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0월 24일 (금요일) 직장생활에서 상사에게‘노(No)’ 라고말하기란쉽지않다.한두번이 면 모를까,‘No’만 되풀이하면 눈 밖에나기십상이다. 그렇다고무조 건적인예스맨이될수도없다.그래 서직장생활을잘하려면상사비위 를 건드리지 않고‘No’를 말하는 기술을익혀야한다고들한다.그게 바로‘YB 화법’, 즉‘예스 벗(Yes But·맞다, 다만)’이다. 상대의견을 존중하고 공감을 표시하되 자신의 견해를밝히는것이다. ■ ’YB 화법’은 협상에서도 중 요하다. 미국 통상 수장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7월말 관세협 상당시우리협상단이백악관에초 대받기직전‘협상과외’를해준것 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 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맞춤 대 화법. 우리협상단이“한미자유무 역협정(FTA)으로 이미 한국 시장 이99.7%개방됐다”는점을강조하 자, 러트닉은“절대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했단다.“일단공감의취 지로‘네(Yes)’를 말한 뒤‘그러나 (but)’로이어가라”는조언이었다. ■퇴임후부쩍견해표시가잦아 진문형배전헌법재판소장권한대 행이 소셜미디어에‘협상의 법칙’ 이란 글을 올렸다.‘낫 비코즈(Not Because·이래서안된다)’가아니 라‘예스 벗’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다. 그는“공통적인 것을 확인하여 이견을좁히고, 이견을해소할근거 를 공통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고했다.일방이결단을내리는것보 다나은경우가많다고했다.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여당,‘안되는이유’만 을찾는사법부를모두비판한것일 테다. ■세계적협상교육기관인’하버 드협상프로젝트’는협상을‘조건 부Yes’를설계하는과정이라고진 단한다.‘어떻게하면할수있는가’ 를만들어가는과정이라는것이다. 국제협상 무대에서도, 노사협상에 도, 조직회의실에서도마찬가지다. 사회양극화가점점심해지는요즘 은더더욱그렇다.‘Yes’는상대체 면을 세워주고,‘But’은 자신의 이 익을지킨다는점을모두상기했으 면한다.그래야균형을찾는다. “지혜로운 자는 난폭하지 않 고전체를위하여평화로운방 법으로문제를해결하려하고, 교활한 자는 잔인하며 문제의 해결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 에둔다.”이문장은지금의시 대를 꿰뚫는다. 어쩌면 지금의 시대는 지혜로운 자의 침묵과 교활한자의언변이세상을흔 드는혼돈의시기에서있는것 같다. 오늘의미국정치는설득보다 선동이앞서고, 공익보다사익 이먼저다.문제를풀기위해대 화와타협이아니라상대를무 너뜨리는전략이동원된다. 최근연방정부예산안을둘러 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그전형적인사례다. 양당의대 치로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자 연방 공무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정부의여러기능이멈 췄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어느쪽이더강경했는 가가아니라, 어느쪽의예산안 이 더 공익적이었는가를 물어 야 할 것이다. 누가 더 크게 외 쳤는가보다, 누가 진정 국민의 삶을 보호하려 했는가가 핵심 이다. 역사는 이런 혼란을 수없이 반복했다. 춘추전국시대의 공 자는도덕과예로세상을다스 릴수있다고믿었지만, 권모술 수의 시대에는 비웃음거리였 다. 그러나 폭력으로 세운 진( 秦)의제국은오래가지못했고, 한(漢)의 유방은 유연한 덕으 로나라를안정시켰다. 로마 말기의 마르쿠스 아우 렐리우스역시칼이아닌이성 으로제국의균형을지키려했 지만, 교활한권신들과탐욕스 러운 장군들이 제국을 무너뜨 렸다. 조선의정조역시붕당정치의 분열 속에서 탕평으로 개혁을 추진했지만, 개인의 욕심과 사 당의 이익을 추구한 무리들이 그불씨를꺼뜨렸다. 결국조선 은자기개혁의기회를놓쳤고, 세도정치의 어둠 속에서 쇠락 했다. 20세기에도독재자들은대중 의분노를조작하고공포로통치 했지만,그끝은파멸이었다.반대 로전쟁뒤의유럽을재건한지도 자들은협력과신뢰를선택했고, 그덕분에민주주의가다시숨을 쉴수있었다. 지금의미국이어지러운이유 는 지혜로운 자들이 침묵하거 나 물러나기를 강요당하기 때 문이다. 법을무시하고자기아 집을 부리는 자가‘결단력 있 는 지도자’로 포장되고, 타인 을 짓밟는 자가‘유능한 인물’ 로 떠받들어져서는 안될 것이 다. 그리고그런시대는오래가 지않는다.폭풍은언제나지나 가기마련이기때문이다. 이제 지혜로운 자들이 다시 나서야 한다. 증오 대신 이해 를, 불신 대신 공감을, 분열 대 신공개토론과정치사회적문 제를깊이생각하고충분히토 론하는숙의(熟議)를선택해야 한다. 언론은 그 중심에 서야 한다. 교활한 자들의 언어를 그대로 옮기지 말고, 그 말 속에 숨은 의도와 권력의 냄새를 밝혀야 한다. 진실을 비추는 빛이야말 로사회의마지막균형추다. 