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단풍이 낙엽으로 가랑잎 더미를 만들고 가을걷이가 마무리된 쓸쓸 한들녘의정취로하여몸을움츠리 게되는겨울초입으로접어들자마 음까지도 움츠려 드는 것 같다. 가 을햇살이며풍경이연출해내던분 위기마저 사위어 가고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가을 색조가 적막함으 로 짙어 진 탓인지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무슨일있었어, 많이예뻐 졌어”라는 인사말도 믿을 것이 못 된다고단정짓게된다. 거울을보게 되면 FACT 그대로 의존하기로 한 것이 옳다는 생각이 되니까. 내 맘 을내가다스리지못하고타인의잣 대에오락가락하는일은추수를끝 낸들녘에서이삭줍기일수밖에. 결론은세상에믿을만한사람은나 밖에없다는서글픈사실을굳게붙 들게 된다. 하지만 병원 저울과 집 저울이항상그수치에격차가있는 것처럼 사실 나 자신도 믿을 만 하 지못할때가듬성듬성드러나기시 작했다. 어쩔 수 없는 삶의 줄거리 일부분이겠지만. 어디그뿐인가. 믿을만한사람을 확보하는일조차난관에부딪힐때 가적지않다. 문화적 물리적틈새 를무시할수없더라는것이다. 좋 을 때는 곁에 사람이 많았지만 건 강을 잃게 되면서 나라는 존재를 이해 받고, 함께 해줄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고심하게 되었으니 까.진정한친구라는개념통찰이필 요함을몸이힘들어지고거동이불 편해지면서 표면적 친절과 공동체 적연대속에서신뢰가능성이란전 제조건의제한이있음을깨닫게되 었다. 정체성 존재를 온전히 이해 받으려는것조차단순한친목이상 의의미가필요했다. 자신이란존재 를 인정 받고 확인 받기 위해서는 정서적 안전망 역할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이 작은 사실 앞에서도 빛 나는통찰력의발휘가요구되고있 다.덕으로세워진관계는인격과선 함이 바탕을 이루었기에 완전한 관계로정립되겠지만, 반면이익추 구실손계산이성립되면관계도끝 나는시대를목격하게되었다. 이익 이 되는 관계보다 서로를 더 나은 인격으로 이끌어주는 관계가 인생 의 크나큰 축복인 것이요 큰 자산 이라 할 수 있음인데 타산 위주 관 계가득세하는시대가도래했다. 세상 흐름이 불안해서 일까. 타인 의피해의식에쉽게감염되고있다. 요란한 세상이 던져주는 불안감 을 해소하기 위해서인지 어디든 구 조 받아야 하는 일을 대비해야 한 다는 의식에 사로잡힌 듯 하다. 무 언가를대비해야한다는,준비없이 불안한일을마주하지않으려는행 보로 보인다. 가족을지켜야한다 는두려움의대비책을모색해야한 다는공포감이엄습하고있기때문 일 게다. 평화롭고 안정된 세상을 추구하는 백성으로 살아가려는 의 지위에불침번처럼덤벼드는불안 감감염네트워크에이미익숙해져 버린풍조가만연해졌다. 공포는더 이상안전거리가존재하지않는, 우 리내부의불안에서기인된것처럼 보인다. 위정자들은 끊임없이 실을 감고풀기를거듭하며스스로를구 조해보려는국민들의공포를시대 적공포로굳어지기를 바라는것처 럼보이는것을묵인해도되는것인 지. 두렵다. 마치 채무 불이행을 한 것같은, 기본값미달이라는설정 값을 통신표에 내신성적으로 받아 버린 것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못 한상태의디폴트세상에점점익숙 해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 다. 살아가야할삶의 줄거리가점 점두려움과공포로하여평안과행 복, 안전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 다. ‘그럴수도있겠지’하 면서열심히살아왔고바람직한삶 의줄거리를만들어온우리는이미 태어날때선택권없이부모와생년 월일이결정되어있었다. 또한부모 님 가치관에 의존된 교육을 받고 양육되어 지면서 생육하고 번성할 준비를해온것이다생명의순환과 정(Circle of Life)이 진행되고 있었 고계속해서반복되는자연섭리를 삶의순환으로자연스럽게받아들 이면서삶의줄거리를만들어온것 이다. 놀라운 사실은 많은 시니어들이 디폴트세상에서살아왔고또살고 있으면서 모든 것이 규칙화 되어있 는디폴트세상에서돌출구를찾는 이들이의외로많다는것이다. 은퇴 라는 인생의 반환점에서 쉼표처럼 만난시간을막상성수기가끝난휴 양지처럼텅빈마음으로시니어라 는황금기를놓치고있음은아닐까. 남은삶의여백을따뜻하게채울수 있는 기회를 붙들자는 것이다. 