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1월 20일 (목요일) ‘고색창연하다’를 만나서 울고 싶어지는 건 뭘까. 경상북도 영주 시 부석면 부석사에 가서 무량수 전을마주하고배흘림기둥에기대 서니그러했다. 676년에지어진이 목조 건축물이 지닌 아름다움에 어울리는 표현을 찾다가 떠오른 말이다. ‘고색창연’은 중국 시인 소양의 ‘서산사’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로 알려져 있다. 오래되어 예스러운 풍치나 모습이 그윽하다, 시간이 흐르며 쌓인 아름다움과 분위기 를 표현한다, 오래된 빛깔이나 색 채에서 옛것이 품고 있는 깊이와 폭이 나타난다 등 의미가 조금씩 다른듯비슷하다. 2000년대초반에지금은작고하 신최순우선생의저서《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꼭 가보리라 언젠가는 가보리라 결심했는데 그 언젠가가 2025년 가을이될줄이야. 선생께서쓰신무량수전과그주 위경관에관한글한대목이다.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 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 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 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있다.무량수전,안양루,조사 당, 응향각들이마치그리움에지 친듯해쓱한얼굴로나를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말로표현하기가어렵 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사무치는고마움으로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 자답했다. …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쓰다듬어봐도무량수전 은의젓하고도너그러운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선생의글을오마주해서2025년 가을 그날의 풍경과 정취를 나름 대로표현해본다. 소백산남쪽능선부석사의한낮, 알록달록 사람들 물결이 오색 단 풍처럼 흘러 다닌다. 안양루 돌계 단을 올라오니 무량수전이 나를 맞아준다. 낡지만 단단하고 바래 어도 주눅 들지 않은 자태와 색의 호젓한아름다움, 나는잠잠이붙 박이가 된다. 두루미가 날개를 펼 치고 막 내려앉은 듯한 지붕 처마 끝, 그 처마 아래로 둘러 입힌 색 은몰캉한홍시물을발라놓은듯, 치자를풀어놓은듯. 몇발짝물러 서서 보면 아름다운 색감이 더욱 선연하다. 빗줄기 같은 세월을 두 른 채 당당하고 넉넉한 배흘림기 둥그흙빛표면을쓰다듬으며목 수의 손끝을 상상한다. 배흘림기 둥 하나하나 상처를 살피며 무량 수전 사면을 빙 돌아 앞마당으로 다시 나온다. 배흘림기둥에 기대 어 멀리 소백산 자락을 바라보면 멀찍이서보아야깨달아지는아름 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조응하고 호응하는 이 모든 아름다움의 의 오피니언 A8 추억의아름다운시 박경자 전 숙명여대미주총회장 옛 속담에 바늘 가는데 실 간다 는 말이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사 람들이 바늘을 가장인 남편이고 아내는 실이라고 착각해 왔다. 그 리고 바늘 따라 다니는 실은 아 내라고 하며 남전여비 유교적 사 상이원인이된억지논리속담이 다. 바늘과실은각기다른객체로 서로 힘을 합쳐야 되는 띌레야 띌 수없는존재들이다. 인간들이만든인간의작품이다. 바늘이 있으면 실이 있어야 되고 실이 있으면 바늘이 있어야 된다. 그때문에바늘과실중어느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쟁은 닭이 먼저 냐계란이먼저냐라는논쟁과다 를바가없다. 무상무생인바늘과 실은 인간들이 필요에 따라 만든 것이라 크기와 모양과 종류가 다 양하다. 그 때문에 조화와 화합이 잘 돼 야세상이필요로하는귀하고아 름다운 창작물로 탄생된다. 새창 조는인간들에의해서지만어쨌든 바늘과 실은 천생연분이다. 깊이 헤아려보면알수 없는 오묘한일 들이 너무나 많다. 누구나 명암의 긴터널을따라흘러가고있다. 아 무리 과학문명이 발달돼도 풀 길 없는숙제들이한도끝도없다. 어 쨌든 모든 것은 서로다 관계가 깊 고좋고나쁜것이계속공존하게 돼있다. 