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6월 20일(금) ~ 6월 26일(목) A10 전남고흥군은 2010년나로도에나로우주 센터가 생기면서 첨단 과학 기지로 유명해 졌다. 미지의 우주를 향한 로켓을 쏘아 올 리는곳인동시에군이품은 230개섬에는 아직알려지지않은자연이곳곳에숨어있 다. 바다와 갯벌, 원시림 등 신비로운 자연 을 간직한 우도(牛島)와 쑥섬(애도·艾島)을 찾았다. ■하루두번바닷길열리는우도 고흥을 둘러싸고 한반도 남단을 파고 든 득량만 가장 안쪽에 우도가 있다. 전 체면적 0.62㎢, 해안선길이 3.3㎞의작 은 섬이다. 600년 전 고려 말 때 우도에 처음들어온이가섬의지형을살펴보다 소머리형 암석을 발견하고 우도라고 부 르기시작했다. 섬보다 섬을 둘러싼 갯벌이 주인공이 다. 하루 두 번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물때를 맞아 바닷물이 빠지면 우도의 속살, 드넓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에는 검은 돌의 꽃(석화)이 잔뜩 피 어난다. 석화 사이사이 송송 뚫린 구멍 에는 농게 무리가 기다란 눈을 빠끔히 내민다.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자연 풍경에자못숙연해진다. 갯벌은 50여가구섬주민들의삶의터 전이다. 주민대부분이어업에종사하며 갯벌에서채취한굴, 게, 바지락, 낙지, 꼬 막 등 수산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은주어진자연환경에순응한다. 주 민들은생태계를훼손하지않는굴양식 법을 따른다. 보통은 대량의 굴을 수확 하기 위해 물 위에 띄운 스티로폼 부이 에굴을매달아양식하는‘수하식’재배 법을 이용한다. 굴이 24시간 물속에 잠 겨 먹이 활동을 이어가기에 1년이면 성 장을마친다. 하지만해양미세플라스틱 발생 등 생태계 교란 논란이 제기되는 재배법이다. 반면 우도에서는 갯벌에 나뭇가지를 꽂아 굴을 양식하는 지주식 재배법이나 석화껍데기를 던져 놓는 투석식 재배법 을 고수한다. 자연의 조수간만 차를 이 용한 재배 방법으로 3년은 굴을 양식해 야출하할수있다. 이 같은 재배법에 물이 빠질 때면 나뭇 가지와 석화껍데기에 붙은 검은 석화가 모습을드러낸다. 더딘생장에도불구하 고 자연에 맞춰 삶을 지탱하는 주민들 덕분에우도는자연그대로의모습을유 지하고있다. 주민들은 노둣길을 따라 움직인다. 노 둣길은 오랜 세월 질퍽한 갯벌에 나무 기둥을 박고 돌을 깔아 만들어진다. 주 민들은 하루에 두 차례 물이 빠지고 길 이 열리는 시간에 순천과 고흥 등으로 건너가 수산물을 팔고 돌아왔다. 40여 년 전 차량 통행을 위해 시멘트로 노둣 길을포장했다. 지난해에는 노둣길 옆으로 1,320m 길 이의보행교(우도레인보우교)를설치해 물때에 상관없이 섬을 오갈 수 있게 됐 다. 우도내부의조용한풍경도눈길을붙든다. 우도남쪽의작은포구엔물이차면득량만 으로나갈어선들이정박해있다.포구인근 에는민가가옹기종기모여있다.우도의중 심인봉들산비탈을따라들어선작은마을 과낮게드리운해무가동화같은분위기를 자아낸다. 섬 북쪽으로는 10여 개의 작은 무인 도가 있다. 봉들산 정상 전망대에 오르 거나 노둣길, 보행교를 지날 때 이 섬들 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팽나무 가자생하는무인도인해섬은넓은갯벌 의이정표처럼존재감이크다. 노둣길에 가깝게있어우도에들어오는이를가장 처음반겨주는섬이기도하다. ■‘신성한숲’과‘공중정원’쑥섬 로켓 발사대가 있는 외나로도의 선착 장에서 14인승의배를타고단 2분만가 면 쑥섬에 도착한다. 