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7월 11일 (금요일) ▲김병기더불어민주당대표직 무대행겸원내대표가 7일“정부 가제대로일하려면조속한내각 완성이필요하다”면서“7월국회 에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차 질없이진행하겠다”고말했습니 다. 이런가운데재산신고누락, 부 동산 투기, 논문 표절, 편법증여 등갖가지의혹이제기된장관후 보자들은 자료 제출이나 소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말만되풀이하고있 습니다. 철저한인사검증을해야할국 회가‘속도전’에만 집중하려는 건아닌지걱정스럽네요. 거대의 석을앞세운‘맹탕청문회’로첫 내각을 꾸리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할수있을까요. ▲농림축산식품부가 장바구니 물가부담을낮추기위해식품· 유통 기업들이 라면 등을 최대 50%싸게판매하는가공식품할 인행사를하기로했다고 7일밝 혔습니다. 정부와여당은전날“물가안정 을위해가공식품가격인상률최 소화등가용수단을총동원하겠 다”고했는데요. 과도한 기업 팔 비틀기를 시도 하기보다는유통구조개선과나 랏돈 풀기 자제 등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하는것아닌가요.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 원장겸원내대표가 3일첫비대 위회의에서“과거의실패를다시 는반복하지않겠다는반성과각 오위에희망과책임의정치를시 작하겠다”며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했습니다. 박덕흠 비대위원은“사즉생의 심정으로당을해체할수있다는 각오로쇄신과개혁에박차를가 하겠다”고했습니다. 당혁신위원장에임명된안철수 의원이당에‘메스(수술칼)’를들 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비대위 원과대다수당직을구주류가차 지하고있는데당을제대로수술 할수있을까요. 햇살이 마지막 온기를 남기면서 서서히 지붕 위에서 사라지는 시 간. 아들의 메시지가 왔다.“엄마, 나키울때내게가장부족한점이 무엇이었나요?”불쑥들어온말에 찻잔을 들고 있던 손이 멈칫했다. 메시지를 보냈다. 말을 참 잘했어. 어떤 모임에서든 네가 나타나면 금방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어. 너는 머리도 좋아서…. 옛날 생각 을하자기분이막좋아지는데“엄 마!칭찬말고약점을말해줘.” 아들은타인의시각에비치는자 기 모습과 스스로 인식하는 자아 를 비교해 보고‘나’라는 존재를 정확하게 점검하려는 듯했다. 아 차, 이철없는엄마를어찌하나. 나 는 소파에 기대었던 몸을 곧추세 우고핸드폰을다잡았다. “너는네가하고싶은일은밤을 새워서라도 하는 데 관심이 없거 나귀찮은일은마무리를잘안했 어.”아들은 하하하 웃으며 말했 다.그래,엄마.나는‘사자유형’의 사람이야. 사자는 에너지가 필요 할 때는 엄청나게 쓰고 필요 없을 때는 그냥 쉬거든. 그러고는 유튜 브영상을보내주었다. 영상속인 물은나발라비칸트였다. 그는‘우 리는어떻게살아야할까? 어떻게 일해야 할까?’같은 명제로 젊은 세대를열광시키는인도계사업가 이자사상가였다. 영상에서 그는 말했다.“사람들 은 여덟 시간 일하면 여덟 시간만 큼의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 하지만, 세상은그렇지않아요. 어 떤사람은하루종일일해도삶은 제자리일수있고, 누군가는단한 번의 기회로 인생을 바꾸기도 하 죠. 결국중요한건얼마나열심히 일하느냐보다 누구와, 어떻게 일 하느냐예요”이말을듣는데이상 한 후회가 밀려왔다. 아, 나는 그 ‘열심히’라는 마법에 얼마나 오 래갇혀있었던가. 땀방울이곧훈 장이라믿었던무조건’열심히’는 우리 세대의 가장 빛나는 가치였 지않았는가. 나발은 또 말했다.“인간은 기계 처럼 일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 자처럼살아야해요. 사자는온힘 을쏟아사냥하고그외의시간엔 그냥 쉬죠.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에너지를회복하는시간입니다” 뒤이어‘사자처럼 살아라.’라는 말에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사자 는 어느 순간 번개처럼 몰입한다 는데. 나는평온하게매순간을숙 제하듯 살아왔다. 졸업, 취업, 결 혼, 은퇴. 그정해진메뉴판처럼삶 을 계획하고 먼저 걸어간 발자국 만따라걸었다. 오늘날MZ세대가 추구하는 도전이나 파격은 곧 인 생의 탈선이었다. 새삼 나는 나에 게물어본다.‘이렇게살아온삶에 만족하니?’MZ세대삶의방식을 들여다본다. 그들은‘일’과‘삶’ 을 분리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 치와 연결된 일을 하려고 애쓴다. ‘왜이일을하는가?’라는물음없 이 진행되는 삶을 받아들이지 않 는다. 그들이 말하는‘일’의 정의 는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우리는 그것이 이해되지 않아 마음 졸이 고그들은그런시각으로보는우 리를불편해한다. 