세상사 참으로 어렵고 복잡하고 힘들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은 서로 사랑하고 베풀고 함을 합쳐 야 된다고 외쳐대면서 계속 싸우 고시기질투를하며귀한삶을헛 되이 하고있다. 어찌 보면 인간들 이야말로가장고약하고나쁜고 등동물인것같다. 뛰어난지도자 들과 박식한자들이 훨씬 더 이기 적이다. 그 때문에 싸움과 전쟁이 끝일날이 없고 진정한 삶의 행복 과가치가상실된상태다. 유전무죄무전유죄세상이다. 바 늘의 종류도 실의 종류도 수없이 많지만 서로 특성에 맞는 짝과 조 화와화합이잘될수있게인간들 이합심해야결실의진선미가재창 조된다. 그런창조의주인공인인간들이 화합을 못하고 날이 갈수록 내로 남불이라저주스럽기이를데가없 다.정도의차이만다를뿐세계각 국 지도자들도 거의다 내로남불 이다. 그 중에도 조국 대한민국이 내로남불 최고의 전시장이다. 정 의와 공정이 설 자리가 없다. X싼 놈들이 법을 고치고 만들고 집행 을해도마구박수를치는망국적 인국민정서다. 바늘과실이서로조화를이루지 못하면무가치하고쓸모가없다. 그와같이만물의영장이고사회 적 동물인 인간들이 서로 사랑하 고 존중하고 이해하고 마음과 힘 을 합치지 못하면서 자신의 야욕 을 위한 목적을 위해 돌진하면 비 극을막을길이없다. 잘살아보겠다고이민짐싸들고 낯설은 머나먼 미국까지 와 서로 싸우고 있는 기막힌 동포들의 내 로남불의 현실이 너무나 큰 비극 이다. 50년동포이민역사상수도 없이많은공사익단체들이싸우 고다투면서쪼개져왔고또미국 법정까지 드나들고 또 현재도 계 속되고있다. 제발좀서로양보하 고 이해하고 사랑하자. 그것 만이 짧은 인생사를 함께 행복을 위해 정진할수있는길이되고삶이될 것이다. 바늘과실이합치면훌륭한걸작 품이 탄생 된다. 우리에겐 대화합 을위한반짇고리(바늘실골무실 패)가절실하다. 삶과 생각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칼럼니스트) 바늘과실 나는가끔후회한다 그때그일이 노다지였을지도모르는데... 그때그사람이 그때그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모르는데... 더열심히파고들고 더열심히말을걸고 더열심히귀기울이고 더열심히사랑할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열심히그순간을 사랑할것을... 모든순간이다아 꽃봉오리인것을, 내열심에따라피어날 꽃봉오리인것을! 모든순간이꽃봉오리인것을 정현종시인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작가이자 전 교수. 1939년 12월 17일 출생이다. 서울특별시 출신. 본관은 연일. 종교는 천주교 이며, 세례명은 알베르토이다. 대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 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현대문학』에 시「여름과 겨울의 노 래」등으로 추천 등단했다. 1965년부터 1977년까지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해오다가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서울예술전문대학(현 서 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연세 대학교문과대학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하였다. 정현종 시인 목요에세이 성영라 수필가 미주문협 부이사장 부석사,배흘림기둥에기대어보다 미를오랫동안곱씹게되리라. 아미타여래를모신법당입구댓 돌 주위로 신발이 수북하다. 신발 의 주인들은 어떤 지혜를 채워 돌 아갈까. 나는법당안으로들어가 지도못하고다른데로발을떼지 도못한채어정쩡하다. 부석사로올라가는초입에가을 을옮겨놓은은행나무가로수길. 물든 잎들이 몸을 포개어 강물처 럼흐르는길. 목적지에이르러마 지막 발자국을 내딛으면 노란 인 주가찍힐것만같은길,그길을되 짚어 내려왔다. 언젠가는 겨울의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풍경의 여백을 찾아보리 라.포르르,노랗고빨간잎들여남 은개가 차 안에서 흩어졌다. 리플 렛속에끼워두었던은행잎과단 풍잎이다. 집어 드는 마음은 어느 새 꼬리가 된 길을 되짚어가고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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