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0월 6일 (월요일) 특집 A4 최근 학술지 셀 리포츠 메디신 (Cell Reports Medicine)에 실린 새로운 연구가 흥미로운 단서를 제시한다. 초고령자(110세 이상 장수자)에대한가장철저한조사 가운데 하나에서 연구진은 모레 라의유전자, 면역체계, 세포기능, 세포연령,미생물군,식단,질병지 표 등 그녀의 생활과 생리 전반을 그녀의 협조를 받아 면밀히 살펴 보고, 이를젊은사람들과고령자 모두와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모레라가“유전적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시사 한다고연구책임자인바르셀로나 의대 유전학과의 마넬 에스텔러 교수는 말했다. 그녀의 게놈에는 이전 연구에서 장수와 연관된 유 전자 변이가 다수 포함돼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는 장수와 관 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새로 운변이도발견됐다. 그러나에스텔러는“유전만으로 모든것을설명할수는없다”고말 한다. 그녀의생리적특성, 특히면 역체계와 장내 미생물 구성이 수 명 연장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초고령을 꿈꾸는 우리 모두 에게도교훈이될수있다. ■왜모레라는특별한가 마리아 모레라는 1907년 3월4 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8세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 카탈루냐 로 이주해 그곳에서 평생을 살았 다. 암과 유전학을 연구하는 에스 텔러교수는몇년전,이미초고령 자가된모레라에대해듣게됐다. “그런사람은아주드물다.가까이 에 그런 사례가 있었으니 우리가 할수있는모든것을배워야한다 고느꼈다”고그는말한다. 초고령자의생리,특히비교적건 강을 유지하는 장수인의 생리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뉴욕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의‘ 장수유전자프로젝트’는1998년 부터백세인의유전학을연구해왔 다. 그러나 모레라는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에스텔러는“카탈루냐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6세”라 고 말한다. (미국 여성은 약 81세, 남성은 76세) 모레라는이보다무 려35년이상을더살았다. 연구진은“무엇이그녀를특별하 게 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 한다. 모레라가 116세일 때, 연구 진은 그녀의 동의와 도움을 받아 여러 차례 방문해 혈액, 소변, 침, 대변샘플과더불어생활·건강관 련 상세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 고가능한한많은유전자와분자 를 분석하는 다양한 기법으로 본 격적인연구를시작했다. ■유전자의역할 에스텔러는“노화에는유전적요 인이 분명히 크게 작용한다”고 말 한다. 그 점에서 모레라는 운이 좋 았다. 그녀의세포에는 DNA 수선, 손상된세포제거, 염증억제, 강력 한 미토콘드리아 유지 등 장수에 기여한다고알려진변이가다수있 었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초고령 자에서발견된적없는 7가지변이 가 추가로 발견돼, 수명 연장에 상 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 다. 또중요한점은암,알츠하이머,당 뇨병등주요만성질환위험을높이는 유전자변이를가지고있지않았다는 사실이다.실제로그녀는그어떤질병 도앓지않았다. (주요불편은관절염 이었다.) 만약유전만으로설명된다 면,그녀의가족들중에서도초고령자 가나왔어야하지만가까운친척들 중에는그렇지않았다. ■‘효율적인’ 면역체계 연구진은 이어 그녀의 면역체계 를 조사했고, 그것이 비정상적으 로 튼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과거 감염이나 암 등과 같 은위협을‘기억’하는특정T세포 집단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연 구진은이를통해“그녀가일생동 안많은감염을겪었다”는사실을 알수있었다. 실제로그녀는스페 인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최고령 자였다. 노년층에서는 T세포 수와 기능 이 보통 급격히 줄어드는데, 그녀 의세포는여전히“매우활발했다 ”고연구진은밝혔다. 그렇다고해 서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킬 정도 로 과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녀의면역체계는미세하게조율돼 “효율적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 는 확실치 않지만, 연구진은 유전 적 요인과 더불어 장내 미생물군 덕분일수있다고본다. 실제로그 녀의 장은 염증을 줄이고 면역체 계를 강화하는 물질을 생성하는 세균들로가득차있었다. 물론그 녀의 생리적 상태가 완벽했던 것 은아니다.관절은아팠고,혈액속 에는 치매 가능성과 관련된 아밀 로이드 단백질 수치가 높았으며, 비정상 혈구 세포가 일부 발견되 기도했다. 그러나사망당시실제 질병으로이어지지는않았다. ■식단과생활습관의교훈 그녀의 식단과 생활습관은 어떤 역할을했을까? 연구진은큰영향 을미쳤다고본다. 에스텔러는“마 지막 10년동안그녀는매일일반 요거트세컵을먹었다”고말한다. 또 전형적인 지중해식 식단을 따 랐다.“음식을 가볍게 먹었고, 생 선·올리브유·과일을 많이 먹었 다”고한다. 그녀는말년에이르기 까지 산책과 정원 가꾸기를 즐겼 다. 이러한 생활습관과 유전자의 상호작용이 건강한 콜레스테롤 과 혈당 수치를 유지하도록 했고, 실제로116세의혈액화학수치는 수십 년 젊은 사람과 비슷했다고 한다. 연구진이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한 결과, 그녀의 신체 기능은 실제 나이보다 23년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레라의 삶과 생물학에서 우리 도장수의비결을배울수있을까? 에스텔러는“물론가능하다”고말 한다. 다만요거트세컵을그대로 따라할필요는없다고덧붙인다.“ 한 컵 정도는 괜찮다. 대신 규칙적 인 신체 활동과 사회적 교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모 레라는요양원에서다른사람들과 자주어울리고방문객을반겼다. ■더많은연구가필요하다 이번연구에도한계는있다.알버 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니르 바르 질라이교수는“모레라는단한사 람일뿐이다. 장수의근본을이해 하려면훨씬더많은초고령자연 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럼 에도그는이번연구와‘장수유전 자프로젝트’가노화와장수에대 한새로운통찰, 건강한생활습관, 그리고장수에기여할수있는약 물 개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에스텔러가 모레라 연구에서 얻 은가장큰메시지는이것이다.“노 화와질병은별개다.”그녀는늙었 지만, 중대한 질병에 걸리지는 않 았다. 언젠가는 병에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주 멀리 밀려 나있었다. 결국 2024년 8월19일, 그녀는 117세의 나이에 정신적· 신체적으로건재한상태에서평화 롭게잠든채세상을떠났다. <ByGretchenReynolds> 117세장수비결?…요거트와산책에숨은과학적진실은 ■워싱턴포스트특약건강·의학리포트 최장수 기록 모레라 할머니의 건강 비결 연구 “유전자 복권 당첨”… 신체 나이 23년 더 젊어 타고난 유전자·면역체계·생활습관 3박자 조화 지중해식 식단·운동 시너지… 추가 연구 필요 마리아브라냐스모레라의삶은단순하다.그녀는요거트,정원가꾸기,수면,책, 산책,친구,피아노연주,그리고개를좋아했다.그러나그녀의수명은놀라울뿐 아니라불가사의하다.지난해그녀는117세의나이로,여전히비교적건강한상 태에서세상을떠났다.그때까지그녀는지구상에서가장나이가많은사람이 었다.그러나어떻게가능했을까?스페인카탈루냐의한평범한어머니에게서 이런극단적장수는무엇때문에가능했을까? 모레라할머니가지난2023년마넬에스텔러교수와함께한모습. <University of Barcelona/JosepCarreras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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