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6월 27일 (금요일) D9 삼풍백화점 참사 30주기 19일오전서울마포구노을공원.진옥자 � 74 � 씨가신발을벗고공원한편팔각정평상위로 올라갔다. 진씨가 금색보자기를 풀자 네모난 플라스틱바구니안에든참외와사과, 방울토 마토가 나왔다. 진씨는 빈플라스틱바구니를 뒤집은뒤다시보자기로곱게감싸 조그만 상 을만들었다.이어상위에과일들을정성스럽게 올리고절을 한 뒤맥주와 막걸리를 근처잔디 밭에흩뿌렸다.웨딩사진을찍으러온예비부부 와 따사로운햇볕아래운동을 즐기던시민들 이허공을향해절을두번올리는진씨를의아 하다는듯쳐다봤다. 노을공원은 원래‘난지도’라 불린쓰레기매 립지였다 2002년한일월드컵개최를계기로공 원으로 재탄생했다. 진씨는 틈만 나면이곳에 온다. 30년전잃은 맏딸이어딘가에서기다리 고있진않을까하는 마음에서다.진씨는푸른 잔디밭을보며큰소리로 딸의안부를묻고, 때 론보고싶다며실컷운다.“이미가버리고없는 데여기가아니면누구한테하소연하겠어.” 건국이후최대참사 1995년 6월 29일삼풍백화점이무너졌다. 사 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실종자 6명으로단 일사고로는건국이후가장 많은인명피해를 낸참사로 기록됐다. 30년이지났지만 아직도 가족의흔적조차 품지못한 사람들이있다. 미 수습자 30명의유족들이다. 당시서울시대책본부는사고보름뒤잔해물 을 난지도 매립지에내다 버렸다. 실종자 상당 수를아직발견하지도못한시점이었다.지금으 로선상상하기힘든행태지만 그땐그랬다. 서 울시가발간한‘삼풍백화점붕괴사고백서’는‘7 월중순부터약 한 달간 유족등 266명이난지 도를 수색한 결과 유골 142점과 유류품 3,422 점이발굴됐다’고전하고있다. 진씨도 난지도 로향했던유족중한명이었다. 꿈위해우유살돈도아꼈던딸 진씨는 참사 당일 남편으로부터사고 소식 을처음들었다.“삼풍이무너졌대.애가거기갇 혀있는것같아”라는말을듣자마자택시를잡 아내달렸지만,도착했을땐경찰이이미출입을 통제하고있었다.진씨부부는 사고현장에돗 자리를폈다.사고발생후일주일이지난 7월 6 일까지맏딸은사망자명단에도포함되지못했 다. 공무원이었던남편은일을관두며“애는내 가찾아올테니남은자식들을보살펴달라”고 진씨에게당부했다.구청청소노동자였던진씨 는 그날부터서울교대강당에마련된실종자 가족센터와집,구청을오갔다. 진씨는일이끝나면강당에들러차가 끊길 때까지머물렀다.버스에서내려집으로향하는 30분동안은 ‘엉엉’소리를내울었다.밤이늦어 사람이없으면크게울었고사람이보이면잠시 숨을 죽였다. 출근하지않는 주말이면호미를 쥐고난지도로갔다.진씨는“트럭이몇대씩들 어와 잔해물을 뱉으면, 그뒤를 쫓아다니며파 헤쳤다”며“뼈한조각이라도찾고싶은마음에 쓰레기더미를뒤져댔다”고했다. 딸의흔적은 끝내발견되지않았고남편은충격으로병이생 겨5년뒤세상을떴다. 딸은진씨에게일기장 한 권만 남겼다. 뒤늦 게펼쳐본일기장엔 특수 분장사가 돼방송국 에취업하겠단꿈이적혀있었다.국내에서특수 분장자격증을모조리딴딸은외국에나가강 사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도 세워놨다.이를 위 해백화점화장품 매장에서근무하며2,000만 원을알뜰살뜰모았다.일기장엔 ‘우유하나를 사먹고싶은데목표가있기때문에그냥왔다’ 는글이있었다.진씨는“그걸보고너무가슴이 저려한참통곡했다”고눈시울을붉혔다. “아빠가못해준거내가”큰소리쳤던딸 20일강원춘천시에있는집에서만난홍영희 � 75 � 씨도 참사로 스물두 살 맏딸을잃은미수 습자유족이다. 사고당일허겁지겁백화점으로향한홍씨는 그길로2년간집으로가지않았다.