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지난 8월5일 두다멜 지휘 아래 조성진이협연한라벨, 8월12일엘 림 첸이 지휘하고 제임스 에네스 가 협연한 차이코프스키, 8월19 일 다니엘 하딩 지휘로 다닐 트리 포노프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8월26일기드레슐레키테 지휘에츠지이노부유키가협연한 베토벤. 지난8월매주화요일마다 네 번의 할리웃보울 무대를 보며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자 리잡기시작했고, 그생각은매주 확신으로변해갔다. 바로‘편견이깨지고있다’는감 각이었다. 그동안 없었던 현상은 아니지만, 올해는 더욱 확연한 변 화를느낄수있었다. LA필하모닉이주최하는할리웃 보울시즌은보통 6월에서 9월사 이약14주동안다양한프로그램 으로 이어진다. 특히 매주 화요일 과 목요일은 전통적 레퍼토리, 예 컨대 라흐마니노프나 베토벤 등 널리 알려진 협주곡과 교향곡을 중심으로 한 클래식 음악회가 열 린다. 올해도이틀은변함없었지만,그 무대를채운주역들의세대교체가 눈에 띄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노부유키 등 아시안의 활약, 그리 고 지휘자 엘림 첸과 기드레 슐레 키테 등 여성 지휘자들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들은 더 이상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 없 는 연주자이자 지휘자로서,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클래식 페스티 벌 중심을 당당히 차지하는 시대 를열었다. 조성진은 베토벤이나 라흐마니 노프 대신 라벨을 선택해 연주했 다. 그것도색이확연히다른두곡 을 두다멜과 협연했다. 최근 발매 한 음반을 계기로 볼 수도 있겠지 만, 단순한음반홍보를넘어예술 가로서 감성을 여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음을 의미 했다. 노부유키는 베토벤을 놀라울 만 큼 투명하게 들려주었고, 앵콜로 자주연주하는리스트의‘라캄파 넬라’에서는예년과는또다른원 숙함을 전해 베토벤 못지않은 갈 채를받았다. 이들의 출생지는 한국, 일본, 홍 콩 등 제각각이지만, 그럼에도 불 구하고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보 여준 모습은 단순히 개별 스타의 성공이 아니라 세계 무대가 점점 하나가 되어 가는 흐름을 증명하 는듯했다. 한국인으로서, 아시안으로서괜 히 뿌듯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미 국 음악 평론계의 반응과 공교육 에대한의문이들었다. 뉴욕타임 스, LA타임스같은곳에서는무대 의다양성과관객감소문제에대 해서는 자주 논쟁하지만, 아시안 파워를 대놓고 강조하지는 않는 다. 긍정적으로보면인종구분없 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불편한진실을회피하려는시선일 수도있다. 테크닉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무 대를 바라보며 동시에 떠오른 것 은 정작 미국 아이들의 현실이 었다. 2019년을 기준으로 Arts Education Data Project(AEDP) 가발표한가장최신의미전역예 술 교육 현황에 따르면, 통계상으 로는 90%이상의학생이음악교 육에접근한다고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밴드나 합창단 같은 선택 과목이나 방과후 활동 을포함한다. 즉, 초등학교저학년 을지나면정규교과속음악수업 은 거의 사라지고,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음악 감상 능력조 차길러지지않는다. 결국지역재 정에 따라 악기를 만져보거나 구 경할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이 생 기고, 이는미국사회의문화적불 평등을고착시킨다. 아이러니하게 도, 세계정상급연주자들이활약 하는 무대 아래에서 미래의 관객 은점점줄어들고있는것이다. 지역에서 열리는 작은 연주회나 전시라도아이들이자주볼수있 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미래 를위한투자다. 앞으로의교육은아무리열심히 해도 AI를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 이많아질것이다. 어떤장르의음 악이든 클래식을 모른다면 잠시 눈길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역사 에 남기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 에클래식은여전히시험대이자정 점임을 보여주는 힘을 갖고 있다. 화요일네번의무대가빛날수있 었던것도바로그때문이다. 이 무대들은 단순한 여름 음악 축제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현 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만의 감성을 동시에 비추 는풍경이었다. 