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3월 23일 (월요일) 오피니언 A8 2026년현재많은영주권자가 영주권카드갱신(I-90)을단순 한 행정 절차로 생각한다. 카드 유효기간이끝나면신청서를내 고 새 카드를 받으면 된다고 믿 는다. 그러나실제이민심사구 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특 히트럼프2기행정부출범이후 이민심사의전반적인분위기는 분명히 단순 갱신에서 재검증 방향으로이동하고있다. 법적으로 영주권은 카드가 만 료된다고 신분이 사라지는 것 은 아니다. 영주권은 영구적 거 주 신분이며 카드의 10년 유효 기간은신분이아니라증명서의 유효기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많은영주권자가문제없으면자 동으로갱신된다고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절차에서는 갱신 신청을 하는 순간 이민국은 신 청자의 범죄 기록, 출입국 기록, 세금기록, 거주의사등을다시 확인할수있다. 최근몇년사이 이민국은 FBI 범죄 데이터베이 스, 국토안보부기록, 주정부형 사시스템등과의데이터연계를 크게 강화했다. 과거에는 발견 되지 않았던 기록이 갱신 과정 에서 다시 나타나는 사례도 늘 고있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경범죄기록이다.많은영주권자 가 벌금만 냈으니 괜찮다고 생 각하지만 이민법에서는 형사법 과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범죄 의이름보다범죄의성격과최대 형량가능성이더중요하다. 예를 들어 절도, 사기, 위증과 같은범죄는CIMT로분류될수 있으며 특정 조건에서는 추방 사유가될수도있다. 마약관련 범죄는더엄격하다. 단한번의 유죄 판결만으로도 심각한 이 민문제로이어질수있다. 또하나주목해야할부분은장 기해외체류기록이다. 영주권자는 미국에 영구 거주 의사가 있어야 한다. 세금 문제 역시 간과하기 쉽다. 영주권자 는 미국 세법상‘거주자(resi- dent for tax purposes)’로간주 된다. 해외에 오래 머물렀다고 해서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거 나해외거주자로신고했다면이 것 역시 거주 의사 문제로 이어 질수있다. 여기에 2026년 현재 또 하나 고려해야할변수는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심사 기조다. 트 럼프1기에서등장했던‘극도의 검증(extreme vetting)’기조는 최근정책흐름에서‘지속적검 증(continuous vetting)’개념으 로확장되고있다. 이는특정신 청 시점에만 심사하는 것이 아 니라신청자의기록을지속적으 로 확인하는 구조다. 과거에는 문제없이넘어갔던기록도이후 절차에서 다시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있다는의미다. 실무적으로 보면 영주권 갱신 이 곧바로 거절되는 경우는 많 지 않다. 그러나 문제가 발견되 면추가자료요청, 인터뷰요청, 심한 경우 추방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존재한다. 실제 상담에서도 비슷한 사례 가 종종 나타난다. 최근 상담한 한 영주권자는 단순 카드 갱신 이라고생각하고신청서를제출 했다가 과거 기록 때문에 추가 심사를받게됐다. 10년전받은 경미한 절도 사건이 문제였다. 당시에는 벌금만 내고 끝난 사 건이라대수롭지않게생각했지 만이민국심사에서는해당범죄 가 도덕성 관련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다시 검토됐 다. 결국법원기록을다시제출 하고 사건 내용을 설명하는 과 정을 거쳐야 했다. 본인은 이미 끝난일이라고생각했지만이민 국 입장에서는 현재 신분 유지 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록으로 다시확인한것이다. 실제로시민권인터뷰이후영 주권자에게추방절차가시작되 는 사례도 존재한다. 그래서 이 민 실무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영주권 갱신은 문을 다시 여는 절차이고 시민권 신청은 모든 기록을 다시 꺼내 보는 절 차다. 2026년현재이민정책의 흐름은분명하다. 마지막으로기억해야할한가 지가 있다. 많은 사람이 영주권 은문제없으니시민권은나중에 신청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그반대다. 준비 없이 시민권을 신청하는 순간 그동안 숨겨져 있던 문제 가한번에드러날수도있다. 이 민 절차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지금까지 문제없었으니 앞으 로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다. 2026년 현재 이민 심사의 현실 은 분명하다. 문제가 없었던 것 이 아니라 아직 확인되지 않았 을뿐일수도있다. 케빈김 법무사 전문가 칼럼 “갱신이면 끝?” 트럼프 2기에서 달라지는 영주권 재검증 어떤 만남은 예상을 빗나갈 때 더 특별해진다. 누군가를 격 려하고자 마련한 자리가 뜻밖 의 방향으로 흘러간 그날처럼. 근처대학어학원에다닐때한국 에서온대학생한명과같은반이 되었다.그녀는1년동안어학연수 과정을 밟고자 미국에 온 휴학생 이었다. 한국사람을만난반가움 에몇마디인사를나누던중우리 에겐 커다란 공통점이 있음을 발 견했다. 그녀는‘문예창작’을 전공하 고 있었고, 나는 국문과 출신이 었던 것이다. 남의 나라에서 우리 글과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과 연 을 맺는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 다. 같은 길을 걷는다는 사실 하 나로 우린 스무 살 가까운 나이 차와 상관없이 친구가 되었다. 한창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그녀 는 내게 조언을 자주 구했다. 미 안하게도 실제적인 조언은 해주 지 못했다. 