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9월 5일 (금요일)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출연한 tvN 예능프로‘유 퀴즈 온 더블럭’이방송직후입길에올랐 다. 진행자 조세호가 게이츠와 찍 은사진이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에서댓글공격을받으면서다. 게이 츠 이사장은 방송에서 재산 대부 분을기부하기로한배경과인공지 능발전이가져올미래상에대한이 야기를 주로 했을 뿐이다. 그럼에 도 조세호 유재석, 그리고 게이츠 가 한 프레임에 들어온 사진에 많 은네티즌이분노했다.이들은느닷 없이‘백신 음모론’을 파고들었다. ■“백신 팔러 왔네, 웃을 일 아니 다” “코로나백신피해자들에게사 과하라” “게이츠에게속지마세요” 조씨가사진을올린SNS엔이같은 비난 댓글 수십 개가 이어졌다. 이 들 글에 담긴 내용을 보자면, 대체 로 게이츠가 코로나 백신 등 개발 과상용화에크게투자하면서백신 으로인한대규모죽음에기여했다 는 주장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백신피해가족이라고자신을소개 한 댓글도 적지 않다. ■ 게이츠는 실제백신부작용피해자들과무용 론자들로부터 오래도록 공격을 받 아왔다. 그가 코로나19 백신을 이 용해인류에게마이크로칩을심으 려했다는주장, 백신을맞게해인 구조절에나섰다는비난도일었다. 그가 세계를 움직이는‘딥스테이 트(비밀 권력집단)’일원으로 대규 모백신임상시험을벌였다는설도 난무했다.하지만이들주장은모두 터무니없다. 게이츠가백신부작용 파급력을 말한 연설이 인터넷에서 왜곡된것뿐이다.■백신음모론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홍역 백신회피로몸살을앓았던미국에 선정부가백신회의론을부추겨재 차공중보건위기상황으로내몰리 고 있다. 백신 접종을 반대해온 로 버트케네디주니어보건부장관의 전횡 탓이 크다. 그는 백신 필요성 을 강조한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 을 내몰고 백신 개발 예산을 대거 취소했다. 과학이신념에짓밟히는 시대다. 예능프로 출연자 사진 한 장이혹시나또다른팬데믹의시발 점이 될 수 있다는 공상은 지나친 걸까. 게이츠 방한으로 다시 모습 을 드러낸 국내 백신 불신 여론이 그저아무것도아니길바란다. 오피니언 A8 시사만평 할리슈와드론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사실 외면? 직원들은모두퇴근한시간에가 게 문을 나서려던 남편은 멈칫했 다.가게입구에흑인이한명앉아 있었다.이미자정이다된시간,넓 은 주차장은 짙은 어둠만 가득하 고남편의차만한대동그마니남 아있었다. 그가어떤위험요소를 안고 있는지 몰라 선뜻 나서지 못 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 로 나오는 남편에게 그는 불쑥 일 자리를달라고했다. “Can you give me a second chance?” 의아해하는남편에게그는몇달 전에 우리 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 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노숙자임 을속이고가짜연락처를적어고 용되었는데 술에 취한 채 일하러 와서 그날로 주방장에게 해고당 했단다. 그가 노숙자의 삶에서 벗 어나기를간절히원한다고이해한 남편은 다음날 깨끗한 옷을 입고 열 시에 온다면 일자리를 주겠다 고약속했다. 24시간영업하는월 마트에서 옷을 사라고 돈까지 주 었다. 다음날아침남편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주방장은 그 가오지않을거라고했다. 혹시일 하러오더라도며칠못가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시간과 돈만 낭비 할것이뻔하니그런사람들은제 발고용하지말라고신신당부까지 했다.그러나그는열시오분전에 깨끗한 셔츠를 입고 일하러 왔다. 이번에 주어진 기회를 발판으로 노숙자 삶을 꼭 청산하고 말겠다 는듯, 그는하루종일열심히일했 다. 돌아서면 쌓이는 그릇들을 닦 아내느라두손이물에퉁퉁불어 도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쉬지 않 고움직였다. 그모습을본남편은 그가묵을방을구하기시작했다. 그러나범죄기록도있고신용불 량자인 그에게 방을 내주는 아파 트는한군데도없었다. 며칠을가 게앞에있는모텔에그를묵게하 며 남편은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 다닌끝에드디어방을하나구할 수 있었다. 아주 허름한 곳이었지 만 그는 자기만의 공간을 얻은 것 이몇년만인지모른다며울먹였 다. 그렇게그는진창같은그의삶에 서 마른자리로 넘어오는 것 같았 다. 두달가까이성실히일하던그 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점 차지각하는횟수가잦았고, 근무 시간에 사라져 나가 찾아보면 가 게근처나무밑에상주하는노숙 자들과 섞여 한가하게 잡담하고 서있었다. 그를믿지않았던직원 들은 그거 보라고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당신은 시 간과 돈과 사랑을 낭비한 거라고 남편의순진함을비웃기도했다. 유혹을이기지못하고다시노숙 자가 된 그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남편은 그를 도와준 것을 후회하 지는않았다. 녹록하지않은그의 삶 속에서 잠시라도 따뜻한 도움 을받은기억으로남을수있다면 그것으로만족한다고했다. 그는여전히거리에서살고있다. 그러나 짐을 나르는 남편을 발견 하면 달려와 손을 보태기도 하고, 불쑥 가게로 들어와 남편을 끌어 안으며 고마웠다고 인사도 한다. 이제 서른을 막 넘긴, 포기하기에 는아직이른나이다. 