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5월 30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시사만평 살인적 물가 바비큐핏식당 폐업 쇠고기가격 폴두진스키작 <케이글USA 본사특약> 아, 여기까지오는개스값도 이제감당하기힘들어졌는데뭘… 몇해전,보슬비내리던초여름 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가족들 과 함께 현충사를 찾았다. 기와 지붕위로빗방울이미끄러지고, 늙은소나무들은빗물을머금은 채고요히서있었다. 젖은돌계단을따라걷다보니, 전쟁의 기억과 백성들의 눈물, 그리고 한 사람을 끝내 잊지 않 으려 했던 마음들이 빗속에 스 며있는듯했다. 충남아산의현충사에는두개 의현판이걸려있다. 하나는숙 종의 친필 한자 현판이고, 다른 하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 글 현판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글씨가 한 사당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사실은묘한울림을주었 다. 현충사는이순신장군서거약 백년뒤인 1706년세워졌다. 아 산 유생들의 상소를 숙종이 허 락했고, 이듬해 숙종은‘충성을 드러낸다’는 뜻의‘현충(顯忠)’ 이라는이름과친필현판을내렸 다. 이는 조선이 이순신을 국가 의 정신으로 받아들였다는 의 미였다. 하지만현충사의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1868년 흥선 대원군의서원철폐령으로사당 은 문을 닫았다. 다행히 숙종의 친필현판만은후손들이지켜냈 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일제강점 기에 찾아왔다. 1931년 충무공 종가의 빚으로 이순신 장군의 묘소와위토가경매에넘어갈위 기에처했다는소식이전해졌다. 장군의 묘소와 제사를 지내기 위한땅, 위토는단순한땅이아 니라조상을기억하는정신의기 반이었다.“충무공의 유적만은 지켜야한다.” 그마음하나로전국에서성금 이 모였다. 어린아이들의 동전, 백성들의 쌈짓돈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 일본의 동포들도 나섰 다. 나라 잃은 설움 속에서도 충 무공의흔적만은지켜야한다는 마음으로정성을보탰다. 이 운동에는 국내외 2만여 명 과 400여 단체가 참여했고, 관 련기록은오늘날국가등록문화 유산으로 남아 있다. 단 1년 만 에당시거금인 1만 6천원이모 였다. 이것으로 종가의 빚을 갚 고, 남은 돈으로 현충사를 다시 세웠다. 1932년 열린 중건 낙성식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위험에도 불구 하고 수만 명이 몰려들었다. 그 것은 단순한 준공식이 아니라, 민족의 혼이 살아 있음을 보여 준집단적선언이었다. 오늘날 현충사에는 숙종의 친 필현판이걸린구본전과현대식 본전이함께남아있다. 그사이 를걷다보면, 단지한장군의생 애가아니라시대마다다시쓰인 한국인의정신사를만나게된다. 현충사에는 또 다른 시간들도 남아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젊은 시절 살았던 고택과 가족들이 사용했던 우물인 충무정, 일본 군과 싸우다 스물한 살에 전사 한셋째아들이면의묘소, 그리 고《난중일기》와장검이보관된 기념관까지. 그곳은영웅을신격 화한 공간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과한민족의기억이겹쳐지는 장소다. 우리는 역사를 거대한 전쟁이 나왕들의기록으로만기억한다. 그러나현충사의진짜힘은이름 없는사람들에게있었다.일제강 점기 가장 가난했던 시대에, 민 족은 스스로 이순신을 다시 일 으켜세웠다. 결국 나라를 지키는 것은 거대 한 무기만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이름을끝까지잊지않으려는마 음, 무너진 정신의 집을 다시 세 우려는 정성들, 바로 그런 것들 이우리민족을살아남게한다. 그래서 아산 현충사에서 가장 위대한현판은글씨가아니라,시 대를넘어충무공을지켜낸백성 들의마음인지도모른다. 두개의현충사현판사이에서 이즈음일기가마치장마철로접 어든것같다. 계절순환주기가새 로운 패턴으로 전환되고 있는 듯 하다. 봄이구나 했던 시간이 며칠 전인 것 같은데 시간 흐름이 어찌 이리도 쾌속인지, 아침 저녁으론 늦은 가을에나 꺼내볼 참이었던 두터운옷을꺼내입어야할만큼 바람결이 차다. 봄 날이 들어서면 서내가쓸수있는시간이왠지넉 넉해 질것 같았는데, 밀린 일들을 다듬을수있을것같은체감으로 느껴지는 시간은 마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은 변함없이 제 속력을 지켜내며 흐르고 있었 을터인데, 동전양면처럼두얼굴 을 하고 있었던걸까. 