공의역사$‘백인학살’로둔갑시킨트럼프 why �� 라마포사,트럼프언성점잖게대응 카니, 추켜세운후자기주장펼쳐 띄워주고, 침착하게$‘트럼프함정’에빠지지않은정상들의비법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트럼프음모론에감춰진진짜역사 1992년까지뿌리깊은인종차별 공원벤치^출입문에도‘백인전용’ 아예황무지에흑인거주지분리 지금도7%백인이농지거의소유 트럼프‘핍박받는백인’서사인기 이민자단속^무역협상카드‘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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