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2월 27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뉴스ㆍ속보서비스 한국일보 HiGoodDay.com 시사만평 존다코우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AI는 전기 먹는 하마 어, 우리집 불이 방금 어두워진거야? 데이터센터 출입금지 위험 고전압 <첫눈>시인.“노천명” “은빛잠옷을길게끌어왼마을 을희게덮으며나의신부가이아 침에왔습니다 사뿐사뿐걸어내비위에맞게조 용히들어왔습니다 오래간만에내마음은오늘노래 를 부릅니다. 잊어버렸던 노래를 부릅니다 자 -잔들을 높이 드시오. 포도 주를내가철철넘게치겠소. 이좋 은아침.후략 새해에 애틀랜타에 첫눈이 내렸 다. 몇 년 만에 보게 되는 풍경이 다. 함박눈이소복이쌓여세상을 은빛 세계로 이루어 놓았다. 하나 님의 놀라운 솜씨로 정화한 아름 다운 설경에 탄성을 터트리게 된 다. 눈이내려소복소복쌓이는아침 에 내면의 희열이 환상적인 음악 의 선율이 되어 감미롭게 흐른다. 첫눈 내리는 아침에 세월의 저편 으로 멀어져 간 옛 시절의 노래가 살아나는가슴벅찬순간이다. 아 침의눈부신설경에도취되어삶 의 순수가 회복되는 기쁨이 넘친 다. 아무도밟지않은새하얀눈길을 하염없이 걷고 싶은 낭만적인 감 정의물결이밀려오고있다. 영화 <Dr, 지바고>와 영화 <러 브스토리>의아름다운설경의명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생생하 게 살아난다. 영화 <Dr, 지바고> 에서 러시아의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러브 로망의 스토리와 함께 화면에 잔잔하게 흐르는“Somewhere My Love.” 는감미로운테마뮤직이아닌가. “지바고”가 사랑하는 연인“라 라”를찾아하염없이설원을걸어 가는 모습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설경의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기 억될명장면이다. 영화 <러브스토리>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설경의 명장면이 떠오른다. 젊은연인들이눈밭을뒹굴며눈 싸움하는 장면에서 해맑은 웃음 이 피어나는 음악“Snow Frolic” 또한, 경쾌하고 풋풋한 사랑의 시 정이 넘치는 환상적인 허밍은 어 떤가? 이영화의애절한사연이우리의 가슴을얼마나아프게했던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러브 스토리> 주제가와 함께 심금을 울리던 안타까운 결말이 그때의 애잔한울림으로어필해온다. 우리의 심금을 울리던 비극적인 결말의 문학작품(영화)인 일본의 전후 작가“고미가와 준뻬이” (五 味川純平)의 전쟁소설 <인간의 조건>을빼놓을수없다. 일본 제국(군국)주의 만행으로 고통받는 만주“노호령”광산 근 로자들을 위해 박애주의 정신으 로 일하던 주인공“가지”가 일본 당국으로부터 징집 영장을 받고 아내와이별하고남지나전선으로 내몰리게된다. “가지는전선에서도군국주의만 행에치열하게저항하며싸우다가 일본의 패전 후, 남지나 전선에서 패잔병이 되어 귀향하는 고난의 장정에오른다. 눈보라치는벌판에서탈진해비 참한 최후를 맞는 마지막 눈물겨 운장면이가슴아프게한다. “가지”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도 사랑하는 아내“미치코”에 대 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희망이 가 슴속에솟구친다. “가지”는점차희미해져가는기 억 속에서도 아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끊임없이 불타오른다.“가 지”가쓰러진곳은아내가있는중 국의 만주 탄광촌인“노호령”과 는 너무나 먼 지역이었지만, 아내 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자신을 애 타게 기다리고 있을 아내“미치 코”를향해달려간다. ‘저녁불빛새어나오는집앞에 도착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놀라움과 기 쁨에방문을열고달려나온다.’ “가지”는쓰러진체사랑하는아 내를 만나는 상상력의 기쁨으로 희망의끈을놓지않고있다. 점점흐려져가는의식속에서아 내에대한사랑의감정은결코, 스 러지지않는다. “가지”가 험난한 귀향 과정에서 죽음을맞게되지만, 포기할수없 는사랑의마음에희망의불을지 피는숭고한순간이다. 사력을 다하다 쓰러진“가지”의 몸위에많은눈이내려쌓여낮은 언덕을이루고있다. 이작품의마지막장면의생생한 묘사에가슴아파눈물쏟았던기 억이새롭다. 