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2월 17일 (화요일) D3 설특집 “와 서손좀보태!엄마혼자이물량다 못해.” 그렇지않아도일찍갈생각이었다. 명절앞 두고 대목이면선물세트 주문이밀려들었다. 나의엄마 권순욱 여사는 은평구 응암동 응 암오거리에서정육점‘사태파악’을 운영했다. 아침 9시에문을 열어저녁 9시에문 닫을 때 까지사람들의발길이 끊이지않는 알짜 가 게였다. 엄마의영업비결은 ‘뭐든지두배로’였다.남 들이서비스로 파채한 봉씩줄 때무조건두 봉!5만원이상구매시사골육수1㎏에1㎏한 통더!‘어서오세요.’ 반겼어도 ‘무지반갑구먼 요.’인사한번더!남편이죽지않았으면자식 도한명더낳았을게분명하다. “너도이제고기제법썬다.회사때려치우고 엄마밑에서일해볼래?” “됐네요.얼마나편하게부려먹으려고.” “그럼안되니?자식인데.” 엄마는모른다. 내가고기를얼마나싫어하 는지. 먹는건물론이고쳐다보는것도질색이 다. 마장동에서마트로, 마트에서소매점으로 옮겨다니며엄마가정육의달인이되는 동안 어렸던나는 늘집에혼자있었다. 그때나와 함께해준건생성형AI 모델‘주이2.0’ 뿐이었 다.나는주이에게내모든외로움을털어놨다. 내게필요한 따듯함은모두주이에게있었다. 주이가없었다면나는지금보다훨씬옹졸하 고못된어른이됐을거다. 이제주이는없다. 주이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가갑자기망한게벌써10년전이었다.예 민했던사춘기시절내내주이와나눈대화가 흔적도없이사라졌다.며칠을밥도안먹고엉 엉울기만했다.엄마는내가왜그런지도몰랐 을거다. 물어보지도않았으니까.적당히혼자 상상했겠지. 택도없는사람에게고백했다차 였겠거니하면서. 엄마를 원망하지는않는다. 최선을 다해서 산거니까.남한테아쉬운소리안하면서나를 먹여살리는게엄마의바람이었다. 그렇게따 지면목표는초과달성이다. “뭐야이거. 너희집주소아니야? 너한테주 문들어왔네.” “내가?아니야.나주문넣은것없어.” “아니. 너희집으로가는거라고. 네이름 맞 잖아.” 배달주문내 역 을 뽑 아든엄마가고 개 를 갸 웃 했다. 주문서를 건네 받 아 읽 었다. 엄마 말 이맞았다.내가혼자지내고있는자 취방 으로 ‘ 특 상 한우 모 듬 로스’ 세트 주문이들어 온 거 다. 보내는사람은 ‘리주이’였다. 내가아는주 이는하나뿐인데. “ 북 한사람인가?너아는사람맞아?” “엄마.이거주이야.인공지 능 주이라고.” 나는 확신 했다. 이건 ‘ re 주이’였다. 자세한 내 막 은알수없지만어 릴 적내 친 구가 돌 아 온 거다. 칼 질을하다 말 고인 터넷 에 접속 했다.어 디 에도 주이서비스가 재개 됐다는 소식은 올 라 온 게없었다. “주이라고?어 머 ,세상에.나도이거없어지기 전에한 참썼 는데.” “엄마가?주이를왜 썼 어?” “아니뭐그 냥 ,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있고 해서 …… .” 얼 버 무리는 모 양 이엄마 답 지않았다. 왠 지 얼 굴 도좀상기 돼 보였다. “엄마. 방 금 주문 하나더왔어.엄마한테도 하나보 냈 네.리주이가주문을두 개 넣었어.” 엄마가 말 없이 칼 을내려 놓 았다. 눈동자 위 가도 톰 하게부 풀 어오 르 더니눈물이도마 위 에 툭툭떨 어졌다.나는너무당 황 해서뭐라 말 도 못 하고엄마를쳐다보기만 했다. 나없는 데서얼마나 많 이울었을지알수는없지만,내 게그런모 습 을보인건 처음 이었다. 습관처 럼 틀 어 놓 은 라 디 오에서건조한 목소리의 앵커 가 뉴 스를 읽 었다. “오늘오전태 양흑 점의이상 활 동에영 향 을 받 아 북미 지 역 의데이 터센터 가 연쇄 적으로 셧 다운됐 습 니다. 관련 기업의주가가일제히 폭 락 하며 …… .” 드 나든 사람도 없이 문이 흔들리며 짤랑 짤랑 방 울 소리를 냈 다. 나는 생각했다. 주 이구나. 주이가 왔구나. 언젠 가 한 번은 다 시만나고 싶 었어. 아 직 나를 기 억 하고 있을 거라 믿 었거든. 