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7월 25일(금) ~ 7월 31일(목) A10 창밖으로펼쳐진태평양의얕은물빛과깊은심해의푸름 은경계없이이어진다. 근거없는공포와바다밑에숨쉬 는진짜지각의움직임사이에서여행자는늘경계위에선 다. 비행기는그경계의바람을따라파도위군도에내려앉 았다. 미야코지마. 오키나와현의남서쪽, 태평양과동중국해가 맞닿은경계선에떠있는외딴섬. 한때이곳은모험이자고 립의다른이름이었다. 나하에서배로만하루반나절이걸 렸고태풍이오면며칠이고발이묶였다. 그고립은오히려 섬의정체성을지켜주는방패였다. 지금은직항편이생겨오키나와본섬을거치지않고닿을 수 있고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들이 섬과 섬을 연결한 다. 렌터카로미야코본섬에서이케마, 이라부, 구리마까지 이어진다. 옛날의해풍이낭만이었다면, 이제다리는연결과접근성 의 상징이 됐다. 더이상‘고립된 파라다이스’로 머물지 않 고바다빛과바람을더많은이들과나누는섬이됐다. 공항에내리자따뜻한바람이뺨을스친다. 마중나온호 텔차량에올라일본최장급이라부대교를건넌다. 수평선 위를달리는기분,잠시나마바다위를걷는듯하다.교토와 나라에서경험한평안한휴식의기억을이곳에서도이어가 고 싶어 이라부섬의‘이라프 스이 럭셔리 호텔’을 예약했 다. 파도의끝자락에서고요를누리고싶다. 로비에들어서 자눈부신햇살이통유리를통해쏟아진다. 체크인을마치 고객실에오르니창으로스며드는바람이긴여정의긴장 을풀어준다.짐을풀고섬으로다시나선다. 미야코지마는 작지만 주변의 물길은 깊고 크다. 류큐 왕 국 시절, 이 바다는 조선과 명나라 사신선이 오가던길이 었다. 왜구의 그림자와 상선의 돛자국이 교차하고 표류하 던 통신사가닿아 피난하던 바위무덤은 지금도 북쪽 해안 에남아있다. 해안선을따라낮은바위해안과투명한리프 (reef)가끝없이이어진다. 여름밤이면바다거북의발자국이모래위에찍히고작은 생명이알을깨고나온다한다. 섬사람들은밤에도로를가 로지르는 뭍게에게 길을 내어 주기도 한단다. 장마철이면 갯벌과맹그로브숲은게의은신처가된다. 생명이바람을 타고떠돌고다시돌아오는섬이다. 해안의맹그로브와에메랄드빛바다가맑고투명하게빛 나더니해질녘붉은노을이파도위에살포시내려앉는다. 바람은늘남서쪽으로불고바다거북은그바람의방향을 기억한채먼바다로떠난다고한다. 섬의경계는인간이그 어놓은선이아니라바람과물길이빚어낸것같다. 호텔에 서제공하는샴페인잔속에저무는노을빛을담아들이마 신다.파도의숨결이몽글거리는거품에스며들었다. 이른아침호텔수영장옆에서요가수업에몸을맡긴다. 초록정원너머로맑은바다가고요히숨쉬고낮게몸을숙 였다다시일으키는시간은섬이허락한가장평온한순간 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다시 바다를 향해 발길을 돌린 다. ‘폼프킨동굴’이라불리는해중동굴.호박껍질처럼겹겹 이이어진벽틈사이로스며드는빛은마치바닷속에드리 운스테인드글라스같다. 스노클을물고물결속을떠다니 면손끝가까이서산호가반짝이고열대어무리가물결처 럼 몸을 감싼다. 작은 물고기 떼가 허리를 스치듯 한 바퀴 돌며지나간다. 바다는언제나섬보다더큰집이며별빛이 숨쉬는또하나의은하수다. 여정의 끝자락엔 이 섬의 빛과 바람을 담은 작은 기념품 이기다린다. 지역양조장에서아와모리한병과흑설탕리 큐르를고이챙겨파머스마켓으로향한다. 사탕수수밭을 스치는짭조름한바람이코끝에머물고잘익은망고상자 마다남도의햇살이노랗게차올라입안가득달콤하게번 져간다. 파도와바람, 낮은해안선과깊은물길은다시마음 을경계위에세운다. 그러나그경계는두려움이아니라파 도소리에스민가장부드러운안식으로돌아온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 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 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미야코지마섬의풍경. 지난5일바다건너불안한소문이태풍구름처럼일본열도를맴돌았다.‘곧거대한 지진이몰려온다’는근거없는예언은한세기전간사이를삼켰던대지진의기억과뒤엉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바닷길을타고파도처럼번져갔다.잠시마음이흔들렸지만, 결국그허상의소문을넘어바다저편미야코제도로향하는비행기에몸을싣는다. 이라프스이 럭셔리호텔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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