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0월 8일 (수요일) D6 문화 뮤지컬에서빌런은감정의깊이를만 들어내는 중요한 장치다. 뮤지컬 ‘위 키드’와 디즈니애니메이션 ‘포카혼타 스’ ‘노트르담의꼽추’ ‘이집트의왕자’ 등으로사랑받은미국작곡가스티븐 슈워츠는 한 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 다. “지금까지쓴 캐릭터중 가장 좋아 하는 인물은 비열한 인간인 ( ’노트르 담의꼽추’의 ) 프롤로다.현실에서라면 결코 허용하지않을어두운영역을 파 고드는 것이정말 즐거웠다.” 그는 극 적갈등과감정폭발의중심에선악역 의기능을설명하며“배우들이빌런을 연기하고싶어하는이유를알게됐다” 고도했다.브로드웨이거장작사·작곡 가 스티븐 손드하임 ( 1930~2021 ) 역시 자신이가사를쓴뮤지컬‘집시’의로즈 역에대해“관객이감정을 폭발시키는 카타르시스를경험하게한다”고했다. 로즈는 전통적 주인공이면서도 선택 과행동에따라악역의인상을주는캐 릭터다. 그러나전형적인빌런이눈에띄지않 는데도 대중적성공과 예술적완성도 를아우른뮤지컬이있다.바로미국토 니상 6관왕의주인공 ‘어쩌면해피엔딩’ 이다.박천휴작가와미국작곡가윌애 런슨이공동창작한이작품은 2015년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6년서울 대학 로에서초연됐다. 두창작자가직접대 본작업부터참여한미국뉴욕브로드 웨이공연 ‘메이비해피엔딩’은 지난해 11월개막해지난 6월토니상 주요 부 문을휩쓴데이어매공연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에는 올리버와 클레어라는 두 로봇이등장한다.이야 기는 전통적인악역과의갈등없이평 범한현대인의일상처럼소소하게흘러 가지만 관객의눈물을 자아낸다. 보이 는적이없어도 현실의제약 속에서하 루하루를버텨야하는 우리삶이자연 스레겹쳐지기때문일것이다. 시간의유한성, 보이지않는적 인간은태어나면서부터죽음을향해 나아간다. 시간의유한성은피할수없 는 죽음의그림자이자인간을 끊임없 이불안하게만드는 ‘적’이다. 로봇이라 면어떨까.인간처럼병들거나 죽지않 지만 ‘어쩌면해피엔딩’의두주인공올 리버와클레어는다르다. 뮤지컬의배경은 가까운 미래인 21 세기후 반 의도시서울 메트로 폴 리 탄 . 올리버와 클레어는인간과 동일한 구 조 의신 체 를지 닌 ‘ 헬퍼 봇’이다. 올리버 는 헬퍼 봇5 , 클레어는 헬퍼 봇6으로도 시 외곽 의 낡 은은 퇴 로봇전용아파트 에 산 다. 초기 모델 인이들은 후속 모 델 에게대 체되 고 , 부품 생산마저 중 단 됐다. 클레어의 충 전기까지고장 나며 이들에게 남 은 시간은 절 대적으로 부 족 하다. 이야기는“우 린왜끝 이 분 명한그 길 을 함께걷 기시작했을까”로시작하는 첫 넘 버 ‘우 린왜 사랑했을까’로 막을 올 린 다.클레어는 넘 버‘ 끝 까지 끝 은아 니야’에서“ 끝 이라 생각 한 순 간 / 항 상 찾 아 왔던 시작 / 그러니포 긴 말아 / 끝 까지 끝 은아니야”라고노래한다.작품 속 넘 버들은 존재 의유한성과 순 간의 소중 함 을 꾸준히 일 깨 운다. 사랑의방해꾼된기계의운명 지난 6월토니상시상 식 에서스타뮤 지컬배우레아 살롱 가는이작품을두 고 “사랑이라는 감정에대한 마법같 은여정”이라고소개했다.하지만이작 품에서‘사랑’은동시에가장 잔 인한빌 런이기도 하다. 감정을 느끼 도 록 설 계 되 지않은 로봇이사랑을경험하는 순 간 혼 란 과 오 작동은 필 연적이다. 더욱 이두 구식 로봇의수명은 끝 을향해 달 려 가고있기에이들의사랑은애초부터 비극을품는다. 사랑의시작이 곧 이 별 의예고라는 사실이관객의가 슴 을 파 고 든 다. 여기에기 억 도 두 로봇을 괴롭힌 다. 사랑을 경험한 로봇에게 남 는 흔 적은 언젠 가 마 주할 상실의그림자다. 기 억 을지울것인지고 민 하는장면은사랑 의아 름 다 움 과 상실의고통을 동시에 부 각 시 킨 다. 