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D3 이태원 참사 3주기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지 난 25일서울 용산구이태원역1번출 구.이재명정부초청으로한국을찾은 이란과러시아,일본등 12개국외국인 희생자유가족 46명이참가한추모행 사가 열렸다. 러시아 혼혈인안나 ( 가 명·27· 사진 ) 는이날 통역자원봉사를 위해주황색조끼를입고 유가족들옆 에섰다. 그는 3년전참사에서가장친 했던한국인동료를잃었다.정신적외 상 ( 트라우마 ) 이너무 커추모 행사는 아예참석하지못했지만이번에어렵사 리용기를냈다. 핼러윈축제등을 즐기러나왔던시 민들이도심한복판에서스러진이태원 참사가 29일로 3주기를 맞는다. 가슴 아픈참사현장가까운곳에서희생자 들을애도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위로하는이들이있다.안나도그중한 명이다. 3년전그날,안나는서울강북구식 당에서일을 마친뒤동료 A씨와핼러 윈축제를즐기러이태원에갈예정이었 다.지방출신A씨는처음경험하는핼 러윈축제를앞두고안나의코스튬 ( 분 장의상 ) 까지준비해왔다. 그런데식당 점주가 핼러윈이라 손님이많을 것같 다며두 사람에게 ‘일을 더해줄 수있 느냐’고 물었다. 결국 안나만 남기로 했고이태원으로 간 A씨는 참사를피 하지못했다. 다음 날연락이두절된 A씨를 찾기 위해참사현장에가고, 운구가옮겨지 는영상 등을살펴본안나는지금까지 우울증과강박장애,불면증등을앓고 있다.그동안추모행사에갈엄두를못 냈지만 외국인희생자 유족을위한 통 역자원봉사공지가뜬걸보고마음을 바꿨다.‘타국에서소중한가족을잃어 외로우셨을텐데, 말이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위안이되지않을 까’라는생각에서다. 안나는 유가족 바로옆에서통역을 맡아 고인의생전이야기를 들으며말 벗이돼줬다. 서울종로구에마련된이 태원참사기억공간 ‘별들의집’에갔을 땐동료A씨의사진을보며조용히눈 인사를건넸다. 그는 “먼길을온유가 족들과함께하며저도위로를받았다” 고눈시울을붉혔다. 참사추모활동단체‘이태원을기억 하는 호박랜턴’ 소속이상민 ( 30 ) 씨는 올해 5 월 부 터매달 참사 현장을 둘 러 보는시민참 여 행사를진행한다. 해 밀 톤 호 텔 옆 ‘10.29 기억과안전의길’을 비 롯 해분 향 소가 차려졌 던 ‘이태원 광 장’, 주민들의 터 전과 역사를 느 낄 수 있는‘부 군 당역사공원’,상 권 을 둘 러 볼 수있는 ‘ 세계 음식 문화거 리’ 등 6곳을 둘 러본다. 희생자와 생존자 뿐 아 니 라 이태원에 터 를 잡 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있고, 각기참사를다 르 게기억한다 는걸소개하고 싶 어서다. 2.5 km 가 량 되는경로를 1시간 30분 동안 함께걸 으며서로이태원과 관 련된기억과 경 험을공유한다. 이씨는 피해자는 아 니 지만 용산구 주민으로서참사 전과 달 라진이태원 의 변화 가마음에 쓰였 다. 코로나19까 지 겹쳐 상 권 이시들어가는 모 습 , 길을 지나갈 때녹 사 평 역 광 장에 세워 진분 향 소에서열 린 시위와현수 막 들이눈에 밟 혔다.자신과비 슷 한고민을함께나 눌 사람들을모아 독 서모 임 등을가지 다가추모활동단체까지 꾸 리게 됐 다. 이단체는 답 사 외에도 생존자인 터뷰 를하며기 록 집을만들고,추모공연도 기 획 한다.이씨는 “각자의방식으로애 도 할 수있도 록여 러추모공간을마련 하는것이중 요 하다”고강조했다. 