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2월 5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지난10월30일섬기는교회시니 어61명이이틀간의일정으로사바 나여행길에올랐다. 현재로부터시공을초월해과거로 거슬러오르는믿음은선인의발자 취를따라가는신앙의여정이다. 5시간후에도착한사바나의고색 창연(古色蒼然)한 가을 풍경의 황 홀경에넋을잃고있다. 산책로 양쪽에 단풍든 나무가 우 거진색채의향연을바라보면서탄 성을터트린다. “빈센트 고흐”라면 특유한 색채 감각으로가을의절정을화폭에담 았을것이라는생각이든다. 마음에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로간직하기위해스마트폰의셔터 를누른다. 요한 웨슬리 목사(1703~1791)의 선교기념회교회는성역화된크리 스천의영적인순례지이다. 웨슬리 목사의 근엄한 표정의 동 상 앞에서 성도들이 단체 사진 촬 영 후 가까운 지인과 함께 사진을 스마트폰에담느라고분주하다. 리치먼드 힐 성결교회의 이철호 담임목사님께서웨슬리목사님의2 년간사바나선교와삶의여정과신 앙의 眞髓(본질)를 섬세하게 풀어 내는은혜에감격했다. 웨슬리 신앙의 평생 목표는 성도 의내적인경건과성결한삶의실천 이었다. 감리교의웨슬리신학의“성화론 에 나타나는 견실함, 섬세함, 자상 함”은 어머니 수산나 웨슬리의 신 앙교육의지대한영향이다. “Susanna Wesley(1669~1745)는 두아들이신실한목회자가되기까 지기도에힘쓴영적통찰력이뛰어 난어머니이다. 19명의자녀를키웠 는데살아남은성인자녀는10명이 었다. 어머니 수산나는 빈곤한 삶으로 쉴시간이없이분주하게일해야했 다. 신앙심이깊었던수산나는신앙 의일기장에말씀의묵상과치열한 기도와체험을기록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신앙의 교육을 받고성장한요한웨슬리찰스웨슬 리두아들이 18세기영국교회복 음의부흥에힘쓴신실한목회자가 되었다. 사바나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하 는기간에요한웨슬리를흠모했던 소피아와의 염문에 신뢰감을 잃게 된다. 어머니의기도에힘입어고난 을통한정화의과정을거쳐경건한 삶을 회복한다. 웨슬리 형제는 승 선한배에서풍랑을맞아두려움에 마음의평정을잃었는데독일모라 비안공동체의흔들림이없는믿음 의태도에감탄한다. 인간의 연약함에서 오는 두려움 을하나님의손길에맡기고마음의 평온을체험하며이겨낸다. 귀국하여말타고영국전역을돌 며 옥외 설교 전도에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선을이룬다. 어느덧, 고풍스러운 옛 풍취를 지 닌거리의유명한레오폴드아이스 크림전문점앞에자연스럽게줄지 어서순번을기다린다. 과자 컵에 듬뿍 얹은 아이스크림 을 받은 시니어의 한 대열은 바람 부는노상의의자에앉아동심으로 돌아가연상혀로맛을음미하는즐 거움에빠져있다. 종이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받 아든고령인시니어는실내에서맛 을즐기며환담하고있다. 아이스크림의달짝지근함과차별 화된저당의담백한맛을선호하는 고객을사로잡는것같다. 오래된 전통적인 비법과 옛 명성 을이어오고있지않나싶다. 레오폴드라는 상호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가계(家系)인 것 같 다.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아버지의 이름이레오폴드모차르트이다. 1919년에 창업한 아이스크림 전 문점은모차르트의감미로운음악 처럼고아한품격의분위기가흐르 고있다. 단애(斷崖)에자리한옛시가지를 벗어나 바닷가 선착장으로 내려가 는비탈길은가파르고험했다. 해조 음(파도 소리) 깃든 선착장에는 크 루즈(遊覽船)선이 유유히 선객을 기다리고있다. 이백 년의 세월을 넘어선 옛 노예 항이었던선착장에는노예들의, 영 혼의신음과처절한통곡이서려있 는듯하다. 인종적 편견으로 고통받았던 노 예들의 구슬픈 영가(靈歌)는 영겁 의세월속에서이어져왔다. 지금 삶의 숨결이 출렁이는 무역 항으로서냉엄한현실의파고가높 아지는가운데덧없는세월이흐르 고있다. 실용주의정신이활성화한 무역항의발전상은미래의지의표 상이되었다. 요한 웨슬리 기념관에는 200년 전의복음전도과정의숨결이살아 숨쉬고있다. 