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6월 20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정숙희 논설위원 정숙희의시선 시사만평 조나단브라운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이민 단속 ICE 브래드 훠드(흰 배꽃) 더그우드 (하늘 꽃)이 만개한 애틀랜타의 봄은4월이면절정에이른다. 어느 곳에서나 꽃이 화사하게 만발한눈부신풍경을만날수있 는황홀함에넋을잃게된다. 현란한 색채의 향연은 자연이 베풀어주는멋진선물이다. 봄날의 향기로움에 도취하여 탄성을 터트리는 이때가 애틀랜 타를방문할적기가아닌가싶다. 지금 마음은 달리 이곳 애틀랜 타에서옛시절고향에봄날의전 원을향해달려간다. “산너머남촌에는누가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4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은 5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한가진들실어안오리/ 남촌 서남풍불때나는좋데나”김동 환의 시에 곡을 붙여 가수 박재 란이꾀꼬리같은음성으로감칠 맛나게노래한곡이떠오른다. 서정적이며 고운 감성으로 물 들이는 노랫말은 고향의 감미로 운추억이깃들어있는시세계의 풍경이다.지난날순수한삶의숨 결과가슴에깊이새겨진그리운 고향의정경이알알이살아난다. 고향을 떠난 이민자(디아스포 라)의 삶에 짙게 묻어나는 정서 도 크게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다. 감정의 진한 여운을 남기는 지 난날의기억을되살리며삶을되 돌아본다. 빛바랜 감정의 자유로움은 새 로운삶의의미와가치를추구하 려는자신을다독이고있다. 진정한자유로움은절제와자신 을다스리는의지에의해서이다. 매순간삶의소중한선택의여 유로움에서머물고싶은마음간 절하다. 이민자의삶은견디어내 는 것, 버티어 온 시간의 낮 설움 이이제새로운생명력을키우는 희망의시간이다. 이민자의 치열한 삶이 온화함 을잃게하는극단적인사고에치 우치지않았으면한다. 자기연민의중심성을넘어서는 인내와통찰력과삶의혜안을지 녀야하리라. 삶의 고통을 극복하며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 음은조금너그러워진것이아닐 까? 삶의 고통과 인고의 세월은 자신의존재가치를깨닫기위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자신과 깊은 만남의 시 간에서더욱성숙해진모습은인 간관계의 태도와 이해가 깊어진 것 같다. 삶의 원칙에 충실한 자 신의규율과다스림에감정은흔 들림없이온화한삶의숨결이흐 르고있다. 삶의 실존적인 존재 방식은 사 고의유연성과자신의고결한인 식의품격을지니길원한다. 성숙한 사유의 체계는 관계의 균형으로발돋움하며사랑의숨 결이그윽한세계를꿈꾼다. 삶의 순수한 본질인 사랑의 감 정이샘솟는희열에서마음의평 온과안정을느끼게된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진지함 을이루는소중한순간의기쁨을 말이다. 삶의터전인가정은“자기존재 의 기반”이 됨을 깨달으며 사랑 을나누는기쁨의원천이다. 타계한 조지아주 출신인“카터 (전) 대통령”은“사랑하는 가족 과함께할수있는소중한시간을 절대로놓치지말라”라는조언을 하고있다. 사랑의 숨결이 흐르는 가정에 서자신의눈먼열정때문에기쁨 의 순간을 잃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누구에게나지난날의기쁨 으로충만했던시절과원치않았 던가슴아픈사연이있다. 내 의지와 열정의 분출이 삶의 덫이되어자유로울수없었던자 기모순을받아들여야했다. 자기 중심성의 본능적인 가치 추구가 인간관계의 상실로 이어 진고통과아픔이회한으로남았 던부끄러움이있다. 소중히 여겨야 할 배우자, 가족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고백할수밖에없다. 한때 노숙자의 험난한 삶을 체 험했던 <Home Sweet Home> 의 가곡 작사자 Jonn Howard Payne을떠올린다. 최상의 안식처인 가정의 단란 함을 꿈꾸는 순수시에 Henry Bishop이곡을부쳐부르는세계 적인 명곡이 되었다. 이 가곡은 누구나쉽게부를수있는친근감 이넘치는애창곡이라맑은화음 이 살아나는 합창곡으로, 많이 노래해더욱친밀해진다. 삶의 숨결이 흐르는 따뜻한 가 정에서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작사, 노랫말은인간영혼과마음 을한없이풍요롭게한다. 마음의 풍경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교실 삶의숨결이흐르는곳에서 우리한테증조할머니의 귀화시민권증서사본이있나요? 대통령의독서 한국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 가 시작되었다. 이재명에 관해서 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일단 상식적이고 일 잘하고 부인 리스 크없는대통령을맞게된것은다 행이라생각한다. 