그녀는 경험담을 듣 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며 내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꿈 을 나누거나 고국을 추억하며 영 어 공부로 지친 심신을 달랠 때 도 많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 방의 언어라는 삭막한 사막에 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허나우리우정은시한부였다. 한 학기가 끝나자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이대로 짧은 인연을 매듭 짓기에는 아쉬 움이 너무 컸다. 따뜻한 밥이라도 한 끼 차려주어야 친구를 보내는 헛헛함이조금가실것같았다. 결혼한지오래인나도차갑고높 은 현실의 벽에 서면 소박한 엄마 의밥상머리에서푸념을늘어놓던 날들이자주스친다. 그녀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아닌가. 아마입에익은손맛과함 께고단한하루를꼭꼭씹어넘기 던 날들을 무시로 상상했을 것이 다. 엄마를 대신할 순 없겠지만, 갓 지은 고슬고슬한 집 밥 한 끼 로 다정한 작별을 고하고 싶었다. 또다른출발선에서불쑥불쑥솟 는걱정들은여기드넓은땅에내 려놓고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녀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집에 초 대했다. 둘은 귀국을 코앞에 두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내 제안을 흔 쾌히받아주었다. 나의간소한식탁에앉은그들은 누군가 차려주는 식사가 정말 오 랜만이라며감격스러워했다. 부평초 같은 나날로 생긴 내면 의 굳은살이 조금이나마 옅어지 길 바라는 진심이 정갈한 음식마 다 곁들여졌다. 그들에게 정말 주 고 싶었던 건 인생의 다음 걸음 을 내딛는 데 필요한 근육이었다. 어떤 넋두리도 들어줄 생각으로 오전내마련한점심. 그자리에서 그녀의남자친구가처음꺼낸이야 기는 의외로 자신의 고단함이 아 니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인 우 리 아이의 안부를 물으며 자 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여덟 살 때 온 가족이 홍콩으 로 이민을 떠났어요. 처음 2주 동안은 울기만 했죠. 친구들도 보고 싶고 말이 잘 통하던 한국 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미국 에서 학교 다니는 한국 아이들 을 보면 남일 같지 않고 괜히 짠 해요. 저처럼 힘이 들까 봐요.” 홍콩과 한국은 비교적 가까 운 거리라 왕래가 그리 어렵지 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가 슴 한편엔 늘 고국에 대한 향수 가 자리했다. 그때의 경험이 짙 게 남아서인지 미국에서 대학 을 다니며 사귄 이민자들에게 자꾸 마음이 쓰인다는 그다. 본적도없는우리아이와이민자 의 가족을 걱정해주는 심성에 나 는 어느새 초대의 본질을 잊었다. 그러곤나도모르게삶의많은부 분을 무장 해제했다. 실은 이민을 결정하고 가장 염려한 부분이 아 이 문제였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적응을잘한편이다. 등교 첫 주엔 떨어지지 않으려 울기도 했으나 금방 친구들과 즐 겁게 어울리는 모습에 한시름 을놓을수있었다. 2년이지난지 금, 모든 그리움을 삭힌 건 아니 다. 요즘도 아이는 잠자리에 들 기 전 한국에 가고 싶다며 갑자 기 서러운 눈물을 터뜨리곤 한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점점 나 아질 거예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 요.”긴듯짧았던이민생활을돌 아보는 대화 끝에 그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마치자기조카일처 럼 안도하며 밥 한 술을 크게 떴 다. 스쳐 지나는 사이라도 진정으 로안녕을빌며선뜻마음의문을 연 그녀의 남자친구 덕에 우리의 담소는 한층 더 깊고 따스해졌다. 사람을하나로엮어주는가장강 한끈은슬픔일지도모른다. 다른 이의 아픔을 헤아리는 사이 자신 의처지에서한발짝떨어져더큰 인생의 동심원을 그릴 수 있기 때 문이다. 우리 또한 같은 슬픔을 느낀 다는 것, 그것이 한국인이라 는 동질감보다 더 강한 연결 고 리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각자 의 지난했던 시절을 반찬 삼 아 내일을 버틸 힘을 얻었다. 연수를마친그녀와대학을졸업 한 그녀의 남자친구는 이후 일주 일도채되지않아훌쩍미국을떠 났다. 몇 달이 흐른 지금, 한국과 홍콩으로 돌아간 둘의 안부가 문 득문득궁금하다. 그들도종종내생각을할까? 삶 의한계절을수놓았던만남을온 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순간으 로 간직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더욕심부려도괜찮다면,생 의혹독한바람이불때그날내가 끓여준얼큰한김치찌개를떠올리 길가만히기도한다. 한국에서가져와금옥같이여기 던 소중한 김치를 아낌없이 내어 준 그날의 정성이 심연의 파동을 잠재워준다면더바랄게없다. 물 론나도그럴테다. 우리가정의앞날을응원하던둘 의예쁜맘은오래오래내길을비 추는별빛이될것이다. 작은위로 들로 삶은 부유해진다. 누군가를 보듬는 일이 얼마나 값진지를 알 려준 두 사람에게 내내 감사하다. 살다가언제라도먼길떠나와외 롭고, 응어리진가슴에체증이가 실날없는사람을만나면희고둥 근밥한그릇을대접하고싶다. 문 턱을 낮추고 따뜻한 영혼들이 마 주앉는자리를자주마련하고싶 다.혹시또모르지.그날처럼내가 용기를얻고위로받게될지도. 식탁 위에 차려진 위로 한 그릇 삶이 머무는 뜰 조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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