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1월 21일 (수요일) D3 기획 오일장 누빈백발의마도로스, 탑골공원이 ‘마지막 항구’ 됐다 지난해하반기논란이된서울 종로 구청의탑골공원장기·바둑판철거조 치는 탑골일대에서수차례벌어진 ‘노 인밀어내기’역사의반복이다. 과거탑 골공원성역화 사업당시에도 도시미 관을 개선한다며노인들을 밀어냈는 데, 25년이지난 뒤에도 행정이노인을 대하는방식은변화가없다.일탈행위 는 제지하되노인들의자율성을 존중 하는 방향으로 세심한 접근이필요하 다는얘기가나오는이유다. 2000년대초 탑골공원일대를 현지 조사한이강원인천대일본지역문화학 과 교수에따르면, 노인들이행정에밀 려공간을잃고이동하는건처음이아 니다. 2001년서울시는 ‘외국인관광객 유치’ 등을이유로탑골성역화사업을 추진했다.공원내녹지는늘렸고,벤치 를 대폭 축소해불편한 ‘돌의자’로 바 꿨다. 탑골노인들의체류를어렵게하 려는 조치였다. 장기·바둑은 금지됐고 탑골의자부심이었던 ‘이야기터’도 쇠 락했다.이에많은 노인들이종묘광장 공원으로 옮겨갔는데, 2007년종묘에 서도성역화사업이추진되며노인들은 또한번밀려났다. 공원주변상인들도 ‘노인공간축소 의역사’를생생히기억한다. 국제통화 기금 ( IMF ) 외환위기시절부터탑골외 곽에서구두를닦았다는김영빈 ( 73 ) 씨 는“1990년대에도서울시가일부노숙 자들을 통제할 자신이없으니‘노인들 문제’라고 퉁쳐서공원을폐쇄하는 바 람에애꿎은 노인들만 쫓겨다니길반 복했다”고전했다.탑골에서장기·바둑 판을제공해온박손서 ( 74 ) 씨는성역화 사업마다 노인들이머물던 곳에나무 를식재한점을언급하며“노인은나무 만도못한존재”라고했다. 지난해 탑골공원 노인들을 겨냥한 조치역시 2023년부터종로구청이추 진중인 ‘2차 성역화 및환경개선사업’ 의일환이다. ‘3·1 운동 성지’에걸맞은 공원경관을만들기위한첫단계가장 기·바둑판철거였던셈이다. 논란이커 지자 종로구청은 뒤늦게낙원상가 갤 러리한켠에노인들을위한실내장기· 바둑공간을마련해2월 2일부터운영 하기로했다. 탑골노인들의기대는적 지않지만,‘빡빡한통제’가동반된다면 호응이크지않을거라는우려도있다. 탑골 노인들을 배제하지않으려면 종묘광장공원의자율 관리사례를 벤 치마킹할필요가있다. 종묘공원한켠 에모인노인들은수십년째장기·바둑 기물을챙겨와 대 여 해온김모 ( 71 ) 씨의 관리하에하 루 1,000원을내고시간을 보낸 다. 돈 내기, 음주와 흡연 , 싸움 등 문제적행위는 김씨 뿐 아니라 공원을 이 용 하는 노인들에의해 엄격 통제된 다. 조 용 근 ( 72 ) 씨등일부이 용 자는 매 일장기·바둑장 근처의 쓰레 기를 줍 고 다 닌 다.이 륜 구종로구의원은“탑골공 원장기판에도지면나가고, 훈 수두면 안 되는등 ‘ 암묵 적 룰 ’이있었다”며“ 새 로마련한공간에서도‘존 칭 어사 용 ’등 최 소한의 규칙 만정해주고나머지는어 르신들이 스스 로운영할수있도 록 유 도해야한다”고 말 했다. 나광현기자 “ 양양 4, 9일. 순 천 윗 장 5,10일,아 랫 장은 2, 7일.구례3, 8 일. 남 원4, 9일.거 창 은 1, 6 일.진주 2, 7일.수구 레 국 밥 의 창녕 3, 8 일.구미1, 6 일, 그옆 선 산 2, 7 일. 삼척 도2,7일.” 