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8월 1일(금) ~ 8월 7일(목) A10 서울에서차를몰아동쪽으로향하는길은늘짧은순례 같다. 팔당대교를 지나 남한강과 북한강이 어깨를 맞대는 두물머리가 가까워지면 마음은 벌써 강가로 달려간다. 두 물머리라불리는이곳은예로부터시인과화가, 선비와농 부가물길을따라드나들던곳이다. 이름그대로두물줄기가머리를맞댄다는뜻은지형만큼 이나풍경에도절묘하게어울린다. 차창너머강안길이펼 쳐질때면마음부터먼저풀린다. 이른아침햇살은강가에 부서지고물안개는천천히걷힌다. 두물머리에닿으면가장먼저수백년을버텨온느티나무 를찾는다. 여름에도묵직한그늘을드리우는고목아래에 는이미삼삼오오모여앉은사람들이강물위에반짝이는 햇살과바람소리에귀를기울인다. 고목뒤로보이는두물머리는추사김정희가강을바라보 며묵향을남기고다산정약용이실학의뼈대를다듬던유 서 깊은 길목이기도 하다. 두물머리 역사정원과 상춘원에 는그시대의숨결이담긴유적과안내문이작은쉼터처럼 놓여있다. 그길은지금도연의나라양수리로이어져강둑 자전거길과‘걷고싶은길’을만들어낸다. 느티나무그늘을지나면길은자연스레세미원으로이어 진다. 표를끊고들어서면연못위에펼쳐진연잎과분홍빛 꽃망울이하나의화폭이된다. 돌다리를건너며다가가면연잎위에맺힌물방울이햇빛 을받아투명하게반짝인다. 연잎위에앉았다날아가는물 새를따라걷다보면마음은한층차분해진다. 물길은그렇 게사람의마음을잠시쉬어가게한다. 6월하순부터8월초까지열리는연꽃축제철엔세미원이 더특별해진다. 낮에도아름답지만밤이되면연못위데크 길이작은조명으로밝혀져연잎이별처럼빛난다. 가족도, 연인도, 혼자온여행자도연못가장자리에서서연꽃을담 는다. 카메라셔터소리너머로강변바람이부드럽게스쳐 간다. 세미원을나서면강둑을따라이어지는양수리걷고싶은 길이기다린다. 강가를 따라 자전거 길도 잘 닦여 있어 라이더들이 부지 런히페달을밟는다. 땀에젖은헬멧을벗고잠시멈춘그들 이줄지어서는곳이있다.바로두물머리핫도그노점이다. 파삭한 튀김옷에 달콤한 설탕을 입힌 핫도그 하나를 강 바람과함께베어물면,이길위에서만느낄수있는작지만 근사한사치가된다. 옆으로는어묵바, 수제레모네이드, 연 잎차를 파는 작은 상점들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부드럽게 붙잡는다. 길 위엔 골목길처럼 작은 가게들도 하나둘 자리를 잡았 다. 연잎모양소품과차를파는가게, 손수만든엽서를진 열한문구점, 간혹문을열어둔작은갤러리까지…. 문을열 고들어서면낯선향기와이야기들이스며든다. 강가의상점들은관광지의번잡함과는달리연잎위를스 치는바람처럼조용하고느리다. 마지막으로 꼭 들르게 되는 곳은 요즘 양평에서 가장 유 명한‘양평스타벅스’다. 강변쪽으로크게열린통유리창 은마치커다란액자같아앉은자리마다풍경이다르게담 긴다. 아이스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은 모두 강을 바라보거나 방금찍은연꽃사진을돌려본다. 헬멧을 벗은 라이더들, 자전거 대신 책을 펼친 여행자들, 유모차를끄는가족까지이곳에서잠시숨을고른다. 긴테이블위엔여행의조각들이흘러다니고, 그사이로 부는강바람은커피향과함께사람들의피로를덜어낸다. 돌아오는길, 해가기울면강둑도로위로차들이길게늘 어선다. 창문너머로연잎과강물, 사람들의웃음소리가희 미해진다. 두물머리와세미원, 양수리걷고싶은길은잠시 스쳐가는풍경같지만,그순간만큼은강처럼머문다. 다산과 추사가 남긴 묵향은 바람에 실려 아직도 강가에 떠돌고 연잎 위로 흐르던 햇살과 물새의 날갯짓은 돌아온 일상속에서도종종마음을흔든다. 그곳은분명히다녀왔 지만여전히마음한켠에연잎위로흐르고있었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 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 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두물머리물레길풍경. 세미원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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