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3월 6일(금) ~ 3월 12일(목) A4 설악의물로빚은한잔 먼저찾은곳은설악산자락아래자리한 몽트비어양조장이다.규모는크지않지만, 공간에는분명한철학이느껴졌다. 통유리 너머로설산의윤곽이보이고, 실내에는은 빛 발효조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맥아 향 이은은히퍼지는그공간은단순한공장이 아니라작은실험실처럼보인다. 맥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이다. 전 체의90%이상을차지하는물의성질에따 라 맛의 구조가 달라진다. 강원도의 물은 차갑고맑다. 설악에서흘러내린물은미네 랄의균형이좋고깨끗하다고한다. 유럽에 서도도시의물이맥주스타일을결정했다. 체코플젠의부드러운물이필스너를탄생 시켰듯, 강원의물역시깨끗하고또렷한맥 주를만든다. 크래프트 비어는 대량 생산이 아닌, 소규 모 양조를 통해 개성을 살린 맥주를 말한 다.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이 흐름 은획일적인맛에대한반성에서출발했다. 홉의 향을 강조하고, 맥아의 질감을 살리 며, 지역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몽 트비어역시강원감자를활용한에일이나 계절한정맥주등다양한시도를이어가고 있다. 테이스팅 맥주를 주문하고 잔을 들어 올 리면 먼저 향이 다가온다. 시트러스 계열 산뜻한 홉 향 뒤로 고소한 몰트의 단맛이 이어진다. 목넘김은부드럽고마무리는깔 끔하다. 마치겨울의동해처럼담백하다. 수 제맥주의매력은바로이‘차이’에있다. 한 잔의 맥주 안에 그 지역의 기후와 농업, 사 람의 취향이 녹아 있다. 단순한 음료를 넘 어하나의문화다. 속초 시내의 또 다른 양조장에서는 조금 더활기찬분위기를만났다. 겨울비수기임 에도불구하고여행자와지역주민들이자 연스럽게어울려있다. 벽에는홉품종과발 효 온도, 쓴맛 지수를 설명하는 글이 붙어 있다. 이곳은단순히맥주를마시는공간이 아니라,맥주를이해하는공간이다. 한국의수제맥주시장은최근 10여년사 이빠르게성장했다. 세제개편과유통규제 완화가계기가됐고, 소규모브루어리가전 국곳곳에등장했다. 강원도는관광과결합 해, 특히 빠르게 변화한 지역이다. 산과 바 다를찾은여행자들이저녁에즐기는한잔 의 맥주가 자연스럽게 지역 브랜드로 이어 졌다. 이곳에서맛본 IPA는쌉쌀한홉의향 이또렷했지만거칠지않다. 창밖겨울바다 와잘어울리는맛이다. 강원도의커피문화 강원도의또다른축은커피문화다. 강릉 을중심으로시작된커피의흐름은이제동 해안전반으로확장됐다. 바다를바라보며 마시는커피는단순한풍경소비를넘어, 원 두산지와로스팅방식에대한대화로이어 진다. 맥주가발효의예술이라면, 커피는로 스팅의과학이다. 서로다른방식이지만, 결 국향과여운을통해기억을남긴다는점에 서닮아있다. 고성의새로운얼굴 ‘윈덤호텔’ 하루를 정리하고 숙소로 향한다. 고성 해 안에새로문을연윈덤호텔이다. 세계적인 체인브랜드가이지역에자리잡았다는사 실은강원도가더이상계절관광지에머물 지않음을의미한다. 로비에들어서니넓은 창으로햇살이쏟아진다. 장식은절제돼있 고 색감은 모래와 파도를 닮았다. 객실 창 가에 서니 겨울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낮 은파도소리가실내까지스며든다. 바다를 바라보며강원수제맥주를한잔마시는순 간,강원도의정취가자연스럽게느껴진다. 이튿날아침, 해변을걷는다. 사람은많지 않고모래위에는밤사이밀려왔다물러간 파도의 흔적이 길게 남아 있다. 겨울의 동 해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깊다. 천천히 걸 으며생각을정리하기에좋은시간이다. 서울로돌아오는길, 설악산능선위로해 가기운다. 홉의향과커피의여운, 겨울바 다의 낮은 파도 소리가 함께 떠올랐다. 여 행은결국한지역의‘지금’을읽는일이다. 강원도의겨울은조용했지만, 그안에서는 분명새로운문화가천천히발효되고있었 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유럽 여행 문화를 익혔 다. 귀국 후 스스로 를 위한 여행을 즐 기겠다는 마음으 로 2002년 민트투 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 년 동안 맞춤 여행으로 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 여행 을 디자인하고 있다. 2021년 4월 여행 책‘나도 한번은 트레킹 페스티벌 크루 즈’와 이듬해 6월‘나도 한번은 발트 3 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여백에서시작하는겨울의강원 ‘동해여행’ 속초맥주양조장. 겨울의강원은소리보다여백이먼저다가온다. 서울을떠나동해로향하는길, 산등성이에는 옅은눈이내려앉아있고공기는유리처럼맑다. 속초와고성으로이어지는해안선은지난계절 의분주함을내려놓은채고요한풍경을펼쳐보인다. 이번여행은휴식과함께강원도에서자라 난새로운문화의흐름을경험하고자한여정이다. 바다와설산사이에서태어난수제맥주, 그리고그 곁에문을연새로운호텔. 겨울의동해는생각보다다층적인이야기를품고있었다. 몽트비어양조장. 윈덤 호 텔주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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