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0월 7일 (화요일) “피해아동의서사는 드러나지않아” -2020년판결문에서“동반자살은가 해부모의언어다, 아이의언어로말하 면피살,법의언어로말하면명백한살 인”이라고정의했어요.(당시엔자녀살 해후 자살이라는용어가 아직정립되 지않았다.) “아동학대특히아이가 죽어버린자 녀살해후자살에피해자의서사는남 아있지않습니다. 피해아동의진술은 들을수없고,남은부모나친척은가해 부모의처벌불원을탄원하죠.이런사 건에대해온정주의시각이강하다고얘 기하는데,동정이가서마음이약해지는 게아닙니다. 서사가가해부모에게쏠 려있어자연스럽게그쪽편을들수밖 에없는거죠.피해아동의편을들려고 해도드러난게아무것도없으니까요.” -사건을다루면서고민이있었을까요. “제사건은두경우였어요.우울증을 앓던엄마, 발달장애아동을키우던엄 마가 각각 21개월, 9세자녀를 죽이고 자살을시도했어요. 부모가손쉬운탈 출구로생각한것은아닌지,정말힘든 상황이었는지, 만에하나 스스로죽을 생각이없었던건아닌지, 질문을거듭 했습니다.” -의심했군요. “부모가아이를죽이고자살하는척 하고살아남는범죄가왜없겠어요.저 는형벌의기본값은무겁게잡아야한 다고생각해요. 악용될소지가있으니 까요.” “시민·경찰·검사·판사모두에 온정적시각있어” -자녀살해후 자살 범죄의형벌이가 볍다고보나요. “아이를살해했어요. 그런데‘오죽했 으면’이란시각이시민과경찰,검찰,판 사모두에게있어요.사회안전망의붕괴 로인한한계상황에서저지르거나,정신 질환등으로책임능력이미약한상태에 서저지른범죄라는측면에서개인에게 온전히책임을묻기어렵기는합니다.” -두사건모두징역4년을선고했어요. “검찰이징역 5년을 구형했어요. 뇌 손상을 입었던피고인은 중증 기억장 애와인지장애로정상적인수형생활을 하기어려운 상황이었고, 장애아동을 살해한 피고인은 중증 우울증으로입 원 중이었어요. 앞선 판례에서집행유 예를 선고하는 경향도 강했죠. 저는 4 년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둘 다 20년형을 선고할 만큼 무거운 범죄인데, 16년은 우리사회가 감당해 야할몫이라고봤어요.그래서판결문 을 두 달여간 공들여 썼어요. 이런 범 죄를 세상에알리고 ( 재발을 ) 막고 싶 었습니다. 그런데후회돼요. 5년이지 나도달라진게없어요. 죽는아이들이 계속나와요.” -더강한처벌을해야했을까요. “이제온정주의를철저하게배격해야 하는게아닌가라는생각이들어요. 법 원의처벌은 마지막 단계입니다. 경찰 의사건조사,검찰구형단계에서놓치 는 게있고 체계화되지않으면현실적 으로 처벌이어려워요. 낮게처벌하는 판례가 쌓이면사회가 실질적제도개 선으로나아가지못합니다.” “자녀살해비극막으려면 사회가돌아볼기록중요” -일부는존속살해처럼자녀살해후자 살범죄처벌을높이자고주장합니다. “형을높이는방법은두가지가있어 요. 법을 새로 만들어가중하거나, 양 형기준을 높이거나. 저는비속살해형 량을늘리는데반대합니다. 특정한목 숨에대해서만처벌을가중하는건바 람 직 하지않아요. 그런데자녀살해범 죄의양형기준은미 흡 한게있어요.정 상적인판단력이결여 된 상태에서의가 족 살인을 참작 동기살인의요소로 딱 박 아 놨 거든요.정상적인판단력하에서 가 족 을 살인하는경우가 얼 마나있겠 어요. 적어도아동의목숨을 위협 하는 행 위 는엄하게처벌하자,‘오죽했으면’ 이란 말은 쓰 지말자는 사회적합의를 해야합니다. 그리고대법원 산 하양형 위 원회가양형기준을상향해야죠.” -판결문을 상세하게 쓰는 이유가 뭔 가요. “형사기 록 은5년 쯤 되면 파쇄 해요.전 자소 송 이안돼서 종 이기 록 을계속 보 관 할수가없거든요.남는건판결밖에 없어요.이 렇 게하지않으면사회적책임 이있는비 극 적사건도 금 방묻 혀 요.” ( 박 지원장은 자녀살해후 자살 사 건판결문에피고인 ( 가해부모 ) 의 성 장 과정,재 산 상태,학 창 시 절 생활기 록 부, 가 족 면 담 내 용등을이례적으로상세 하게 담았 다. ) -자녀살해후자살사건판결문이‘아 동사망검토보고서’같았습니다. “아이의 삶 이어 떤 경로를지나 끝났 는 지를기 록 으로남기는 일 은 매 우중요합 니다.그기 록 은사회가아이들을어 떻 게 돌보 지못했는지를반 성 하게하고, 같 은 비 극 을막기 위 한 참 고자 료 가돼요. 영 국 정부가한건의아동학대사건을2년 간 심층 조사한 ‘ 클림 비 보 고서’를남 긴 이유와마 찬 가지죠.