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1월 18일 (화요일) 나무에도 얼굴이 있다. 나이테는 나무의 세월을 말해 주고, 껍질의 주름은 고난과 계절을 품고 있다. 어떤 나무는 바람에 깎 여 거친 얼굴을 하고 있고, 정원의 나무들 은 단정하고 깔끔하다. 나무의 얼굴은 늘 말이없지만,그속에는저마다의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나는 오래전에 이야기 하는 나무를만났다. 모스크바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이어지 는 길은 하얀 자작나무 숲이었다. 누가 저 렇게많은나무에흰페인트칠을했을까? 나무는이끝에서저쪽끝까지하얀얼굴과 매끈하고곧은몸매로하늘을탐내며똑바 로서있었다. 그곳은눈이쌓여있어어디 가 땅이고 어디가 나무인지 알 수 없었다. 닥터 지바고의 설국이 보였다. 광활한 설 원, 얼어붙은사면, 고요속을한여인이조 심스레 걸어가고 있다. 모자를 깊이 눌러 쓴 그녀의 외투 끝이 바람에 떨렸다. 나는 지바고와의사랑을더듬는라라의눈빛을 잠시떠올렸다. 창밖을내다보자또렷한나무의얼굴이 낯선 이방인들을 맞이했다. 자작나 무의 얼굴은 창백하면서도 무표정 했으나냉랭하지않았다. 오히려처 음만나는공산국가의두려움을덜 어 주었다. 차는 달리고 또 달렸으 나도시의기척은좀처럼보이지않 았다.창밖에는여전히같은얼굴의 나무들이따라왔다.낯선땅에서사 람들보다먼저우리를맞아준존재 가 나무들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언어도 다르고 표정도 낯선 땅에서 나무의얼굴은오히려익숙하고편안했다. 멀리집들이하나둘보이고사람사는기 척이느껴지자비로소나무행렬은끝이났 다. 공산국가를 처음 밟는 두려움, 자유를 잃은 땅이라는 막연한 불안이 마음을 짓 눌렀다. 나무의 얼굴은 마치 나 대신 두려 움을짊어진듯파리했다.모스크바의첫인 상은도시도, 사람도아니었다. 그것은공 항에서 집이 나타나기까지 나를 따라오던 자작나무의얼굴이었다. 자작나무의 얼굴은 계절과 시간을 넘어 이제도그때를생각하게한다. 그날나무 의얼굴은누군가의길을지켜주는조용한 빛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가늘고 길게 오 르는 자작나무는 맑은 마음으로 따뜻한 사람들을기다리며살아왔기에희고고운 피부가되었나보다. 우리가만난자작나무 는깊고멋진존재감을보여주었다.“여기 는 너무 추워요. 게다가 흰옷을 입고 있으 니더추워요. 우리안에는오랫동안차가 운 수액이 흐르고 바람이 불면 우리 잎들 끼리 사락 사스락 서로를 응원해요. 눈이 산처럼많이쌓여도얼어죽은나무친구는 없어요. 겨울을 참고 서 있어야 화사한 봄 을 만날 수 있어요. 찬란한 여름도 화려한 가을도고요한겨울도다지키고있답니다. 가끔은따뜻한남쪽으로가고싶어요.”추 위를 이기려 바짝바짝 붙어 있는 나무 떼 가 바람을 타고 자작거렸다. 나는 문득 나 무 줄기를 여름의 초록으로 칠 해 주고 싶 었다.창백하지않은생기를주고싶었다. 나무가 보여주는 얼굴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아니라시간을살아낸한존재의초 상이다. 세월이많이흐른지금, 그길위에 자작나무들이 서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모 스크바의겨울은멀리떠나갔다.그러나낯 선 땅에서 마주한 차창 밖의 하얀 자작나 무들은여전히내기억속에있다. 하얀눈 과함께내마음속깊은곳에한폭의풍경 화로남아있다. 오피니언 A8 시사만평 돌아온 엡스타인 파일 존다코우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다시생각해보니, 정부를다시셧다운해라! 엡스타인파일 나무의 얼굴 삶과 생각 기원전 100년. 로마의 시인 파브릴리우 스 사루스는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우 리는 늘 자신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마련 이다.”