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8월 22일(금) ~ 8월 28일(목) A10 8월초스위스의여름은유난히빛이깊다. 알프스설봉은 여전히하얗게반짝이며하늘빛을머금고, 그발치에자리 한레만호수는짙은청록빛속에서잔잔히숨을고른다.호 수한모퉁이에음악과꽃향기로숨쉬는도시‘몽트뢰’가 있다. 몽트뢰는원래알프스산자락의소박한마을이었다. 그러 나 19세기중반유럽을휩쓴철도혁명은이곳을여행자들 의지도위에새겨넣었다. 영국과프랑스귀족, 예술가들이 호수와산의풍광에매혹돼모여들었고마을은서서히스 위스리비에라휴양지로변모했다.호수건너편에는프랑스 에비앙이손에잡힐듯다가오고기후는사계절내내매력 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도시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건 단 연몽트뢰재즈페스티벌이다. 1967년재즈애호가클로드 노브가소규모공연으로시작한이축제는반세기를지나 며장르의경계를허물었다. 재즈에서록, 블루스, 소울, 월 드뮤직까지시대를빛낸음악가들이무대위를거쳤다. 마일스 데이비스, 퀸, 에릭 클랩튼, 노라 존스. 그 이름만 으로도한권의음악사다. 매년 7월호숫가산책로는세계 각국에서온관객들로가득차고여름공기에는음악의리 듬과호수의물결이함께흐른다.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중후한 외관의 페어몬트 르 몽트 뢰팰리스가눈에들어온다. 1906년문을연이호텔은‘스 위스리비에라의보석’이라불린다. 발코니마다이어진흰 난간, 황금빛 샹들리에가 낮게 빛을 흘리는 로비, 그 안에 자리한몽트뢰재즈카페는이도시의영혼을가장진하게 느낄수있는곳이다. 페스티벌열기를직접느끼지못한아쉬움을달래려카페 에들어선다. 벽마다전설적인순간이흑백사진으로걸려 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호수 앞에 서 있는 모습, 마일 스데이비스가눈을감은채무대를기다리는장면, 데이비 드보위가웃음을터뜨리는순간. 사진들은단순한장식이 아니라이도시가걸어온문화연대기다. 바텐더가 추천하는 칵테일 대신 뜨거운 날 씨에 이끌려 모히토를 주문했다. 두배로넣은민 트와 라임이 얼음과 부딪히 며 내는 향은 알프스에서 불어 오는 찬바람처럼 시원했다. 첫 모금 이목을타고내려가자여름의열기가부드 럽게꺾인다.창밖에서는햇빛이호수위에쏟아지고 어딘가에서색소폰이낮게깔린다. 음악과술과여름이한 순간에겹쳐진다. 카페를 나서 호숫가 산책로로 향한다. 길 위에는 꽃길과 조각작품이이어져마치야외미술관을걷는듯하다. 사람 들은가장먼저프레디머큐리의동상앞에모인다.그는몽 트뢰를 사랑했고 밴드‘퀸’의 마지막 앨범‘메이드 인 헤 븐’(Made inHeaven)을이곳에서녹음했다고한다.높이 치켜든 팔과 당당한 자세에 여전히 관광객들의 카메라가 향한다. 그러나나를오래붙든건 2015년몽트뢰비엔날레수상 작이다. 안개속사다리위에서하늘을향해팔을뻗은소 년. 그는마치바람과중력의법칙을잊은듯호수위로날 아오를것만같았다. 사다리아래로아이들이자전거를타 고지나가고, 그뒤로레만호수와알프스가하나의장면처 럼이어진다. 그 외에도 물고기를 형상화한 금속 조각, 빛을 반사하는 유리 설치물, 산맥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곡선 조형물들이 산책길곳곳에놓여있다. 이곳에서는‘전시를본다’는긴 장감대신‘작품과함께숨쉰다’는자유로움이느껴진다. 몽트뢰에서의 시간은 묘하게도‘빠름’과‘느림’을 동시 에품었다. 호수옆을걷는발걸음은느렸으나저녁하늘이 붉게물드는순간은너무나빨리찾아왔다. 재즈카페의모 히토, 호수위에부서진햇빛, 조각의실루엣이감각속에서 하나의음악처럼이어졌다. 언젠가다시이곳을찾는다면그때도여름이었으면한다. 레만호수가가장투명하고, 몽트뢰가가장음악적이며, 산 책로의꽃이가장찬란한계절. 그리고어쩌면호수건너편 에서들려오는색소폰소리에이끌려또한번밤이깊어질 지도모른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 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 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호수와재즈가흐르는도시 ‘몽트뢰’ 몽트뢰산책로. 페어몬트르몽트 뢰팰리스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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