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2월 30일 (화요일) 2025년12월29일월요일 “창국이가어떤동생이었는데요. 멀 어도당연히와야죠.” 23일전남목포추모관에슬픈얼굴 들이하나둘 모였다. 발걸음은 ‘손창 국’ ( 당시29세 ) 이라적힌봉안당앞에멈 췄다. 1년만에그리운이름을 마주한 추모객들은한참말을잃었다.천장을 올려다보며눈물을삼키고, 고개를길 게내밀어떠난이의흔적을 눈에새길 뿐이었다. 고인의아버지손주택 ( 67 ) 씨 가 “이제그만가자”며다독였지만, 추 모객들은좀처럼걸음을떼지못했다. 지난해12월29일오전9시3분.태국 방콕발 무안행여객기가 조류 충돌로 동체착륙을시도하던중콘크리트둔 덕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창국씨를비 롯해승객과승무원179명이영영집으 로돌아오지못했다. 이날 추모관을 찾은이들은 창국씨 가전남 순천에서근무하던시절활동 했던탁구동아리회원들이다. 2021년 ‘팬데믹취업난’을뚫고첫직장코레일 에입사해순천으로 발령받은 그에게 탁구 동아리는 타향살이의외로움을 달래주는안식처였다. 창국씨는 주말 에집에다녀가라는부모에게도 “탁구 쳐야한다”며손사래치고,오랜만에집 에들러놓고도“탁구치자”는전화한 통에차로 1시간 30분 거리를 달려갈 만큼열정을쏟았다고한다. 동아리회원들에게도 창국씨는 가 족 같은 존재였다. 지인이형주 ( 36 ) 씨 는 “아이학원 시간 때문에 ‘ ( 여행 ) 다 녀와서 탁구 치자’라고 대화를 나눈 게마지막이었다”며“차라리그 말을 안했더라면, 그때한게임이라도했더 라면…”이라고말끝을흐렸다.박관익 ( 33 ) 씨도 “창국이소식을 듣고 방 안 에갇힌것처럼아무것도 보이지않고 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다”며눈물을 훔쳤다. 오랜만에 모인친구들은 창국씨를 떠올리며추억에잠겼다.김영광 ( 32 ) 씨 는“ ( 창국이가 ) 형님,형님하며잘따라 서밥도 자주 먹으면서친구처럼지냈 다”며“철없는 형들에비해성숙했고, 또 사랑을 많이받고 자란 것도 티가 났다”고회상했다.가만히대화를듣던 어 머니 이 경 임 ( 6 4 ) 씨는“날마다하 늘 을 쳐다보면서아들한 테 ‘다보고 있 지’라 고 묻 는데, 오 늘 도 위 에서다지 켜 보고 있 을것같다”며 옅 은 미 소를지었다. 무안국제 공항 에도참사 1주기를 맞 아 애 도의발걸음이이어 졌 다. 추모객 들은분향소에서 헌 화하고, 사고 현 장 을직 접 둘러보는 ‘순 례 길 프 로그 램 ’ 등 에참여했다. 공항 2 층 체크인 카 운 터 앞 추모 공 간에는 “슬 픔 을 끝 까 지 함 께 하 겠 다” “ 희 생자분들의영 혼 이 평 안 히 쉬 길기도한다” 등 추모 메 시지가가 득붙 었다. 전남 강진 에서 왔 다는손은국 ( 60 ) 씨 는“ 유 족에게 미 안한마음에가만히 있 을 수 없었다”며“179명의영 혼 이하 늘 에서 우 리를 지 켜 보며더 좋 은 세상을 만들라고 응 원하고 있 을것”이라고말 했다. 추모기도회에참 석 하기 위 해전 남해남에서 왔 다는김모 ( 62 ) 씨도 “하 루빨 리명 확 한 진 상 규 명이이 루 어 져 야 하고, 유 가족들이요구하는성 역 없는 책 임자처 벌 이 필 요하다”고 강 조했다. 무안·목포=허유정기자 무안=김준형기자 1주기맞아추모관찾은사람들 그리운이름적힌봉안당서애도 무안공항에도추모메시지가득 “하루빨리진상규명이루어지길” 23일전남목포시에있는추모관에고손창국씨의지인들이찾아와애도하고있다. 