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 음악기호중‘머무름’을뜻하는‘페 르마타(fermata)’가 있다. 아래로 뚫 린 반원 아래 점이 찍혀 있어, 시각적 으로도눈으로바라보며잠시멈추는 느낌을준다. 이기호는아주특별한순간에쓰인 다. 소리가나는음표위든, 아무소리 가 나지 않는 쉼표 위든, 페르마타가 붙으면 그 길이는 지휘자나 연주자의 감정과해석에따라자유롭게달라진 다. 즉, 음악속에서시간이멈추고감 정은 가장 길게 숨 쉬는 구간이다. 약 속된박자에구속받지않고긴장이나 감동을최대치로끌어올리며,곡의흐 름중가장아름다운순간을길게머 물러 감상하게 한다. 단순한 쉼이나 멈춤이아니라,감정의공명이만들어 지는순간이다. 추석은바로이페르마타와같은날 이다. 사실 이날은 언뜻 한 해가 마무 리되는날처럼보이지만, 사실은가장 긴장이고조되는날일지도모른다.미 국의추수감사절이수확을끝낸감사 의 날이라면, 추석은 수확을 시작하 며 잠시 숨을 고르는 날이다. 수확을 앞두고지난계절을위로하고, 수확을 무사히마치자며서로격려하는시간 이다. 추석의 기원을 들여다보면, 음악과 여인,그리고달을빼놓을수없다.‘삼 국사기’에 따르면, 추석은 신라 유리 왕때의축제에서비롯되었다.왕은부 녀자들을 두 패 여섯 부로 나누고 왕 녀두명을그수장으로삼았다. 그들 은머슴들의명절이라할백중다음날 인 음력 7월16일부터 부잣집 마당에 모여한달동안삼을삼았다. 삼나무 껍질에서섬유질을뽑아실을꼬는과 정으로, 겨우내 베를 짜고 옷을 지을 길쌈의시작이었다. 음력 8월보름날, 한달간의방적대 회가 끝나면 실을 더 많이 짠 편에게 진 편은 음식을 차려 잔치를 열었다. 이때 춤추고 노래하며 즐기는‘가무 백희(歌舞百戱)’를‘가배(嘉俳)’라고 불렀고, 오늘날‘가윗날’과‘한가위’ 의어원이되었다. 가무백희는요즘으 로치면장기자랑이었다. 춤과노래뿐 아니라곡예, 탈춤, 가면극등다양한 장르가함께어우러지는종합예술축 제였다. 승자만즐긴것은아니었다. 진편은 “회소, 회소”라 노래했는데, 이‘회소 곡(會蘇曲)’은 패배의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노래였다. 슬 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곡조는, 노 래가단지승리의환호가아니라공동 체의화음이었음을보여준다. 또그들이한달동안짠실은남자들 의 활쏘기 대회 상품으로도 쓰였다. 한 해 내내 흙을 일구며 고된 노동을 이어온남성들에게“이제마지막힘을 내라”는 응원의 음악 축제이기도 했 던것이다. 그리고여인들은보름달을 온몸으로그리며강강술래를춤췄다. 훗날 전쟁 기록에 나와서 마치 그때 만들어진걸로착각하기쉬운데강강 술래는모든이들이함께한마음으로 공동체사회의안녕을기원하며달빛 아래추던춤이었다. 노래와춤,실과활,남자와여자의노 동이 하나로 이어진 그 구조 속에서, 추석은단순한명절이아니라인간과 자연, 노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였다. “회소”의의미는지금도명확하지않 다.‘그만하라’는탄식으로, 혹은‘다 시 모이자’는 위로의 말로 해석된다. 하지만그어원이무엇이든,그안에는 상실과 회복, 슬픔과 희망이 함께 존 재한다. 패자의노래가절망으로끝나 지않고다시공동체의화음으로이어 졌듯,음악은언제나인간의감정을일 으켜세우는언어였다. 추석의 음악은 그렇게 우리의 모든 감정에닿아있다. 음악은달과닮았다. 또인생도그러하다. 차오르고 다시 기울고, 기쁨도슬픔 도 그렇게 리듬을 타며 흘러간다. 그 래서음악은즐거움의도구이자위로 의언어이며,인간이감정을견디고다 시살아내기위한가장오래된기술이 었다. 요즘의 추석은 길어진 연휴와 교통 체증, 형식적인가족모임으로만여겨 지기 쉽다. 그러나 본래의 추석은 한 해를돌아보고다시마음을다잡는페 르마타 같은 날이었다. 잠시 멈추어 마음을 추스르는 날. 처음으로 수확 한곡식과과일로조상께감사드리고, 음악과놀이로서로기운을북돋우며, 남은한해의건강과행복을다짐하던 시간이었다. 그본뜻을되살려, 한가위를단순한 휴일이아니라스스로에게묻고가족 이함께한해의중간점검을하는날 로보낸다면어떨까. “나는지금어떤리듬으로살아가고 있는가?” 보름달은 오늘도 세상을 고르게 비 춘다. 아니, 우리눈에보이지않을뿐 달빛은 늘 밤을 비추고 있다. 이긴 자 에게도, 진 자에게도, 멀리 있는 이와 가까이있는이모두에게같은빛을내 린다. 그 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여전 히노래한다. 모이소, 다시깨어나소, 그리고함께 노래하소. 그것이2,000년전신라여인들이남 긴, 그리고 지금 우리가 다시 이어 부 르는가장오래된한가위의선율이다. 오피니언 A8 손영아 문화칼럼니스트ㆍYASMA7 대표 한국춘추 한가위달빛아래 ‘페르마타’ 이상적인 인간은 다른 사람 들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에 무한한기쁨을느끼지만도움 을받는것은부끄럽게여기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도움을 베푼다는 것은우월감의상징이지만그 것을받는다는것은열등감의 표시가되기때문입니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도의 철 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입 니다. 우리가 행복을 찿으려고 한 다면 무엇인가를 보답하겠다 는생각을항상품고있어야만 하는것입니다.그리고단순히 자신의기쁨을위해베풀겠다 는생각을항상품고있어야만 하는것입니다. 