언젠가비평계에도그변화를해 석할더다양한목소리와, 교육현 장에도예술경험을보편화하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더욱 풍부하고진실한예술의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건네줄 수 있을 것이 다. AI 시대에 더욱 필요한 인간의 감성과 예술 시사만평 데이브그랜런드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대법, 무작위 이민단속 허용 판결 후… 슬로베니아에서 온 멜라니아 크나우스 1996년 영주권 위반 미국에서 불법으로 일함 그리고… 외국억양이있잖아요! 문화칼럼니스트ㆍYASMA7대표 손 영 아 문화산책 만나는사람마다건강을잘간수 하라고 당부하던 그 분 자신이 췌 장암이깊어진것을안것은6개월 이란시간만이그분에게주어진안 타까운 시점에서 였다. 여섯 달을 넘기지못한채투병하시다가본향 으로 떠나셨다. 순수하신 분이셨 다. 때묻지않은어린아이같이세 상 어지러운 일에는 관심 없는 듯 어리석어보일만큼단순하셨다. 그분을찾아뵐때마다이국생 활에 찌든 영혼 위에 아슴푸레한 평안이스며드는기척을감지하곤 했다. 선한 반쪽 만나 알콩달콩 아 들 딸 두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내며묵묵히쉬지않고걸어온 한국아버지요남편이요가장이셨 다. 용돈모아며느님위한성탄절선 물을 준비 하셨다며 자랑삼아 내 보일 때의 표정은 작은 아름다움 의 발견이었다. 그 분을 동산에 남 겨두고돌아오는길에믿음의형제 를잃은허탈감을안은채‘그래숨 가쁜 세상에 남아 힘들게 사는 것 보다안식의동산에서편히쉬시는 게더큰축복일게야’안타까운자 위를나누었다. 호스피스 병실에서 날로 수척해 가는모습을뵙게된것이이땅에 서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가까 운교인들과지인들에둘러싸여마 지막이될줄모른채함께예배를 드렸다. 병고를털고일어나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들을 모아 올려드린예배를마지막으로그날 밤 조용히 세상을 떠밀어 보내고 떠나셨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한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가진 것 중에 영원 한 것은 없다. 서두르지 않아도 함 께 늙어지고 그리고 이 세상과의 이별을맞게된다. 하관예식에서꽃으로관을덮으 며 마지막 정을 나누는 시간에 유 난히 눈에 띠이게 오열 하는 분이 계셨다. 무연의 눈길로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부조리한 아픔을 떠 나신 분에게 던져 준 사람이었다. 쉽게보인다고함부로대해도되겠 다는이기심의휘두름으로오류된 만용 앞에 그 분은 힘들어하며 가 끔은아픈마음을내보이기도했지 만 감내하며 살아온 모습이 마음 을저리게한다. 어질고법없이도살아가실분을 디딤돌로사용하고자했던진부한 습성이빚어낸상처를안고살아가 신 모습들이 떠올라 둔중한 아픔 이스치고지나간다. 하관예식마지막시간에라도삶 의연한앞에어쩔수없는인간의 한계를발견한참회의울음이었을 까. 떠나신분을향한통한하는후 회의 눈물이었을까. 지금껏 살아 온 여정 속에서 생의 유한성에 대 한 눈 뜨임이 시작될 즈음이면 무 엇 인가 새롭듯 시도하려는 순간, 예고 없는 우리 생의 시한이 끝나 는게인생인것을. 떠나신분의따뜻한성품을남은 날 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자신 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 는지 그 귀결을 받아들이기 시작 하셨고,창조주의자녀됨을소중한 기쁨으로받아들이며말씀의비밀 을보석을캐내는기쁨으로여길무 렵 한줄기 바람처럼 살아온 생의 흔적을모두껴안으며주어진시한 을끝맺음하셨다. 복된생의하직을하신것이다.성 실함으로삶의풍요와넉넉함을전 해주는생을보내셨기에남기신삶 의 향 훈이 더 고결하고 아름답게 남겨질 것이다. 그 분을 떠나 보내 고 있는 우리나, 떠나신 분이나 평 범한갑남을녀로살아온사람들이 긴 하나 숨겨진 보석 같은 반짝임 을발견하게된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명망 높은삶으로치닫기보다는자신에 게 알맞은 삶을 살아온 부대낌 없 는 삶이었다. 결코 주위를 아프게 하거나나대지않는자신만의고유 한 자유를 소유한 작은 모습 그대 로, 드러나지 않는 꾸밈없는 간결 한 본성을 지니셨다. 두터운 인정 을 지닌 소박한 멋을 잃지 않으신 거짓없는순수를간직해오셨던삶 앞에 숙연해 진다. 시간이 흐를수 록 우리네 가슴에 심어 두신 꽃씨 가 오래도록 선명하게 피고 또 지 고,피어날것이다. 정답게 의좋게 지내는 관계를 언 제까지이어갈줄로만알았는데갑 자기시동이멈춰버린적막이밀려 든다. 인생이란 쓰다 만 미완성으로 마 침표 없는 문장이다. 온전한 마침 표로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과 연있을까. 죽음을 두려워 말고 준비하라는 말이 새삼스러운 요즈음이다. 그 분,집앞을지날때마다차창을내 리고목을빼고바라다본다. 그분 이 떠나신 집이지만. 혹여 방문할 때마다함박웃음으로반겨주시던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막연한 그리움의응집이언제까지고이어 질것같다. 작은모습그대로살아 가기를소망하면서.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작은 모습 그대로 이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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