미국일간 뉴욕타임스는 “’사랑의시작이상실의시작이라면 , 기 억 을 지우거나 아예그여정을 피하는 편 이나을까’라는 질 문을통해로봇만 의문제가아 닌 인간적인물음을 던 진 다”고평했다.공연매 체플 레이빌역시 “사랑과세상의경이로 움 을처음발 견 하는 캐릭터의여정을 노 화 와 상실의 은유로 풀 어 냈 다”고 분석 했다. 적이자성장동력인‘사랑의상실’ 2012년 ‘ 번 지 점 프를 하다’부터 협 업 해‘윌·휴’로 불리는 창작 듀오 박천휴 와 윌애런슨의뮤지컬은 특징 이 분 명 하다. 전형적악역을 전면에내세우지 않고사 회 적제약과개인의한 계 로부터 오 는 슬픔 을 섬 세한 가사와 배우들의 표 현 력 으로 쌓 아간다. 첫 작품 ‘ 번 지 점 프를 하다’와 2023년 12월초연한 ‘일 테 노레’ , 지난해선보인‘고스트 베 이 커 리’에서도 마찬 가지다.인물간사랑과 감정갈등을 중심으로 극이전개 되 며 , 관객은전통적빌런없이도 극적 긴 장 과감정적 몰입 을경험한다. 30일부터내년1월 25일까지두 산 아 트 센 터연 강홀 무 대에 오 르는 ‘어쩌면 해피엔딩’의여 섯번째 시 즌 은‘윌·휴’ 듀 오 에게 특별 한의미가있다. 2015년트 라이아웃이후 맞 는 10주년 무 대지만 단순 한기 념 을 넘 어선다. 대학로 소극 장에서 출 발해브로드웨이 무 대와 토 니상 6관왕을 거쳐 돌 아 온 금의 환 향 의 무 대이자 , 초연 멤 버와 새 로운배우 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세대적 교차점 이다. 2016년초연배우전미도· 최 수진 ( 클레어 ) , 김재 범 ( 올리버 ) , 고 훈 정 ( 제임 스 ) 과 출 연경험이있는박지연·박진주 ( 클레어 ) , 전성우·신성 민 ( 올리버 ) , 이시 안 ( 제임스 ) 외 에 새 로운 배우 정 휘 ( 올 리버 ) , 방민 아 ( 클레어 ) , 박세 훈 ( 제임스 ) 이 합류 했다. 350 석 에서550 석 으로극 장 규모 도 키웠다. 작은 무 대에서시 작 된 두 로봇의이야기는이제세 계 가 공감하는 서사가 됐고 , 그 여정은 한 국창작 뮤지컬의성 취 와 가능성을 증 명한다. 올리버는 기 억 삭 제를 고 민 하면서 “ 슬픔 을 몰랐 어”라고 말한다. 사랑은 아 름답 지만 영 원 하지않기에결국 슬 픔 을품는다.전통적빌런이부 재 한 ‘어 쩌면해피엔딩’이말하는 바는 명 확 하 다. 사랑하고 , 느끼 고 , 잃 는 경험자 체 가 가장 강력 한 적이자 동시에우리를 성장시키는 힘 이라는것. 윌·휴 듀오 는 “이렇게 오랫 동안 공연이 계 속 된 다는 게 마 치작은기적처럼 느껴 진다”며“ 새 롭 게‘어쩌면해피엔딩’을만나게 될 관 객들도이이야기와 음악이서로 마 음 의문을두드리고 , 문을열어주게하는 자그 마 한 격려 와위로가 될 수있 길 바 란 다”고 10주년 공연을 앞둔 소 회 를 전했다. 김소연기자 ࠉ ᭕Ᾱ℡ 올리버·클레어를슬프게하는 비가시적빌런 뮤지컬‘어쩌면해피엔딩’ 10주년 30일부터두산아트센터서공연 은퇴한‘헬퍼봇’올리버^클레어 부품생산중단되고충전기고장 피할수없는‘노화·상실’과싸워 토니상 6관왕수상‘윌^휴’듀오 전형적인악역과의갈등대신 사회제약^인간운명의슬픔그려 “사랑하고느끼고잃는경험은 강력한적이자성장시키는동력”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전미도(왼쪽)와정문성. CJENM제공 ‘어쩌면해피엔딩’의미국뉴욕브로드웨이공연 ‘메이비해피엔딩’. Ͽ MatthewMurphy and Evan Zimmerman ‘어쩌면해피엔딩’ 10주년공연에출연하는2016년초연배우김재범(왼쪽)과전미도. NHN링크제공 “영원하지않은시간속에서$우린왜‘사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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