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6월 30일 (월요일) <삼국지>는 동아시아에서 가 장 사랑받는 이야기 중 하나다. 조조, 유비, 그리고제갈량이세 인물을중심으로한영웅담은수 백년동안수많은소설, 드라마, 게임의소재가됐다. 그런데 정작 삼국의 역사는 얼 마나 지속됐을까? 놀랍게도 위, 촉, 오의 삼국시대는 220년부터 고작 60년 정도에 불과하다. 개 별로보면위는46년, 촉은43년, 오는 58년을 버텼을 뿐이다. 이 세나라는진나라에흡수된 280 년까지만 존재했으나, 우리는 삼 국지를마치수백년에걸친대제 국의역사처럼기억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삼 국지를 역사보다‘서사’로 소비 해왔기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진나라의 역사학 자 진수(陳壽, 233~297)는『삼 국지』를편찬했다.정통역사서인 이책의제30권,「위서동이전」에 는 3세기 당시 고대역사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부여, 고구려, 동옥저, 읍루, 예, 한(마한, 진한, 변한), 왜등동아시아동북부지 역의 고대 국가들의 지리, 정치, 사회,문화등을상세히서술하고 있어우리고대사연구에도매우 중요한사료로평가된다. 14세기말, 명(明)나라의소설가 나관중(羅貫中)은『삼국연의(三 國演義)』를지었다. 나관중은진 수의『삼국지』에 민간전설과 상 상력, 작가의해석을덧붙여새로 운이야기로구성했다. 여기서유 비는도덕적군주로,조조는냉혈 한권력자로,제갈량은신에가까 운책사로그려졌다. 이인물들은 너무도 생생해서 실제 역사보다 더강한인상을남겼다. 1569년『조선왕조실록』의 기 사에 의하면 조선에는『삼국지 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라 는번역본으로전해졌다. 이소설 은조선에서양반사대부부터신 분이나성별에관계없이많은사 람들의인기를얻었다고한다. 문제는 이 소설이 단순한 오락 을 넘어, 전략과 리더십, 나아가 정치 철학의 교본처럼 받아들여 졌다는점이다. 삼국지는군사학 교재가되고, 기업경영자가인용 하는 책이 됐다. 그렇게 허구는 사실을 덮었고, 현실보다 더 큰 진실처럼취급됐다. 냉정히 보면 삼국은 후한 붕괴 이후벌어진짧고불안정한과도 기때로,완성된국가라기보다불 완전한군웅세력에가까웠다. 수백 년을 유지한 발해나 가야 는물론, 특히고구려·백제·신라 처럼긴역사속에서독자적인법 제와관료체제를갖춘우리고대 국가들과 비교하면, 위·촉·오는 그기반이지나치게취약했다. 같 은‘삼국’이라는이름을갖고있 지만,그무게차이는너무크다. 그렇다고 소설 삼국지가 가치 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짧은시대안에는인간의본성 과권력의민낯이고스란히담겨 있다.혼란속에서생존을꾀하는 권력자들, 명분과현실사이에서 갈등하는인간들,이상과권력사 이의 좁은 틈, 그 안에 오늘날의 정치,기업,사회의모습이있다. 다만우리는이제삼국지를‘이 야기’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 고,‘역사’로서다시바라볼필요 가있다. 얼마나찬란했는가보다 는,얼마나불안정했는가를묻고, 왜그렇게짧게끝났는지를질문 해야한다. 삼국지는 짧은 역사지만 허구 가길게남았다.“60년짜리신화 는어떻게천년의착각이되었을 까?”이 질문은, 우리가 다시 쓸 역사와마주하게한다. 