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1월 28일(금) ~ 12월 4일(목) A10 퀘벡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자 도시의 회색 결과 단풍 잔향이 섞여 묘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한 시간쯤 달리니 매끈한 도시 윤곽은 점점 뒤로 밀려나고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숲과강가가창밖에펼쳐진다. 바람에실린나뭇잎그 림자들은 사라져가는 가을의 꿈처럼 덧없이 흘러가고 있 었다. 문득 도로 위를 달리는 시간이 평온하다는 것을 깨닫는 다. 몬트리올의분주함과퀘벡의중세같은고요함사이를 잇는이3시간남짓의여정은마치시간의경계선을슬며시 넘어가는작은의식처럼느껴졌다. 퀘벡은캐나다안에서도유난히프랑스색채가짙은도시 다.거리간판과사람들이주고받는인사,카페메뉴까지모 두프랑스어로적혀있어처음방문한이들에게신선한문 화적충격을안긴다. 정착민들역사와영국과전쟁, 그리고 프랑스계 주민들의 오래된 자부심이 층층이 쌓여 지금의 퀘벡을만들었다. 이곳에서‘Bonjour!’라는 인사는 단순한 말이 아니다. 지켜온언어와정체성에대한깊은애정이담긴인사다. 황 토빛 성벽과 고풍스러운 지붕들이 빚어내는 풍경은 북미 대륙의 도시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중세 유럽의 향기를 풍긴다. 낯설지만 이상하게도 이 낯섦은 금세 따뜻해진다. 아마도도시가포근하게다가오기때문이다. 사람도, 길도, 공기도…. 드라마‘도깨비’가방영된뒤퀘벡은한국인여행자들에 게하나의성지처럼자리잡았다. 어느상점에들어서자주 인이반갑게묻는다.“한국인이죠? 한국사람들은항상같 은질문을해요.김신이지나간골목이어디냐고.” 그말에나도모르게웃음이났다. 실제로촬영지였던페 어몬트 샤토 프롱트낙 주변에는 한국어 안내문을 붙여둔 가게들이있다. 그앞을지나는한국인여행객들은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도깨비 감성’을 찾느라 분주하다. 퀘벡 은이렇게한국인여행자들의마음에오래남을특별한기 억의단서가된도시다. 낯익은 음악이 들려오는 광장을 지나 화가의 거리‘Rue du Trésor’로 향한다. 석양이 오래된 건물의 창문을 붉게 물들이는시간, 한화가는커다란캔버스에푸른하늘빛을 칠하고있다. 그빛깔이퀘벡의늦가을하늘을그대로담은 듯해한동안눈을떼지못한다.마치캔버스의푸른색이도 시의호흡을기록하는듯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흰 바탕 위에 악기를 새긴 판화 들이진열돼있다. 방금광장에서들었던색소폰울림이떠 올라에칭판화를진지하게들여다본다. 여행이끝난뒤에 도퀘벡공기가기억속에오래머물것같아한참을고민하 며마음속으로누군가의멜로디를되살려본다. 올드퀘백역사지구풍경.사진=박윤정민트투어대표 올드퀘백역사지구풍경.사진=박윤정민트투어대표 좁은돌길을내려오자핼러윈분장을한아이들이‘Trick or Treat!’을외치며뛰어다닌다. 바로옆상점창문에는크 리스마스트리 장식품들이 반짝이고 있다. 핼러윈의 검은 오렌지색과 크리스마스의 초록빛 전구가 한 골목에 공존 하는풍경은계절이겹쳐진듯한묘한분위기를자아낸다. 낙엽아래널브러진호박들과거리를밝히는조명은이도 시의계절을더사랑스럽게비춘다. 쌀쌀한 공기가 어깨를 스치는 저녁 작은 카페에 기대 앉 아따뜻한커피를한모금들이켰다. 머그잔에서피어오르 는커피향너머로석양과오르막길관광객들의웃음소리 가겹쳐져따스하고아름다운풍경을이룬다. 사람들은천 천히거리를오가고돌길은바람따라낙엽이스치며바스 락거린다.이도시의늦가을정취가온몸을감싼다.퀘벡의 시간은서두르지않는다. 모든순간을천천히, 부드럽게, 잊 을수없도록건네준다. 늦은 저녁 레스토랑에서 만난 요리들은 또 다른 형태의 퀘벡을경험하게한다. 메이플시럽을은근하게녹여낸오 리 가슴살, 단풍잎 색을 닮은 버터넛 스쿼시 수프, 사과와 허브향이은은한디저트까지모든음식이퀘벡의계절을 접시에고스란히올려놓은듯했다. 화이트와인한모금이 입안에서 퍼지자 여행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 는 듯하다. 늦가을의 퀘벡은 조용하지만 풍성하고 차갑지 만따뜻하다. 그계절과그공기속에서이도시가품은이 야기를온전히이해할수있었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 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 도’를쓰고냈다. 프랑스색채짙은캐나다퀘벡에서의‘늦가을’ 퀘백시내광장과거리. 올드퀘백역사지구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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