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8월 30일 (토요일) ‘정’이란단어는한국문화속에 서매우특별한의미를지닌다. 단 순한 감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 인 관계와 유대를 뜻하며 한국사 회의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정’은 사랑 우정 연민 애착, 그 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포괄하 는 개념이다. 피를 나눈 가족뿐만 이아니라이웃, 친구심지어는낮 선 사람과도 쌓일 수 있는 감정으 로,정들었다.정이간다,정이떨어 졌다’등,다양한표현으로일상속 에서 쓰인다. 한국의‘정’문화는 농경사회유교적가치관공동체중 심의생활방식에서비롯되었다.특 히오랜시간함께살아야했던마 을 공동체에서 협력과 배려 인간 적인 유대가 중요했으며 그 과정 에서‘정’이라는감정이자연스럽 게자리잡았다. 정문화는사람간의거리를좁히 고 따뜻한 공동체 분위기를 조성 하는데큰역할을하고있다. 정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표하 는 문화적 감정이자 관계의 연결 고리이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자 연스럽게 쌓이는 신뢰와 애정, 배 려의 감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급 변한 시대적 상황 속 전통적인 정 문화는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 다. 하지만정은그형태만달라졌 을뿐, 여전히사람들사이에서따 뜻한 유대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록 과거처럼 자주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정을 직접 표현할 기회 는 줄었지만 마음을 나누고 싶은 진심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가치 이다. 한국인의정문화는오랜역 사와 공동체 중심의 삶에서 비롯 되며지금까지도사람과사람사이 의 관계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힘 으로 작용하고 있다. 형식보다 마 음을계산보다인간미를중시하는 이문화는디지털시대에도여전히 유효하며,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 적정체성을보여준다. 한국에서오래생활한외국인들 에게한국의좋은점을꼽으라하 면‘정’은항상언급된다. 그들에게 이제 정이란 따듯함, 세심히 챙겨 주는손길,‘우리’라는소속감등 의느낌이아닐까? 이렇듯,‘정’은 ‘우리’라는공동체안에서감정적 공유의식과가족과같은결속력을 갖게해준다. 한국 사회에서는 정에 끌린다는 표현을 흔히 쓴다. 처음에는 관심 이 없거나 심지어 불편하게 느꼈 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 히 정이 들고 관계가 맺어지는 경 험을하게된다. 이처럼정은강렬 한첫인상이나사건보다조용하고 일상적인반복속에서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정’의좋은점을언급하려면헤 아릴 수도 없겠지만‘정’의 무서 운 점은 우리가 아니면 남이 된다 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이기에 무 리한부탁도거절하기힘들어지고 우리이기에 우리 식구를 먼저 챙 겨야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 면‘정’은 한순간에 떨어지기도 한다. 정이 떨어지면 한순간의 우 리 밖의 존재가 되어‘남’이라는 존재가 된다는 점은 어쩌보면 참 따듯하고잔인한것같다 ‘정’의문화로인해사회조직기 업 등 의 부정적인 힘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이나 부족하 더라도실력이나능력보다는‘줄 과빽‘에의해결정된인사는인생 의 대부분을 바치고 실력을 키워 온 우리밖에 있는 구성원들의 커 리어비전을 파괴하고 상실감을 줄것이다. 여기서그치는게아니 다. 더무서운점은최대한배제되 도록최대한시스템화하여피라미 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의 전문 성 부족으로 아랫사람들의 실력 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점 이다. 객관적인 수치들로 인한 평 가가상대적으로어려운데전문성 없는 리더들은 무엇을 보고 평가 를하겠는가? 결국누가본인에게 잘 보이고, 줄을 잘 서고, 우리라 는 집단으로 들어올지 실력보다 는‘사내정치’와 보여주는 쇼잉 (showing)이많은영향을주게되 는것이다. 정의문화로인한우리사회에긍 정적인 따뜻한 면도 이어왔지만 부정적인 면도 많다. 이러한 뿌리 깊은 정의 문화를 완전히 무시할 순 없고 우리라는 문화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인사역할 이더욱중요하다. 전문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시 스템화하는 데 노력을 기우려야 한다. 정의문화는 공동체의 식구 들을 챙겨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서 끼끼리 나눠 갖게 쉬운 현실이 다. 주관부서가 들어갈 자리를 배 제 되도록 최대한 시스템화 해야 한다. 물론 최대한 공정하게 만들 기 위한 많은 연구와 세밀화가 필 요한 것 은 분명하지만 한국사회 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 의오랜전통의‘정’문화가시스템 과 잘 조화되어 공정한 한국문화 의 아이콘으로 부상되리라 기대 한다. 오피니언 A8 외롭다는 감정을 감추려고 눌러 오느라 애쓰시다가 주변 을 의식한 나머지 최근에 우울 증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는 지 인의하소연을듣게되었다. 외롭다는 감정을 혼자 독불장 군처럼 감당해 내다가 더 큰 마 음 병을 얻게 되었단다. 