이제 나는 안다. 아들이 보내준 영상은 하나의 링크가 아니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에 던지는 질문이었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설계해가려는조용한‘사 자의첫걸음’이었다. 그걸음은한 청년의 도전이자, 낡은 궤도를 걷 던엄마의마음에작은파장을일 으키는변주였다. 영화 로마의 휴일(1953)은 단지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 그레고리 펙이 궁 전을 나서는 뒷모습이 주는 고독 함은오랫동안뇌리에남는다. 로 마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개인의 자유, 존재의의미, 윤리적선택이 라는철학적질문을이영화를보 고나면떠앉게된다.스페인계단 과트레비분수, 골목의디테일은 시간과 사람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있다.도시는그렇게,살아있 는기억의공간이된다. 서울과 로스앤젤레스(LA) 역시 기억이깃든거리, 삶이스며든골 목을 간직해왔다. 서울의 인사동 과북촌, LA의리틀도쿄와벙커 힐은오랜시간동안사람들의일 상과공동체의시간이흐르던장 소였다. 그러나오늘날그거리들 을걷다보면낯선질문과마주하 게된다. “이 거리는 여전히 그들의 것인 가, 아니면누군가를위한연출인 가?” 서울 인사동에는 평생 붓을 만 들어온장인이있었다. 작은필방 창너머로사람들은그의손끝을 지켜보며 안으로 들어서기도 했 다. 하지만지금그자리엔브랜드 옷을파는명품의류매장이들어 섰다. 친구를 만나던 거리는‘쌈 지길’,‘마루’,‘인싸골’이라 는 도심재개발로 들어선 대형 문 화관광 상품 매장으로 대체되었 다.삶의깊이는사진을찍고10분 만에 떠나는 관광의 가벼움으로 치환되었다. LA리틀도쿄의오래된수제도 시락 가게는 유기농 건강 스무디 를파는카페로바뀌었다. 전통은 유지되는듯하지만, 살아있는문 화가 아닌 보여주기 위한 세팅으 로변했다. 방문객센타에서만난 직원은“리틀도쿄도개발압력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 거리의 원래 모습을 지키게 어렵다”.고 말한다.북촌도다르지않다.오래 된한옥과그사이로이어지던골 목길은점차그빛을바래고있었 다. 수제비에동동주를곁들여파 는 50여년된식당만은여전히그 자리에 있어 옛 기억을 되살려준 다. 리모델링으로 공간은 살아났 지만,기억은밀려나고있었다. 벙커힐은루이스멈포드가경고 한“비도시적 도시화”의 전형이 다. 과거서민들이모여살던주거 지는철거되었고, 그위엔고층오 피스 빌딩과 회색 콘크리트 광장 이들어섰다. 효율성과수익성아 래 도시의 기억은 말끔히 지워졌 다.거리와골목은사람의삶이얽 힌공간이지만, 이윤을앞세운재 개발은 그곳을‘컨셉화된 무대’ 로만들었다. 반면에 바르셀로나의“고딕 지 구”에서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된 다. 이곳에서는과거의도시와마 주하고, 도시가 스스로를 기억하 는방식을들여다볼수있다.도시 의 진정한 매력은 오래된 건축물 자체보다, 그공간을살아낸사람 들의삶과이야기에서나온다. 아 침이면성당앞돌길을쓸던노인, 아이가낙서하던벽면, 밤이되면 아치 그림자 아래에서 조용히 입 을맞추던연인. 그런장면들이야 말로도시를도시답게만든다. 관 광의화려함이아니라, 시간이깃 든도시의맥박을느낄수있다.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도시는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건물인가, 삶의 궤적인가?” “고딕 지구”의 돌담과 광장은 이 질문에 조용히 응답하듯서있다. 나는오래되었 지만끝나지않았노라고. 나는여 전히삶의흔적을품고살아있다 고. 서울의인사동과북촌, LA의벙 커힐과리틀도쿄등도“고딕지 구”와 닮았다. 모두가 기억의 골 목을갖고있지만, 그기억을어떻 게다루느냐에따라도시의미래 가달라진다. 보존은단지건축을 남기는일이아니라, 장소에깃든 시간과 사람의 서사를 함께 지키 는일이어야한다. 그때우리는도 시가기억을품는방식, 도시가스 스로를 말하는 방식에 귀를 기울 이며걸을수있다. 기억은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궤적이며, 그궤적이도시를 도시답게 만든다. 벙커힐의 실패 는LA의‘코리아타운’이가야할 길을 암시하고, 인사동의 변모는 서울의 도시계획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된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도 시를소비의장소로만들것인가, 살아 있는 회상의 공간으로 지킬 것인가. 오피니언 A8 윌셔에서 성민희 수필가 시간의 골목, 회상의 공간 마가(MAGA) 2015년 뉴욕 애덤지글리스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시사만평 ICE의 상승 사자의첫걸음 2025년 LA 경찰국가 여“내각 조속 완성 필요”… 인사 검증보다 속도 주력? 조재성 도시계획 박사 조재성박사의 두 도시이야기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