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7월 11일(금) ~ 7월 17일(목) A10 파리의아침공기를깨우며차에올랐다. 생라자르역에서 기차를타는대신, 직접운전대를잡는다. 파리외곽순환도 로를 빠져나오자마자 센 강지류를 따라 숲길이 펼쳐진다. 초여름노르망디는양떼와사과과수원, 구름을담은호수 들로물결쳤다. 파리에서도빌까지는 200㎞남짓, 두어시간이면닿는다 지만 잠시 멈춰서고 싶은 풍경으로 가득하다. 밀밭과 유채 꽃밭이번갈아스쳐가고중세풍교회첨탑과돌담집마을 들이파란하늘, 흰구름밑에점처럼박혀있다. 시간이흐 르고바다냄새가창문을타고스며들자,그곳이도빌이다. 원래도빌은이름없는작은어촌이었다. 19세기중반나폴 레옹3세의이복형제인샤를드모르니에의해휴양지로개 발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귀족과 예술가, 금융가들이 너나없이파리의먼지를털고이곳모래사장으로몰려왔 다.도빌은단순한바닷가가아니라‘파리지앵의살롱’이된 셈이다. 영화‘남과여’(1966년)로한국에도로맨틱한해변의대 명사로알려진도빌. 영화속연인들이걷던산책길은반세 기가지나도여전히바람과파도의리듬위에있다. 매년열 리는도빌미국영화제덕분에리즈위더스푼부터조니뎁, 타란티노까지이름만으로도눈부신배우들이이해변을걸 었다. 이곳은언제나화려함과스캔들이공존했다. 동시에문학 의바람도스쳐갔다. 마르셀프루스트는인근트루빌과도 빌을오가며‘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를구상했고르노르 망디호텔라운지에서예술가들과연인들이해안산책길파 도를이야기꽃삼았다. 도빌에닿으면가장먼저눈에들어오는것은세련된쇼핑 거리다. 작은 해변 도시이지만‘’를 따라 에르메스, 루이 비 통,그리고샤넬부티크가늘어서있다. 이거리가빛나는이유는바로코코샤넬덕분이다.샤넬은 1913년파리를벗어나도빌에첫번째고급부티크를열었 다. 모래사장위에실크재킷과줄무늬저지셔츠를내놓으 며샤넬의‘우아한혁명’이처음숨을쉰이곳, 도빌해안이 다. 해변길을따라차를몰아도빌의상징, 르노르망디호텔 에도착했다. 담쟁이가얹힌목조외벽과초록색창틀창문은멀리서도 단숨에도빌상징임을드러낸다. 차문을열자벨보이가다 가와 환하게 웃는다. 발레 파킹을 맡기자 파리에서 이어온 긴장이단번에풀려나가는듯하다.체크인하는동안직원은 카지노바리에르초대장을건넨다. 짐을 풀고 창문을 열자 노르망디바닷바람이 짭조름하면 서도 부드럽게 뺨을 스쳤다. 바닷바람과 함께 걷는 도빌의 저녁, 벤치에는 세련된 숙녀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고 젊 은연인들은산책길을따라 해안가로향한다. 길모퉁이카 페에는노년부부가샴페인잔을기울이며웃고있다. 파리 에서는 보기 어려운 여름의 여유가 그들 미소에 잔잔히 묻 어있다. 미리 예약해둔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안내해준 테이블에 앉으니새하얀테이블보위에굴과생선요리가차례로놓 인다. 따뜻한 바게트에서는 버터 향이 피어난다. 바닷바람 과가장잘어울리는신선한해산물을맛보고셰프추천디 저트로 노르망디 치즈를 주문한다. 칼바도스를 곁들여 카 망베르한조각을잘라입에넣는다. 고소함과짭조름함이 한번에입안을적시고사과향이마지막파도처럼잔에흩 어진다. 밤이되자카지노의황홀함은또다른세상이됐다.카지노 바리에르는여전히드레스를차려입은이들이칩을쥐고긴 장을누비는공간이었다. 샹들리에아래은빛동전소리가잔물결처럼울린다.코코 샤넬흔적이깃든거리, 르노르망디호텔테라스, 바닷바람 이 스미는 라운지는 프루스트 문장처럼 우아하다. 전설적 인배우들이머물렀고국제영화제별들이묵는다. 카지노 불빛,승마장의잔디밭에서샴페인을기울이는파리지앵숙 녀들까지화려함과스캔들이겹겹이쌓인이휴양지는여전 히파리지앵과영국인들에게‘작은파리,작은런던’이다. 그날밤, 객실창문너머로파도소리가조용히밤을깨운 다. 낯설고도화려한여름의한조각을이렇게마음에붙든 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 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 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코코샤넬흔적깃든프랑스 ‘도빌’ 도빌의저녁풍경. 르노르망디호텔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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