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9월 19일(금) ~ 9월 25일(목) A10 에비앙은골프애호가들에게단순한여행지가아니라성 지이다. 이곳에서열리는에비앙챔피언십은세계5대여자 메이저대회중유일하게유럽에서개최되는대회다. 1994 년창설이후이대회는여성골프의위상을세계적반열로 끌어올렸고 여름이면 호수를 배경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 들이모여들어갤러리의시선을그린으로모은다. 얼마전TV중계로지켜본그순간은아직도생생하다. 레 만호수너머설봉이빛나고선수들이샷을날릴때마다화 면너머로도바람의떨림이전해졌다. 그설렘이채가라앉 기도 전에 그 무대의 현장, 프랑스 동부 오베르뉴-론-알 프스지역작은도시에비앙-레-뱅으로향한다. 도시로 들어서니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파리와밀라노를잇던길목에세워진카지노와극장, 우아 한빌라들이호숫가를따라늘어서있다. 19세기이래고급 휴양과치유의전통이깃든이곳은벨에포크의영광을지 금도간직하고있는듯하다. 호텔발코니에서면호수와산 맥이한눈에들어오고해질무렵황금빛과보랏빛으로물 드는풍경은시간을멈추게한다. 이른아침호텔주변을산책한뒤아침식당으로향한다. 식탁위샴페인의투명한거품은이곳이단순한숙소가아 니라삶의품격을일깨워주는무대임을일러준다. 여유로 운순간을음미하며설렘속에골프장으로향했다. 골프장은말그대로자연과역사가어우러진또하나의극 장이었다. TV 화면 속에서 보던 풍경이 현실이 돼 눈앞에 펼쳐진다. 라운드를시작하기전마샬이한국에서의수술 경험을이야기해주며긴장을풀어줬고낯선곳에서의작 은인연은순간의떨림을가라앉히며여행의기억을더깊 게새겨줬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서 호수를 곁에 두고 첫 샷을 날리자 화면속풍경과현실의감각이겹쳐진다. 숲은고요히그린 을감싸며집중을이끌었고알프스의기운을머금은바람 은맑고신선했다. 실력이형편없다해도감동은결코작지 않다.이곳에서는그자체가곧축복이다. 라운드를 마치고 들어선 레스토랑 테라스에서의 식사는 또다른축제다. 추천받은현지화이트와인은여름햇살과 음식에 완벽히 어울렸고 섬세한 미네랄 향은 알프스에서 흘러내린시간의흔적을담고있었다. 잔을부딪치는소리 와웃음은국적과언어를넘어모두를하나로이어줬다. 즐거운시간을즐기고‘에비앙생수’의원천지를찾는다. 누구나무료로마실수있는샘에서는15년간알프스빙하 와사암층을거치며여과된맑은물이흘러나오고있었다. 슈퍼마켓에서늘값비싸게사마시던생수가이곳에서는선 물처럼솟아나고있다는사실이신비롭다. 골프장곳곳에 서도그물은자연스럽게제공됐고단순한한모금조차특 별한경험이됐다. 늦은저녁호숫가를산책한다. 로잔에서출발한크루즈선 이물결을가르며에비앙으로들어온다. 흰포말을남기며 다가오는배는유럽호수여행의낭만을상징한다. 누군가 에게는일상의귀갓길이겠지만선착장은산책하는여행자 들로가득했다. 벤치에앉아아이스크림을맛보는가족, 손 을맞잡은연인, 물위를미끄러지듯지나가는백조들까지, 모두가풍경의일부가됐다. 호수는마치살아있는무대처 럼삶과여행의장면을천천히펼쳐내고있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 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 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레만호수의빛, ‘에비앙’ 초록무대위에서 에비앙리조트골프클럽풍경. 호텔로얄에비앙전경. 에비앙은프랑스동부레만호수남쪽기슭에자리한다.맞은편에는스위스로잔과몽트뢰가있고북쪽으로고개를들면 알프스설봉이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유럽의심장부라불리는이곳은오래전부터왕족과예술가,휴양객들이찾던도 시이며,그명성은지금도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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