이태원참사시민 대책 위와 사 회 적 협 동조 합 빠띠 는 ‘이태원기억 담 기’ 활동 을기 획 했다. 추모현장에수기로적 힌 메 모지를스 캔 한뒤 빠띠플랫폼 을통 해일 반 시민들이이를 타자로입 력 해 디 지 털화 하는 작업 이다. 500명이상이 동참해지금까지 3만 장 중 96 % 가 데 이 터 로기 록됐 다. 1,502건의추모 글 을 옮겨적었다는이주열 ( 26 ) 씨는“현장에 서기 록 을남 긴 사람들과 대화 하는느 낌 이었다”며“이기 록 물이제게위로가 되었던 것처 럼 누군 가에게도 위로가 가 닿 길바라는 마음으로정 성껏 활동 에참 여 했다”고했다. 문지수기자 홀로 감당했던그날의아픔$ 함께 하니위로받았다 참사로친한동료잃은안나씨 트라우마컸지만 3년만에용기 외국인유가족통역자원봉사 “먼길온분들보며위로받았다” 추모활동단체인‘호박랜턴’ 현장둘러보는시민행사진행 “애도가능한여러공간필요” 28일서울용산구이태원의10.29기억과안전의길에서 ‘이태원을기억하는호박랜턴’ 활동가이상민씨가시민들의추모글을읽고있다. 이상민씨는 올해5월부터매달참사현장을둘러보는시민참여행사를진행한다. 함께걸으며이태원과관련된경험을공유하고, 서로다른방식으로참사를기억 하자는취지다. 최주연기자 “ 걔 가나이가 몇 인데 거 기를갔어 ? ” 이태원참사 희생자 최 재 혁 ( 당시 47 세 ) 씨어 머니 인 김 현 숙 씨가지인들에게 아들 소식을 알릴때 마다 들었던말이 다.재 혁 씨는그날예전 직 장동료들과 저 녁약 속이있어이태원을찾았다가 변 을당했다.자식을잃은 슬픔 도 버거 운 데,2 차 가해까지당한 김 씨는 끝없 이 움 츠 러들었다.“한번은재 혁 이 직 장을찾 아갔는데 괜 히눈 치 가 보이는 거 예 요 . 묻 지도않았는데‘재 혁 이는전 직 장 회 식 이있어갔던 거 다’라고해명을했어 요 .” 이태원참사희생자들을 향 한 2 차 가 해는모 든 유가족을 괴롭 혔지만,30,40 대 피해자유족들은유 독 더아 팠 다.피 해자 대 부분이20 대 인까 닭 에‘ 젊 은사 람들이 노 는곳 엔왜 갔냐’는눈 총 을받 아서다.어 떤 사정으로이태원을찾았 든 , 피해자들이손가락 질 당 할 이유는 없 는 데도이런 편견 을가진이들이적 잖 았다. 김 씨는사고당시초등 학교 1·4 학 년 이었던두 손주에게도 오랫 동안 사 망 원인을 알 리지않았다.아 빠 를 ‘영 웅 ’이 라부 르 던손주들이 혹 시상처를받을 까 봐 염려 해서다. 올 6 월 에야 알 게된 아이들은 이 후 에도 또래 들에 겐 아 빠 죽 음에 대 해 잘 말하지않았다고한다. 하 루 는 둘째 손주가 김 씨에게“ 할머니 , 나우리아 빠죽 었다고애들한 테 말하 고 싶 어.너무 답답 해서소리지 르 고 싶 어. 근 데말 할 수가 없 어”라고 토 로해 김 씨마음을울렸다. 또 다 른 희생자인 임 종원 ( 당시35 세 ) 씨아 버 지인 임익철 ( 69 ) 씨도주 변 시 선 때문 에 힘든 시간을 겪 었다.아들이참 사피해자라고말하면,“아들이 거 기를 갔다고 ? ”라는 반문 이 돌 아와 참 담 했 다.“ 여 행,서 핑 , 디 제 잉 ,와인 … 종원이는 취미 도정말많고,사람을 좋 아하는아 이 였 어 요 .이태원에 놀 러간것도종원이 답 다고생각했지 요 .그게 잘 못인가 요? ” 종원씨는참사당일지방에서올라온 사 촌 동생에게서울을구경시 켜 주 겠 다 며아 내 와 셋 이이태원에갔다.아 내 와사 촌 동생은사고 골목 을가까스로 빠져 나 왔지만,종원씨는그러지못했다.인 파 에 떠밀려멀 어지면서,종원씨는“ 내 가 오 자 고했는데안 좋 은걸보 여 주는것같다” 고 미 안해했다.그게마지 막 말이었다. 김 씨도 임 씨도 이 젠 주 변 의 편견 을 극 복하 려 한다.