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개인 금융 상태는 물론이고 부모나 자녀 소득까지 들여다봐야 하는데, 아 무리도와주고싶어도본인이동의하지 않으면조사자체가불가능해요.” 20일울산울주군일가족사망사건의 관할 복지 담당 공무원은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도실질지원으로이어지지못 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고개를 숙인 채 이어진 설명에는 안타까움과 무력감이묻어났다. 정부는 2015년부터 단전·단수, 건강 보험료 체납 등 44종의 행정자료를 바 탕으로 위기 가구를 실시간 발굴하고 있다. 18일 울주군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 견된30대가장A씨와미성년자녀4명 도이체계에포착된‘고위험군’이었다. 이 가구는 생계 활동이 사실상 없고건 강보험료가 100만여원체납되는등극 심한 생활고를 겪었으며, 지난해 12월 배우자가범죄에연루돼구속되면서경 제 상황과 돌봄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 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는 사망 전까 지 단 5일만 등교했다. 앞서 이 가족은 위기 가구로 분류돼 복지 공무원이 수 차례 방문하고 긴급 생계·주거 지원비 806만 원과 생필품 지원도 받았다. 그 러나이후상황이악화하면서도기초생 활수급신청등핵심지원은끝내이뤄 지지않았다. 현행 제도상 당사자가 신청하고 개인 정보제공에동의해야만지원이가능하 기때문이다. 당시A씨는네자녀를홀로돌보며생 계를 이어갔다. 수입은 아동수당과 부 모급여등월 140만원이전부였고, 월 세와생활비를감당하기어려워편의점 외상에의존할정도로궁핍한상황이었 다. 관할복지담당공무원이기초생활수 급신청을권유했지만A씨는응하지않 았다. A씨가저소득층이라는‘낙인효 과’를우려해지원신청을꺼렸을것이 라는추측이나온다. 당사자가 직접 급여를 신청해야 혜택 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가 복지 제도 문턱을 높인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서류준비등신청절차가복 잡할뿐더러 담당 공무원에게 소득 수 준이나 생활 여건 등 가난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가 많 기때문이다. 결국 행정망에는 위험 신호가 누적됐 지만제도상한계로지원이연결되지못 한 채 비극으로 이어졌다. 숨진 A씨와 자녀들을부검한결과일산화탄소중독 으로인한사망으로추정됐다. A씨 관할 복지 담당 공무원은“두 달 에한번꼴로수백명씩위기의심가구 통보를받는다”며“대상자가너무많아 놓친 것이 아니라, 위험을 충분히 인지 하고도 절차상 제약으로 도움을 주지 못한점이가장뼈아프다”고토로했다. 이 같은‘발굴→연계 실패’는 2014 년‘송파 세 모녀’사건 이후에도 반 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2021~2023)에따르면2021년기준복 지 사각지대의 비수급 빈곤층은 46만 가구(66만명)에달한다. 복잡한 신청절차와 정보 접근의 어려 움, 낙인감등이주요원인으로꼽힌다. 국내복지서비스는중앙부처367종,지 자체 4,651종, 민간 339종등총 5,357 종에이르지만, 오히려정보격차를키 운다는지적도나온다. 전문가들은 행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격을자동판단해별도신청없이지 원하는‘직권신청’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국·캐나다 등은 이미 소득 정보 연 계와 자동 등록 방식으로 복지 접근성 을높이고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연구위 원은“공공기관간정보연계를통해상 당수 급여를 선제 지급 할 수 있다”며 “단계적자동화와함께오류를막는안 전장치가병행돼야한다”고말했다. 정은경보건복지부장관은이날울주 군을찾아“지자체공무원이위기국민 에대해기초생활보장직권신청을할수 있도록하겠다”며“정부가먼저위기가 구를 찾아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하겠 다”고밝혔다. 복지부는앞으로담당공무원이위기 징후를포착한가구에대해선당사자의 금융정보동의없이도기초급여를직권 신청하고, 해당 공무원은 면책하는 방 안을검토하기로했다. 울산=박은경기자 · 박경담기자 2026년 3월 23일(월) D www.Koreatimes.com 전화 770-622-9600 The Korea Times www.higoodday.com 한국판 울산울주군일가족5명사망 위기징후포착수차례방문에도 당사자지원신청거부로못도와 “복잡한절차 · 낙인우려신청꺼려 공공기관정보연계선제지급해야” 정은경 “직권신청가능하게할것” 문앞까지가도못구했다 “신청해야지원” 원칙에막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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