요 며칠 아침, 동네는 마치 묽은 쌀뜨물에잠긴듯하다. 산너머바 다에서 밤새 밀려드는 안개 때문 이다. 6월까지 누릴 수 있는 수묵 화같은아침풍경이다. 오래전이 맘때쯤이면, 식전에 시어머님을 재촉해서 안개 자욱한 뒷산 흙길 을 걸으러 나갔다. 까슬하고 찹찹 한흙의감촉을느끼고싶어맨발 로 걷게 되면 어머님의 걱정스러 운눈빛이발등에걸려십미터못 가서다시신발을신었다. 걷는걸그리즐기지않던어머님 이그산책을따라나선건, 어린시 절 기억 때문이었다. 한국전쟁이 나기 전까지 살던 고향 평안북도 태천군의산과강, 그위를덮던안 개가 이곳 안개에 겹쳐졌기 때문 이다. 김신용 시인의 시 <부빈다 는것>의한구절처럼“제몸풀어 자신을 지우는”6월의 안개는 우 리 두 사람에게 향수이고 신비였 다. 해가 들기 전 풀숲 거미줄에 조 르르매달린이슬이나흰야생백 합의 꽃잎에 소복한 이슬방울이 안개속에서오히려더잘보였다. 산등성이며 나무는 뭉개진 배경 처럼 흐릿했지만, 그 속에서 생의 디테일은오히려선명하게다가왔 다. 어떤 기억이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다. 그 순 간을지금도사는것같다. 전쟁통에 남하하신 시어머님이 나 친지 어르신들의 이야기에는 아무리긴세월이흘러도고장나 지않고녹슬지않는시계초침같 은 시간이 느껴지곤 했다. 세상에 나, 시간이얼마나많이흘렀는데, 아직도무서우세요? 라고나는생 전에 어머님께 여쭙곤 했다. CT Scan이나 MRI 촬영 때의 기계음 이나밀폐된공간, 큰소리에몹시 민감하셨다. 전쟁 중에 오빠 둘을 잃었고한분은생사조차알수없 었던상흔을어찌다헤아릴수있 을까마는, 고약하고 지독한 것을 알겠다. 흥남부두철수때빅토리호에몸 을 싣고 혈혈단신 남하한 사돈뻘 되는 어르신의 일생 또한 헤어진 가족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이었 다. 마음은두고몸만떠날수밖에 없었던 고향. 그야말로‘떠밀려서 디아스포라가된’세월이었다. 한국에계신나의어머니는꿈을 잘꾸는편이다. 간밤의꿈을기억 하시곤 하는데 그중에는 초등학 생 시절 겪은 한국전쟁의 한 장면 도있다. 경남시골마을에서목격 한 미군과 인민군 간에 벌어진 참 혹한 장면은 여전히 몸서리치게 만든다. 밤새산을넘어피난가던 기억은 마음속 시계로 여전히 돌 아가고있는듯하다. 6월의 푸른빛은 길목마다 넉넉 한그늘을짓고있는데뉴스화면 에는또다른전쟁의소식으로가 득하다.죄없는목숨의신음,폭격 과 살인의 참상에 마음이 짓눌린 다. 보복전쟁으로번지게될까, 걱 정도 되지만 세상이 인류가 그리 호락호락 역사를 마감하진 않으 리라 믿는다. 죽이고 파괴하는 전 쟁의시계는제발멈추기를…. 뒷마당 살구나무 열매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러 나갔다가 새 둥지 하나가 엎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 다. 자세히보니우리마당의들풀 을칭칭돌려엮고흰솜을사이사 이메워만든꽤정교하고예쁜밥 공기 모양이었다. 마당에 솜 조각 이 날아다닌다고 툴툴댔었는데, 오늘에서야이유를알았다. 아, 그 런데 새 둥지는 왜 바닥에엎어져 있는 걸까. 둥지의 주인은 어디로 간걸까. 버리고간건지빼앗긴건 지…속이탄다. 오피니언 A8 실버피시와진드기없애는법 다음은 실버피시와 진드기에 대한고객과의상담내용을기록 한것이다. 질문: 저는휴스턴에사는주부 입니다. 여기는바다가옆에있어 서그런지자주실버피시가나오 는데, 제가 아는 페스트 콘트롤 은 실버피시는 아무 해가 없고, 약도없어서잡을수없다고해서 포기하다가, 벌레박사님의 칼럼 을해결방법이있다는걸알아너 무반갑습니다. 