대통령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 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개인적 으로가진분명한기준은책을읽 는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책읽기는 그의 가치관, 리더십, 사유의 깊이를 가늠하게 해준다. 대통령이어떤책을읽고, 어떤 문장을 인용하며, 어떤 사상 에 공감하는가를 보면 대통령이 세상을 보는 시각과 우리사회가 나아가는방향을예측할수있다. 독서하는 대통령은 깊이 있고 정 제된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므로, 대통령의 독서는 국민의 수준도 끌어올리게된다. 2010년 출간된‘대통령의 독서 법’(최진 저)은 이승만부터 당시 의이명박까지역대대통령 8명의 독서습관을 분석한 책이다. 이에 따르면책을가장많이읽은대통 령은 김대중이고, 그다음으로 노 무현, 박정희, 이명박을, 적게읽은 이로는 전두환과 노태우, 김영삼 을 들었다. 현 시점에서 쓰였더라 면문재인, 이재명이많이읽은대 통령 리스트에, 윤석열은 가장 아 래칸을차지했을것이다. ‘위대한 독서가’김대중은 도합 5년 반을 감옥에서 보냈는데, 옥 중에서만1,000권넘게읽은것으 로유명하다. 그중에서도 1981년 청주교도소에서 읽은 앨빈 토플 러의‘제3의 물결’은 김대중에게 큰영향을미쳤다. 그는이책을몇 번이나 정독했으며“아무도 없는 독방에서 인류의 미래를 설계했 다”고훗날회상했다.그로부터17 년후대통령이된그는정보화시 대에 접어든 세계에서 한국의 다 음세대가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지식정보사회의주역이되도록하 겠다며 IT·벤처기업 육성에 힘을 쏟았고 오늘날 인터넷산업이 한 국경제의중요한축이되는기틀 을 다졌다. 노무현은 김대중에 버 금가는 독서광이었다. 그의 왕성 한지적호기심은무한대여서단시 간에 여러 분야의 책을 섭렵하는 자유로운다독습관을가졌다. 이 명박은경영과경제서적을주로읽 는실용독서가였다. 작년말출간된‘대통령의독서’ 는 문재인의 청와대 연설비서관 을지낸신동호시인이쓴책이다. 5년 동안 한국과 세계 여러 곳에 서 대통령이 행한 연설문과 그 글 이 나오기까지의 이야기 20개를 담았다. 저자는“책 좋아하는 대 통령과 호흡을 맞추려니 수시로 도서관을 들락거려야했다”며 서 너권의책을탐독한후연설문한 줄을 쓴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 했다. 이책에대해도종환시인은 “대통령의 독서의 힘이 연설문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났는지, 한 권의 책이 대통령의 생각과 철학 에 스며들어 얼마나 품격있는 언 어를 만들어냈는지를 자세히 보 여준다.”고 썼다. 문재인은 퇴임 후경남양산의사저옆에‘평산책 방’을열고책방지기로매일출퇴 근하고있으니그의각별한책사 랑은따로언급할필요가없을것 이다. 바로 두 달전 나온‘이재명 의서재’(이채윤저)는‘이재명을 만든 100권의 책들’이란 부제가 보여주듯 사회 최하층 노동자였 던소년이수많은책을통해불평 등의 세계를 이해하고, 위기 속에 서 길을 찾으며, 사유를 확장시켜 온과정을찬찬이짚어간다. “그는‘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절망 속에서 존엄을 지키는 법을 배웠고,‘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으며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 는 인간이 되었으며, 한나 아렌트 의책에서진정한용기를, 유발하 라리의‘호모데우스’를 통해 AI 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 다.”예로부터권력자들에게는독 서가 권장됐다. 호학군주(好學君 主)라하여공부를좋아하는군주 가 좋은 군주가 된다고 가르쳤다. 왕이되고싶었던두남자, 윤석열 과 트럼프는 생애에 책을 한권이 라도읽었을까?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들은 여름 휴가를 떠날 때 휴가지에 가져가 는 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제껏 임기중단한번도독서리스트를 내놓지 않은 대통령이 양국에 딱 한명씩 있었으니 바로 도널드 트 럼프와윤석열이다. 책을읽지않는지도자의언어에 서는품격을찾아볼수없다. 초등 학생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트럼프 의 연설은 미 국민의 수준까지 나 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대통령 하나잘못뽑아서생긴폐해를대 한민국은 두 번이나 뼈저리게 겪 었고, 미국은 지금 엄청나게 당하 고있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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