실은 외 롭다고드러내는것을결함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라 외롭다고 말 할 수 있다는 자체 가건강한자아구성의출발점으 로부끄러워할것도아니며굳이 숨길 만큼 잘 못된 감정도 아님 을강조해드렸더니대뜸,“살아 오면서외롭다고느낀적이없으 셨어요 ”라는 반문을 받게 되었 다. 일상을 바쁘게 보내는 편이 라 하루가 36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생각을하느라외로움 을느끼거나심심하다는생각을 한적이거의없었던것같다’는 답변을드리면서, 아차동병상련 감정을갖고싶었던건아니었을 까, 뒤늦은깨달음이마음을헤 집는다. 그랬던 것 같다. 혼자의 시간이나 공간을 즐겼던 것 같 다. 고독을 친구로 삼을 만큼은 아니지만고요하고잠잠한적요 의적적미에젖어드는넉넉함에 흡족해하면서생각들을가지런 히 모으기도 하고 분류해 보기 도 하면서 분주한 시간을 보내 는터라외로움과는거리가있는 시간에심취하곤했었다. ‘인간은어차피원래외로운존 재‘라는 논리를 인정하며 주어 진 상황을 누리며 살아가는 편 이라고 솔직히 말씀드렸지만 생 각 차이를 좁히기에는 살아 온 환경이나개인성향차이가있음 을 인정 하자고 결론을 매듭 지 으려 하자‘이미 외롭다는 얘기 로마음열기를해버렸기에외로 울땐기댈수있을것같은위안 을얻었다’는말에도리어위안 을얻게되었다. 외로움은 그 누구도 어르고 달 래서 해결해줄 수 없음이다. 누 구나 내면에 한 자락 깔고 있는 원초적 본능이다. 그러나 외로 움에 실려 휘청거리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외로움의 노예가 되 어 귀한 생을 유폐 시키기엔 생 이너무귀하고소중하기때문이 다. 한편으론 지금의 내가 외로 움을 타지 않는다 해서 외로워 하는 이들에게 무언가 문제를 안고있기에외로워한다고치부 하는 것은 사회적, 심리적 편견 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인생은 누 구나 시한이나 경계 없는 불문 곡직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생들이 언제 가장 외로워질까. 가족이나 사랑하는 연인으로 부터외면을당하거나버림을받 았을 때. 가족을 우선시 해오다 자신을돌보지못하고외로움과 맞닥뜨리는경우, 신의를지켜왔 던친구, 지인들로부터마주치기 를꺼려하거나이유없는외면으 로 도외시 하는 태도로 기피하 고 있음을 자각 했을 때, 모욕적 인발언에노출되면서깊은외로 움심연에빠지기도한다. 이로 인해 밀려드는 공허감이 허무를 불러들이고 삶의 무의 미함이 예측하지 못했던 외로 운순간으로살아가는모퉁이에 서셀수없이만나게된다. 유난 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 라면 초록 숲에서 조락하는 잎 새를만나도외로움을느낄것이 다. 자기 관리를 잘해내는 사람 은 외로움을 즐길 줄도 안다. 이 들의 삶은 늘 활기찬 환희가 곁 들여져 있다. 비결은 무언 가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 을 던져 성과물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사람들은 외로움이 자리 할틈이없다. 고독을 사색과 자신을 세워가 는 일로 소모한다면 그리 문제 점은 없겠지만, 수시로 외로움 을 붙들고 몸부림 친다면 생각 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 까. 외로움이파도처럼넘실댄다 면 상황을 바꾸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이즈음 젊은이들 사이 에‘도시전체에뿌리내린외로 움’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감기 처럼외로움에걸려있다는뜻이 된다. 근원적인 외로움은 상황 이나 주변에서 해결해 줄 수 있 는 것도 아닌 것인데. 내면에서 생성되는감정은본인이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지, 연인관계는 외로움을 일시적으 로제어하거나통제하는데도움 을 줄 수 있겠지만 외로움 근원 을 관리해야 하는 몫은 자신이 어야만한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들키지 않 으려 제 각각의 가면을 마련하 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 저장된 사람숫자가외롭지않다는가면 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나눔 활 동이나봉사활동참여로외롭지 않으려는 시위로 해소하려는 삼 투압 가면이 나타나기도 하고, 하루하루얼마나바쁘게살아가 는데외로울틈이나있으면좋겠 다는 일련의 일 중독 가면이 대 두 되기도 한다. 외로움을 상쇄 하려는 다양한 가면 등장 현상 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로 움을 숨기려 하거나 도망 치는 것은나로부터숨거나도망치려 는것인데그러한행위로해결될 일이 아니란 것이다. 가면을 벗 고 외로움을 직시하며, 있는 그 대로 자신을 받아들여야 할 것 이다. 외로움의 뿌리를 들추어 보면 사람마다 다름을 보게 된다. 외 로움은 돌발적인 기후현상이나 사건사고가아니기에자신을객 관적으로살펴보는것이우선이 다. 많은 경우 자신을 너무 소중 하게 생각한 나머지 자신의 감 정이나상황에지나치게몰입한 부산물일 수도 있을 것이라서 어쩌면 독서도 한가지 처방전이 될수있다는귀뜸을드리게된 다. 외로움을 이열치열 해보는 것 도 훌륭한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바빠서 외로울 틈이 없 다는 엄살을 덮으려는 듯 어디 선가한줄기바람이인다. 그바 람자락 속에서 벌써 가을 냄새 이 실려온 것 같다. 더위에서 벗 어나듯외로움에서벗어날수있 을것같은가을내음이벌써그 립다. 바빠서 외로울 틈이 한국춘추 양상훈 수필가ㆍ시인 시사만평 조나단브라운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미네소타의 비극 미네소타총기난사 당신이 (총으로) 살상할권리를 보호해주기위해얼마 나더많은이들이죽어야한단말인가? 한국인의‘정’문화와공정사회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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