허연이실버피시 는너무징그러워그걸보면온몸 에소름이솟아올라요. 특히 우리 애들 침대, 욕실서랍 에서 종종 발견되고, 이거 한번 나오면애들이저부르고생쑈를 다합니다. 거실에서도,부직포로 만든 인형에도 있고, 청소할 때 마다 한마리 씩 바닥에 납작 몸 을움추리고있어요.한국의아파 트에 살 때 없던 이런 벌레들, 제 발 없앨 수 있는 조언을 주세요. 또저희안방침대에서도진드기 가 있는 것 같은데, 남편이 가끔 무척 간지러워 해요. 오히려 전 문제가없이잘자는데,남편은민 감한건지 뭐가 문다고 긁적거리 는거 보면 불쌍해요. 답변 부탁 드려요. 답변: 좀벌레(Silverfish)는습한 지역에많이사는은색빛깔을띤 벌레입니다. 집에서 아끼던 카펫 이 뭔가에 갉아 먹는 것 같이 구 멍이군데군데나고,비싸다고잘 입지않았던실크옷이나양복이 구멍이나면바로좀벌레가먹이 로인식을하고파먹은것으로보 시면 됩니다. 가끔 양복점을 하 시는분이나뷰티서플라이를경 영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좀벌레 를퇴치하려는문의를하시는것 이그이유입니다.독자님말씀에 의하면전문페스트콘트롤회사 에서실버피시약이없다고소탕 을 못 해주고 갔다는 것이 좀 이 해가 안 되네요. 저는 현장에서 Silverfish가울(Wool)로된옷을 갉아먹어서옷에구멍을내는좀 벌레를 보면 인스펙션을 철저히 한뒤실버피시용약을뿌리고붙 여드려서 좀벌레를 제거해드립 니다. 특히좀벌레가움직이거나 의심이 있는 곳 즉, 옷 주머니나 혹은움직이는동선을따라약을 잘뿌려줍니다.또한자주잠자리 즉 침대에서 가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은 대부분집먼지진드기나, 베드버그가그이유일수있습니 다. 벌레에 대한 문의 사항은 성실 하게 답변해 드릴 것이며 긴급 사항인 경우 전화주거나, 3230 Steve Reynolds Blvd., Suite 211, Duluth, GA 30096에 위치 한회사사무실로방문하면무료 로상담을받을수있다. 문의:678-704-3349 벌레박사칼럼 썬 박 (벌레박사 대표) 6월은녹슬지않는다 [한국춘추] 김미선/ 서북미문인협회회장ㆍ시인 삼국지, 60년의신화와천년의착각 ‘사랑아, 가라’/ 임영남 안개기둥에휩싸인채로 사랑하는법을몰라 헤어질까두려웠던 사랑아,가라 남겨진자의텅빈가슴할퀴며 사랑하는법을몰라 혼자견디려고하던 사랑아,이젠가라 종착역은너무도쉬이오고 바람도가고 달도가고 사랑아,이제는가라 홀로된다는건 어둠속타오르고남은 재마저보내주는것 사랑아,새털처럼날아서가라 사랑하는 법을 온전히 아는 사람이 있을까. 상처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헤 어질까 두렵지도 않고, 혼자 견딜 외 로움도 없고, 종착역도 없이 지속될 사랑이 있을까. 불안과 의심과 격정 의 불꽃이 꺼진 무심한 눈빛을 사랑 이라 이름할 수 있을까. 갈라진 바위 틈에 꽃 피듯, 사랑은 마음의 결핍에 서 솟는 용암이 아니던가. 뉘라도 저 홀로 온전할 수 없으니, 사랑은 살아 있는 자의 축복이자 저주 아니던가. 오늘도 저마다의 항성을 맴도는 떠돌 이별들아, 놓지 못하는 것이냐 놓이 지못하는것이냐. [시인반칠환] 이 아침의시 성영라/ 수필가미주문협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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