나이 든 ‘마도로 스 ’는20년전 TV 에나 온 황 금 색 가 루 가가 슴 에불을지 폈 던 순 간을생생히기억한다.“ 카레 만 드 는 강 황속 커 큐민 에 항암효 과가있다고 ? ” 무 릎 을 탁 치게만 든 대박정 보 였다.문 득 어선을 타 고 북태평양 의거 친파 도 를 헤 치던 젊 은시절이 떠올랐 다.‘ 그때 처 럼 자유 롭 게세상을다니며이걸 팔 아 볼 수있다면.’ 그 길로강 황분말 을구해 트 럭 에 싣 고전국오일장을다 녔 다. 그렇 게행상으로전국을 다 닌 게15 년.하 루 에수 백 만원을벌기도했지만, 갈 수 록 강 황 의인기가시들해지며적자 가늘었다. 돈 이없으니 밥 을거르는 날 이많아 졌 고, 굶 어서 그런 지 몸 도 빠 르 게 망 가 졌 다. 길었던행상길의 든든 한 짐꾼 이자 친 구였던400만원 짜 리‘ 그레 이 스 3 밴 ’ ( 화물 용 승합 차 ) 마 저퍼져버 린 뒤 엔더 이상장사를계 속 할 방 법 이 없었다. 그렇 게장터를 떠 난 게 5년도 더 됐지만,아 직 도 ‘장 날 ’만 큼 은기억에 문신처 럼새 겨진 듯줄줄 외운다. 젊 을 때 는전세계를, 중년에도전국 을무대 삼 아 멋 지게 살 았다. 그런 자부 심이있어서‘공 짜밥 ’을 타먹 기위해 줄 을 서는일은 마지 막까 지미 룰 수 밖 에 없었다. 농담섞 어“ 밥굶 기 올림픽 이있 다면내가 1등”이라고 자신하지만, 금 전난으로 끼 니를 제대로 해 결 하지못 하는 날 이 20일가 까 이이어지자 눈 에 뵈 는게없었다.“차라리 죽 을 까 .”한강 다리에 올랐 던 날 도있었다. 그 러나우 연 히마주한 홍 성 남 신부 ( 가 톨릭 영성 심리상 담 소장 ) 의 책 을 읽 고 살 아 보 기 로 결 심했다. 처음 엔 수요일, 금요일,일요일에문 을 여 는 명 동성당 무 료 급식소 ‘ 명 동 밥 집 ’에서주 린 배를 채웠 다. 그 러나배고 픔 은 쉬 어가지않는 법 . 매 일문을 여 는 탑골공원무 료 급식소 앞 에 줄 을 서는 날 이늘었다. 탑골 엔 처지가 비슷 한사 람이많았다. 모두 ‘오라는데없고, 반 겨주는이없는’ 노인들이었다. 그렇 게 늙 은 마도로 스 는 탑골공원과 명 동성 당을 양끝 으로하는‘지 름 500 m 원’을 자신의세계로 받 아들였다. 탑골공원에서2주동 안 만난 6 0대 A 씨의이야기다. A 씨의 작 은 세계는 지 난 여름 크게 흔 들렸다. 몇안 되는 여 가 거리였던바둑판이탑골공원에서사라 진 탓 이다.이 후 노인들은 밥때 를제외 하면 뿔뿔 이 흩 어지기시 작 했다. A 씨 도 그런흐름 에서자유 롭 지못했다. 명 동성당 일대에서 홀 로 우두커니 앉 아 보 내는시간이늘었다. A 씨는 자신을 비롯 한 가난한 노인 들의처지를‘ 뻘밭 에사는 작 은게’에 비 유하 곤 했다.“인터 넷 에서게영상 봤습 니 까? 사람오면 숨 었다가,조 용 해지면 나오 잖 아요.” 개방된대 형 종교시 설 은 A 씨 같 은 노인도 배 척받 지않고 자 연 스럽 게 숨 어들 수있는 최 적의장소였 다. 그렇 게 A 씨에 겐명 동성당이‘천당’ 이됐다. 지난 달 19일오 후 A 씨의 권 유로 탑 골공원에서 함께 무 료 급식을 먹 은 뒤 명 동성당으로이동했다. 그 는가장 먼 저 ‘1 8 9 8 광장’을 소개했다. 