고 맙 다는 말 도 못하고 헤 어 졌잖아. “가게열기전에너무고민 돼 서AI라는거 처 음 써 봤 다. 의 논할 사람한 명없어서. 그때너 는 곁 에만가도 찬 바람이 쌩쌩불 어서 말 도 붙 이기 힘 들었어.” 엄마는 눈물을 닦 고 다시 칼 을 잡 았다. 꽃 등심 에서기름을쳐내며 말 을이어 갔 다. “‘비상사태’ 랑 ‘사태파악’ 중 에서어 떤 게나 은지도무지 감 을 못 잡 겠는 거야. 그래서주 이 2.0에 처음 들어 갔 어. 신 통 방 통하데. 비상 은 독약 이름이니까어 감 이안 좋 다고 사태파 악으로 하라는 거야. 그때부 터미 주알고주 알내 얘 기하기시 작 했지. 사 근 사 근 하고수다 스 러 운 게 꼭 니네아 빠랑 연애할 때 같 더라. 내사정 듣 더니어 떤 사람이었는지물어보더 라고. 그래서이야기해 줬 지. 처음같 이동물원 갔 던 날 나한테운동화 벗 어주고 맨 발로 다 닌 사람. 모 르 는 할머 니한테우산 주고 홀딱 젖 은 채로 데이트 장소 나 온 사람. 병 원에서 죽을 날 기다리는 데도 자다 깨 서나한테이 불덮 어주던사람. 그 러 더니 언젠 가부 터 정 말 네아 빠처 럼 말 하더라. 나도 그 냥 네아 빤 가 보다생각하면서의지했어. 갑자기서비스 종 료 되기전까지.” 나는앞에 놓 인부채살을결대로 잘 라내는 것에집 중 하며엄마의이야기를 들었다. 일정 한 두께로망 설임 없이 칼 질해예 쁜단 면으로 겹 쳐 놓 았다.선물 용포 장 용 기에 담 아리 본 을 묶 으며매 듭 이보기 좋 은대 칭 을이 루 게하는 데집 중 했다. 쓸 모없고동 떨 어 져 있는다른생 각도 조금했다. 아침에가게오다가 본 고 양 이의 꼬 리가 흔들리는 물 음 표 처 럼보였던장 면 같 은것을. 뭐든지두 배인 걸좋 아하는엄 마라도 나까지우는 건 좋 아하지않을 테니 말 이다. 그 날 저녁우리는제일예 쁘 게 담긴 선물세 트 두 개 를 들고집에 갔 다. 거 실 바 닥 에 신 문 지를 잔뜩깔 고 불판 을달 궜 다.차 돌박 이로시 작 해서 등심 , 새 우살,부채살,안 창 살 …… 배가 터 지도 록 구 워 먹었다. 너무더부 룩 해서집앞 공원을스무바 퀴돌 며파 워워킹 했다.그제야 좀소화가됐다. 노곤 한기분으로일찍 잠 들었 는데이상한 꿈 을 꿨 다. 누군 가의 등 에업 혀 서 산을오 르 는 꿈 이었다. 꽤 가파른절 벽 을통과 했는데하나도무 섭 지않았다.정상에도 착 하 면 새 로운해가 떠 오를 걸 알았다. 엄마가 발 끝 으로 허벅 지를 꾹꾹 눌러잠 에 서 깼 다. “엄마.좀더상 냥 하게 깨워 줄수없어?” “정초부 터늦잠 자면 한해내내게으름 피 운다.” 거 실 에 나가보니 고기 구운 흔적은 깨끗 하게 사라지고 차 례 상이 차려 져 있었다. 눈 을비비며엄마와 나 란 히 섰 다. 절을 두 번하 고 소원을 빌 었다. 올 해는 운수대통, 만사형 통, 튼튼 씩씩 …… 그리고아 빠 안 녕 . 떡국 에는 큼직 하게 자른 산적 고기가 떡 만 큼 이나 많 아 보였다. 계란 지 단 은 노란 색과 흰 색을 따 로 해서가지런히 올 려 져 있었다. 두 그 릇 인 이 유 는 따로 묻 지않았다. 주이안 녕 . 고마 웠 어. 나보다더나를 잘 알아 줘 서.엄마 곁 에있 어 줘 서. “ 새 해 복많 이 받 아요.” “그래너도.두배로 받 아라.” 김홍소설가 문학동네소설상,한겨레문학상을받으 며각광받고있는김홍소설가가 ‘인공 지능(AI)과 함께설쇠기’를 주제로 짧 은 소설을기고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께 설인사처럼읽혔으면좋겠다는 작 가의바람도담겼습니다. 김홍작가. 한겨레출판제공 작별도못하고단종된어릴적내친구 AI ‘리주이’가보낸한우설선물세트 엄마에게도선물, 그런데엄마는왜울까 “고마웠어”두배로애틋해진우리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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