그늘한점없 던백화점앞에텐트를쳐놓고여름을났고겨울 이오면교대강당으로자리를옮겼다. 다시봄 이와새학기를맞은대학생들이돌아오자서초 구청대리석바닥에서생활하며딸의유해한점 이라도찾으려분투했다.실종자발견소식이들 리면병원으로가시신을만져보고뒤져봤다.홍 씨는“2년을길바닥에서잠자며‘미친X’욕을먹 어가며살았다”며“자식을안고집에돌아가야 하는데,자식이죽었는데도남은게없으니돌아 갈수가없었다”고서럽게울었다. 홍씨도 삽과 호미를 들고 쓰레기섬을 헤맸 다.“도와주는사람하나없이이리갖다버리면 일로 쫓아가고, 저리갖다 버리면절로 쫓아갔 다”며“손톱 끝이다깨지도록 팠는데결국 요 만한 손가락 하나안 나왔다”고 가슴을쳤다. “여지껏머리카락하나못찾았어.내가진짜손 가락하나라도나왔으면덜억울해,덜억울해. 왜못찾냐고$”홍씨가읊조렸다. 끝내발견하지못한 미수습자 30명을 위한 장례식은 반년이지난 1995년 12월치러졌다. 대책본부는 신원이확인되지않은 유해 114점 을 화장해유족들에게건넸다. 홍씨는 딸을이 렇게보내긴싫었지만아이이름이쓰인유골함 을외면하긴어려웠다. 북한강으로가좋은곳 에가길기도하면서, 누구것인지모를 유골을 뿌렸다. 그리곤 한평생살아온 고향인경기부 천을떠나그곳강변마을에터를잡았다. 함께지낸시간보다떠나보낸지가더오래됐 건만,딸과의추억은떨칠수없다.손잡고함께 시장과목욕탕에가던딸,태권도4단을따사범 까지했던딸,남편과싸울때마다‘아빠가못해 준거내가다해주겠다’며큰소리치던딸,대학 을보내달란말에차마대답하지못하자 ‘알아 서공부할테니걱정말라’며백화점에척척일자 리를구했던딸.“그냥넋빠지게강물만쳐다보 면서딸을기다릴적이많아요.한심스럽게···.” 진씨와홍씨를비롯한미수습자유족들의바 람은하나다.희생자넋이머물고육신이잠들어 있을것만 같은 노을공원에서그들을기릴수 있게해달라는것이다.‘삼풍참사위령탑’이있지 만참사현장에서6㎞가량 떨어진양재시민의 숲에세워져있다. 걸어서1시간은 족히걸리는 거리다. 진씨는 “삼풍 터에다 조그맣게라도위 령탑을 세워달라고 했는데, 강남 중심지라안 된다더라”고 씁쓸해했다. 잔해가정리된삼풍 백화점자리엔주상복합아파트인아크로비스 타가들어섰다.“묻었으면거기 � 난지도 � 가무덤 이지.공원에탑을세워주면애들무덤이거니하 고 찾아갈 텐데. 지금은 허공에서이름만 부르 고와…”홍씨가말끝을흐렸다.유족들은 30주 기를맞아노을공원에표지석을세우기위한서 명운동을진행하고있다. 춘천=최현빈기자 전유진기자 “호미들고쓰레기섬을헤맸다, 내아이뼛조각이라도찾기위해$” “지금도어두운 터널을지날 때면생각나요. 무너진백화점안에서얼마나답답했을까$” “ � 약을안먹으면 � 가슴이두근두근해서잠을 못자고열이차오르고숨이차요$” 502명의목숨을앗아간 ‘삼풍백화점참사’가 발생한지30년이지났지만유족들가슴엔응어 리가여전하다. 한국일보는재난피해자권리센 터가참사 30주기를맞아유족 30명을대상으 로진행한 ‘유가족실태조사결과보고서’를입 수했다.대형참사수십년뒤희생자유족을추 적해분석한조사는사실상처음이다. 유족들은지금도극심한심리적고통에시달 리고있었다.유족들을상대로부정적인경험이 후 부당함·무력감·좌절감·허탈감 등에사로잡 히는반응성장애인‘외상후울분장애 � PTED � ’ 검사를실시한결과응답자의33.3%는심한장 애인‘중증도울분’, 30%는장기간의울분으로 고통받는 ‘임상적울분’ 상태였다. 63%가고강 도의정신적고통 상태에놓여있다는 의미다. 한 유족은 “6월만 되면우울증이오는것처럼, 오늘이 30년전그날인것처럼트라우마가 되 새겨진다”고털어놨다. 참사후유족들의삶은무너졌다. 먼저가족 관계에금이갔다.참사전가족관계를묻는질 문엔 긍정응답 � 매우 좋았다+어느 정도 좋았 다 � 이58.6%였으나참사후 40.8%로 17.8%감 소했다.또응답자의48.3%는 ‘참사후가족내 갈등을겪은적있다’고말했다.