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7월 12일 (토요일) ‘교황인노첸시오 10세초상화’는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1650년께그린것으로오늘날서양 미술사의 가장 탁월한 초상화로 평 가된다. 프랑스의 예술철학자 이폴 리트 텐은 이 초상화에 대해“모든 초상화중단연최고의걸작으로, 한 번보면결코잊을수없다”고했다. 이초상화를아일랜드출신의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이 1953년 패러디 해그렸다.‘벨라스케스의교황인노 첸시오 10세초상화연구’가그것이 다. 이그림에대한포스트모던철학 자질들뢰즈의예찬론성격의해석 으로인해원화와패러디모두다소 갑작스럽게유명세를타게됐다. 벨라스케스의원화와베이컨의패 러디에서 극적인 차이는‘입’의 표 현에 있다. 벨라스케스의 것에서 교 황의입은그의냉철함뒤로숨긴위 선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굳게 닫혀 있다. 반면 베이컨의 것에선 입이라 기보다는 누적된 비명을 토해내는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구멍에 가깝 오피니언 A8 우리가 침공할 필요가 없어… 인간들이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잖아! 데이브그랜런드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시사만평 외계인이 본 지구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 들어서 면아버지생신을맞게된다. 아버지 와영원한이별을나눈지어언예순 두해를넘겨오면서해마다이방에 서 홀로 아버지를 떠올리며 조용한 묵상에 젖어즐겨부르시던김삿갓 노래를불러드린다. 40여년 동안 이국에서 맞게 되는 아버지 생신이 되면 그리운 아버지 를새롭듯만나뵙곤한다.먼바람소 리여운처럼해마다다른색조로, 때 로는고즈넉한분위기로, 가끔은돋 보이는음조로마음을두드린다. 여 식의 삶에 배경이 되어 오신 아버지 생전 모습이 어레인지 되면서 해마 다다른추억의영상을안고찾아오 신다. 떠나 신지 몇 년 동안은 아버 지께서 편찮으시다고 울상이 된 친 구를보며얼마나부러워했는지모 른다. 아버지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달려가기도하고,군중속에서옆모 습을보게되기도하고.문득문득음 성도듣게되고, 환하게웃으시던모 습들이가슴을저리게했다. 세월속 에서예측없이만나지곤하는내아 버지께서는 지금까지 내 삶을 지탱 시켜 주신 든든한 기둥이셨고 비빌 언덕이셨다. 늦은 결혼이셨던 아버 지께서는 첫 자녀로 맏딸이 태어나 던날‘집안에사람사는것같다고’ 하시며그렇게기뻐하셨다고한다. 아버지와 나는 이렇 듯 서로의 선 물이되는만남이시작된것이다. 우 리는 서로의 값진 선물임을 마음으 로 눈짓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부녀 관계를 이어 왔다. 영민함이나 재치 가 뒤쳐지더라도 걸림돌이 될 수 없 었고, 강가로나, 바닷가로나가곧잘 환호하기를 즐겨하는 멋쩍은 딸과 동행해주시는 일을 마다 않으신 감 성이남다르신분이셨다. 풀밭에서토끼풀을귀에꽂아주시 고꽃반지에화관이며목걸이도만 들어주셨다. 맏이가딸이라는시대 적불편한자리매김에서할아버지에 게 반론을 들이대지 않으시면서도 은근히옹위해주셨다.청보리잎줄 기로 풀피리를 부시며 풀피리 부는 법을 애써 가르치려 하셨던 아버지 바램을끝내이루어드리지못했던 송구함이청보리밭풍경이만나질 때면 그리움이 살포시 일렁이곤 한 다. 내성적소녀로아버지기쁨에보 탬이되지못했던서글픈추억탓에 그때로돌아가아버지팔짱을끼고 조르기도 하는 살가운 딸로 돌아가 고 싶어 진다. 빛 바랜 가족 사진 속 의아버지는지금까지영화‘MOBY DICK ’그레고리 팩으로 저장되어 계신다. 군사정권이들어선 광란의세월에 휘말리시고 그 소용돌이를 헤쳐 오 신모습이맏이의가슴엔또렷한영 상으로 진하고 깊은 낙인으로 선명 히남아있다. 가문의기둥으로친족 의 젖줄이셨던 아버지의 사업이 군 사혁명회오리가불어닥친시대적 불운에 부대끼시면서 갑자기 안게 된아버지의고뇌와한을제대로알 지못했던어리기만했던맏이는아 버지 온실에서 자란 철부지로 든든 한울타리가될수없었던안타까움 이아물지않은환부가되어깊은찔 림이덧나는날엔고스란히밤을밝 히곤한다. 세상을떠나시던날은사방을헤아 려 보아도, 돌아보아도 잡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안일하게 돌아가 는세상을이해할수없었다. 아버지 께서계시지않은공간에익숙해지 기까지. 마음을 가다듬으며 몸부림 하며허공을휘저어가며손에잡히 는시간들을기록해두었던조각글 들이상자가득이다. 삶의우선권은 늘 자식이셨다. 자신의 공간을 꾸밀 세트나 소품은 언제나 낡은 것이었 고빛바랜것으로자신을위한투자 는 불문율처럼 인색하셨다. 아버지 께서묵묵히견디어오신삶의무게 를은발이되어서야헤아릴수있는 여식의 모자람이 빚은 자책의 나부 낌이 펄럭이고 있다. 아버지께서 일 러주신 대로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려한다. 아버지딸로서기죽 지않으며, 큰자리에앉은사람보다 좋은사람이되는길을모색하려한 다. 생의 해넘이에 당도한 지금, 떠나 신지아득한시간을보내버린아버 지를 생각하면 목이 매이거나 저며 오는우수보다깊은물밑같은일렁 임으로다가온다. 울창한숲의풍요 로움과 고고한 기품을 지니셨던 아 버지의후광이빛바랜인화지에담 겨은은한잔상으로남아있다. 