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1월 7일 (금요일) 자동차한대가간신히지나다 닐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목길 도꽤넓어보였던어린시절, 아 이들이‘깐부’가되는방법은간 단했다. 오른손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 네 개를 이용해 서로 맞 잡은 후 남은 엄지손가락을 아 래위로포개면깐부를위한‘의 식’이끝나고동맹이시작된다. 깐부를 얻은 아이들은 든든했 다.구슬치기나딱지치기에능한 깐부에게 그 비상한 재주를 전 수받을 수 있었고 풍족한 그에 게구슬이나딱지를빌려올수도 있었다. 오징어게임시즌1의오 일남역시이렇게말한다.“깐부 끼리는니거내거가없는거야.”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깐부 가될수는없었다. 예닐곱살의 꼬마들도누구와깐부를먹어야 본인에게 득이 되는지, 서로 주 고받을것이있는지기가막히게 알고 있었다. 결국 재량이 떨어 지거나재원이부족한아이들은 그골목의동맹에서배제되기일 쑤였다.지금돌이켜보면우리는 승부의 세계, 그곳의 비정함을 깐부를통해일찌감치배웠는지 도모르겠다. 궁금하던 차에 깐부의 어원이 뭔지 찾아보니 미국에서 소규 모 밴드를 부르는‘cambo’에 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고 관 포지교의관포에서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국립국어원도 어원 을 모른다고 하니 정설을 찾기 는힘들어보인다. 지난주 깐부가 대한민국을 강 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 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을 만나‘치맥’회동 을 한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 을 때도 뭔가 의미를 담겠다 싶 었다. 세사람은지난달 30일서 울 삼성동의 깐부치킨에서 치 킨과 함께 소맥을 마셨고, 이튿 날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삼 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 등 4개 기업에 총 2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 (GPU)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최대 14조원규모에달하는한 국 인프라·기술 발전 인공지능 (AI) 이니셔티브다. 이로써대한 민국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깐부치킨 회동 은‘AI 동맹’의 티저였던 셈이 다.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APEC) 회원 21개국 정 상들이 경주에 모여 상호 협력 을 모색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개회사처럼“국제질서의 변곡 점 위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협력과연대”를고민한것. 국익 에도움이될깐부를맺기위해 진지한 탐색전을 펼친 것이다. 한미와 미중 간의 팽팽했던 관 세 협상도 타결됐다. 이후에 펼 쳐질 여정이 녹록지 않겠지만 대한민국또한줄것은주고, 받 을 것은 받으며 일단 실리를 챙 겼다. 물론그골목길아이들의깐부 가그랬던것처럼국제사회에서 의깐부가영원할수는없다. 엔 비디아와의동맹이굳건히유지 되려면 대한민국이 AI 리딩 국 가로거듭나야하고미국·중국 등과의 통상이 순조롭게 풀리 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그들 에게 언제나 필요한 존재가 돼 야 한다. 깐부를 맺는 주체들은 그렇게자신을성장시켜파트너 를 선택하고 동맹을 맺어 해법 을 함께 찾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것이 냉혹한 세계 질 서속에서의생존방식이다. 10월의마지막날점심식사를 함께한원로정치인은“10여년 전만해도여야상임위원회간사 들이 함께 해외 출장을 다녀오 는 것이 가장 가성비 좋은 정치 였다”고 말했다. 그는“며칠 동 안 같이 지내며 많은 대화를 하 다 보면 막혔던 현안들이 금세 풀리고는 했다”고 덧붙였다. 대 화와타협을통해합의점을모색 하는전략적‘깐부의정치’가그 시절에는가능했다는얘기다. 그런정치가다시돌아올수있 을까 점점 의심하게 된다. 권력 에 취한 거대 여당은 말 그대로 안하무인 정치를 하고 있고 강 성팬덤에의지한야당은지리멸 렬의 길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고함과 욕설이 무한 반복되는 보여주기식싸움을되풀이할뿐 이다. 골목길의 아이들은 누군가 먼 저자신을깐부로청해주기를기 대하며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연마했다. 그것이 엄마를 졸라 더 많은 구슬과 딱지를 확보하 는 것보다 수월했기 때문이다. 어떤무대에서든자신이동맹에 꼭필요한파트너가된다는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인데, 지 난 며칠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 궜던‘AI깐부’를통해정치인들 이 뭔가 느낀 바가 있을까. 아마 없을것같다. 오피니언 A8 어느덧 푸르렀던 나뭇잎은 아름 답게 채색되어가는 조락(凋落)의 계절을맞고있다. 떨어진 잎은 나무의 자양분이 되 어혹한에서움을틔우고봄의숨결 에새싹을돋아나게한다. 내려놓음을 통해 새 생명력을 얻 게되는부활의원리에의한영적인 삶의교훈을배운다.자연의섭리에 세상만물은순응하건만만물의영 장이라하는인간만이무모한탐욕 때문에내려놓음을더디하고있다. 새 생명력을 얻기 위한 과정을 소 홀히여기고있는타성적인삶의그 늘에머무는현상이다. 