어머니를잃은 한 유족은 “보상금을받으러친척들이학교로 오고 집을 때려부쉈다. 1년간 학업을 중단했 다”고토로했다.실종자를찾고시신을수습하 는등의이유로직업을잃었다는유족도 21.7% 나됐다. 미흡했던정부대응도유족들에게큰상처였 다.응답자의90%는정부로부터정보를제대로 전달받지못했고구조·수습·지원과정에서피해 자목소리가반영되지않았다고성토했다.실제 당시서울시대책본부는현장수습을이유로참 사 보름 만에잔해물을 난지도 매립지등에버 려유족들이직접쓰레기장을뒤져유해와유류 품을 수습했다. 실태조사 보고서도이런점을 지적하며정부가참사 19일만에구조및수습 활동을중단한건큰문제라고짚었다. 보상금 수령에초점을 맞춘언론 보도역시 유족에겐한이됐다. 응답자의 86.7%는 ‘참사 당시언론 보도가 적절하지않았다’고인식했 다. 당시언론들은 공무원과 삼풍 사주 간 유 착관계,미비한관련법·제도등참사원인규명 에집중했다. 유족이바라는 사후 대책과 공적 애도 요구는제대로 다뤄지지않았다. 한 유족 은 “’시체팔이를 한다’ ‘단체행동을 해보상금 을 타려한다’ 등 공격이많았다”고 분통을 터 뜨렸다. 응답유족전원은책임자들이‘적절한처벌을 받지않았다’고인식하고있었다. 당시이준삼 풍건설산업회장과이한상사장은업무상과실 치사등혐의로징역7년과 7년6개월을각각받 아복역했고이충우·황철민전서초구청장에겐 징역10개월에 300만원이하추징금이선고됐 다. 붕괴위험을알고도백화점을운영했던 ‘삼 풍일가’, 부실시공을 한 ‘건설업자’, 뇌물을 받 고눈감아준 ‘공무원’ 등의결탁으로발생한사 회적참사라는점에서엄중한 책임이뒤따르지 않았다는게유족들생각이다. 참사 현장으로부터도보 1시간 거리에있는 ‘삼풍참사위령탑’에대해선응답자절반이‘만 족하지않는다’고했다.위치변경,규모확대,공 원화 등 추모공간 재구성은 73.4%가 ‘필요하 다’고 밝혔다. 정부와지자체가 위령탑을 관리 하지않는다는한탄도나왔다.한유족은“바람 만불면더러워지니맨날청소한다”며“늙은우 리가죽고나면탑이묻혀버릴테니정부에서보 호해줬으면좋겠다”는마음을내비쳤다. 과거 난지도매립지였던서울마포구노을공원에미 수습자를위한표지석을세워달라는의견도나 왔다.김정숙재난피해자권리센터활동가는“실 태조사를통해유족의고통이여전하고국가지 원이충분치않다는점이드러났다”며“조사결 과를바탕으로세월호,이태원,무안참사등재 난피해자권리지원에대한논의가확대돼야한 다”고강조했다. 전유진기자 1. ������������������������������ �������������� 2. �������������������������� ��������������������������� ��������� 3. ������������������������ �������������������� 4.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6월만되면트라우마”삼풍유족 60%울분고통 끝내가족흔적못찾은 30명의유족 대책본부, 참사직후잔해난지도에버려 한달간수색한결과유골142점등발굴 진옥자씨“트럭오면쫓아다니며파헤쳐” 홍영희씨“2년간길바닥서잠자며살아” 미수습자유족들의바람은하나 “희생자넋이머물것같은노을공원에 그들기릴수있는위령탑만세워줬으면” 삼풍위령탑,현장서6km떨어진곳위치 유족들‘표지석세우기’서명운동진행 1 2 3 4 본보 ‘유가족실태조사보고서’입수 허탈감등정신적고통시달리는상태 90%“정부, 구조^수습^지원과정미흡” 유족전원“책임자들적절한처벌안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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