너무늦지않 게그가다시새삶을살수있기를 바란다. 그럴수있다면우리는언 제라도 다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윌셔에서 허경옥 수필가 ‘Second chance’ “요즘정치를보면정치는발전 하는 게 아니라 순환하는 것 같 습니다.” 며칠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한 정치학자는“전 세계 민주주 의가위기를맞아정치학과목중 에서 정치 발전론이 시들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대 그 리스 민주주의가 계속 발전했다 면 파시즘과 전체주의는 발붙이 지못했을것이라고도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양극단 세력이 판치 는한국정치를걱정하며나름의 해법들을내놓았다. 실제로 우리 현실을 보면 정치 가후진하고있음을절감하게된 다. 더불어민주당이 초강경파인 정청래 대표를 뽑은 데 이어 국 민의힘이 초강성‘반탄파(윤석 열전대통령탄핵반대파)’인장 동혁대표를선출했다. 정대표는 8·2전당대회에서승리한뒤“악 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 민의힘 대표와의 악수도 거부하 고 있다. 그는 계엄 사태 연루를 주장하면서“국민의힘을 해산시 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제 1야당 해산론까지 꺼냈다. 여당 인민주당은압도적다수의석의 힘으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노란봉투법’과 더 센 2차 상법 개정안등야당이반대하는쟁점 법안들을밀어붙이고있다.정대 표는또“검찰개혁,언론개혁,사 법개혁을폭풍처럼몰아쳐서전 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면서‘개 혁속도전’을예고했다. 국민의힘은지난대선에출마했 던김문수후보보다더강경한우 파인장의원을새사령관으로내 세웠다. 장대표는당선직후“모 든우파시민과연대해이재명정 권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대여 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계엄·탄 핵사태에대해반성의뜻을밝히 기보다는“내부 총질하는 분들 에 대해서는 결단하겠다”며‘찬 탄파’를먼저겨냥했다. 정치권에선“정청래호와 장동 혁호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 가장대표취임직후“내란은잘 된것이라고주장하는가”라며선 제 공격을 가하자 장 대표는“왜 곡과 망상으로 점철된 정치 공 세”라고맞받아쳤다.그러잖아도 사회경제적 양극화와‘조국 사 태’등으로 국민 의식은 분단 상 태로접어들고있다.여야의두사 령탑이강성지지층의눈치를본 다면국론분열은더깊어질것이 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새 대표의 이름을 따서“‘청동’시 대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웃 픈얘기까지나온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 이 20세기를‘극단의 시대(The Age of Extremes)’라고 규정했 는데한국도극단의시대를지나 가고있다.그에따르면20세기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까지 ‘파국의시대’를맞은뒤 25~30 년동안엄청난경제성장을이룬 ‘황금의시대’를거쳐 1970년대 중반 이후 해체·불확실성·위기 가 만연한‘산사태(landslide) 시 대’를겪었다. 한국도 해방 이후 분단·전쟁· 빈곤등의파국을넘어산업화와 민주화로 대표되는‘한강의 기 적’을 이룬 데 이어 불확실성 위 기에직면했다. 게다가우리는극 심한 이념·정파의 대립과 갈등 을겪고있다. 한국에 퍼펙트스톰(초대형 복 합 위기)이 밀려오고 있다. 내수 부진과관세전쟁에따른수출둔 화가겹쳐저성장고착화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 도화와러시아밀착등으로안보 불안도고조되고있다. 각자도생 시대에 한국이 글로벌 정글에서 생존하려면 국력을 결집해 첨단 기술개발과구조개혁으로잠재 성장률을끌어올려야한다. 여야가 권력 싸움에 매몰된다 면 과거 코미디 유행어인“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없다. 정치권이경제와민 생을 챙기려면 상대를 인정하면 서 합리와 상식을 토대로 숙의 (熟議)하는의회민주주의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특히‘어떻게 민 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쓴스티븐레비츠키와대니얼지 블랫이 강조한 민주주의 가드레 일인관용과절제의규범을지키 는게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본 언 론인터뷰에서“도쿠가와이에야 스의 인내심을 존중한다”고 했 다. 도쿠가와는‘새가 울지 않으 면울때까지기다린다’는리더십 을지닌인물로유명하다. 여권부 터속도보다설득과인내를중시 하는정치를말만이아닌행동으 로옮겨야한다. 여야 모두 극한 대립 정치의 터 널에서 빠져나와야 소를 제대로 키울수있다. 홉스봄의저서‘극 단의시대’마지막에나오는“사 회를변화시키지않으면그결과 는 암흑뿐이다”라는 구절이 머 릿속을계속맴돈다. 극단의‘청동’시대, 소는 누가 키우나 도와주세요! 백악관에서해고됐어요. 저는팩트체커였어요. 김광덕칼럼 김광덕 서울경제논설고문 지평선 양홍주/ 한국일보논설위원 빌게이츠가불러낸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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