목포=허유정기자 23일심선임씨가출근하기전전남무안국제공항 1층에있는분향소를찾아딸에게 인사하며오열하고있다. 왼쪽작은사진은딸형은씨가전공책첫장에적은글귀, 형은씨와대학병원동기들이찍은단체사진. 무안=허유정기자·심씨제공 ☞ 1면에서계속 이 미 생존자가 단 두 명뿐이라는절 망 적인소식이전해 진 지한참 뒤 였다. 며 칠뒤딸 을찾았다. 심 씨는시 신 안 치장소로 향하는 버 스 안에서시 신 이 라도 온 전하기를 빌 고또 빌 었다. 그러 나 딸 은얼굴이 퉁퉁붓 고 까맣 게그을 려 있 었다. 심 씨는그대로 까 무러쳤다. 다시눈을 떴 을 때는 공항 내 유 가족 텐 트안이었다. “ 우 리 딸 아 니 야, 그 예 쁜 얼굴이 왜 이래.” 심 씨가 계속울 부 짖 으며소리쳤다고 나중에주 변 사 람 들 이말해 줬 지만, 그는아무것도기억하 지못한다. 평범한삶꿈꾸던간호사딸 그 후 1년, 심 씨는 여전히 공항 에서 딸 을기다리고 있 다. 그가운영하는비 공 개 온 라인 카페 에는 딸 의사 진 과 자 료 를모아둔 ‘형은이’ 카테 고리가 있 다. 올해1월 5 일 딸 의장 례 식사 진 부 터 생 전 딸 이남 긴 편 지와 옛 사 진 등 을 이 곳 에 쉼 없이 옮겨 적으며 딸 을가 슴 에 새 긴 다. 심 씨를아리게하는 건 , 딸 이대학 교 2학년때전 공 서적첫장에남 긴메 모 다. 몇 달전 딸 의 유품 을정리하던중 우 연히발 견 한 글 이었다.‘10년 후 나는 결혼 해서아들둘, 딸 하나를 낳 아키 우 고 있 다.눈을 떴 을때아 늑 한 침실 에서 내 옆 에사랑 스럽 고 듬 직한 남 편 이자 고 있 다.’ 딸 은그 렇 게영원히오지않은 미 래를그렸다. “차라리어떤직장을 갖겠 다거나 돈 을 많이 벌겠 다는 내 용 이었으면 덜 슬 펐 을 것같아요. 그 평범 한 삶 을 살아 보지못하고간게가 슴 아 파 요.” 딸 의 소박했던 꿈 을 되 새기던 심 씨는 결 국 참아 왔 던 울 음을 터뜨 렸다. 형은씨는 간 호 사였다. 17세때부 터 남을 돕 는일을하고 싶 다며간 호 사를 꿈꿨 고, 2016년부 터 대학 병 원에서일 했다. 성 격 이 쾌 활해주 변 에친구들이 많았고, 맛 집 탐 방이취 미 라 블 로그도 운영했다. 가장 좋 아하는음식은 엄 마 가직 접싸준 묵 은지김밥. 오 빠 는 “ 엄 마가형은이 좋 아하는음식만자주해 준 다”며 질투 하 곤 했다. 심 씨는 “하 루 는아들이‘그때형은이많이먹으라고 할 걸, 왜 그 랬 나모 르겠 다’고 후 회하더 라”며 울 음을삼 켰 다. 형은씨는 결혼 을 약속 한 남자친구 와여행을 다녀오다참사에 휘 말렸다. 여행을 마친 뒤엔곧바 로 양 가 상 견례 를 할예 정이었다.부모는 두 사 람 이하 늘 에서라도 함께 하길 바 라는 마음으 로전남 담양 에 있 는추모관에 유골함 을나란히안치했다. 자식을잃은 두엄 마는 공항 에서처 음만났지만, 사 돈 의연을 넘 어가족처 럼서로를 의지하고 있 다. 심 씨는 예 비 사 위 의어 머니 를 “ 언니 ”라고 부 른 다. 공항 안에 텐 트도 나란히 뒀 다. 딸 의 휴 대 폰 이 망 가 져 영영잃어버 릴 뻔 했 던태국여행사 진 도 ‘ 언니 ’를통해 건네 받았다. 뜨개질과잔소리…깊어가는셸터의밤 유 가족 셸터 의존재를 몰랐 던 심 씨 가이 곳 에상시거주하기시 작 한 건 올 해2월부 터 다.오 후 6시10분 쯤퇴 근해 공항 에도착하면다 른 가족들이그를 살 뜰 히 반긴 다. 