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8월 27일 (수요일) 오피니언 A8 요란한 자동차 소리에 창밖을 내 다보니노란스쿨버스한대가서있 다. 맞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 했었지. 밤새내린비에젖은배롱나 무가지끝에서아침햇살이반짝인 다.늘같아보이는골목풍경이지만, 어떤 날은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또어떤날은지난날의기억들을떠 올리게한다. 골목입구에서아이를데리고스쿨 버스를 기다리는 이웃의 모습은 영 락없는 지난날의 나다. 문득,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두 모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졌다. 마지막으 로카메라를만져본게언제였던가.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카메라를 꺼 내보니렌즈캡조차열어보지않은 채그대로다.메모리카드가들어있 었다.컴퓨터에카드를꽂자,오백장 이넘는사진들이쏟아져나왔다.세 상에,이귀한추억들이고스란히남 아있었다니. 사진들을천천히들여다보았다.폭 포옆에서, 호숫가에서, 공원산책길 에서, 바다에서, 그때마다그순간을 함께했던 지인들의 모습과 풍경이 빼곡했다. 이제는다시만날수없는 얼굴들도있다.몇년사이멀리떠나 버린사람들. 내가힘들때는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소중한 얼굴 들이다.이세상어떤것도영원할수 없다는것을몰랐던건아니었건만, 돌이킬수없는이별을하고서야그 들의 존재가 얼마나 귀했는지 알게 되는어리석은나다. 사람들은흔히과거보다는미래를 보고 사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나 역시 지나간 날들을 추억하며 사는 편은아니다.하지만내기억속에새 겨진수많은순간들,슬픈기억은슬 픈대로,기쁜기억은기쁜대로그대 로간직하고있다. 후회나회한으로 곱씹기보다는 그때의 경험이 있었 기에지금의내가있다는것에만족 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이 대견하기 도하다. ‘므두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라는 심리 용어가 있 다. 성경에서 969세까지 살았다는 최장수 인물,‘므두셀라’의 이름에 서유래한이증후군은, 과거를회상 할때좋은기억만떠올리며그시절 로돌아가고싶어하는심리를말한 다. 불행했던 기억을 행복했던 추억 으로왜곡하는일종의현실도피성 향이기도하다. 몇년전이증후군에관한글을읽 다가“혹시나도그런거아니야?”하 며혼자웃었던적이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신기하게도 지난날의 내 추 억은모두아름답다. 어쩌면나도므 두셀라 증후군 환자처럼 좋은 기억 만 골라냈을 수도 있지만, 지난날의 기억들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뿐이 다. 사랑하고 이별했던 아픈 추억이 든, 누군가에게 배신당했던 쓰라린 기억이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저 아름답고애틋한감정으로남는다. 5년 전 세상을 떠난 두 지인의 사 진을보며한동안잊고있었던추억 을 되새긴다. 이른 나이에 애석하게 세상을떠난그들이그립다. 다시볼 수없다는생각에기분은쓸쓸하지 만,그래도살아있어나는그들과함 께했던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빙그레웃음짓는다.맞다,누군가를 사랑했고또그누군가가나를사랑 했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위로 받을수있는것이바로옛추억이다. 그래서 지난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 울수밖에없나보다. 김혜경 사랑의 어머니회 회장 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수필 추억은언제나아름답다 30여 년 전, 미국 대학입학시 험의 한 영역이던 SAT2 한국 어과목이채택됐을때많은한 인들은 반신반의했다. 과연 소 수 언어인 한국어가 미국 교육 제도속에서자리를잡을수있 을까.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당시 한인 단체들의 결집과 삼 성의 후원이 맞물리면서, 1997 년정식시험과목으로 채택된 SAT2 한국어는 빠르게 정착 했다. 