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1월 2일(금) ~ 1월 8일(목) A10 미포에서송정까지이어지는약4.8㎞해안선은걷는이에 게만허락된장면들을품고있다. 열차에몸을싣고지나가 면바다는하나의풍경으로스쳐가지만, 발로디디며이동 하면바다는기억이된다. 송정에서미포까지이어지는이 길은, 속도를선택하는순간부터전혀다른여행이시작되 는구간이다. 레일위로파란열차가지나간다. 그옆, 데크를따라발걸 음이나란히이어진다. 잠시같은속도로움직이는듯보이 지만,곧차이가드러난다.열차는정해진철로를따라흔들 림없이나아가고, 걷는사람은바다쪽으로고개를돌리거 나멈춰서며시간을늘린다.같은공간,다른리듬. 해운대블루라인파크는단순한관광시설이아니다. 한때 화물열차가오가던옛동해남부선철로를따라, 부산이바 다를다시시민에게돌려준자리다. 철로는남았지만목적 은바뀌었다. 빠르게통과하던공간은이제천천히머무는 길이됐다. 해안선을 따라걷다보면몇차례열차가앞질러달린다. 창너머로스치는얼굴들은짧고선명하다. 그들은이풍경 을 30여분만에지나갈것이다. 반면걷는시간은각자의 발걸음으로 나뉜다. 모래가 묻은 운동화, 염분이 섞인 바 람, 숨이약간가빠질때느껴지는심장박동. 파도가바위 에부딪히는순간마다해조류냄새가짙어지고, 바람은예 고없이방향을바꾼다.바다는끊임없이다른모습으로다 가온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풍경.사진=박윤정민트투어대표 해운대블루라인파크풍경.사진=박윤정민트투어대표 정거장마다자연스럽게발걸음이멈춘다. 햇빛이수면위 에서산산이부서지는구간이있고, 잔물결만남긴채고요 하게숨을고르는순간도있다. 사진으로는온전히담기지 않는장면들앞에서, 기억이기록보다오래남기를바라며 그저바라만본다. 청사포다릿돌전망대에이르면바다위로투명한데크가 길게뻗어있다. 발아래로수심의색이그대로드러난다. 연 두에서코발트로, 다시남색으로이어지는바다의층위. 이 곳에 선 사람들의 표정은 묘하게 닮아 있다. 말수가 줄고, 사진을찍다말고, 한번더바다를내려다본다. 누구나잠 시관찰자가된다. 청사포에서미포로이어지는구간은더담백하다. 파도는 장식없이밀려오고, 바위는이름없이자리를지킨다. 발걸 음은자연스레느려진다. 바다를‘보는’것이아니라, 바다 와같은속도로숨을고른다. 러닝을즐기는사람들도보인 다.각자의리듬으로이풍경을통과한다. 청사포 정거장을 지나며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철로 위를오간다. 미포정거장에도착했을때남는것은가벼운 피로와묘한충만함이다. 목적지에닿았기때문이아니라, 충분히지나왔기때문이다. 여행에서가장좋은피로는쉬 고싶으면서도다시걷고싶은상태다. 아쉬움을안고광안리로향한다. 낮의해운대가‘걷는시 간’이었다면, 광안리의밤은‘머무는시간’이다. 저녁식사 를마치고커피한잔을손에쥐자볶아진원두의향이밤 공기와섞이며코끝에닿는다. 어둠이모래사장을덮자, 광 안리는또다른얼굴을드러낸다. 단순한야경이아니라사람의체온이느껴지는풍경이다. 모래사장에앉은시민들, 바다를등지고커피를마시는사 람들, 파도 소리에 맞춰 아이와 걷는 부모들. 같은 바다를 바라보지만즐기는방식이제각각이다. 커피를 마시며 드론쇼를 기다린다. 수백 대 드론이 만들 어내는빛은기술그자체로도충분히인상적이지만, 하늘 에띄워진시민들의사연이이밤을더깊게만든다.생일과 프러포즈, 회복을축하하는감사, 이름없는평범한하루의 기록들. 이이야기들은빛의시나리오가돼밤하늘에오른 다. 바다는 자연스럽게 무대가 된다. 검은 수면 위로 반사된 빛이또하나의하늘을만든다. 그사이에서빛은형상이아 니라 감정의 언어가 된다. 아이의 웃음, 연인의 시선, 잠시 말을멈춘사람들.모든장면이이쇼의일부처럼이어진다. 낮의열차가정해진선로위를달렸듯, 밤의드론도정해 진 좌표를 따른다. 그러나 그 안에 실린 것은 모두 사람의 이야기다. 규칙과자유가공존하는풍경속에서, 부산은그 균형을유난히잘알고있는도시처럼보인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 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 도’를쓰고냈다. 철로위의바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 해운대 블루 라인파크풍경. 광안리풍경. 앉아있는좌석까지빛이스며든다. 송정정거장으로향하는택시는해 안선을따라달린다. 차창밖바다는점점가까워지고, 송정에내리는순 간시야는단번에열리듯확장된다.바다는마치이도착을알고있었다는 듯,아무런망설임없이넓게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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