인간삶의순수함을잃게하는비 뚤어진욕망의치졸한모습에의해 서 말이다. 일상의 익숙함에서 잘 못된시각을바로잡고삶의예리한 초점을흐리게하는현실의심각성 을깨닫고자한다. 삶의 경건과 열린 마음을 회복하 여 세속적인 문화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삶의올바른방향감각과혜 안을지닐수있길바란다. 가을의 일몰 앞에서 삶의 의연한 태도로마음의순수를지향하며사 랑의빛을뿜어내는존재가되어야 하리라. 크리스천의 세계관을 지닌 사람 이라면명료한삶의정체성과선한 삶을실현할수있는도전을새롭게 해야하리라. 행여삶의가치관이나 자신의신념을과신하며스스로위 상을높이려는오만한태도가아닌 지살펴보아야한다.자신의한계성 을깨닫는겸손의자리에이르길원 한다.“복있는사람은오만한자리 에 앉지 않는다”라는 시편 일 편의 교훈을떠올린다. 19세기 한 시대를 대표했던 러시 아의 위대한 문호 레프 톨스토이 (1828~1910)는 80세되던해에자 신의삶을정리한다. 젊은 시절 부와 명성을 누렸던 그 는이웃에대한기독교사랑을실천 하기위해내려놓음의정신으로마 음의평온을찾기시작한다. 말년에저작권포기문제, 재산분 배와 배우자, 가족 간의 불화로 갈 등과상처가쌓인다. 용서와 화해로 마음의 매듭을 풀 고단순한삶의형태를취하며집을 떠나폐렴을앓다가아스타포보역 장의관사에서영면한다. 그의 노년에 삶의 전환점이 되었 던시절은자연에서맑은하늘을바 라보며숲길의산책에서마음의평 화를 얻는다. 이 무렵 젊음의 시절 환락에빠져방탕했던옛생활을회 개하며집필한소설 [부활]은불멸 의역작이되었다. 자전적 소설의 귀족 청년과 창녀 로전락한하녀와의정신적부활의 과정을통해러시아의불합리한사 회구조를비판하면서기독교사랑 의정신으로승화시키는작품이다. 성경의 말씀에 힘입어 경건한 삶 을 지향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 랑의정신을실현하는결말은감동 적이다. 톨스토이가 노년에 내려놓음의 실천을몸소보여주었던사랑의정 신이빛을발한다. 무릇 삶의 선한 과정은“찾을 때 가있고잃을때가있으며지킬때가 있고버릴때가있다”(전3:6) 자신 의때를알아가며지혜를찾아선용 하는삶이어야하리라.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내려놓음 을 실천하는 삶이 될 때 겸손의 자 리에머물수있다. 삶이 여유롭고 겸손한 사람 앞에 설 때는 존경의 마음에 머리 숙이 며우러러보게된다. 지난 9월 초에 모 일간지에 C 화 가의기고문[내삶의부록]수필은 마음을울리는따뜻한감성을담아 영혼과내면을순수하게일깨운다. 내려놓음으로 자신을 견디고 아 픔을 다스리며 치유하는 지혜에서 향기로운삶의모습을본다. 인품의 향기로움은 온갖 풍상을 다겪은성숙한사유의체계와내면 의순수를지닌분이라는느낌이든 다. 내려놓음에서솟아나는여유로움 은매일의삶을소중한선물로여기 며 새롭게 정진하는 C 화가의“고 난을 넘어서는 환희의 노래”일 것 이다. 삶의 정수(精髓)인 매 순간을 충 실하게 살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은우리에게주어진고귀한선물이 다.라는생각에겸허해진다. “스치는바람에도마음이흔들리 고사소한풍경에도감동이밀려든 다”라는 독백에 더욱 숙연해진다. 낙엽지는숲길에서브람스의장엄 한음악을듣는것같아처연하다. C화가의영혼과내면의품격이깃 든삶의심오한의미와탁월한작품 세계는무엇을말할까상상의나래 를편다.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마음의 풍경 내려놓음의계절 여 명 박태준 서울경제TV보도본부장 깐부의 시대, 깐부의 정치 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가 7차전까지맞붙은 2025 메이저 리그 월드시리즈는매경기가드라 마였다.미일정상회담마저멈춰세 웠던 3차전은역대 최장연장 18회 까지 이어진 명장면의 총합이었다. 오타니 쇼헤이는 이 경기에서 무려 9출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럼 에도시리즈클라이맥스는 11회연 장끝에다저스가역전승한7차전이 었다는데이견이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이보다더극적인월드시 리즈7차전은과거존재하지않았다 ”고공표했을정도다. ■7차전 11회말 투아웃. 다저스 마운드를지킨주인공은일본인투 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 키 178 ㎝단신으로세계에서가장비싼투 수가된그가던진마지막공은시속 92마일스플리터였다. 다저스는이 공으로 2연속 월드시리즈 제패를,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원정 3승 투수와MVP라는기념비를세웠다. 3경기에서무려215구를던지며클 래이튼 커쇼로부터“다시 볼 수 없 는퍼포먼스”라는극찬을받은‘작 은거인’에게이목이쏠렸다. ■투수에게단신은무엇보다치명 적인단점이다.키가작아팔이짧으 면 그만큼 공을 놓는 포지션이 타 석과멀어져위력이떨어질수밖에 없다. 이를억지스럽게과한투구폼 으로 이겨내려다 팀 린스컴(177㎝ )은 급히 전성기를 마쳤다. 이와 달 리 175cm에불과했던한신타이거 즈 투수 무라야마 미노루는 통산 222승을일굴만큼오래빛났다.물 론이면엔포크볼을잘던지려짧은 손가락을찢었던살기넘치는투혼 이있었다. ■단신 야마모토가 190cm를 훌 쩍 넘는 MLB 선수들 가운데 발군 이된해법은이만큼과격하지않았 다. 발상 전환이었다. 18세 야마모 토는야타오사무를만나웨이트와 벌크업을배제한유연성위주훈련 ‘BC엑서사이즈’를사사했다. 이후 10년간 상식에서 벗어나는 요가와 밴드, 초경량 창으로 전신 힘을 키 우는데진력했다.스포츠만큼현실 에훌륭한가르침을주는교본도없 다. 강대국틈바구니에서존재감을 드러내생존해야할우리에게야마 모토성공기는흘려듣기아깝지않 은가. 작은 거인 야마모토 지평선 양홍주/ 한국일보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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