우도가 갯벌의 섬 이라면 쑥섬은 식물의 섬이다. 봄이면 섬에 쑥쑥 자라는 향긋한 쑥의 품질이 좋아쑥섬으로불린다. 쑥섬에는예로부 터 세 가지가 없다. 개, 닭, 무덤. 주민들 이 신성하게 여겨온 숲이‘부정을 타지 않도록’오래전부터 지켜온 전통이다. 개와 닭은 소란스러운 동물이라 울음소 리가 부정하다고 여겼다. 개와 닭을 주 로기르는일반의농어촌을생각하면숲 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을 미루어 짐작할수있다. 쑥섬엔‘신비의 숲’이 있다. 쑥섬의 난 대 원시림은 무려 400년 동안 보존돼왔 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숲이 잘 보존 될 수 있도록 주민 각고의 노력이 뒷받 침된 덕이다. 숲에는 수백 종의 수목과 들꽃이 자라고 있다. 쑥섬의 원시림은 2016년 처음 외부인에게 개방됐다. 숲 을 훼손하지 않도록 좁게 난 오솔길 사 이로 긴 세월 뿌리 내린 고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원시림에는 200여 년 수령의비교적어린동백숲과 400여년 수령의어른동백숲이공존한다. 수명을다한나무조차이곳에선쓰임이다 르다. 벼락을맞은 300년수령의팽나무는 버섯과곤충의보금자리가됐다. 2003년태 풍매미에쓰러졌던250년수령의후박나무 는여전히썩지않고선명한얼룩무늬를보 여준다. 주민들이 수백 년간 지킨 신성한 숲 을 나오면 시원한 바다 풍경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전남 여수시의 소거문도, 손 죽도, 초도까지 뻥 뚫린 남해를 내려다 보는 몬당길 곳곳에도 수많은 들꽃이 바람에 살랑인다. 시계가 좋은 날이면 60km 거리인 전남 완도군 청산도까지 시야에담을수있다. 길의 끝에는 원시림과 함께 쑥섬을 세 상에 알린‘공중정원’이 있다. 지역 중 학교 교사 김상현(57), 약사 고채훈(54) 부부가 20년 넘게 정성으로 가꾼 정 원이다. 해발 83m에 7,549㎡ 규모다. 2000년 새해에 남편인 김씨가“남은 인 생동안하고싶은일을적어보자”고제 안했고, 부부는 일심동체로‘사회공헌’ 을 떠올렸다. 부부는 섬의 자연과 문화 를지키면서발전에기여할수있는사업 으로 낙후된 쑥섬 정상에 꽃을 심기로 했다. 정원 부지를 매입하는 데에만 8년 이걸렸다. 당시만 해도 칡넝쿨이 무성했다. 잡초를 제거하고꽃나무를심었다.부부의노력에 20여년만에300여종의꽃이피는정원 이됐다. 2017년에는전남민간정원1호로 지정됐다.정원은계절에따라각양각색의 꽃이핀다. 별정원(봄), 수국정원, 달정원 (여름), 사초정원(가을)이있다. 수국이만 개하는6, 7월이쑥섬의성수기다. 쑥섬은‘고양이섬’으로도 불렸다. 섬 에 쥐가 번식하면서 주민들은 고양이를 키우기시작했다. 고양이 수가 늘어나면서 개와 닭, 무덤 이 없어‘3무(無·개·닭·무덤)’섬이었 던 쑥섬은 원시림과 정원, 고양이로 유 명한 섬이 됐다. 마을 돌담과 고목에 앉 아섬의풍경을관망하는고양이가섬의 명물로자리매김했다. ‘400년원시림’…로켓쏘는나로도옆‘신비의섬’에가볼까 전남고흥군우도·쑥섬 전남고흥군우도노둣길에서바라본갯벌에굴이가득자라있다.뒤로보이는섬은무인도해섬. 전남고흥군금세기정원의메타세쿼이아길. 쑥섬의여름정원에들국화가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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