미 리 준 비해놓은따 뜻 한 밥을 함께 먹으면서 심 씨는비로소 ‘집’에 왔 음을 느낀 다. ‘남돕고싶어’간호사로일했던딸 결혼약속한남자친구와함께희생 ‘10년후나는$’일기장속딸의꿈 온라인카페에옮기며가슴에새겨 1주기다가오자또깊어지는슬픔 셸터에서뜨개질·대화로서로위로 “딸에게사랑해, 들려주고싶어요” 저녁 식사 후 에는 어김없 이 ‘ 뜨 개 질 ’ 시 간이시 작된 다. 잡념 을 떨 치기 위 해 누 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 작 한 일이다. 오 후 10 시 공항 전체가 소 등되 고 짙 은 어 둠 이 내려 앉 아도 뜨 개 질 은 멈추지않는다. 유 독 잠이오 지않는 밤 이면비상구 불빛 아래서자 정이 넘 도 록뜨 개 바늘 을움직인다. 참사 1주기가 되 면서 셸터엔 더 욱깊 은 슬 픔 이 덮 쳐오고 있 었다. 시름시름 앓 는이들도많아 졌 다.남 편 을잃고한 동안세상과 벽 을 쌓 고지냈던박 귀 숙 ( 61 ) 씨는 며 칠 새 불 면 증 이 악 화 됐 다. 박씨는“잠 깐 눈을 붙 여도고 작 3분, 5 분뿐”이라고 토 로했다. 남 편 을 잃은 심 정덕 ( 67 ) 씨는 밤 마 다 공항 밖 에나가 “어 디갔느냐 , 집에 가자”고 소리를 지 른 다. 그래야 가 슴 에 맺 힌 응 어리가 조 금풀 리는 듯 하다 고했다. 그는 “다 른 가족들에게 붙잡 혀 들어오는게일상”이라며 쓴웃 음을 지었다. 김성철 ( 5 3 ) 씨는아내와 딸 을떠나보 낸뒤 날마다 술 을마 신 다.이날도 “ 맨 정 신 으로는 견딜 수 없다”며소주 한 병 을 손에 쥐 고 쓸쓸 히 텐 트로 들어 갔 다. 그의 등뒤 로 “그래도살아야지”라 는 걱 정어 린 타박이 뒤 따 랐 다. 제주 애 월 읍 에거주하는정 진경 ( 5 9 ) 씨는 무안에올 때마다비행기를 타야 한다.남동생부부의목 숨 을 앗 아간비 행기에트라 우 마가 생겼지만, 이 악 물 고 견딘 다. 그는 “장 례 를 치 르 고 집에 가는데하 필좌석번호 가 동생이 앉 았 던2 번 이었다”며가 슴 을부여 잡 았다. 힘들었던한해를마무리하며 성 탄 절 전날 밤 에는 국 토교 통부가 주 최 한 ‘ 유 가족의 밤 ’ 행사가 열렸다. 정 찬 영광주동명 병 원정 신건강 의학과 전문의는“ 몸 과마음이 먼저반응 해무 척힘든 시기일것”이라며추억이란 꽃 말을 품 은 유칼립투 스 등 을 유 가족에 게나 눠줬 다. 행사에참 석 한 심 씨는“나 혼 자만살 겠 다고 공항 으로도 피 한 건 아 닌 가 싶 어 남 편 과 아들에게 늘 미 안했다”며 “하지만 유 가족들과이야기를나 누 며 이시간이나에게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 달았다”고말했다. 심 씨는 유칼립투스 꽃 이마치‘하트 모 양 ’ 같다며한참 바 라 봤 다. 이제는 만날 수 는없는 딸 형은이에게그가마 지막으로전하고 싶 은말도오직하나, “사랑해”다. “돌아오면탁구치자약속했는데$”눈물에시간도멈췄다 24일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체크 인카운터앞에마련된추모 공간에 서한 시민이비행기티켓형태로된 추모스티커를붙이고있다. 무안=허유정기자 못다한 이별 1년째$엄마의영원한 마중 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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