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8월 15일(금) ~ 8월 21일(목) A10 태백은서울과는전혀다른시간을품고있다. 도착한정 오, 한낮의기온은고작 24도. 한여름임에도공기속엔선 선한서늘함이감돌고등줄기를타고흐르는청량한기운 이 이곳이‘고도 900m’의 도시임을 실감케 한다. 태백산 자락에위치한오투리조트에이르자풍경은다시한번바 뀐다. 높은하늘, 잔잔한숲, 멀리겹겹이이어지는산능선. 고요 한고원의바람이유리창을두드린다. 문을열자실내는금 세 자연의 숨결로 가득 찬다. 에어컨 없이도 서늘한 공기. 문득영화‘웰컴투동막골’의한장면이떠오른다. 외딴마 을, 멈춰선 시간, 그리고 그 틈새로 흘러드는 고요한 울림. 태백은그렇게도시의분주한시간을멈추게만든다. 이튿날 아침, 태백의 심장이라 할 발원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첫목적지는‘검룡소’. 태백창죽동깊은산중, 울 창한숲을지나작은이정표하나를따라가면불현듯마주 치는샘물.이곳이바로한강의시작점이다. 조용한 숲 속에 서면 땅 밑에서 솟아오르는 물소리가 귓 가를간지럽힌다. 수정처럼맑은물줄기는바위를타고유 유히흘러내린다. 서울을지나서해로향하는한강이이작 은산골짜기에서시작된다니, 자연의경이앞에서그저조 용히미소짓는다. 검룡소에서 내려와 태백 시내로 향하면, 또 하나의 강이 시작되는곳이기다리고있다.바로‘황지연못’,태백중심 에자리한이깊고맑은연못은낙동강의발원지다.물은경 상도의산과들을굽이굽이흘러남해로이른다. 황지천은사시사철물이넘치지않지만결코마르지도않 는다. 사람들은연못가에앉아물그림자를들여다보고, 그 앞에서발을담근채한참을머문다. 흘러가는물이아니라 머무는마음이있는곳이다. 태백은 단지 지리적 의미의 고원이 아니다. 물이 태어나 고, 시간이 흘러가며, 오래된 이야기가 잠들어 있는 도시 다. 그 시간을 되짚듯, 나는‘장성동 성당’으로 향한다. 1960년대갱도깊은어둠속에서일하던광부들의기도를 품고 세워진 성당. 붉은 벽돌과 석조 구조, 소박한 종탑이 도시의오래된기억처럼자리를지키고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여름빛 이바닥위로조용히스며들고촛불앞에앉은고요가주위 를감싼다. 오래된나무의자에서풍기는내음은이곳의시 간이천천히흐른다는걸알려준다. 성당뒷길로난‘십자 가의길’을따라가며고즈넉한주변의풍경과마주한다. 조금더높이오르고싶어바람의언덕까지차를몰았다. 풍력발전기아래넓게펼쳐진배추밭. 풍경은점차하나의 필름처럼이어진다. 검룡소의맑은물소리, 성당의잔잔한 공기, 오투리조트의 창밖 능선. 그 모든 기억이 서서히, 그 러나또렷하게스며든다. 여름의태백은단지시원한휴양지가아니다. 그곳은‘발 원지’라는 단어 자체에 깃든 상징, 시간의 시작과 끝이 교 차하는자리에선도시다. 한강과낙동강이동시에태어나 듯, 이곳에서흘러나오는건단지물만이아니라수많은삶 의기척이다. 그리고그물소리는여행을마친지금도마음 어딘가에서조용히흐르고있다. 태백의 여름은 별빛과 바람, 그리고 웃음이 한데 어우러 져그어떤도시보다따뜻하다. 불꽃이황지천위로번지는 그순간태백은다시한번누군가의마음속에‘기억의발 원지’로새겨질것이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 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 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시간이발원하는곳’ 태백의여름을거닐다 바람의언덕에서바라본풍경. 태백장성성당전경. 서울을떠난건토요일새벽이었다. 회색도시가아직눈을뜨지못한시간, 강변북로를타고영동고속도로로접어든다. 한때는구불구불한국도만이 유일한길이었다. 태백까지의여정은쉼없이이어지는커브와산비탈을 지나야만했고, 그길은쉽게허락되지않았다. 하지만지금은다르다. 고속도로와국도38호선이매끄럽게이어져도시의숨 가쁜일상을뒤로한채강원도의고원도시, 태백으로빠르게향한다. 약 260㎞, 세시간반남짓. 이른아침햇살은도로위로가볍게내려앉고창문 너머로는서서히계절이바뀌어가는기색이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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