특히 통 계나전수조 사가부실한이런사건은 담 당한의사, 아동 보호 기 관 , 경찰, 검찰의수사기 록 , 법원의재판기 록 이중요합니다.” “힘들면도움청하고 아이입장에서생각하길” -판사님이맡았던사건도가해부모가 자살을반복시도할위험이높아보였 습니다.만약자녀살해미수범죄라면, 집으로 돌아간 아이가 안전할지걱정 됐습니다. “자살 고 위험군 을법정에서만 날 땐 난감합니다. 삶 에대한의지가전 혀 없 거든요. 형을 살고 나간 이후가 눈 에 선합니다. 그 렇 다고 해서법원이 관 여 할 수 있는 건없어요. 재판에서피고 인을 처벌하는 게전부죠. 그래서 문 제되는 상황에해당하는 모든기 관 이 모여한 꺼번 에해결하는 회 복 적사법 ( Restorative Justice ) 의 관점 이 필 요해요.” -회복적사법이뭔가요. “미 국 은특 별 한법원이있어요. 마약 을 다 루 는약 물 법원처 럼 요. 가해자처 벌에중 점 을 두는전 통 적사법과 달리 범죄로인한피해를회 복 하고,가해자가 자신의책임을인정하 며 ,피해자와공동 체가치유와해결책을모 색 하기 위 해다 양한 프 로그 램 을진행해요.경미한범죄 가발생했을 때교 화 프 로그 램 을진행 하면 더큰 범죄로 번 질가능 성 을낮출 수있어요. 일종 의문제해결법원이죠.” -한국에는없나요. “소년법만 그 렇 게되어있어요. 성 인 범들을대상으로한제도는없죠.법원 따 로, 검찰 따 로, 지자체 따 로, 서로각 자의 영 역에서만애를 씁 니다. 위 기가 정이시그 널 을 보낼 때 서로연계해서 도와 줘 야 하는데이런 부 분 이부 족 해 요. 예방과 처벌의 관점 에서 종 합적으 로바라 보 고대책을세우고 관 리 · 감 독 하는 컨트롤타 워가 부재하다 보 니사 회적역량이 낭 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버 릴 수가없습니다.” -우리사회가어떻게해야할까요. “문제는 실 천 입니다. 이런범죄의기 저에는부모없는아이들, 궁핍 한아이 들, 신체적 · 정신적장애가있는아이를 지지해 줄 사회안전망이없다는불신이 있어요. 그런데사회 복 지부문의자원 이나예 산 이 절 대적으로 부 족 한 게아 닙니다. ( 이런 ) 많 은 노 력에도 범죄를 막지못한다면어 딘 가 고 쳐 야 하는지 점 이있는건데, 요 즘 은아이들을구하 려는시 늉 만하고있는게아닌가비 관 적생각도들어요.” -가해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미자녀를 살해했다면아이의 명 복 을 빌 고, 죗 값을달게 받 으라고말하 겠습니다.살해후자살을생각하고있 다면,두가지를말하고싶습니다.우리 사회가 당신이생각하는 만큼 형편없 는 곳 은아니니힘들면도 움 을요 청 하 고,어 떤 경우든아이입장에서생각해 보 라고요.” 엑설런스랩 박주영부산지법동부지원장 2020년자녀살해후자살사건 ‘동반자살아닌살인’강조한판사 가해자에온정적사회시선비판 “20년형선고할 무거운범죄지만 16년은사회몫이라 4년형선고 죽는아이들계속나와후회된다” “자녀살해범죄양형기준손보고 위기가정치유돕는‘회복적사법’ 법원·검찰·지자체등연계할필요” 아이목숨두고는쓰지맙시다, ‘오죽했으면’그말 지난달6일부산해운대구사무실에서만난박 주영부산지법동부지원장. 오랜 시간 형사재 판을하며자녀살해후자살미수사건을맡았 던박지원장은 “자식의생명은부모의소유가 아니”라며 “일단뛰기시작한심장은그누구도 멈춰세울수없다”고했다. 부산=박시몬기자 1996년제38회사법시험에합격한후약 7년동안변호사로일했다.경력법관제도 를통해2006년부산지법에서판사생활을시작했다. 스스로를재야출신시골승 무판(승진과무관한판사)으로칭한다. 주로형사재판을맡았고, 부산고법관내(부 산·울산 등)에서근무하고있다. 지난해 2월부터부산지법동부지원장으로일하고 있다. 판사로서의경험과생각을담은책 ‘어떤양형이유’ ‘법정의얼굴들’ ‘괄호치고’ 를썼다. ⳉⅮ ࠉ ජ⁺߹⅙ ➱ⅵ ࠉ ⎉⿍㍠⼥᭕ᙝ߹⅙㍘ᗺ⎍⅁⫽߹⅙ ᾚᆹᱭᅲ߹ざ⃩ತⳉ <1>참회의눈물 <2>두번의버림 <3>벼랑끝,비극 <4>처벌과용서사이 <5>상처를넘어선삶 글싣는순서 박주영부산지법동부지원장은 박주영(57·사법연수원28기)부산지법동부지원장은2020년두건의자녀살해후 자살사건을맡았다.판결문에는애석한죽음의경로와그릇된가족개념을통탄하는 울림이담겼다.그로부터5년이흐른뒤기자와만난그는당시의‘온정주의’를 언급하며“후회된다”고했다.“죽는아이들이계속나온다”는이유에서다.지난달초, 부산에서그를만났다. D5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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