그 여파로 미 전역의 초·중· 고교에 한국어반 개설이 확산 됐다. 채택 당시 불과 네 곳에 불과했던 한국어반 개설 학교 는이후급속히늘어나2023년 말에는 전국 초·중·고교 217 곳에서 2만5,000여 명의 학생 들이한국어를배우고있다. 더욱이미국대학에서는외국 어학습인구가전반적으로줄 고 있는 가운데, 한국어는 오 히려성장세를보이고있다. 미 국현대언어협회(MLA)가 발표 한자료에따르면영어외언어 를 공부하는 학생 수는 2016 년 141만8,584명에서 2021년 118만2,562명으로 16.6% 감 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 국어 수강생은 2016년 대비 38.3% 늘어난 1만9,270명에 달했다. 한국어를가르친다고보고한 대학도 2015년 LA 타임스 추 산 154개에서 29개 증가했다. 한국어는 현재 미국 대학에서 가장많이수강하는외국어15 개가운데라틴어다음으로10 위를기록하고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지난 21일 출범 한‘AP 한국어도입추진위원 회’는 SAT2 한국어도입당시 의경험을떠올리게한다. 미주 한인사회는 이미 2010년부터 한국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 받을수있는 AP 과목으로채 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 다. 칼리지보드의까다로운기준 을충족해야하는험난한과제 가 놓여 있지만, 이미 절반 이 상의조건은충족됐다는평가 가나온다. 교사양성, 교육표 준화, 재정 지원이 뒷받침된다 면 3~5년안에현실화도가능 할것이다. 시기도 무르익었다. 2021년 SAT2가사라진지4년이지났 지만한국어학습수요는줄지 않았다.오히려비한인학생들 의 참여가 늘고 있으며, K-팝 과드라마로대표되는K-컬처 가언어확산을강력히견인하 고있다. 언어가문화와결합해 전파될때얼마나큰힘을발휘 하는지를 우리는 직접 확인하 고있는셈이다. 관건은 추진 방식이다. 중국 어 AP 과목의 경우 중국 정부 가 전면적으로 나서 지원했지 만, 미국 내에서는 오히려 반 감이나견제를불러오기도했 다. 따라서이번추진위원회는 한인사회가주도하고, 한국정 부는 조용히 재정·제도적 지 원을하는‘역할분담’방식을 취하는것이적절하다는목소 리가높다. 실제로이번위원회 가 교육계, 지역사회, 동포 단 체를 망라한 민간 중심 협력 구조를만들어낸점은그자체 로큰의미가있다. 만약AP한국어가정식과목 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그 파 급 효과는 SAT2 한국어를 훨 씬뛰어넘을것이다. 단순히언 어 과목이 하나 더 늘어나는 차원을 넘어, 미국 내 한국어 의위상강화, 한인2·3세의정 체성유지, 나아가한국의국가 이미지제고로이어질수있다. SAT2 한국어가 한국어 교육 확산의 불씨였다면, AP 한국 어는그불씨를본격적인불꽃 으로키우는제도적도약이될 것이다. 이제필요한것은한인사회의 꾸준한결집과한국정부의조 용하면서도 든든한 뒷받침이 다. LA 한국교육원을 비롯한 미국내 8개교육원이힘을보 태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30년 전의 작은 성 공이오늘의큰전환점으로이 어졌듯, 이번에도그역사를다 시써내려가기를기대한다. AP 한국어 도입 추진위 출범에 거는 기대 데스크의 창 노세희 부국장대우ㆍ사회부장 ‘핥아주는 혀’ 박일환 이 아침의 시 갓태어난송아지를혀로핥아주는 어미소의축축한눈망울속에서 새끼소가천천히뒷다리를일으키고있다 혀의쓸모는말을할때보다핥아줄때더빛난다 몸짓은영혼의언어라고도한다. 열마디말보다손 한번잡아주는것이더큰위안이될때가있다. 말 없이툭-등한번쳐주는것이최고의응원이될수 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가린다는 말도 있 지만, 말은 때로 진실을 가리고 화를 불러오는 빌 미가 되기도 한다. 흔히‘말 못 하는 소’라고 안쓰 럽게 말하곤 하지만, 저 어미 소와 갓 태어난 새끼 소사이비언어적교감에는한마디도보탤것이없 어 보인다. 달변으로 세상을 혀끝에 굴리려 할 때, 저어미소의말보다빛나는혀를떠올려봄직하다. <시인반칠환> 노벨상 351개, 352개, 353개, 354개, 356개… 에드웩슬러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시사만평 노벨상의 꿈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