세익스피어는 <리어왕>에 서“은혜를모르는자식은부 모의 마음을 독사에 물린 것 보다도 더 고통스럽게 한다” 고 한탄을 하고 있습니다. 하 지만그는어떤면에서오판하 고 있습니다. 자식이 은혜를 입었을 때 깨닫게 하는 것은 부모의책임이며의무이기때 문입니다. 자식은 부모의 가르침대로 자라나고 행동하고 생각합니 다. 삶에 있어서 자녀 교육이 얼마나중요한가하는문제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귀가밝습니다.그러 기때문에예로부터어른들은 아이들앞에서는더욱더말을 조심해야합니다. 백지와도같 은아이들은어른들의행동거 지를스펀지가물을빨아들이 듯 흡수합니다. 그러므로 어 른의마음이계산적이라면아 이들의마음도계산적이게됩 니다. 우리 주위에는 은혜를 모르 는 소위 배은 망덕한 사람들 이많습니다.그들에게는감사 하는마음이없습니다. 한마디로 교양이 없는 것입 니다.하지만여기에서한가지 되 짚어 볼 점이 있습니다. 그 것은바로인간성이지니고있 는 필연적인 부분 입니다. 사 람들에겐다른이들로부터받 은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쉽 게망각하는천성을지니고있 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도 움을주었는데그당사자에게 감사의인사를받지못했다고 화를낸다면그것은참으로어 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 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베풀고 자한다면그로부터무엇인가 를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것도기대하지않으면뜻 밖의 인사를 받을 때 놀라운 기쁨으로다가올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아낌없이 배 풀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베풀지 않는 만 못합니다. 무 엇인가보답을바란다면베풀 었다고미든자신에게나은혜 를 입었다고 믿는 상대편에게 나똑같이모욕입니다. 앤드류카네기는친척에게 1 백만 달러를 유산으로 물려 주었습니다. 그런데그친척은 고마워하기는커녕화를냈습 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이 었을까요? 세계 최고의 갑부 인카네기가자선단체에 3억 달러를기부했으면서도친척 인 자신에게는 1백만 달러밖 에 주지 않었다는 것이 그 이 유였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이야기입니다. 사랑받을줄모르는사람에 게 우리는 사랑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독사가아무리맑은 샘물을마시더라도그것을독 으로만드는이치와같습니다. 애틀랜타칼럼 이용희 목사 기쁜마음으로베풀라 애플아이폰이‘영포티(젊은 척하는 40대)’의상징이됐다 고한다. 40대의아이폰사용률이지 난해보다 12%포인트 늘어났 다고(한국갤럽‘스마트폰 관 련 조사 2012~2025’).“조 사 배후가 삼성전자 아니냐” 는 말이 나왔다. 왜일까.“‘영 포티’가 좋아하면 2030 세대 가 기피한다”는 게 요즘 마케 팅 공식.‘호카’ ‘온러닝’등 러닝화관련주가상승이멈춘 건영포티가신어서라는증권 사애널리스트분석도있다. ■‘영포티’라는 말이 나온 건약10년전.‘대한민국정책 브리핑’은2017년‘오늘의경 제 신조어’로‘영포티’를 소 개했다.“패션·트렌드에 민감 하게 반응,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패션·뷰티 업종 소 비 주체로 부상, 기성세대 가 치관답습을거부…” ‘신인류 형 중년’이란 뜻이었지만, 최 근엔 멸칭이 됐다.‘취향·감 각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 난 철없는중년’쯤되겠다.‘서윗 (‘스위트’의 사투리 발음) 영 포티’로도확장했다.“나정도 면 괜찮잖아~”하면서 어린 여성들에게 치근덕거리는 아 저씨들. ■젊은게부럽지않은그냥 ‘포티’인데, 아이폰은20년째 쓰고있는데,왜‘영포티’라고 한데묶여손가락질받는것일 까. 이번엔40대차례일뿐,세대 별로편을갈라서로비하하는 ‘세대주의 낙인’은 역사가 길 다.“제가요? 지금요? 왜요?” 가 MZ세대에게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는 혐의를 씌우는 밈이라면,“라떼는…”은 청년 세대가보기에무례하고자기 만옳다고주장하는꼰대세대 특징을압축한말이다. ■ 베스트셀러 책 중에‘그 런세대는없다’가있지만, 현 실에‘그런세대’는있다.비슷 한시기에나고자라며시대적 사건을 함께 겪는 동안 공유 하는뭔가가생겨나기마련이 기 때문. 세대 간 차이는 인정 하면그만이다. 서로욕해봐야입만아프다. 불평등, 양극화 같은 문제를 만드는건세대보다는계급과 계층이다. 세대론에 매몰되면 스스로 눈을가리는것이다.‘왜누군 가는 극빈한 노인이 되고, 누 군가는건물이10채인어린이 로 태어났는지’를 세대론은 설명할수없다. 그러니,‘영포티’너무 미워 하지말아달라고‘포티’가쓴 다. 지평선 ‘영포티’비하유감 최문선/ 한국일보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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