명예 와 부, 권력, 세상을 아는 것에도 빈 틈이 없으셨고 나누고 나누어도 늘 채워 짐을 몸소 보여주셨던 한없이 선량하신 아버지이셨다. 자신을 위 한일에는욕심이없으신분으로나 눔으로 이어진 나눔의 진리를 전해 오신 발자국들이 지금의 우리 남매 를있게하셨고나눔의기쁨을유산 으로 남겨 주셨기에 지금껏 아버지 숲에서 우리를 호흡하게 하시고 삶 의 열정을 공급받게 하시어 이룸을 향해가는 길잡이가 되어 주시고 계 신다.아버지께서떠나신지반세기하 고도 10년을 넘겼지만 지워지지도, 잊혀지지도 않음이라서 마음으로 모시고 생을 다하는 날까지 동행할 수밖에없음이다. 나이들어버린은 발의 여식은 문득문득 아버지가 뵙 고싶은날들이잦아진다. 간호라도 할 수 있다면, 지팡이에 의지하면서 라도공원을함께산책할수있는아 버지가사무치도록그립다. 세월 흔적을 덮고 있던 내 아버지 모습을 조심스레 더듬어 보는 길목 마다 아버지 숲은 여전히 울창하고 바람이 옮겨 다니고 오붓한 숲길이 정갈하게뻗어있다. 세월손을다정 하게잡고아버지께서남겨주신따 스한유훈을안고남은날들을한걸 음씩옮기며걸어가리라. 몇번이나 남았을지모르는아버지생신을해 마다기리면서.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세월 속의 아버지 2014년 구글이 인공지능(AI) 분 야의세계최고수준인재를유치 하기위해발벗고나섰다. 구글은 사람처럼 학습하고 사고하는 AI 를만드는영국의딥마인드를5억 달러(약 6800억 원)에 인수했다. 제품도 수익도 없는 상태였지만 AI 천재들을데려오기위해‘어크 하이어(acq-hire)’를 한 것이다. 이 회사가 2016년 한국의 이세돌 9단과의대결로수많은화제를낳 았던 AI 바둑기사알파고를만든 구글딥마인드다. ■어크하이어는‘인수(acquisi- tion)’와‘고용(hire)’의 합성어로 인재영입을위해아예특정회사 를사버리는경영전략이다. 2010 년대 초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페이스북(메타)은 2012년 매출이 없음에도 13명의 직원으로 1000 만명이상의사용자를가진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 (약 1조 3000억 원)에 매입했다. 인수 회사는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아이디어만으로 도전한 스타트업은‘엑시트(투자 금 회수)’를 하면서 넉넉한 자금 지원속에사업을확장할수있다. ■인터넷·모바일에 이어 AI가 시대 변화의 축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빅테크들의 어크하이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데이터 라벨링 회사 스케 일AI의 알렉산더 왕 최고경영자 (CEO) 영입을위해 150억달러를 들여이회사를사들였다. 오픈AI도 5월AI 특화기기개발 을위해관련스타트업아이오(io) 를 64억달러에통째로인수했다. 중국 정부는‘천인(千人) 계획’을 통해 세계 각지의 중국계 인재들 을 데려와 기술 굴기에 성공했다 는평가를받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의 인구 1만 명당 AI 인재 순유출입이 -0.36명으로경제협 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으로 분석됐 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서 생존하려면 인재 양성·유치를 위해 적극 투자하고 정부도 신성 장동력육성을위해과감히지원 해야한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원장 만파식적 어크하이어 ‘입’에 대하여 미술다시보기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장 다. 뭉크의‘절규’가 차라리 귀여울 지경이다. 알아볼수없게뭉개진얼 굴에서오직그구멍화된입만이세 부까지 묘사된 기이한 치아들과 함 께살아있다. 베이컨자신도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나는 언제나 입 모양, 입과치아의형태에몹시감동 을 받았다. (중략) 나는 입에서 나오 는빛과색을좋아한다.”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크게 벌 어진 입에서 언어들이 쏟아져나온 다. 완력을동반하는변태적인섹스, 염산을뿌린게아닌가싶을만큼뭉 개진 피부에 각인되는 배신과 복수 의열망, 살인의악몽을동반하는어 두운 세계의 언어들이다. 존재의 심 연에서 경쟁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그언어들이이세계를숱하게중복 되는 추락의 경로들로 만든다.‘입’ 에 관한 한 2000년 전 예수의 말을 떠올려봄직하다.“입에서나오는것 들은곧마음에서나오는것들로, 사 람을더럽게하는것들이바로그것 들이다. (중략) 악한 생각, 살인, 간 음, 음란, 도둑질, 거짓증언, 비방, 이 런것들이사람을더럽게하는것이 다.”솔로몬의지혜서와도같은맥락 이다.“그의입에서나오는말은죄악 과 속임이라 그는 지혜와 선행을 그 쳤도다.” 프란시스 베이컨의‘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 첸시오 10세초상화연구’. 사진출처=디모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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