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3월 5일 (목요일) 오피니언 A8 진실한가? 공정한가? 정직한가? 그래서믿고 함께 할 수 있는가? 한국일보는 냉철한 지성과깊은이해로 바른 해답이 되기 위해 끊이없이 묻고 또 묻겠습니다. 세상을보는 균형 ! 한국일보 시사만평 데이브그랜런드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최고 지도자는 제거했는데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표적 작 곡가인 필립 글래스(89, Philip Glass)는 20여 편의 오페라를 썼 는데그중가장유명한것이‘초상 오페라 3부작’이라 불리는‘해변 의 아인슈타인’(Einstein on the Beach),‘사티야그라하’(Saty- agraha),‘아크나텐’(Akhnaten) 이다. 이오페라들은워낙길고난 해하고프로덕션이장대해서자주 공연되지않는데, LA오페라는세 작품을 모두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바있다. 그리고지금다시10 년 만에‘아크나텐’을 공연하고 있다. 세 오페라는 무력이 아닌 사상 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 들에 관한 것이다. 천재과학자 아 인슈타인, 비폭력주의자 간디, 그 리고종교개혁가였던고대파라오 아크나텐이 각각 주인공이다. 이 들 중 아인슈타인과 간디는 모두 알지만, 아크나텐에 관해서는 알 려진 바가 거의 없다. 3,500년 가 까운세월동안그의기록이모두 지워졌기때문이다. 아크나텐은기원전 14세기, 이집 트에서세계최초의일신교를창시 했던 파라오다. 그의 아내는 미녀 왕비로 유명한 네페르티티이고, 아들이‘황금마스크’의 투탕카 멘이다. 당시는역사상가장강력한군사 력과 풍요로운 문화를 자랑했던 신왕국 제18왕조 시기, 아크나텐 은 왕좌에 오르자마자 수천년 전 통이던 다신교를 금지하고, 태양 신 아텐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종교개혁을선포했다. 그는수도까지옮기고종교와정 치, 문화와 예술양식까지 개조한 급진적혁명을펼쳤으나기득권층 의크나큰반발을사게된다. 고대 이집트는신과정치권력이밀접히 얽힌 제의국가였고, 신전과 사제 집단은 막대한 토지와 권력을 가 진 거대한 경제세력이었으니, 아 크나텐의 혁명은 단순한 종교개 혁이아니라국가권력을재편하는 프로젝트였던것이다. 결국그의사후에투탕카멘을비 롯한 후계자들은 그의 개혁을 폐 지하고건물과기념물을파괴했으 며 그의 이름이 새겨진 석상이나 벽화들을 모조리 사포로 지우는 등, 아크나텐을‘기록말살형’에 처함으로써 아예 역사에 존재하 지 않았던 파라오로 만들어버렸 다. 그가 세상에 다시 나온 것은 19 세기 후반, 아크나텐이 건설했던 수도의 유적이 발굴되었고, 1907 년 파라오들의 비밀묘역인‘왕가 의계곡’에서신원을알수없는미 라가 발견되면서부터다. 이 미라 는 2010년 DNA 분석 결과 아크 나텐의것으로밝혀졌다. 필립 글래스의 초상3부작은 의 식의 전환으로 기존 세계관을 전 복하고 인식의 틀을 바꾼 인물들 을 노래하고 있다. 간디의 비폭력 (정치혁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학혁명)처럼, 아크나텐은 종교개혁을 통해 인간과 신의 관 계를 재정의하고 국가와 종교의 관계를 바꾸려했던 인류 최초의 혁명가였다. 오페라는 3막에걸쳐그의통치 17년을조명한다. 1막은선친아멘 호테프 3세의 장례와 아크나텐의 대관식, 2막은왕비네페르티티와 의사랑, 다신교신전의파괴와새 로운 수도의 건설, 3막은 여섯 딸 들과의평화로운생활에닥쳐오는 위기, 공격당하고 붕괴하는 왕족 의비극이그려진다. 스토리는 전통 오페라처럼 서사 가 아니라 상징으로 표현되는데, 그 이미지들이 잊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고 특별하다. 정교하고 화 려한 의상, 매혹적인 무대세트와 조명, 10명의저글러들이공과곤 봉으로 펼치는 곡예의 시각적 효 과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 든다. 저글링은 4,000년 전의 이집트 무덤벽화에도그려있는고대인들 의 여흥이었는데, 연출가 펠림 맥 더못이 그의 오페라 프로덕션에 서되살려내볼때마다숨을멎게 만든다. 맥더못의 전설적인 무대 는 세 번째 보는데도 경이롭기 그 지없다. 출연자들은 반복적이고 최면적 인 미니멀리즘 음악의 흐름 속에 서3시간내내극도로느린슬로모 션으로 움직인다. 카운터테너(보 이소프라노)가 노래하는 아크나 텐 역은 존 할러데이가 호연했으 나, 이 역에 특화되어 세계무대를 누볐던 앤소니 로스 코스탄조를 능가하지는못한다. 10년전바리톤윤기훈이노래했 던 호렘합 장군 역을 이번엔 손형 진이맡았고,당시여섯딸중하나 로 출연했던 소프라노 박소영이 훨씬 중요한 어머니 티에 왕비 역 을썩잘소화했다. 노래가사는 고대 언어(고대이집 트어, 아카드어, 히브리어등)를사 용한상징적인소리들이어서알아 들을 수 없지만 자막은 제공되지 않는다. 서기관(재커리제임스)의리얼한 내레이션,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 과 웅장한 낭송만이 생생한 전율 을선사한다. 오케스트라는 우크라이나 출신 의달리아스타세브스카(41)가지 휘했는데, 박자감 조절이 쉽지 않 은 필립 글래스의 오페라를 자신 감넘치게조련해냈다. 이오페라는특이하게도바이올 린 파트가 없는데, 스타세브스카 는 비올라와 첼로, 베이스가 섞인 무겁고 어두운 소리를 세련되게 이끌었다. 첫 공연이 있었던 지난 주말은 마침 푸틴의 침공 4주년, 트럼프가이란을공격한첫날이었 다. 한편필립글래스는오는 6월케 네디 센터에서 예정돼있던 그의 심포니15번‘링컨’의세계초연을 지난달 취소했다. 공연장의 이름 이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바뀐 데 대한비난이다. 아크나텐, 3,500년 전의 종교개혁가 정권교체 이란 정숙희 의 시선 정숙희 논설위원 봄에는흙도달더라 얼마나뜨거운가슴이기에 그토록고운생명으로 다시태어나는가 영혼깊숙이 겨울을울어울어 아픈가슴사랑의불지피더니 죽었던겨울나무가지마다 생명의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잠자는내영혼흔들어깨우네 한줌의흙 수많은생명의넋이숨어살고 너와나의 또하나의목숨이더니 죽어도다시사는 영혼의화신 목숨또한사랑이더라 흙내 내어머니의젖무덤 그사랑의젖줄물고 이본다시태어나리 꽃으로 바람으로 사랑으로 흙내 내마음의 시 박경자 전숙명여대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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