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7월 29일 (화요일) D3 기획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서울 종로일대에몰려있는 800여개 주얼리업체들이국내주얼리산업의약 70%를차지한다. 서울한복판에이렇게위험한사업장 들이버젓이있다는게믿기힘들정도 다.정봉씨가일했던공장은비좁고답 답했다.창문없는공간에서까만금속 가루가 콧속을 간지럽혔다. 점심을 먹 을 때면금속가루가 날리는 작업장에 상을펴고동료들과다닥다닥붙어앉 아식사를했다.염산이원석을태우는 연기가 뿌옇게 올라오는 작업장에서 보호구도없이일했다. 또다른주얼리노동자김세종 ( 50 ) 씨 는 1994년부터주얼리노동자로살아 온베테랑이다.그는“금속공예는광을 내고 원재료를 벗겨내는 작업이필요 한데사용하는약품이청산가리,염산, 과산화수소처럼독극물들이많다”면 서“30년동안여러업체에서일했지만 보호구가갖춰진곳은보지못했다”고 전했다.산업안전보건법시행규칙은염 산 등위험물질작업을 하려면보호경 과보호장갑, 보호복등을의무적으로 구비해야한다. 제대로된산업안전보건교육도이뤄 지지않는다.민주노총금속노조주얼리 분회가주얼리업체100곳에종사하는 노동자들을대상으로진행한설문조사 에따르면,응답자41.0%는‘산업안전보 건교육을받아본적없다’고답했다. 세종씨는 “적어도 우리가 사용하는 약품이어떤 종류고얼마나 위험한지, 작업할 때안전수칙은 무엇인지는 교 육을해야 한다”며“아무런정보도 주 지않고무작정약품작업을하니노동 자들건강이상한다”고지적했다. 열악한 작업환경탓에폐기종 등 만 성폐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많 다. 하지만회사로부터‘특수건강진단’ 을지원받는것은극히드문일이다.특 수건강진단은 유해인자에노출된 노 동자들을대상으로진행되는건강검진 이다. 주얼리노동자들처럼화학물질 을 다루는 사업장에선법적으로 반드 시특수건강진단을받아야한다. 정봉씨의동료 노동자는 작업중절 단 기계에손이말려들어가 손가락이 잘렸다.접합수술은받았지만손을제 대로 움직이지못하는 장애가 생겼다. 회사는병원비와한 달치월급을주고 그를해고했다. 주얼리노동자들이보내준작업사진 은한눈에봐도위태롭다.귀금속광택 을내는톱니모 양 광택기작업을할때 면면장갑이금세 찢 어지고 까만 금속 가루가온 몸 을 덮 는다.귀금속을 늘 리 고자르는가공작업은노동자의손에 귀금속을 끼 어 넣 고 공구를이용해작 업한다.이과정에서손가락을다치 거 나 잘리는사고를 당 한노동자가많다. 정봉씨는 “주얼리노동자들은 모 두 유 령 노동자”라고 토 로했다. 그의월 급 명 세서에는 ‘김정봉’이라는 이 름 석 자만 덜렁 적 혀 있 었 다. 사 실 상의 백 지 월급 명 세서다. 근 로기준법상급여 명 세 서는 반드시지급해야 하는 의무사 항 이다. 급여 명 세서에는 이 름 과 지급일, 임 금총 액 , 근 로시간과 각 종수 당 등을 명확 히기재해야 한다. 백 지월급 명 세 서는 명백 한위법이다. 정봉씨는업체들이‘가 짜 5인 미 만사 업장’적 발 을 피 하기위해월급은 ‘ 현 금’ 으로지급하고월급 명 세서는 백 지로 배 부한다고설 명 했다.‘5인 미 만 사업장’ 은 근 기법조 항 상 당 수가적용되지않 기때문이며이를악용해‘가 짜 5인 미 만 사업장’을 만드는 게주얼리업계에서 만연해있다고한다. 가 짜 5인 미 만사 업장을 만들면연장 · 야간 ·휴 일 근 로수 당 을주지않아도되고연차유급 휴 가 와해고 30일전 통 지의무등이적용되 지않는다.