한창,감성이풍부했던시절의독 서 체험에서 벅찬 감동을 자아내 던여운이짙게남아있다.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마음의풍경 첫눈내리는아침 구순의 어머니께서 며칠 다녀 가셨다. 혼자 거동하시고 식사 도 잘하시는지라 늘 감사하다. 그런데 어머니는 짬이 날 때마 다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무언 가열심히듣고계셨다. 알고보 니유튜브에서나오는여성들의 사연이었다. 혹독한시집살이를 견디고, 배신과이혼을딛고, 자 식에게상처받고도삶의자리를 되찾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물 론유사한이야기들을반복해서 생성해내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유혹이존재하지만어쨌든어머 니는 주인공과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기뻐하셨다. 여자들은혼자등산을가도정 상에 오르면 금세 서너 명이 모 여 도시락을 나눠 먹고 남자들 은 건너편 산을 바라보며 혼자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로이야기를나누고공감하는 능력이 여성이 더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같은 세대를 통과한 여성들의서사는감정의지층을 건드리며어느새연대의식마저 느끼게한다. 어머니의 저녁 풍경은 인간이 이야기로서로를붙들어온오랜 방식의 또 다른 모습일지 모른 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 문명을 가능하게한핵심으로‘서사’를 지목한다. 인간은 실재하지 않 는 질서와 상징을 함께 믿고 그 믿음 위에 공동체를 세웠다. 그 러나이야기가강력해지기위해 서는 사람들 사이에 공감 능력 이 전제돼야 한다. 비슷한 배경, 유사한 경험, 감정의 결이 닿아 야힘을얻는다. 인간은 이야기로 세상을 이해 한다.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가 평탄하다면 우리는 쉽게 몰입 하지 못한다. 팥쥐 엄마의 구박 이 있기에 콩쥐의 삶은 더욱 선 명해지고흥부를괴롭히는놀부 의 심술이 있기에 우리는 그 이 야기에감정이입이된다. 시련과 갈등·굴곡이서사를살아움직 이게 만들며 이야기의 힘은 결 국함께느낄때완성된다 알베르카뮈는인간의삶은근 본적으로 부조리하다고 했다. 세상은우리기대처럼삶의의미 를보장해주지도않고노력이반 드시 보상으로 돌아오지도 않 는다. 하지만 그는 절망도, 체념 도 하지 않았다.‘시시포스 신 화’에서 시시포스는 바위가 다 시 굴러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산을 오른다. 그 반복의 자각 속에서 인간은 존엄을 얻 는다. 유튜브사연속여성들또 한 다르지 않다. 그들은 세상의 부조리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 나끝까지무너지지않으려애썼 다. 우리가 감동하는 이유는 무 너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도 밥을 짓는, 다시 하루를 선택하 는그반복된의지때문이다. 인공지능(AI)도 소설을 쓰고, 영상을 제작하고, 가상의 인물 을 탄생시킨다. 완벽한 얼굴과 매끄러운 서사를 가진 존재가 몇초만에생성된다. 하지만한 인간이 겪어낸 시간 속에 실패 의 흔적과 선택의 책임이 축적 될 때 서사는 비로소 무게를 얻 는다. 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위대한 작품은 그 형식이 어떤 시대와 어떤고통을통과했는지와연결 될 때 비로소 이야기의 힘을 가 지게 된다. 전쟁을 지나온 이중 섭의 그림과 윤동주의 시 구절 에 사람의 체온이 배어 있듯이.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서 사는‘가능한 감동의 조합’일 뿐이다. 상처의 대가를 치른 기 억, 되돌릴수없는선택의책임 까지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이 다. 미래의 경쟁력을 묻는다면 나 는 속도나 효율만을 말하지 못 하겠다. 오히려 느리고 불완전 하며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감 당해온 시간이 더 큰 설득력이 있을지모른다.완벽한이미지보 다 상처 있는 얼굴이 오래 기억 되는 것도 그 얼굴이 지나온 시 간을 증언하기 때문이다. 끝내 무너지지않은시간만이인간의 얼굴을만든다. 전승보 경기도미술관장 로터리 어머니의저녁풍경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