처음 엔 만나는사람마 다‘우리아들은 회 식 때문 에간것’이라 고 해명하던 김 씨는 나중 엔 “재 혁 이는 놀 러갔던 거 아 니 다”라고 매 번 설 명하 던친구를만 류 하게 됐 다. “친구에게말했 죠 . 놀 러나갔으면 잘 못이냐고, 다 른 아이들을 위해서그 렇 게말하지않았으면 좋겠 다고.엄마들 과 이야기나 눠 보면 159명중 아 깝 지 않은아이가 없 더라고 요 .” ( 김 씨 ) “부모들과 대화 해보면,피해자들은 모두 호기심이많고 발랄 한 아이들이 었어 요 . 모두보 배 같고아까운아이들 이에 요 .” ( 임 씨 ) 김나연기자 “애들노는데왜갔냐”$ 3040 희생자유족울리는편견 이태원갔다는이유로 2차가해 어린자녀에사인숨기는경우도 “놀러갔던것이잘못인가”반문 ‘10·29 이태원참사’ 3년을맞아한국 을찾은외국인희생자 유가족들이사 고 직후 한국 정부로부 터 충 분한 설 명을 듣 지못했다며참사 원인에 대 한 면 밀 한 조사가 필요 하다고 목 소리를 높였 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 대책회 의’와 유가족 협 의 회 는 3주기를하 루 앞둔 2 8 일서울 종로구에마련된이태원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집’에서국 내 외 언론 을 대 상으로 ‘외국인유가족기자 간 담회 ’를개 최 했다.정부초청으로지 난 24일 한국을 찾은 12개국 유가족 40 여 명이참석했다. 이들은참사 후 3년이지 났 지만이해 할 수 없 는점이많다고입을모았다.당 시희생된 딸 스 티네 에 벤센 ( 당시20 세 · 스 웨덴 ) 의사진이인 쇄 된 티셔츠 를입은 에 릭 에 벤센 부부는“ 매 일‘ 차 라리 악몽 이라면 좋겠 다’고생각하며아 침 을맞이 한다”며 괴 로운심정을 토 로했다.이어 “경 찰 이 충 분히 배치됐 는지,아 름 다운 청년들이 세 상을 떠 나는 참사를 막 을 수 없 었던건지, 과 거엔없 었는데 왜 하 필 그날 발 생한건지 궁 금하다”고물었 다. 또 다 른 희생자인그 레 이스라 쉐드 ( 당시24 세 ·호주 ) 의모친도“호주에서이 런행사가있었다면적어도일방통행조 치 를했을것”이라며“ 최 소한의조 치 도 없 었다고생각한다”고지적했다. 자 녀 의안위를 걱 정하며전전 긍긍 하 던 밤 이 떠 올라눈물을 훔치 기도했다. 러시아에서왔다가 변 을당한 김옥 사나 ( 당시25 세 ) 모친은현지시간자정이 넘 어다 른 가족을통해참사소식을들었 다. 꼴딱밤 을 새웠 지만경 찰 · 병 원에서는 연락이 없 었고,다음날아 침 에서야 딸 의 사 망 소식을 알 게 됐 다.그는“많은사람 이올걸예상했으면서 왜 아무런준비를 안했는지이해 할 수 없 다”고했다. 외국인희생자 유족들은 그동안 연 대 해준 한국인 유가족들에게 감 사의 뜻 을전했다.아들을 떠 나보 낸프랑 스 인 파 스 칼 게 네 고는 “진상 규 명을위해 힘써 주시는 한국 유가족분들에게 감 사하다”며“진 실 이온전히 밝혀 지고 책 임 이명 확 하게 규 명되길진심으로바란 다”고 힘줘 말했다.이 미 현시민 대책회 의공동상황 실 장은“정부진상조사결 과가 나 오 는 시점 엔 유가족들이 질문 에 대 한 답 을 들을 수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빈기자 “참사왜못막았나 韓정부가답해주길” 외국인유가족, 진상조사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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