그 가아는 한 훌륭 한 예술 전시를무 료 로관람할 수있는 최 고의공간이었다. “한 번은 참 영적인 그림 이걸려있었어요. 천사 머리뒤에구 름 을 ‘원’ 모 양 으로 그 려 놨 던데, 곰곰 이생 각 해 보 면지구를한바 퀴 돌 때 가로로돌건세로로돌건 결 국 ‘0’으로돌아오 잖 아요.인생도다 그런 거구나, 그때깨달 았어요.”마음에 드 는 그림 이있을 때 면 그앞 에 너 무오 래 머 물러서 핀잔 을 듣 는일도종종있었다. A 씨는대성당뒤편의한적한성모동 산 에서가장많은시간을 보낸 다.성모 상 앞 에무 릎 꿇 고 기도하는 사람들, 계절따라바 뀌 는나 뭇잎색깔 , 주 말 이 면 결혼 사진 촬 영으로 왁 자지 껄 한하 객들의모 습 을 보 다 보 면시간이금방 갔다. A 씨는 “유 명 인도자주오니 TV 볼 필요도없다”고했다. 성모동 산 은 천주교 장례미사 장소 인지하성당과 연결돼 있다. 그렇 다 보 니 A 씨가지난해 8 월선종한유경 촌 주 교를 비롯 해천주교 신부들의마지 막 떠 나는 길에우 연 히자리를 지 킨 일도 여 러번이다. 그 는 2024년초 43세에세 상을 떠 난전진신부의장례미사를선 명 하게기억한다.“난데없이한 여 자가 울면서‘ 저렇 게 좋 은 분 가는데 왜 아 저 씨가 잡 지도못하 느냐 ’하는데, 괜 히미 안 하기도 하고, 그 모 습 이가 슴 에 ‘ 턱 ’ 박 혔 어요. 그날 은 900원 짜 리 양갱 하 나 까 서소주를 좀 했어요.” A 씨는 입버릇 처 럼 “나는 백 사장의 모 래 반 톨 도 못 되는 사람”이라고했 다. 탑골공원에모인노인들에 겐 모두 각 자의사 연 과생 각 이있고, 자신역시 그 중한 명 이라는 뜻 이다. 그렇 기 때 문 에탑골노인들을도 매 금으로 ‘골 칫 거 리’ 취 급해선 안 된다고 했다. “ 육 신이 찌그 러 졌 다고 생 각 자체가 찌그 러진 건아니니 까 요.” 탑골공원서만난 60대이야기 원양어선·행상으로‘잘나가던’삶 강황인기시들해지면서장터떠나 허기견디지못해무료급식줄합류 ‘오라는곳없는’노인모인탑골과 명동성당오가며보내는시간늘어 “육신찌그러져도생각까지는아냐 피해안주고조용히간다면행복” 그 는“ 책 은 삶 의이정 표 ”라는얘기를 입 에 달 고 산 다. 책 을 읽 지않고 사는 건이정 표 도모 른채질 주하는 것 과 같 다고했다. 그 러나정 작 자신은 악 화한 백 내장 때 문에 책 만 펴 면 글 자가 ‘ 춤 을 춰 서’ 독 서가 쉽 지않다고했다. 그럼 에 도 수 술 할 생 각 은 없었다. “자 연 인으 로있다가, 자 연스럽 게 갈랍 니다. 남 들 에게 피 해주지않고조 용 히 갈 수있으 면 그 게제일 행복하 죠 .” 탑골공원과 명 동성당,노인에 겐삶 자체였다. 나광현기자 지난해12월30일서울종로구종묘광장공원장기·바둑장에서조용근씨가집게로모은쓰레기를 쓰레기봉투에버리고있다. 나광현기자 어제도오늘도$거친행정의‘노인밀어내기’ 탑골·종묘성역화,환경개선에밀려 “노인은나무만도못한존재”한탄 음주·흡연등노인들끼리엄격통제 “종묘공원‘자율관리’벤치마킹을” 13일서울명동성당지하예배당에서한노인이촛불옆헌금함에헌금을넣은후모자를벗은채기도하고있다. 최주연기자 <외항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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