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9월 12일(금) ~ 9월 18일(목) A10 연휴의 도로는 예상보다 훨씬 붐볐다. 서울을 떠나 동쪽 으로 향하는 길은 예전 같으면 4시간 남짓이었을 테지만, 이번에는무려6시간이넘게걸렸다.차창밖으로는여전히 청량한강원도의산세가펼쳐졌지만, 차안공기는약속시 간에늦은조급함으로무겁다. 함께하기로한친구들과의 만남은 늦어졌고 강원도 길 위에서 여행은 목적지보다 과 정이더많은것을남긴다는사실을다시금깨닫는다. 겨울용평은낯설지않은곳이다. 1975년문을연한국최 초의스키장용평리조트는한때국내스키문화의발상지 이자동계스포츠의성지였다. 사람들로북적이던숙박촌, 하얀눈밭을가르던스키어들의행렬, 곤돌라를타고오르 던설원의능선은한국인의겨울로망을대표했다. 주말마 다북적이던스키장은서울청춘들의만남의장이었고TV 드라마와영화의배경으로도자주등장했다. 그러나오늘날은사계절형리조트다. 겨울이아닌여름에 도사람들은이곳을찾는다. 뜨거운무더위속에서도산자 락바람은시원했고, 초록빛숲길은색다른피서지가됐다. 예전의 용평이 속도와 눈의 전율이었다면, 오늘의 용평은 느긋한호흡과녹음의향기로사람들을품는다. 2018년세계의이목이평창으로쏠렸다.평창동계올림픽 은강원도의산골마을을세계무대에올려놓았다. 알펜시 아와용평, 정선과강릉에이르기까지곳곳에서열렸던경 기들은 강원도의 겨울을 새로운 시선으로 비췄다. 올림픽 을 계기로 확충된 교통망과 시설들은 지금도 지역 자산으 로남아있다. 그러나 동시에 올림픽 이후 남겨진 시설의 활용, 지역 관 광의새로운방향은여전히풀어야할과제이기도하다. 그 럼에도평창과용평은올림픽이라는경험을발판삼아‘사 계절국제휴양지’라는새로운이름을꿈꾼다.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용평. 조바심과 피곤함으로 처진 어깨가무색할만큼발왕산축제로활기를띠고있었다. 산 정상으로향하는길마다음악과웃음소리가울려퍼지고, 푸드 트럭과 공연 무대가 들어서며 여름의 열기를 즐겁게 식혀준다. 산바람은무더위를잊게했고축제의자유로운 분위기는마치작은마을잔치같다. 발왕산은더이상겨울 에만오르는산이아니었다. 늦은 밤까지 축제와 공연을 즐기고 다음 날 발왕산 스카 이워크를밟는다. 투명한유리바닥위에서자, 발밑으로강 원도의숲과계곡이한눈에들어온다.발아래펼쳐진풍경 은푸른바다처럼출렁였고, 하늘위를걷는듯한아찔함과 해방감이동시에밀려왔다. 바람이얼굴을스치고발아래 산세가살아움직이듯출렁일때, 마치자연속한조각으로 흡수되는듯한기분을느낀다. 음악제를놓친아쉬움, 길위의지루함, 그러나도착후만 난축제와자연의선물로나들이를완성시킨다. 겨울의흰 눈과 여름의 푸른 숲, 클래식 선율과 여름 축제의 활기, 그 리고올림픽이후에도이어지는시간들. 용평은늘다른얼 굴로여행자를맞이한다.그기억들이모두모여‘발왕산의 바람’이라는이름의추억으로남긴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 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 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발왕산의바람, 그리고용평의추억 스카이워크에서바라본발왕산.. 발왕산축제현장. 매년여름이면어김없이평창국제음악제에맞춰강원도산자락을찾곤 했다.숲속무대에서울려퍼지는클래식선율은알프스못지않은 한국의여름을더서늘하게만들었다. 2004년처음시작된이음악제는 세계정상급연주자들과젊은음악가들이어우러져해발700m고원의맑은 공기속에서도시의공연장에서와는전혀다른울림을준다.그러나올해는여러 일정이겹쳐음악제기간을놓치고음악이사라진뒤의용평을늦게나마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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