동생 찰스 웨슬리 목사가 작사한 경건한찬송이가슴깊이울려퍼지 며전신을감싼다. 멀리 갯벌을 지나 수평선 위로 떠 오르는아침햇살에경이로움을느 끼고있다. “만약 삶이 경이로 가득 차 있지 않다면,삶은살만한가치가없으리 라.”(에머슨) 먼동이 트는 아침에 사바나를 찾 은새로운삶의여정이생명력있는 도전이될것을믿는다.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마음의 풍경 사바나의가을풍경 가족이아무도없는젊은부 부가세번째아기를출산했다 고한다. 혼자서 네 살, 두 살짜리 꼬 마와함께신생아까지돌봐야 할 딱한 처지라. 크리스마스 날오후에친구랑둘이그집 을 방문했다. 친구는 간 절인 고등어랑 잡채, 꽃 리본을 예 쁘게장식한롤케이크까지챙 겼지만, 천성이 무심한 나는 달랑기저귀한박스만샀다. 여러 동이 군집한 아파트라 번지찾기가쉽지않았다. 전화를 걸었다.“차는 못 들 어와요. 걸어서 들어오세요.” 마치 음식 배달부에게 하는 말같아조금머쓱했다. 친구는 무거운 음식 보따리 를, 나는 눈앞을 가로막는 커 다란 기저귀 박스를 안고 낑 낑대며 이 건물 저 건물을 헤 매어겨우집을찾았다. 아파트문을여니꼬마둘이 식탁에 오로록 앉아 숟가락 으로 밥을 떠먹고 식탁 아래 에는 밥풀이랑 콩나물이 아 이들의발사이로보였다. 포대에꽁꽁싼아기를안고 소파에 앉아있는 산모에게 축복 기도를 해주고. 고등어 맛있게굽는법등, 친절한요 리법까지 알려주었는데도 고 맙다는 인사는 끝내 못 듣고 나왔다.“기분이이상해. 우리 가너무오버한것아니야?피 곤해서 밑반찬을 더 많이 안 한게오히려다행이네.”친구 는 여섯 시에 저녁밥을 먹는 다는 산모의 시간에 맞추려 고일부러기다렸다가잡채를 하며정성을쏟았다. 아무런 수고도 없이 기저귀 한 박스만 덜렁 사들고 온 나 도 억울한 기분이 드는데 친 구는어떨까싶다.“내마음도 그래. 본인은 고맙지도 않은 데 우리끼리 괜한 짓을 한 것 같아.그런데…….” 나는 옛날 생각이 났다. 그 러니까우리가미국에첫발을 디딘 해였다. 11월에 도착하 여어리둥절하는중에크리스 마스가되었다. 이웃집은 창문 너머로 반짝 이는 트리와 그 밑에 수북이 쌓인 선물 상자가 따뜻해 보 였지만낡은창문이덜컹거리 는우리아파트는크리스마스 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선물을 들고 갈 곳도, 선물을 들고 올 친구도 없다는 사실 이쓸쓸한이브날오후, 중년 을 훨씬 넘긴 집사님 부부가 쌀을 한 포대 들고 찾아오셨 다. 방이 밝아서 좋다는 덕담과 함께 기도도 해주셨다. 두 분 이가시고난후, 엉거주춤깎 아 낸 과일 접시를 치우며 남 편과나는갸우뚱했다. 왜오셨을까?크리스마스선 물이라면아이에게줄과자나 일상용품을사오셨을텐데웬 쌀이야? 지나가다 들리셨나? 어디서 공짜로 생긴 건가? 우 리는의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극빈자 취 급을당한것같아살짝기분 이나쁘기도했다. 그쌀은며 칠이나 우리의 관심도 받지 못한채문앞에서있었다. 어느덧 40여 년이 지나가고 중년을 훌쩍 넘긴 이제, 나는 안다. 함께 어울리지도 않는 연령대의부부에게관심을주 기가얼마나어려운일인지를. 바쁜 이브날 오후에 다우니 에서엘에이까지30분거리를 운전해서온다는것이얼마큼 힘든일인지를. “그분들은 가난한 젊은 부 부에게 다른 것보다 쌀이 더 욱 필요할 거로 생각하셨을 거야. 지금돌아보니정말고 마운 분들이셨어. 감사한 줄 도 모르고 감사하단 표시도 할 줄 몰랐던 게 죄송해. 저 부부도다음에, 나이가더들 어 우리 나이쯤 되면 그때에 야 참 고마운 권사님들이셨 어. 할 거야. 내가 깨닫듯이 말이야.”내 얘기를 듣고 있 던 친구가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을내게로돌렸다.“그래, 크리스마스날에참좋은일 했다.”우리는 서로 마주 보 며웃었다. 크리스마스와쌀한포대 윌셔에서 성민희 소설ㆍ수필가 밥잉글하트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시사만평 요즘 산타 인공지능 꼭말을안해도, 제가뭘원하는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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