주어진 생의 열매가 각기 다르니 말이다. 늦은 봄날이초여름을흉내내기전까지 만 해도 시간의 넉넉함을 즐기게 될 줄 알았다. 본의이든 타이이든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만들어버 린실점을만회할수있는시간마 련이절실했었는데, 돌이킬수있 는 기회를 이런 저런 핑계로 등한 히 해왔던 불실을 다듬고 싶었는 데. 미욱한바램의결국은고담준 론들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준 엄한 꾸짖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 이다. 스물네시간이,하루가열리는머 리맡에서하얀캔버스처럼우리를 기다리고있다. 어떤화풍으로, 어 떤 색체로 하루라는 화폭이 채워 질끼, 하루의시작은늘이렇듯조 심성있게 하루를 건너 가기를 소 망하게 된다. 하지만 타성에 젖은 시간의흔적일랑은남기고싶지는 않음이요, 누수 될 시간까지 계수 해가며 일상을 그려가려 했던 터 인데. 100세 시대를 굳게 믿고 늘 푸른 상록수 같은 목숨줄인줄 알 았다. 미욱하기 이를데 없는 생각 의 그루터기가 남아있었나 보다. 나를 사랑하려 했던 연가는 어디 에도 흔적이 없는데. 시간의 소중 함을등한시해온그시간은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만 동그 마니 남는다. 영원한 것에 투자하 는 시간의 조각가로, 촌각도 무의 미하게 보내는 것을 극구 사양해 왔던것까지도, 휴먼스토리재생 가능성을가늠해가면서인간극장 같은다큐멘터리를창출하고싶은 욕심의 발로가 지나쳤던 것은 아 니었을까. 오감으로 느껴지는 기쁨, 슬픔, 즐거움 절망들을 인성 깊이와, 높 이, 너비와 두께의 꼭지점들을 연 결시키면 시간이 만든 지문으로 남겨진다. 삶의 여정에 남겨질 흔 적이요, 생애의 결산서로 남겨지 게 된다. 짧은 인생길에서 열정과 탐욕, 희생, 감사, 불만, 긍정과 비 난들의 가중치를 어디에 두고 살 아가느냐에 따라 마지막 묘비에 남겨질 문맥이 달라질 것이다. 우 리는 모두 주어진 시간을 조각해 왔고 남은 시간들을 조각해두고 떠날 것이다. 남은 시간을 빛나는 흔적으로남길것인지한없이부 끄러운 생의 파편으로 전락시킬 것인지는 스스로가 무엇으로 어 떻게 시간을 빚어낼 것인가로 결 정될것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시간을 효율적 으로 배분하지 못한 결국으로 시 간 낭비를 초래하게 되고 후회나 기회를잃어버리는결과로이어질 수 있음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간 과한 결과는 낭비 해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다. 또한성장의기회나소중한경 험을 놓치는 어리석음에 노출될 뿐이다. 빈부 고하 남녀노소를 불 문하고 동일하게 24시간이 주어 졌다. 이처럼 공평한 시간을 사용 여하에 따라 만세에 기리는 인물 이되거나, 그반대로역사에서그 림자조차지워버리고싶은사람으 로남겨지기도한다. 한번뿐인인생인데시간은늘찰 라처럼 지나가 버린다. 시간의 가 치를 깨닫고 영원한 것에 투자한 시간만이 역사 속에 영원히 남겨 질것이다. 참된투자는영원히빼 앗기지않을것을위한숭고함에 투자하는길이다. 생명을얻는일,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시간과 재 능을 헌신하는 것이 삶의 진액을 헛되지 않게 하는 비결이다. 시간 은 길이가 아닌 두께로 평가받는 다. 시간이많을줄알았다고후회 하기 전에 얼마나 바람직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는가에 대한 평 가가생의첩경이될수있음이다. 마무리가 덜 된 이루고 싶은 일을 다듬을수있도록마냥기다려줄 줄 알았던 시간은 지금도 촌각을 다투며 유유하게 변함없이 흘러 가고있다. 한계없이 무한한 것으로 주어지 는것이아니라는것이다. 남은삶 을저울질해보려한다. 마냥주어 진시간이많은건아니었다. 마냥 기다려 줄줄 알았는데. 착각이다. 긴 장마가 남긴 파급효과의 부작 용일까.부수적후유증일까.촌각 도 아끼며 살아왔다는 착각이 쥐 구멍을찾고있다. 마냥기다려줄 줄알았는데.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마냥 기다려 줄줄 알았는데 김미선 서북미문인협회 회장ㆍ시인 한국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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