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2월 26일(금) ~ 1월 1일(목) A10 오대호중이리호와온타리오호사이를잇는나이아가라 강의남쪽에는거대한협곡이존재한다. 세계에서가장높 은유량을자랑하며미국과캐나다국경에걸쳐있지만, 정 작여행자의발걸음은그휘어진말굽폭포가있는캐나다 쪽으로향한다. 물이떨어지는장엄한장면을가장가까이 서,가장벅찬감동으로마주할수있기때문이다. 안개에 휩싸인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비옷을 걸친 여행 자들이모두일렬로발걸음을맞춘다. 붉은구명조끼를입 은 채 크루즈 선에 오르자, 물보라가 마치 첫 인사라도 하 듯얼굴을차갑게적신다. 배가폭포중심부로조금씩다가 갈수록탄성이물보라속으로흩어진다. 그앞에서이성은 말없이침묵하고감각만이살아오른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의 질량, 떨어지며 생기는 바 람, 물안개뒤로번지는희미한무지개. 자연이만든마지막 예술작품이바로이곳이아닐까? 발밑에서전해오는물의 파동은손가락끝에서심장까지스며들고, 얼굴에닿는안 개는시간과공간을초월한감촉이다. 수십개의언어가뒤 섞인함성속에서잠시넋을놓는다. 배가 회항을 시작하자, 안개가 천천히 걷힌다. 폭포로 스 며들었던 맥박은 다시 일상의 리듬으로 돌아왔다. 여행의 다음행선지를향해나이아가라강을따라북쪽으로길을 잡는다. 폭포아래에서힘있게달리던물줄기는어느새고 요한수면으로바뀌고, 강은부드러운곡선을그리며호수 로흘러간다. 그렇게도착한작은마을,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 영국 풍 벽돌 건물과 하얀 목조 주택이 이어지는 거리, 길 가에 심어진장미들이바람에흔들린다. 19세기의유산이지금 까지살아남아있는구시가지. 여기서는시간이느리게흘 렀다.아니,어쩌면시간이잠시멈춘것인지도모르겠다. 마을 중심부에 우아하게 자리한 프린스 오브 웨일스 호 텔. 벨벳커튼과오래된샹들리에의그림자가낮의태양아 래서도고전의향을풍긴다. 오전에남겨진냉기를이곳에 서 따끈한 수프로 덜어낸다. 한 모금 넘기는 순간, 온몸에 온기가 퍼진다. 종업원에게 간단한 점심 메뉴를 추천받고 지역양조장의수제맥주를곁들인다. 바람처럼가볍고청 량하다. 창밖마차의발걸음소리는오래된시대의메아리 처럼귓가를울린다. 식사를마치고천천히거리를걷는다. 서점, 카페, 그리고 오래된극장을지나카우아이스크림가게앞에멈춘다. 달 콤한우유향, 바삭한콘의온기, 손끝에서녹는부드러움. 어린시절의기억이되살아난다. 잠시어린아이가된듯아 이스크림을추억과함께녹인다. 차는다시한번언덕을넘는다. 넓게펼쳐진포도밭이창 가를가득채운다. 나이아가라반도는겨울이길고혹독하 다.그런데바로그추위가세계최고의아이스와인을만든 다. 수확시기를놓쳐얼어붙은포도가아니라자연이허락 한순간, 새벽의얼음이포도알을감싸고난뒤, 가장차가 운온도에서여름의노력에마지막도장을찍는다. 와이너리의시음장에서잔을기울이니한모금안에달콤 함과신선함, 축복과기다림이함께담긴다. 여름의태양과 겨울의 별빛이 한 잔에 공존한다.“한 병의 아이스와인을 위해 얼마나 많은 포도가 필요한가요?”판매원이 미소 지 으며답한다.“생각보다많이요. 그리고생각보다오래요.” 그 말이 와인보다 더 길게 여운을 남겼다. 올해 첫 수확으 로생산한비달이아닌코르비나품종의아이스와인과, 리 미티드에디션을기념으로구입한다. 해가기울무렵, 폭포전망을기대하며예약한호텔로돌 아온다. 낮에는흰색물결이거대한은빛장막을이뤘지만, 밤이되자폭포는전혀다른존재로살아난다. 조명이물의 표면에번지며,폭포는거대한빛의극장으로변한다. 붉은빛이떨어지면용광로처럼뜨겁고, 푸른빛이번지면 우주의심연같은깊음이피어난다. 그리고물은밤하늘아 래서도쉼없이추락한다. 낙하하는물은결국스스로빛이 된다. 발코니에서서한참을바라본다. 낮에는수천만년의 역사에 압도됐다면, 밤에는 그 역사 속에 내 작은 하루를 비밀처럼 남기는 기분이다. 굉음은 위협이 아니라 위안이 돼돌아온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 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 도’를쓰고냈다. ‘나이아가라’서물과포도의땅걷다 나이아가라 온더레이크마을. 나이아가라폭포. 새벽물안개가캐나다의국경을타고흐른다.창을열자물의숨 결이몸가까이로스며든다. 나이아가라폭포는단순한풍경이 아니라거대한지구의맥박이다. 평야처럼넓은강물이낭떠러 지끝에서단숨에추락하며, 수천만년의시간을한순간에쏟 아낸다.이물소리가인간의언어를잠시잊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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