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4월 2일 (목요일) 지난주우리집강아지가무지개다리 를건넜다.열네살이었지만늘잘먹고 잘놀았기에아무런마음의준비가없 었는데,갑자기먹지않고물도못마시 더니일주일만에우리곁을떠났다.갑 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이 너무나 힘들 어서사실은지금도마음을추스르지 못하고있다. 한밤중에달려간동물응급병원에서 강아지를 품에 안고 안락사를 지켜본 마지막순간이잊히지않는다. 강아지 는주사를놓자마자즉시숨이멎었다. 생과사의전환이그야말로찰나였다. 눈은계속우리를바라보고몸은아직 도 따뜻했지만, 그 아이의 고통은 한 순간에 끝났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이 ‘사람도 이처럼 쉽게 빨리 갈 수 있다 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것이었다. 개 의죽음앞에서사람의죽음을이야기 하는것이적절하지는않지만, 그즉각 적인종말은많은생각을하게만들었 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명이 다하 도록큰병없이살다가고통없이가는 것,살던집에서남은시간을보내며평 화롭게떠나는것, 가족친지들과마지 막인사를나누고마음의빚이나회환 을정리한후눈을감는것…. 모든사 람들이 바라지만 대부분 이루지 못하 는꿈이다. 현대인의80~90%는병원혹은요양 기관에서임종을맞는다. 마지막때가 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으 로 실려가고, 심폐소생술이나 연명치 료등으로극심하게고통받다가중환 자실에서 사망한다. 생애 마지막 1~3 개월의의료비가평생쓴것보다많다 는이야기는과장이아니다. 그중에서도임종직전에의료비가급 증하는데. 결국낫지도않을것을뻔히 알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무 의미한 연명치료에 엄청난 비용을 쓰 는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 로점점더관심을갖게된것이‘단식 존엄사’다. 생의 말기에 스스로 음식 과물을끊고자연적인신체기능저하 로죽음에이르는방식이다. 미국에서 는 VSED(Voluntarily Stopping Eat- ing andDrinking)라부르며,자발적인 음식섭취 중단이기 때문에 안락사와 는달리어디서나합법이다. 단식존엄사의대표적인물은작가이 자 생태론자였던 스캇 니어링(1883- 1983)이다.‘소박한밥상’으로유명한 아내헬렌니어링(1904-1995)과함께 메인주의 농장에서 평생 노동하고 책 을쓰며채식주의자의삶을살았던그 는 100세되던해에자신의기운이소 진됐음을 깨닫고 스스로 곡기를 끊었 다. 아내 헬렌에 따르면 스캇은 99세까 지장작을패서나를정도로건강했는 데, 어느 날 이제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말했다. 그는처음며칠간과 일주스만 섭취하다가 열흘 동안 물만 마셨으며, 18일째되는날서서히숨을 멈추고자연으로돌아갔다. 헬렌도같 은방식으로삶을마무리하고싶어했 으나, 91세때차사고로유명을달리했 다. 메릴랜드주의로즈메리보웬이란여 성은94세때넘어져척추압박골절진 단을 받았다. 의사는 3개월 물리치료 하면회복될것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단식으로 생을 마감하겠다고 선언했 다. 그리고딸에게자신의단식과정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합법적이며 고통 없 이생을마감할수있는방법이있음을 알리고싶다는것이었다. 단식을시작한지8일째되는새벽, 잠 든채로세상을떠난그녀의마지막일 주일은 16분짜리 영상으로 기록되었 고, 이 특별한 스토리는 2019년 워싱 턴포스트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 서많은반향과논란을낳았다. 한국에서는조선의용대출신의마지 막 독립운동가 김학철 옹이 파란만장 한 삶을 단식으로 고결하게 마무리한 것이 많은 울림을 낳았다. 2001년, 김 옹은눈감기20여일전부터곡기를끊 고 죽음을 하나하나 준비했다.“부고 를내지말라. 고별식과추도회를하지 말라. 일절 부조금을 받지 말라. 유골 은두만강하류에뿌려달라”고당부한 그는스무하루를굶은뒤머리를면도 로밀고간호사를불러관장하여육신 을비워낸후, 조용히저세상으로떠나 갔다. 