이 말은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에게어떤목적이있을지라도우선상 대방의마음을성실하게읽으라는의미입 니다. 비록사소한것일지라도그사람의관심 사를 알고 이해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 다. 필라델피아의CM. 레이플이란사람은 그방법으로평소원수처럼지내던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을 하였습니다. 레이플은석탄중개업자로서어느대단위 연쇄점에 석탄을 납품하려고 애써왔습니 다. 하지만그 연쇄점의유력한중역이이미 다른거래처를이용하고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그는무려10여년동안그연쇄점 의 주변만을 맴돌 뿐이었습니다. 은근히 화가난레이플은어떤강연회에서연쇄점 제도야말로시민의적이라고비난을하였 습니다. 그 때 레이플에게 누군가가 간곡 하게 충고를 하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불가능 했던 일이 가능해 지는 것도 아닌 데 그렇듯 고지식 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 다는 충고 였습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방 법을 제시 하였습니다. 그 방법은 연쇄점 에 불만이 많은 레이플이 오히려 그 연쇄 점의 확산을 옹호하는 변호사의 역할을 해보라는것입니다. 고개를끄덕인레이플은“연쇄점의전국 적인 확산은 과연 국가에 해로운가”라는 주제로열리는전국토론회에나가기로결 심을 했습니다. 연쇄점에 유감이 많은 그 가도리어연쇄점을옹호하고확산시켜야 하는당위성을피력해야하니곤혹스러운 점이한두가지가아니었습니다.일이이렇 게되자그는평소감정이많았던그연쇄 점의중역을찿아갔습니다. 그중역역시 10년 동안 석탄 납품건 때문에 쫓겨다니 던레이플이지겨웠던탓에딱1분의시간 을조건으로그를만나주었습니다.“선생 님. 저는오늘석탄때문에온것이아닙니 다. 실은 연쇄점에 대하여 토론회를 갖게 되었는데선생님보다연쇄점에대하여많 이아는사람이없을듯해서찿아왔습니 다. 좀도와주십시오.”이말을들은중역 은굳은표정을펴면서그에게앉으라고의 자를권하였습니다. 그리고1분의제한시 간은무려 1시간 47분동안이나이어졌습 니다. 그중역은연쇄점제도가인류에참 다운공헌을하고있다고믿는사람이었습 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책들을 소개하 고또각종자료들을적극적으로추천해 주었습니다.중역은레이플이그토론회에 서 반드시 승리하길 바란다고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놀라운일이벌어졌습니다. 오랜 이야기가끝나고감사의인사를하며문을 나서는레이플에게중역은마지막으로이 러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우리 다시 한 번시간을가졌으면좋겠군요? 그리고우 리가댁의회사에서석탄을주문해도괜찮 을까요?”실로기적과도같은일이었습니 다. 레이플은석탄에대해한마다도꺼내 지 않았습니다. 10년이 걸려도 불가능한 일인데그중역은자진해서석탄을주문하 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곧 상대에 대한 진지한관심이이끌어낸성공이었습니다. 애틀랜타칼럼 이용희 목사 상대방에게진지한관심을 한줄의빛으로너는왔다. 내안의고요를흔들며, 잠든언어를깨웠다. 처음엔너를부르기두려웠다. 너를쓰는순간 내마음이드러날까봐. 종이위를걷는내손끝마다 작은숨결이피어나고, 그숨결속에서나는 조금씩너를알아간다. 너는단어가아니다. 눈물의잔물결, 기도의그림자, 시간속에남은온기. 오늘도나는너를쓴다. 세상의모든이름이사라져도 내안에서다시피어날 단하나의이름... 너. 너라는이름의시 내마음의시 라파엘라 (애틀랜타문학회회원) 조형숙 시인ㆍ수필가/ 미주문협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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