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1월 14일(금) ~ 11월 20일(목) A10 온타리오주 심장부에 놓인‘알곤킨 주립공원’은 1893 년 지정된 캐나다 최초 주립공원이다. 명칭은 주립공원이 지만, 그위상과울림은국립공원에견줄만큼장대한존재 감으로다가온다. 7600㎢,서울의약126배에달하는대지 위에 초원과 늪지, 침엽수림과 단풍나무 숲, 그리고 2400 여개호수가별자리처럼흩어져있다. 이곳은본래알곤킨 원주민의삶의터전이었다고한다. 사냥과채집, 계절이동 의 지혜가 숲과 강, 바람과 함께 이어졌고, 그들의 흔적은 지금도공원의지명과전승속에고요히남아있다. 알곤킨의 숲길을 걷다 보면, 시간의 결이 유난히 선명하 다. 빙하가수만년에걸쳐빚어놓은지형위로침엽수림의 은은한향이켜켜이배어있고, 그사이를붉은단풍이계 절의장을넘기듯물들인다. 이곳은캐나다자연보존사상 의출발점이자, 오늘날생태관광과야생보호정책의상징 이된숲이다. 10월말. 다른지역의단풍은이미바람에실려떠나가고 겨울의 기척이 스미는 시기이지만, 알곤킨은 마치 계절을 붙들어두려는듯마지막색을태운다. 일본교토의단풍이 화려한비단이라면, 알곤킨의가을은대지와공기, 빛이서 로의온도와향을나누며완성한자연의유화다. 붉게 타오르는 메이플, 금빛으로 빛나는 자작나무, 그리 고짙푸른소나무의녹음이서로를보완하며하나의완성 된풍경을그린다.바람이한번스쳐지나갈때마다잎들은 가볍게떨어져호수위에내려앉는다. 잔잔한수면은단풍 을그대로받아들여자연의팔레트처럼떠다니고, 물가의 공기는말없이계절의변주곡을들려준다. 발밑에선낙엽 이사각거리고, 눈앞에는단풍이어지럽게흩날리니, 자연 은소란스럽지않게계절을바꾸고있다. 알곤킨에는 수십 개 트레일이 있다. 우리는 차량으로 이 동해 코스를 골라 걸으며, 때로는 호숫가를 따라, 때로는 울창한숲속으로스며들듯나아갔다. 방문객센터에서간 단히점심을해결하고발코니에앉아햇살을즐긴뒤, 아래 층전시관에서이숲에사는생명과역사를훑어본다. 이후선택한루트는‘Lookout Trail’, 길지않지만해발 이높아전망이탁월한코스다.처음엔다소가파른흙길이 이어졌으나, 곧발아래로부드러운이끼가느껴지고, 습한 흙냄새속에숨은소나무향이진하게번졌다. 숲은 겉으론 침묵하는 듯하나 귀를 기울이니, 나뭇잎이 서로스치는소리, 낙엽위를달리는다람쥐의재빠른발소 리,멀리서울리는까마귀의울음,그리고내걸음마저자연 의교향곡에하나의선율을더한다. 전망대에이르자, 붉은 숲이구름의아래까지한없이이어졌다. 언어는그풍경앞 에서무력해진다. 감탄을지나, 자연앞에서인간이지녀야 할겸허함을되새기게하는순간이다. 트레킹 중, 작은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가이드가 건넨곡식낱알들을손바닥위에올려두자,갈색과회색깃 털의블랙캡드치카디가사람들사이를가볍게오간다. 잠 시후, 한마리가조심스레내손바닥위에내려앉는다. 아 주짧은순간,그러나깊게각인되는시간이다.작은발톱이 손바닥에 닿는 찰나, 심장이‘툭’하고 울린다. 깃털의 따 뜻함이 손끝에 남았고, 설명할 길 없는 떨림이 심장에 파 문처럼번진다. 새는곧날아올랐지만, 다시돌아와낱알을 입에문다. 낯선이방인을경계하지않는듯한날갯짓을보 니자연의신비롭고도담담한신뢰가느껴진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자연과의 교감이란 소유가 아니라, 허락받는순간이라는것을. 나는그허락된온기를오래도 록품으며숲길을걸었다. 하산할즈음, 해가기울기시작하 자, 숲의온도는빠르게내려간다. 나뭇잎사이로스며드는 빛은이미수채화의마지막붓질처럼희미했으나, 그여운 은오래도록마음에남아있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 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 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캐나다 ‘알곤킨’의가을 붉은숲에귀기울이다 알곤킨주립공원의호수와숲. 북미대륙은자연이인간보다더깊고오래호흡하는곳이다. 캐나다는면적이약998만㎢로, 세계에서둘째로넓은영 토를지닌나라다. 그광활한땅의약40%가숲이라는사실앞에서, 한나라가곧하나의거대한숲이라말해도지나침 이없다. 그숲의품안에는41개국립공원이원시와문명의균형을지키며자리한다. 마치대륙이품은거대한생태의도 서관과도같다. 알곤킨 주 립공원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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