단식자연사는고통이없다고전문가 들은 이야기한다. 건강한 젊은이들에 게는굶어죽는것이고통스럽지만, 병 들고노쇠한노인의경우공복과갈증 을 느끼는 감각기관들이 기능을 멈추 기 시작하므로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아상태가 되면 뇌에 서모르핀이분비돼기분이좋아지고, 탈수가 오면서 혈액이 농축되면 의식 이떨어져몽롱한상태가된다는것이 의과학적현상이다. 물론이는사람에따라다르고, 고통 을느끼는사람이없는것은아니다.하 지만죽어가는몸에약과음식을강제 투여해 억지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데 서생기는고통에는비할바가아닐것 이다. 죽음이란자연의섭리이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혹하거 나고통스럽지않다는것이웰다잉전 문가들의설명이다. 심지어암환자들 도 암보다는 과잉치료 때문에 고통스 럽게죽어간다는것이다. 바로 얼마 전, 할아버지 할머니 때를 생각해보아도 대부분 집에서 임종을 맞는것이당연했다. 단식존엄사는가 장인간답게자신의의지대로생을마 감하는, 세상과의 자연스러운 이별이 아닐까. 오피니언 A8 뉴스ㆍ속보서비스 한국일보 HiGoodDay.com 데이브와몬드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시사만평 만우절 올해는 지금까지 매일매일이 만우절 같아… 만리길나서는날 처자를내맡기며 맘놓고갈만한사람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온세상다나를버려 마음이외로울때에도 ‘저맘이야’하고믿어지는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탔던배꺼지는시간 구명대서로사양하며 ‘너만은제발살아다오’할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불의의사형장에서 ‘다죽여도너희세상빛을위해 저만은살려두거라’일러줄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잊지못할이세상을놓고떠나려할때 ‘저하나있으니’하며 빙긋이웃고눈을감을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온세상의찬성보다도 ‘아니’하고가만히머리흔들그한얼굴생각에 알뜰한유혹을물리치게되는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그사람을가졌는가 추억의아름다운시 함석헌 (1901~1989)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민주화·인권운동에헌신한대한민국의사상가, 교육자, 시인, 언론인입니다.‘씨알(민중)’사상을 바탕으로 비폭력 무저항 운동을 펼쳤으며, 시집 ‘수평선너머’등을남긴시인이자‘뜻으로본한 국역사’를저술한역사학자이기도합니다. 함석헌(咸錫憲)이 누구인가. 흔히 사상가이자 민권운동가겸문필가로민주화운동을하며3공 화국 그리고 유신정부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 고,‘폭력에 대한 거부’,‘권위에 대한 저항’등 평생일관된사상과신념을바탕으로항일·반 독재에앞장선분으로알려져있다. 그를만난것 은내문학과인생의스승인시인이열선생님, 원 경선목사님과의인연덕이었다. 두분덕에뵙게 된 함석헌 선생님은 내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특 히그의저서<뜻으로본한국역사>는내게‘역 사인식문제’를일깨워주기도했다. 함석헌이 남긴 글들은 참 많다. 대부분이 기독 교사상과관련된것그리고민주화운동과정에 서쓴논설들이다. 그런데그가시도썼다는것을 아는사람은많지않다. 어쩌면시라기보다는기 독교적인가르침혹은삶의지혜를짧은글로표 현한것으로이해하기때문이리라.그런데꼼꼼히 살펴보면기독교란종교를넘어문학적으로도훌 륭한작품이꽤많다. 1947년에 발표된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가 그런 작품이다. 해방공간에서 항일과 친일 혹은 민족진영과사회주의진영사이에서핍박받던그 의깊은고뇌를읽게된다. 물론단순히그런고뇌 만이아니다. 70년이훌쩍넘은지금읽어도우리 네삶에커다란화두로다가온다. 좋은 죽음 ‘단식 존엄사’ 정숙희 의 시선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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