다만 5인 미 만사업장이라도 근 로계약서를 쓰 고 임 금 명 세서와주 휴 수 당 , 휴 게시간을보장해야한다. 정봉씨는“ 실 제로는 17 ~ 18 명 일하는 공장이지만 직원들의서류상 신 분을 위장해 5인 미 만 사업장으로 만 든 곳 도있 었 다”고 증언 했다.업주들은 당 국 에서 근 로 감 독을 나오면 노동자들에 게“일이많아 잠깐 도와주러온아르 바 이 트 생이라고대답해”라고시 키거 나 “ 밖 에나 갔 다가 근 로 감 독 끝 나면들어 오라”고지시했다고한다. 4대보험도제대로가 입 하지못했다. 주얼리노동자들은 4대보험의무가 입 대상이다. 하지만 주얼리분회설문조 사에따르면,주얼리노동자 6 7. 2 %는‘4 대보험에가 입 되지않았다’고 답했고 2 3.8%는‘일부만가 입됐 다’고응답했다. 부 당 해고도 빈번 하다. 세종씨는“사 업주가 내일부터나오지말라고 하면 해고가 된다”며 “부 당 해고를 따지면 좁은업계에소문이나고, 블랙 리 스트 까지 돌 기때문에노동자들은 찍 소리 도하지못한다”고하소연했다. 정봉씨 역 시부 당 해고 피 해자다.회사 는지 난 1월 2 4일경 영 악화를이유로정 봉씨를해고했다. 하지만정봉씨는 노 조 활 동이직접적인해고이유라고의심 했고, 노동위원회를 통 해부 당 해고판 정을받았다.노동위는업체의경 영 악화 를인정하지않았다. 하지만 사업주는 부 당 해고판정이 난당 일회사문을 닫 고 잠 적했다.고의로폐업을한 뒤 부 당 해고에대한어떤 책임 도지지않았다. 정봉씨는 2 8년간일하며 6번 업체를 옮 겼다. 언 제나부 당 한대우를받았다. 연장 근 로수 당 없이월 ~목 요일야 근 을 시 킨뒤 금요일에는 강제로 쉬 도 록 해 월급은오히려 줄 어 든 경우도있 었 다. 정봉씨에따르면 처 음 주얼리공장 에들어간 신입 노동자 월급은대부분 최저임 금 수준이라고 한다. 경 력 과 기 술 력 에따라급여가달라지지만일 거 리 가 줄 어들면수 십 년일한기술노동자 도월 2 00만 ~ 300만원도 채 받지못하 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업주가 ‘절 대갑’인상 황 에서기본급을 높 게요구 하지못하는구조적문제가 컸 다. 정봉씨는 이런 상 황 이주얼리노동 자모 두 가 겪 는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얼리 분회 조사에 따르면 응 답자 6 3.4%는 ‘연차 휴 가가 없고 연차수 당 도없다’고 답했 다. ‘원하는 날, 자 유롭게연차를 쓸 수있다’는응답은겨우 8.1% 였 다. 정봉씨가 해고에이른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봤 다. 2 018년 5월 1일, 근 로자 의날 ( 노동절 ) 이 었 다. 근 로자라면 누 구 나 쉬 는 날 출 근 하던그는, ‘이대로 살 아서는안되 겠 다’는생 각 이들 었 다.다 른직장인들은 쉬 는데 왜 우리는 텅빈 버 스 와지하 철 을 타 고출 근 을해야할 까.이렇게 뼈 가 빠 지도 록 일을하는데 왜 우리는위험한작업환경에서위태롭 게살아야할까.정봉씨가노조를만들 기로 결 심한이유다.주 변 공장노동자 들 몇몇 과 뜻 을모았다. 퇴근 하고나면 ‘노조가 만들어 졌 다’는전단지를주얼 리 거 리구석구석뿌렸다. 정봉씨는 1970년 평 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처럼“ 근 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며 거 리로나 왔 다. 