이 혼란을 건너는 길은 새로 운 것이 아니다. 인류는 이미 수천년의역사속에서답을찾 아왔다. 그것은 폭력이 아닌 지혜, 증 오가 아닌 이해, 사익이 아닌 공익이었다. 교활한자들이잠 시세상을휘두를수는있어도, 결국세상을일으키는것은지 혜로운자들의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즉 유권자의 눈이 지혜로워질 때 진정한변화가가능하다. 올바 른정치지도자를선택하고,공 익을위한언론을지지하며, 각 자가속한공동체를사려깊게 다스리는시민의힘. 그것이바 로교활함의시대를넘어설유 일한해답이다. 결국 이 시대의 문제는 정치 의기술이아니라지혜의부재 다. 그리고그것을회복하는일 은결국우리모두의몫이다. 오피니언 A8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은지금 김동찬 시민참여센터대표 삶의 풋풋한 생명력과 참신성을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싱그러 운아침이다.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 제1악장은 로마의 활기찬 아침의 정경을 경쾌하게 노래하는 명랑한 곡이다. 멘델스존이이탈리아로마여행에 서체험한눈부신경이로움과밝은 정취를 로맨틱하게 표현하고 있다. 4악장으로 이어지는 곡의 청량한 햇살같은선율에감정이한껏고양 된다. 지난9월초에모일간지의수필가 Y 선생님의 [고대 로마의 여행기] 는고대로마제국의영광과흥망성 쇠를조명한뜻있는기고문이다. 섬세한 필치와 특유의 관찰력으 로그시대의정신과인간삶의희로 애락을 역사의 영속성의 관점에서 생명력을불어넣고있다. 작가의끊임없는도전정신으로삶 의새로움을추구하는열정이넘쳐 나고있다.수편의기행문에서신선 한주제를이끌어가는작가의유려 한문체가한결돋보인다. 그 시대의 관점에서 인간 삶의 영 광과 탁월함을 재해석하는 독창적 인사유의체계의기쁨을전해준다. 삶의 순수한 숨결이 넘치는 열정 적인 나라 이탈리아의 로마! 많은 문인 예술가와 관광객의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지는 그곳을 여행하고 싶다. 괴테, 멘델스존, 바그너, 차이콥스 키가여행했던이탈리아로마를찾 아갈계획은오랜염원이다. 예술가 의영혼의안식처이며작품의시적 영감을불어넣어주는플로렌스(피 렌체)와 베네치아 나폴리를 향한 마음이다. 괴테가 여행 중 찬탄했던 이탈리 아의밝은인상이문학작품의원천 이되었다. [빌헤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서남쪽나라이탈리아를그리워하 는<그대는아는가,저남쪽나라를 > 시가 오페라<미뇽> 중의 메조 소프라노의유명한아리아이다. 차이콥스키의 <이탈리아 기상곡 >은 시간이 멈춘 흔적이 배어있는 폼페이의유적지와사라져간옛로 마제국의 영화와 위용을 드러내는 듯콜로세움,판테온의장엄함이숙 연케한다. 영화[로마의휴일]에서그레고리 펙과오드리헵번이로마의시가지 와 광장, 명소인 트라비 분수대 앞 에서의 로맨틱한 장면은 쉽게 떠올 릴 수 있다. 흔히 여행 중의 로맨스 는사랑의감미로운추억으로물들 이는결말이아닌가? 유럽의 공주와 미국의 신문 기자 의운명적인만남이신분상의관계 로이루어질수없는애절한사랑이 얼마나가슴아프게했던가? 연인에게 손짓하는 사랑의 명소 로새겨진추억의공간은삶의짙은 그리움을품고있다. 이탈리아는 [무기여 잘 있거라] [여수] [애천] [여정] [밀회] [종착 역] [태양은 가득히] [태양은 외로 워] [해바라기] [아름다운인생]등 수많은영화의배경이다. 오페라 <토스카> <라보엠> < 카발레리아루스티카나><사랑의 묘약> <리골레토>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등이 이탈리아가작품무대이다. 이탈리아는 수많은 화가(조각가) 와 성악가, 지휘자와 연주자, 문인, 영화감독을 배출한 명(장)인들의 예향(藝鄕)이다. 거장들의 위대한 불멸의 예술 정 신은인류문화사에찬란한금자탑 을쌓았다. 레스피기의 교향시 3부작<로마 의분수><로마의소나무><로마 의 축제>는 로마의 영광을 현대까 지이어온축제행사의정경과분위 기를표현한곡이다. <로마의 噴水>는 유명한 4개의 분수를4부음악으로나누어진다. 동틀 무렵의 줄리아 계곡의 분수 는 안개가 걷히는 전원적인 풍경이 다. 아침의 트리톤의 분수는 아침에 맑게솟아올라흐르는청량함의표 현이다. 한낮의 트레비 분수는 밝은 햇살 이뿜어오른수면위에서눈부시게 반짝이는모습이다. 황혼의메디치분수는해질무렵 의 낮은 물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바람의나뭇잎스침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 한다. 삶의 품격이 느껴지는 나폴리의 민요와 칸초네도 만인의 애창곡으 로가슴뛰게한다. 이탈리안이 빚어내는 삶의 코러 스와경쾌한리듬에맞추어춤추는 살타렐로의 격정적인 향연은 행복 의절정을이룬다.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마음의풍경 삶의경쾌한리듬에맞추어 지혜와교활함의시대, 미국정치의거울 맞습니다, 다만(Yes, But) 지평선 이영태 / 한국일보논설위원 뉴스ㆍ속보서비스 HiGoodDay.com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