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1월 16일(금) ~ 1월 22일(목) A10 울산시립미술관, 도시가스스로에게묻는방식 강변으로 방향을 틀어 울산시립미술관 앞에 섰다. 수평 으로길게놓인유리와콘크리트는과시대신개방을택한 다. 낮은 지형에 몸을 낮춘 건축은 태화강과 시선을 나눈 다. 잔디위에놓인조각하나를지나입구로들어서며, 이 곳이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도시의 질문임을 직감했다. “이제무엇을이야기할것인가.”미술관의개관이 2022년 으로 늦춰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일정의 지연이라기보 다울산이자기좌표를가다듬는데필요했던시간처럼느 껴졌다. 내부는절제돼있다. 동선은억지로관람자를끌고 다니지않고빛은작품을앞서지않는다. 흰벽과낮은천장 사이에서나는자연스럽게걸음을늦췄다. 갑빠오의방에서멈춰선어른의시선 어린이 기획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 공기의 결이 달라졌 다. 갑빠오의세계는‘귀엽다’는단어를거부한다. 문짝과 인형, 회화와설치가뒤섞인방은놀이가아니라기억의구 조였다. 분홍색벽면은감정의배경이되고익숙한형상들 은불편할만큼솔직한질문을던진다. 우리는어떤감정을 품은채어른이됐을까. 아이의눈높이로설계된공간에서, 나는오히려성인의마음으로멈춰섰다. 한프레임에담긴도시의초상 유리창 너머로 한옥의 지붕과 멀리 솟은 아파트 군락이 한프레임에들어왔다. 손으로만든것과기계로찍어낸것 이, 과거와현재가동시에호흡한다. 이풍경이야말로울산 의초상이다.미술관을나설때,이곳이‘문화시설’이아니 라‘도시의설명서’라는생각이스쳤다. 크지않지만단단 한어조로,울산은이미자기이야기를시작하고있었다. 불빛의도시에서맞는밤 해가기울고숙소로향했다. 호텔높은층창가에서니관 람차의둥근불빛이천천히회전하고, 그너머로공장지대 의굴뚝들이낮은붉은빛을머금은채서있다. 이도시는 밤에도일한다. 산업단지의조명은화려하지않다. 목적이 분명한 빛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 때, 울산의 밤은 뜻밖의서정성을얻는다. 거리의소음은과하지않았다. 퇴근길의발걸음, 늦은저 녁을향해흩어지는사람들. 공장에서흘러나온시간이도 로 위에 내려앉아 하루를 정리한다. 창문을 닫고 불을 끄 자, 낮과는다른울산의얼굴이드러났다. 이도시는늘두 개의표정을동시에지니고있었음을, 밤이돼서야온전히 이해하게된다. 강이도시를씻어내다 이튿날, 새벽공기를가르며태화강국가정원으로향한다. 어제의울산과는다른시간이열렸다. 대숲이이어진산책 로에서바람이대나무사이를지나가며소리를만든다. 순 간일본교토의아라시야마대나무숲이스쳤지만, 이곳은 모방이아니다. 더넓고, 더낮고, 생활에가깝다. 자연은관 람대상이아니라일상의배경이었다. 강위로철새들이날아오른다. 공장지대와멀지않은거 리임에도, 새들은사람을경계하지않는다. 물위를미끄러 지듯가르는검은실루엣을바라보며, 한때‘죽은강’이라 불리던 태화강의 시간을 떠올렸다.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된이후오랜복원끝에수생태계는돌아왔고강은다 시도시의중심이됐다. 강변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여전히 구조물들이 보인다. 그러나이제그풍경은위협적이지않다. 울산은산업의도 시이면서동시에회복의도시다. 생산의기억위에자연이 덮이고, 그 위에 다시 문화가 놓인다. 태화강의 물결을 오 래바라보다가이번여정이단순한방문이아니었음을깨 달았다. 울산은‘변화중’이아니라이미변화를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그변화는조용히, 그러나분명하게흐르고 있다. ##INFO 아귀의제철은찬바람이불기시작하는12월부터이듬해 2월(늦겨울~초봄)사이가제철이므로지금이다. 울산의아 귀수육은미식가들사이에서“진짜아귀맛을보려면울산 으로가라”는말이있을정도로유명한지역향토음식. 보 통아귀라고하면매콤한양념의‘아귀찜’을먼저떠올리 지만, 울산은신선한생물아귀를사용해담백하게쪄낸수 육이일품이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 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 도’를쓰고냈다. ‘산업의도시’ 울산서문화의문열다 호텔창가에서바라본관람차풍경. 울산에 도착한 오후, 공기는 생각보다 맑았다. 도시 냄새에는 바다 염기보다 철의 잔향이 먼 저 섞여 있었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만드는 일로 자신을 증명해 온 곳이다. 조선과 자동차, 석 유화학의 시간은 울산을‘대한민국 산업 수도’로 만들었고, 그만큼 문화는 늘 뒷자리에 있었 다. 나는 그 후경을 직접 밟아보고 싶었다. 지금의 울산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현장에서 확 인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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