생 의추운겨울을든든하게버틸저축 을얼마나해두었는지,일찍이준비 가필요했을수도있겠지만,비록젊 은날의체력을기대할순없겠지만 서로에게기댈수있는든든한 나 무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늘 내 편에서서내손을꼭잡아준사람, 세월 주름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그 손을 놓치지 않으며 남은 날을 갈무리하며 삶의 줄거리를 만들어 가는것이바람직한삶을완주할수 있는지름길이아닐까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가질수있는가장겸허 하고성숙한선언일수있겠다.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삶의 줄거리 늙는다는것세월을향한약속입니다 약속의층계를열심으로오르내려 붉은신호들예서 제서번쩍이고 실핏줄끝에서신음하는밤마다 청보리밭이랑에물결치던어린봄바람은 이마의잔주름을간지럼핍니다 비탈에선나무들 푸른열망을삭혀핏빛으로뱉어내는가을지나 엄동의회초리피맺히는살밑에 순해지는씨-눈,눈비비며내일의꽃잎에 색칠할물감을고르는겨울이있고 허술하게늙는것아니라고 씨앗이씨앗을얻기까지계절의속살거림모두새겨 도드라진상처로단단한껍질때문에그약속아름답고요 늙어가는일은세월과의약속입니다 어제와의탯줄을끊고새것으로태어나는 이약속을지키려계속몸살을합니다 조옥동 -충남 부여 출생 -서울대 사대화학과 졸업 -미조리주 워싱턴대학교에서 수학 -미주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현대시조》《한국수필》신인상으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해외풀꽃시인상, 한국평론가협회 해외문학상, 윤동주미주문학상 수상 -UCLA 의과대학 생리학 연구실 Research 스탭으로 근무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미주문협, 재미시협회, 미주시조협회 회원 -시집 『여름에 온 가을 엽서』, 『내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등 부부합동 에세이집『부부』 출간 약속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10명의시인을찾아서 9·11 테러 이후‘테러와의 전쟁’ 을 진두지휘한 미국 네오콘(신보수 주의자)의대부, 딕체니전미국부 통령이 4일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그는미국역사상가장강력한부통령 으로꼽힌다.아버지부시행정부에서 는국방장관으로걸프전‘사막의폭풍 ’작전을지휘했고아들부시정부에서 는부통령으로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설계자가됐다.미국의가치를 힘으로전파해야한다는신념으로네 오콘의구심역할을했던그는훗날이 라크전쟁이‘딕의오판’이라는비판 에시달렸지만끝내“옳은일을했다” 는확신을거두지않았다. ■체니 전 부통령이 이끌던 네오 콘은본래민주당내자유주의매파 에서출발했다.‘68혁명’이후민주 당이 좌경화되자 공화당으로 옮겨 가며정치세력화했다. 그들의정체 성은‘힘에의한외교’로요약된다. 전쟁을불사하는군사개입, 강경한 외교, 경제제재로미국의패권을유 지하려했다. 이익을위해서라면동 맹도희생시킬수있다는도널드트 럼프식‘미국 우선주의’와는 결이 달랐다.일부에서는체니전부통령 이대통령의권한을강화해트럼프 의권력기반을닦았다는분석도있 지만말년의두사람은극단적으로 대립했다. 그래서일까. 트럼프전대 통령의애도성명은아직나오지않 았다. ■지금 미국 공화당 내에서 네오 콘은‘마가(MAGA)’세력에 밀려 존재감을잃고있다. 트럼프의미국 우선주의는한층강화될것으로전 망된다. 올5월극우선동가로라루 머가‘진짜 트럼프 감별사’를 자처 하며체니의대테러고문출신인마 이크왈츠국가안보보좌관등을내 친것은네오콘숙청의신호탄이라 는분석도나온다.네오콘이든팔레 오콘(고보수주의자)이든 우리에게 중요한것은안정된한미관계다.‘ 핵 포기 정상외교’라는 체니의 대 북원칙이핵보유인정으로후퇴할 가능성, 동맹현대화와주한미군역 할 조정 등 안보 문제뿐 아니라 무 역·경제 분야에서도 변화의 파고 가 거세질 수 있다. 트럼프의 말이 라는나무보다미국정치지형이라 는숲을봐야한다. 굿바이 딕 체니 만화경 김현수 /서울경제논설위원 시사만평 R.J. 맷슨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블루 웨이브에 휩쓸려 2025 투표 공화 어딘가 레드 웨이브가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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