그는 서울지 방 고용 노동청 앞 에서 6 월 1 2 일부터 43일간 노 숙 농 성을 벌였 다. 정봉씨와 세종씨 는“정부가 새 로 운 법이나제도를만들 필요가없다”며“ 근 로기준법이제대로 준수하도 록감 독해달라”고 입 을모았 다.정봉씨는“이재 명 대 통령 도소년공 시절 첫번째취 업한 공장이 목걸 이만 드는 공장이 었 다. 지금 우리처럼 붕 산 으로 땜 을하며위험하게일했다”면서 “대 통령 은열악한노동자의 삶 에서 탈 출했을지모르지만 대 통령 의 후배 들 은여전히 똑같 이위험한 삶 을살고있 다는것을 알 아달라”고호소했다. 지 난 2 4일고용부는 주얼리노동자 보호를위한대 책 을 발표 했다. 근 로기 준법위반이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 항 을자체 ( 자 율 ) 점검하도 록 지도하 고,법위반을시정하지않으면 근 로 감 독에나서 겠 다고 밝 혔다.또주얼리노 동자들의특수건강진단 비용을 지원 할계 획 이다. 주얼리노동자들은기대 감 을가지면 서도 우려했다. 정부 대 책 이사업주들 의‘자 율 점검’에 맞 춰 졌 기때문이다.주 얼리분회는 “사업주들은 관 행적으로 근 로기준법을 지 키 지않았는데 자 율 점검에만의지하면아무것도 바뀌 지않 을가 능 성이있다”며“정부가업체들의 근 기법준수를 더 강제하고 근 로 감 독 도 철저 하게시행해야한다”고말했다. 송주용기자 보호구없이아찔한약품작업다반사$급여명세서도못받는‘유령직원’ 창문도없이금속가루날리는공장 염산^청산가리등독극물작업에도 보호장비는커녕안전교육도안해 열악한환경탓만성폐질환고통 사고많고부당해고사례도빈번 ‘가짜 5인미만사업장’만연 월급은현금지급‘알바’둔갑 고용부보호대책에기대감속 사업주자율점검실효성우려 “근로감독철저하게시행해야” 서울한복판화려한주얼리거리$김정봉씨가증언한노동현장 1 2 3 4 지난 22일서울종로구종로3가역11번출구로나오니,귀금속들이진열된 유명한종로주얼리거리가나온다.귀금속에눈길을사로잡힌행인들중, 고개를들어낡은건물위층을올려다본이들은거의없을것이다. 거미줄처럼복잡하게늘어진전깃줄사이로꽉막힌창문이보인다.위태롭게 매달린에어컨실외기가윙윙거리며돌아가는공간들. 1층매장에서판매하는 귀금속을만드는공장이다. 지난 1월해고되기까지주얼리노동자김정봉(44)씨는이거리에서꼬박 28년을일했다.금속공예와목공예를교육하는고교를졸업한뒤1998년 12월종로의한주얼리공장에취직했다.놀랍게도 18세‘소년공’시절과 비교해,부당한환경이지금도별로나아진것이없다고한다. 정봉씨는지난달 24일김영훈고용노동부장관(당시후보자)의출근길에 뛰어들었다.“주얼리노동자들은근로기준법사각지대에놓였다”며대책 마련을촉구했다.한국일보는정봉씨의인터뷰등을토대로주얼리 노동자들의노동실태를들여다봤다. Ԯ 서울종로구소재한주얼리공장 에서노동자가귀금속을만드는모 습.귀금속광택을내는광택기작업 을하면면장갑이금세찢어지고까 만금속가루가온몸을덮는다. ԯ 서 울종로구소재한귀금속공장에서 일하는 주얼리노동자들이점심을 먹는 모습. 창문 하나 없는비좁은 공간이다. 22일서울종로구일대 에자리잡은 주얼리거리모습. Ա 주얼리업체가김정봉씨에게지급한 월급명세서. ‘김정봉’ 이름세글자만 적혀있는명세서는사실상백지다. 금속노조주얼리분회제공 송주용기자 Ӡ 7일서울중구서울지방고용노동청앞 에서노숙 농성을 진행중이던 주얼리노 동자김정봉씨. 그가손에들고있는것은 ‘전태일평전’이었다. 송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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